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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벌써 세 시 오십 분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면서 동시에 가장 아쉬운 시간. 저는 유독 힘든 날은 이 시간을 생각하며 버텨요. 이 시간이 다가오고, 또 지나가면 어느새 나에게 또 새로운 평안이 올테니까. 힘든 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이 이야기로 마무리 해보려고 해요. 그런 시기 다들 있었을 거예요. 인생이 이렇게 재미없는 거라면, 내일 일어났을 때 내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 내일 눈 뜨기 싫다. 막 그런 생각할 때. 어느 연극의 대사를 조금 빌려오자면 사는 것 보다 지금 덮은 이불이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들이요. 저도 그런 때가 있었어요. 인생에 발전은 없고 갈수록 후회와 실수만 남는다는 생각이 좀 컸어요. 그런데 어느날, 어떤 노래를 만났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의 차안이었는데요. 지금과 비슷한 시간대의 어느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잘 모르는 가수의 잘 모르는 노래였어요. 듣는 순간 가슴이 마구 뛰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다. 이렇게 말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한다면 조금 더 시간이 소중해지지 않을까. 실수와 후회가 아니라 사랑과 낭만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는 거예요. 얼른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고, 얘기도 해보고 싶고, 그러려면 내가 하루 빨리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그러면서요. 어이가 없죠? 그런데 진짜 그랬어요. 생각과 마음이 부지런해지니까 조금씩 극복이 되더라구요. 여러분들께 함부로 조언드릴 수는 없지만, 혹여 저와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여러분들께도 언젠가 올 거예요. 그런 존재가. 노래든, 사람이든, 어떤 존재로든요. 그러니까 오늘은 일단 마음 놓고 잘까요? 나도 그럴게요. 세 시와 네 시 사이 새벽달이 뜨는 시간, 옹성우였습니다. 마지막 곡은 운명의 그 노래, 영 아일랜드의 <고요안의 소요> 틀어드릴게요.

 

 

 

"그래서 결국 그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 만나셨다는 거잖아. 그치? 옹 디제이 얘기 좀 해봐."

 

"작가님 주책이야, 뭘 그런 걸 물어요. 비밀이에요."

 

"설마 그 노래 부른 가수는 아니겠지? 아님 작곡가? 작사가?"

 

"아니거든요! 작가님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거예요? 저 가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오랜만에 녹음이네. 여덟 시까지 올게요."

 

 

 

원고를 보여준 3일전부터 묘령의 주인공을 추궁하던 메인작가를 뒤로한 채 성우는 빠르게 방송국을 나왔다. 거짓말 한 번 했다고 금세 귓가가 붉어진 채였다. 눈치 빠른 김작가에게 이러다가 조만간 들키지. 성우는 기분 좋은 난감함에 양손으로 붉어진 귀를 감싸고 혼자 웃었다. 노래를 부른 가수가 여자라 다행이다. 아닌가, 남자였으면 오히려 오해를 덜었으려나. 아마도 내일이면 김작가와 비슷한 질문을 한 문자가 라디오 앞으로 쌓여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사람 만나셨나요?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 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요? 옹디제이님 지금 애인 있으신 거? 등등. 아무렴, 그래봤자 새벽 세시의 라디오는 그다지 파급력이 없었다. 성우는 그 사실에 기대어 자주 자신을 솔직히 고백했다. 애매하고 구미가 당기는 동시에 진실한 성우의 엔딩 원고를 청취자들은 좋아했다.

 

 

성우가 차안에 타자마자 그 묘령의 주인공에게 전화를 건다. 성우가 틀었던 노래가 그대로 나온다. 비죽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하여간에 이놈의 프로듀서는 자기 노래를 너무 좋아한다.

 

 

 

 

 

 

 

고요안의 소요 

김말복

 

 

 

 

 

 

 

"오늘 공연 없다고요?"

 

", 취소도 아니고 아예 안 잡혀있었어. 그 팀 건반이 요즘 워낙 바빠서."

 

"다니엘이요?"

 

"그래 다니엘. 공연 있는 날에는 제일 일찍 와서 악기 세팅하고 이것 저것 본다고 쏘다녔는데, 요즘엔 꼴찌로 와서 공연 전에 합주도 겨우 해보고 들어가더라."

 

"."

