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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사랑하는 도련님

w. 우주

 

 

 

 

 

 

도련님에 대하여

 

도련님은 참 불쌍한 사람이다. 그건 내가 팔려올 때부터 그런 일이었다. 집안의 모든 높은 사람들은 도련님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어떻게 저렇게 약하게 태어났을까, 사랑도 못 받고 참, 저렇게 말라 비틀어져서는 원, 평생 말 위에나 오를 수 있을는지. 모두 도련님을 걱정하는 듯한 말들이었다. 이 집의 도련님임에도 하인들 또한 도련님에게 그런 말을 했다. 걱정은 분명 어느 정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지만, 도련님에게 하는 걱정은 모두 도련님을 아래로 두고 한 말들이었다.

 

도련님은 언제나 흰 색깔의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평생 누워 보지도 못할 침대 위에서 거의 한 평생을 누워 지낼 도련님이, 나는 조금 불쌍했다. 어쩌면 나 또한 도련님을 아래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도련님은 분명 우리의 위에 있지만, 우리의 아래에 있었다. 우리를 부리는 사람이면서 부리지 못했고, 부린다 하여도 약을 먹기 전, 밥 메뉴를 이것으로 해 달라 요청하거나 오늘은 밖을 보고 싶으니 창문을 열어주라고 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런 도련님의 말을 들으며 언제나 주방장에게

 

 

오늘은 파스타를 드시고 싶으시대요!”

 

 

라고 전하고

 

 

또 그걸 드신다니? 그러다 주방의 면이 다 떨어지겠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가끔, 도련님은 나에게 나는 너의 위에 있는 사람이야.’라며 일깨워 주기도 했다. 정말 도련님은 나의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도련