 

 

 

얘 대체 어딜 간 거야. 성우는 당황스러움에 절로 머리를 짚었다. 순간적으로 열이 올랐는지 이마가 뜨끈했다.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는 사장 k가 괜찮냐고 물어왔지만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헛걸음한 김에 맥주나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했으나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하 1층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온 성우는 뺨을 때리는 찬바람을 맞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얘 지금 나한테 거짓말 한 거야? 상황이 머리에 들어오자 성우는 화보다는 근심이 들었다. 거짓말 할 애가 아닌데, 무슨 일 난 건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받을 리가 없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공연일로 거짓말을 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휴대폰을 대기실에 두고 가는 게 다니엘의 원칙이었다.

 

 

3년간 이런 적이 처음이라 성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거짓말을 너무 못해서 그 흔한 반차 한 번을 제대로 못 쓰는 순둥이라고 사내에 소문이 난 성우보다도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다니엘이었다. 그런 애가 이렇게 간 큰 거짓말을. 성우는 기가 차기도, 걱정이 되기도 해서 차에 타지도 못한 채 추운 겨울 공기를 온몸으로 수 분 동안 맞을 따름이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제대로 얼굴을 본 기억이 드물었다. 주에 한 번은 주인 마중이랍시고 꼬박꼬박 오던 방송국도 요즘엔 발길이 뜸해졌다. 가끔 보는 얼굴은 언제나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점점 핼쑥해졌다. 보약이라도 지어주마 하면 극구 거절하던 어린 얼굴이 떠올라 성우는 갑자기 눈물이 툭 날 것 같았다.

 

 

어떻게 너는 이럴 때 떠올려도 이렇게 애틋하냐.

 

 

유난도 이런 유난이 없어서 성우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상황을 알게 되면 혼내줘야지. 성우는 새벽 세 시에 방송되는 라디오를 담당하면서도 녹음방송을 지양하는 편이였다. 더군다나 성격상 두어 시간정도 여유를 두고 준비를 하는 것을 선호했기에 늦은 시간에 스케줄이 비는 일이 드물었다. 저녁에 자주 공연을 하는 다니엘과 느긋하게 데이트를 하는 것은 서로의 일정 탓에 하늘의 별따기인 격이었다. 그리고 그 별을 딸 수 있는 오늘 같은 날 대체 뭐 한다고 거짓말까지 친 거야.

 

 

우리도 권태기 뭐 그런 건가. 제일 처음 들었어야 할 생각이 지금에서야 들자 성우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잠시 감상에 빠져있었던 성우가 정신을 차리고 눈에 달려있던 눈물을 손가락으로 톡톡 찍어낸다. 그러고 보면 공연 뒷풀이에 가서도 꼬박꼬박 제 라디오의 엔딩부분은 놓치지 않던 다니엘이 요즘엔 수시로 방송을 놓쳤다. 사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듣거나 듣지 않거나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900일 기념으로 공들여 썼던 엔딩 부분을 놓쳤을 때는 성우도 조금 서운했었다. 그게 불과 몇 주 전 일이었다.

 

 

 

"니엘아!"

 

"어엉 형아, 라디오 끝났노?"

 

", 너 어디야?"

 

"? . 내 집 앞이다. 잠깐 담배 태우러 나왔다."

 

"그래? 내 방송 들었어?"

 

"아아, 아 못 들었다. 미안타. 아까 형이랑 밥 묵고 바로 연습 갔는데 연습이 좀 안 풀려가 세 시 넘어 마치고 인제 들어왔다."

 

"뭐야, 내가 오늘은 꼭 들어달랬잖아. 집에 오면서라도 어플 켜서 듣지. 오늘 네 노래 얘기했단 말이야."

 

"맞다, 성우 니가 오늘 꼭 들어달라캤재. 미안타. 너무 피곤해가 완전 잊어뿌따. 다시 듣기 뜨면 내 바로 들어볼게. "

 

"치 됐어, 다니엘 너 요즘 좀 식었어어? ? 이제 형아 마중도 좀 뜸해져? 혼나?"

 

"아이, 아니다. 식긴 뭘 식노. 내 니 아니면 노래도 진작 때려 치았다."

 

 

 

드물게 밀려오는 서운함에 장난을 섞어 티를 냈지만, 마지막 문장에 느껴지는 진심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 수화기너머로도 느껴져 마음이 금세 물러졌다. 싸우기가 어려운 상대였다. 눈빛이나 목소리에서 언제나 여지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면 화 풀리는 거 알고 그르는 거지. 바보. 바보 똥강아지."

 

"에이, 미안해요. 형도 마이 피곤하제? 어여 들가 자라. "

 

"됐어어, 그만 미안해해. 나도 미안해. 너 바쁜 거 뻔히 알면서 투정 부렸네."

 

"내라도 서운하지, 형이 방송 들으라고 하는 날이 백날이 되는 것도 아인데. 내 꼭 들어볼게. "

 

"알겠어. 날 추운데 얼른 다시 집 들어가구. 나도 집 가서 바로 잘게. 내일 연락해."

 

"오야, 잘자요."

 

 

 

수화기로 입술을 쪽 맞추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전화가 끊어진다. 허탈한 마음에 성우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짓는다. 우리가 그래도 3년 가까이 만나기는 했구나. 매일 새롭다, 새롭다 해도 이렇게 둥글어지는 부분이 하나 둘 생길 때마다 새삼 세월을 느꼈다. 우리 똥강아지가 막 형 말도 까먹는 날이 다 오네. 성우는 서운하기보다는 웃겼고, 이런 것마저 오랜 시간 함께 한 흔적처럼 느껴져 그저 사랑스러웠다. 불현 듯 모든 게 새 것처럼 윤이 나고 날이 서있던 시절이 떠오른다. 시기도 딱 봄에서 여름 사이였는데. 마흔 정도는 먹었을 줄 알았던 고요안의 소요의 작곡/작사가가 사실은 풋내 나는 스물두 살이라는 것, 밴드에서 키보드와 프로듀싱을 맡고 있고 고요안의 소요는 밴드에 속한 여자보컬이 솔로로 부른 곡이라는 것. 부산 영도에서 만난 친구들이 만든 그룹이라 이름이 영 아일랜드라는 어처구니없는 것들까지 알아가던 시기. 기계에 익숙하지 못한 성우를 프로서치러로 키워준 단 몇 주. 따뜻했다가, 더웠다가. 반팔을 입다가도 긴팔을 입던. 한 시간 뒤 온도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그 계절.

 

 

 

*

 

 

 

저기이,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무심하게 지나치는 무리 중 한 사람을 골라 겨우 붙잡아 말을 건넸다. 더워지는 시기였지만 아직 밤 온도는 그리 높지 않은 5월이었다. 그럼에도 성우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연신 셔츠 목 부근을 펄럭였다. 제가, 너무 팬이라서요. 혹시 귀찮지 않으시면. 말갛고 통통한 얼굴이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자 성우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졌다. 바쁘세요? 그럼 실례했습니다아.

 

 

제 팬이시라꼬요?

 

 

맞다. 이 목소리, 이 어조. 성우는 잠시 위축됐던 것도 잊은 채 잔뜩 흥분해 빠르게 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팬이에요. 고요안의 소요. 제일 좋아해요. 휙 가버릴까 싶어 간절한 눈빛으로 팬심을 고백하자 딱딱한 복숭아 같던 얼굴이 본인 머리색처럼 핑크색으로 달아오르더니 푸핳! 한다. 어리둥절해 있는 성우를 조금 더 바라보고는 광대가 한껏 솟아오르도록 웃어준다. 귀여운 앞니가 톡 튀어나온다. , 1초만에 물렁복숭아 됐어. 대박. 완전 귀여워. 어떡해? 성우가 나노 단위로 핑크 건반 (성우 혼자 부르는 애칭이었다.)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동안 핑크 건반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두 사람을 구경하던 일행들을 먼저 가라며 쫓아낸다.

 

 

 

저 사인만 해주시면 되는데요. 얼른 받고 갈게요. 저 때문에 일행 분들 놓치시면 어떡해요.”

 

쟤네 맨날 보는데 뭘요. 내는 지금 그쪽이 더 중요하다.”

 

아아 네에. 감사합니다.”

 

진짜로 내 팬이에요?”

 

네네 진짜로요.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무슨 또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거짓말 하지 마요. 부끄럽구로. 진짜 대박 신기하다. 여자 팬들은 뭐 쪼매 봤는데요, 남자는 진짜 첨이에요.”

 

 

 

, 저도 잘 알아요. 방금 저도 그 공연장에서 나왔거든요. 성우가 말을 삼키고 한숨을 폭 쉰다. 서치해도 걸리는 게 음원뿐인 영 아일랜드의 공연 영상을 가뭄에 콩 나 듯이라도 유튜브에 올려주는 사람들은 죄다 여자였고, 그 영상 안에서 간간히 보이는 관객들도 오늘 공연장을 매운 사람들도 다 여자였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연령의. 나름 스포티하게 입는다고 입었지만 그래도 남색 린넨 셔츠에 검은색 슬랙스였다. 성우는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번뇌했다. , 지금이라도 나갈까. 말까. 근데 나 오늘 아니면 또 한참 생방 때문에 볼 기회 없는데. 머릿수 하나라도 더 채워주는 게 팬의 도리가 아닐까. 결국 창피함보다 보고 싶은 욕구가 이겼다. 그래, 이제 이런 것도 보고 즐겨야지. 군대 다녀와서 대학 졸업하고 1년은 죽도록 공부하고 시험 낙방했고 그래도 운 좋게 취준 2년차에 방송사에 입사하고 나니 어느덧 스물여덟이었고 거기서 2년 적응하다 보니 서른이었고. 생각만 해도 숨 차는 시간들. 아 세월아. 그러고 보니 쟤 스물둘이지 참. 손가락을 여덟 개나 접어야 하는 나이 차이에 성우는 쟤를 사귈 것도 아니면서 갑작스레 아득해졌다.

 

 

 

내 노래 어디서 젤 처음에 들은 거예요? 와 근데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 라디오에서 처음 노래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는 좋아가주구 검색 하다가.”

 

 

 

일관성 없이 이리저리 튀는 질문에 정신 차릴 새가 없다. 그 와중에 잘생겼다는 말에 얼굴이 달아올라 목소리가 또 기어들어간다. , 어떡해. 이렇게 말 많이 할 생각은 없었는데. 부끄러운지 성우의 얼굴이 자꾸만 숙여진다. 고개 좀 들어봐요. 내도 형 팬 될 것 같다. 아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성우가 민망해서 도리질을 치던 와중에 갑자기 정수리 쪽에서 아! 하는 외침과 함께 짝! 박수치는 소리가 들린다.

 

 

 

, 왜요? 왜 그러세요?”

 

.”

 

?”

 

나 이 목소리 알아요!!”

 

? 그게 무슨.”

 

새벽달!!”

 

?”

 

새벽달 진행하는 사람 아이에요?”

 

.”

 

, 맞죠? 대박. 헐이라카는 거 보니 맞네.”

 

어떻게 아셨어요?”

 

저 그거 가끔 들어요. 공연이나 합주 끝나고 집 갈 때 틀면 시간이 딱 맞대요. 목소리 좋아가지고. 어쩐지 나 부르는데 목소리가 너무 익숙하다 했다. 그럼 옹성운가 그 사람 맞지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아 또 눈 마주쳤어. 어떡해. 성우의 머릿속에는 어떡해만 수백 개 떠다니고 있었다. 내가 지금 핑크 건반을 보러왔는데, 쟤가 지금 내 라디오를 듣는다고 말한 거야? 그거 맞는 거지 지금? 성우는 기가 찰 노릇이라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명색이 방송사 아나운서이니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sns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유명한 방송프로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회사가 밀어주는 축에 들지 않는 아나운서는 평범한 회사원에 가까웠다. 그런데 다름 아닌 핑크 건반이 알아보다니. 그것도 목소리로. 씁쓸할 법도 한 일이었지만 성우는 더 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간 허공에 대고 라디오를 한 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성우가 용기내서 핑크 건반과 눈을 다시 마주친다. 여전히 빈틈없이 성우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이. 그렇게 자꾸 빤히 쳐다보시면.”

 

왜요? 부담스러워요?”

 

그렇다기보다는.”

 

그럼? 설레나?”

 

아웅, 그러니까.”

 

설렜으면 좋겠다, 내 지금 반했는데. 우짜지?”

 

?”

 

 

 

마법 같아요. 아이다. 마법이다. 맞죠? 어데서 갑자기 나타났어요? 요정이에요? 반했다는 말을 하며 딱복 표정을 짓던 핑크 건반은 멍하니 있는 성우를 보고는 금세 또 으하하항 하고 웃는다. 커다란 덩치를 구기고 양손을 입에 대고 호들갑이다. 어떻게 저렇게 금방 물렁복숭아 되는 거야. 대박 신기하네. 아 지금 이게 아닌데. 성우가 연속된 비현실적 사건들에 이성적인 사고를 놓아버린다. 쥐고 있던 사인펜이 떨어진다. 핑크 건반과 성우가 동시에 손을 뻗다가 손끝이 맞닿은 뒤 순식간에 이미 수십 번 마주친 눈이 또 한 번 마주친다. 이렇게 작은 면적이 닿아도 온도를 느낄 수 있구나. 뜨겁다. 성우가 그렇게 생각했고, 아마 핑크 건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너의 작은 손

 

그보다 더 작은 손가락

 

그보다 더 작은 손가락 끝이

 

내 손끝과 닿았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어

 

나에게 이른 여름이 찾아왔다는 걸

 

네가 나의 유일한 여름이라는 걸

 

 

 

몇 개월 뒤 영 아일랜드의 최고 히트곡이 된 <여름>의 가사만 봐도 그랬다.

 

 

 

*

 

 

 

그리고는 뭐, 아주 흔한 흐름이었다.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진 사람이 할 건 사랑이고 연애고 키스고 섹스였다. 성우는 날이 갈수록 상태가 호전됐다. 사람 온기가 이렇게 좋은 거구나. 성우는 피부로 느꼈다. 입사한 지 2년 가까이 성실히 근무했지만 제 기대나 능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던 차였다. 반년이나 진행해왔으면서도 온 마음을 쏟지 못했던 라디오에도 금세 정이 붙었고, 그에 따라 청취율이나 반응도 좋아져 기획회의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래서 맡게 된 게 엔딩 원고였다. 성우가 회의에 들고 온 노트를 우연히 훑어보던 프로듀서가 먼저 제안했는데, 작가도 기쁘게 동의했다. 어릴 적부터 라디오를 동경해온 성우가 마다할리 없는 일이었다. 말마따나 고요안의 소요였다. 겉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짧은 새에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났다.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교회에서 아무리 사랑, 사랑 얘기해도 와 닿지 않던 이야기가 다니엘로 인해 모두 납득되었다.

 

 

 

나 다니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닐까, 민현아. 이러다가 호구 잡힐까봐 무서워.”

 

 

절친한 동기 아나운서였던 민현에게 복에 겨운 투정을 부리면,

 

 

성우야, 아나운서가 호구가 뭐니. 그리고 걱정 마. 보니까 걔는 너랑 결혼도 하겠더라.”

 

 

민현은 표정도 안 바꾸고 반찬을 씹으며 수십 번 그렇게 대답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성우야 사랑이 좋은 거긴 한가봐. 죽상일 때랑 꼴 뵈기 싫은 거는 마찬가지이긴 한데, 그래도 지금이 훨씬 좋네. 건조하게 덧붙여지는 다정한 안도에 성우가 웃는다. 그러게 민현아, 사랑이 좋긴 좋더라.

 

 

 

*

 

 

 

성우는 추궁할 목적보다는 지나가는 새벽이 아까운 마음에 곧장 다니엘의 집으로 향했다. 둘 다 방송이나 공연에 들어가면 연락두절 상태로 서너 시간이 흐르는 것은 예사도 아니었기에 엇갈릴 바에는 연락해두고 집에 가 있자는 주의였다. 상대적으로 두 사람이 만나기에 편한 다니엘의 집에서 주로 만났다.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성우는 자연스럽게 라디오 채널을 맞췄다. 타이밍 좋게 영 아일랜드의 <여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뻔하지 뭐, 너무 추우니까 여름 생각나는 노래 틀어달라고 했나보네. 성우가 눈에 훤히 보이는 라디오 진행사항을 그린다. 예전 같으면 다니엘 니 노래 나온다고 반갑다며 손뼉이라도 마주쳤겠지만, 요즘 들어서는 라디오에서 영 아일랜드의 노래가 적지 않게 선곡됐다. 유명 밴드들처럼 방송 미디어를 자주 타지는 않았으나 예능의 bgm이나 라디오를 통해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노래 취향에 자부심 좀 느끼는 사람이라면 요즘 인디신 대세는 영 아일랜드지, 말하는 그 정도였다.

 

 

그렇게 된 데에는 다니엘을 포함한 영 아일랜드의 능력과 센스 그리고 비주얼도 당연히 한몫했지만 성우의 공적도 컸다. 틈만 나면 영 아일랜드의 노래를 선곡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과 앞 뒤 순서로 부스를 사용하는 타 방송 관계자들에게도 꾸준히 홍보했다. , 형 이래가 인맥, 인맥 하는갑다. 그제. 대단한 인기는 아니어도 어린 나이에 정신 못 차리고 붕 뜰만큼은 되었음에도 다니엘은 딱 거기까지만 기뻐했다. 친구들이 좋아하더라, 울 엄니도 좋아하더라. 형아 니가 좋아하는 게 제일 좋다. 내 이제 형아 맛있는 거 좀 더 사줄 수 있겠다. 어쩌고, 저쩌고. 말랑한 젤리를 씹으며 무심하게 말하던 터라 그게 그 애의 진심의 전부라고 믿을 뻔 한 적도 있지만, 그래서 참 항상 속도 없고 순진한 애라고도 착각했지만 그건 자신에 대한 채찍질에 더 가까웠다. 다니엘은 나오는 음반의 반응이 전보다 좋을 때, 이따금씩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노래 영상이 인기를 탈 때 더욱 작업에 매진했다.

 

 

 

갑자기 내한테 실망하거나 내가 실수해서 다 돌아서면 우짜지요. 사실은 쟤네 별 거 아니더라 하는 날 올까봐 내는 사실 마냥 안 기쁘다. 그래서 내 스스로 내가 별 거라고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볼라고.”

 

 

 

몇 주 동안 작업실에 쳐 박혀 있는 애를 꺼내다가 술집에 앉혔던 날, 드물게 내비친 속내가 너무 진짜라서, 성우는 한동안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다. 흔치않게 목 부근까지 취기가 올라 붉어진 다니엘을 가만히 보고 있자 다니엘이 진득한 눈으로 마주 앉은 성우를 쳐다보다가,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가만히 있어도 형은 나한테 위로다. 그니까 사고 친 강아지처럼 낑낑대지 말래이. 형은 내한테 하나뿐인 위로고, 여름이고, 사랑이고, 애인이고, 짝꿍이고, 그리고. 몸을 구겨 성우에게 기댄 다니엘이 더운 숨을 성우의 어깨에 뱉어내며 중얼거린다. 뮤즈예요. 이젠 형 없으면 노래도 안 나온다. 클났다.

 

 

 

*

 

 

 

 

위로, 여름, 사랑, 애인, 짝꿍. 차례대로 입 안에서 굴리다보니 어느덧 다니엘의 집 앞이었다. 저 멀리서 이어폰을 낀 다니엘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노곤한 기색이 완연할 뿐 아니라 이렇게 추운 겨울에 두꺼운 후드 집업 하나만 걸친 채였다. 성우는 진정됐던 감정이 다시 올라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쟤는 대체 저러고 어디를 갔다 왔길래. 성우가 뜨거워진 눈두덩을 손바닥 끝으로 꾹꾹 누르고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나간다. 다가오는 인영에 고개를 숙이고 걷던 다니엘이 고개를 든다. 작은 눈이 두 세배는 커진다.

 

 

 

 

너는, 여기가 공연장이야?”

 

.”

 

? 나한테 1인 공연이라도 해주려구? 그런 거야?”

 

아니 형. 그게 아이고.”

 

 

 

다니엘이 너무 놀랐는지 눈썹께를 습관적으로 벅벅 문지른다.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성우는 어쩐지 직접 얼굴을 보니 마음이 순식간에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들어봐야 하겠지만. 그러나 다니엘은 아니었던지, 계속 불편한 얼굴이었다. 얘 진짜 무슨 일 있구나.

 

 

 

너 진짜 말도 안 들으면서 막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닐 거야? 속상하게?”

 

형 근데, .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 진짜 일단 바람피우거나 뭐 허튼 짓 하거나 그런 건 진짜 절대로 아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내가 잘못 안 했다는 건 아인데 진짜 그런 건 아니다. 그러니까, ”

 

알어. 안다고. 일단 들어가. 너 추워.”

 

 

 

성우가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짓자 다니엘이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성우가 다니엘의 찬 손을 잡는다. 너 자꾸 죄목 추가할래? 성우가 덤덤하게 말을 꺼내니 그때서야 움직여 빌라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에는 이제는 거의 제 고양이 같은 고양이 두 마리, 키보드, 여러 노트들, 그리고 옹성우, 옹성우, 옹성우. 딴 짓하는 사람이라고 의심하기엔 정말로 결백하고 한결 같은 집이었다. 다니엘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테이블로 성우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내온다. 아이고, 니 오는 줄 알았음 집 데아놓고 나갔지. 춥지요? 본능적으로 나오는 따뜻한 말들에 성우는 금방 물러질 뻔 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머그잔을 옆으로 밀어 놓는다.

 

 

 

, 구구절절 얘기하는 거 우리 스타일 아닌 거 알지?”

 

 

지 아쉬울 때만 존대해라 엉? 참내. 작사가 선생님 어디 한 번 니 노래처럼 시원하게 말씀 좀 해보셔요.”

 

그러니까요.”

 

네에, 계속하세요.”

 

다니엘의 두툼한 눈두덩이 움찔대더니, 한숨을 쉰다.

 

내 형한테 너무 의존하는 거 같아서, 정신 좀 차려볼라꼬 그랬다.”

 

?”

 

내는 노래도 형 없으면 이제 못 만들 것 같고, 열심히 만들어서 노래 내도 형 버는 거에 비하면 한참 모자르고. 바짝 잘 벌어도 휴식기엔 주머니 텅텅 빈다. 근데 형은. 형은 어느 날이든 새벽 세 시면 목소리가 나오고, 아침마다 출근하고. 곧 방송 프로도 맡는다고 좋아했다 아이가. 그거 억수로 힘들텐데. 조끄만한 몸으로 번 월급 내한테 얼굴 구기는 법 없이 쓰지요. 모르긴 몰라도 그러면서 저축도 할텐데. 내는 하루 벌어 하루 쓰고, 좀 많이 벌면 좀 좋은 거 사주고, 못 벌면 못 사준다. 형이 사주는 예쁜 꼬까옷 입고 돈 벌면서, 형한테 맘껏 못 해준단 말이야. 내는.”

 

 

그래서 입시 강사도 해보고, 야간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뭐도 해보는데. 그러다가도 형 보고 나면 기운이 쭉 빠져가. 그래서 당분간 좀 덜 보면서 생각 정리하고 싶었다. 형은 너무 어른이고, 내는 아직 졸업도 못했고. 형 옆에는 황민현 같은 애들이 한 트럭. 금마는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서 성우 니한테 사주고 싶은 거 다 사줄 거 아니야. , 진짜 싫다. 우야노. 결혼하고 싶은데, 외국에서 결혼하고 음악도 할라면 내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내 진짜 잘 돼야 할 긴데.”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니엘이 다시 성우의 눈치를 본다. 주절주절 하지 말랬는데, 미안요. 다니엘이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여전히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다. 이놈의 강아지는 성격이 왜 이렇게 더러워. 성우가 다니엘이 한 말을 곱씹다가, 뜬금없이 등장한 민현의 이름에 민현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떠오른다. 걔는 너랑 결혼도 하겠더라. 민현은 그래서 다니엘이 없을 때는 다니엘을 꼬마신랑이라 불렀다. 하지 말라고 말려도 그랬다. , 걔는 진짜 조만간 미국 가서 도장 찍을 애라니까.

 

 

 

그럼 나랑 결혼할 자금 모으느라 바쁘다고 말하지 그랬냐?”

 

에이 형, 농담하지 마라. 내 그럴 기분 아이다.”

 

나도 아니야 임마.”

 

.”

 

니엘아.”

 

.”

 

너는 내가 너를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불안하니?”

 

그래서 더 불안한기다. 니랑 내 사이에 흠집은 내만 내는 것 같단 말이야.”

 

아이고. 너 내가 저번에 말한 그 라디오 아직도 안 들었지?”

 

, 또 미안요.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가 소홀했다. 인정.”

 

두 번 말하게 하지 꼭? ”

 

뭔 말이고? 거기서 내한테 뭔 말 했나?”

 

니엘아.”

 

 

 

성우가 진지한 얼굴로 다니엘의 손을 붙잡는다. 다니엘이 일순간 달라진 공기에 긴장한다. 힘풀어 임마, 안 잡아먹어. 성우가 귀엽다는 듯 다니엘을 쓰다듬는다. 우리 아기,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아기네. 달래듯 말하자 다니엘의 입이 2cm는 나온다. 그래 부르지 마요, 내 스물다섯이다. 스물다섯? 와 완전 아기네. 야 너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서른이었는데, 와씨. 나 진짜 도둑놈이다. 그걸 이제 알았으요? 다니엘이 불퉁하게 대꾸하자 성우가 진짜 못 이기겠다는 표정으로 다니엘을 쳐다본다. 나 도둑놈인 거 알면서 뭘 불안해했대. 도둑질한 죗값 아직 반의 반의반도 못 갚았는데. 니엘아. 성우가 장난을 치더니 다니엘을 가득 껴안고 팔뚝을 토닥토닥, 다독인다. 그러더니 마치 자장가처럼.

 

 

 

고요안의 소요. 고요안의 소요. 고요의 세계 속에 추락한 나. 나에게 내려온 단 하나의 소란. 나는 매일 네가 오길 기다려. 나를 조여 오는 침묵의 끈을 풀어줘. 너는 고요안의 소요. 고요안의 소요. 나에게 내려온 단 하나의 소란.”

 

창피하게 남의 노래는 왜 읊는데.”

 

삶이 재미가 없어서 정말 내일 당장 눈 뜨기도 싫었어. 네 말마따나 여유껏 돈 쓰고도 충분히 저축할 만큼 벌고, 네가 첫 눈에 반할만큼 잘생겼고, 키도 크고, 뭐든 평범한 사람들 이상으로 다 가졌었어. 그런데도 너무 재미가 없더라. 그냥 이렇게 이불에 파묻혀서 내일 눈 안 뜨면 좋겠다. 제발, 제발. 매일 빌었다고. 남들은 모르지만 실수 투성이였던 라디오 진행, 지옥 같은 아침 출근, 여자 만나서 장가나 들라는 엄마 잔소리, 잠만 자다가 끝나버리는 쉬는 날. 내 세계는 너무 조용해서, 매일 똑같아서, 너무 지루해서. 그런데 그때 갑자기 네가 어디서 뿅 나타났어.”

 

.”

 

인생고초는 혼자 다 겪어본 것 같은 가사에, 덤덤하고 시크한 선율에.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 와 너무 온 맘 다해 사랑하고 싶다. 왜 그런 거 있잖아. 팬들 마음. 사귀는 그런 거 다 빼도 정말 내 마음 다 주고 응원하고 싶은 그런 거. 아니 그런데 실제로 보니 얼굴도 몸도 다 착하네? 대박이네? 날 좋아하네? 그래서 난 사귀기까지 해버렸네? 흐흐.”

 

뭐고. 진짜 부끄럽게. 심통 난 마음이 풀렸는지 다니엘의 말꼬리가 늘어진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니엘아.

 

내가 일어나지 못할 만큼 깊이 잠들 뻔 했을 때 네가 날 깨웠다고. 어쩔 뻔 했니, 이렇게 재밌는 거 못 해보고 영원히 자버렸으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너한테 평생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어. 그래서 난 여전히 네가 너무 좋고, 넌 여전히 너무 예쁘고. 너를 만나게 해준 노래들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할 일 다 하는 거야. 니엘아, 형 돈 많다? 형만 믿어. 니엘이는 노래만 해.”

 

, 연상 애인 완전 멋지다. 도둑놈 아닌 것 같다. 그치 니엘아.

 

성우가 장난스레 웃자, 가만히 성우를 보던 다니엘이 고개를 꺾어 그대로 입을 맞춰온다. 내 진짜 노래만 해요? 입술만 살짝 떼고는 낮은 음색으로 간결하게 묻는다.

 

니엘아, 노래하는데 형 얼굴가지고 충분했어? 아닐텐데.”

 

성우가 여유롭게 받아치며 다니엘의 아랫입술을 깨문다. 이게 다 너 노래 잘 되라고 해주는 거야. 형이 어? 까짓것 마음도 주고 몸도 준다. 일루와 봐. 성우가 다니엘을 침대로 이끈다. 한동안 고요했던 다니엘의 집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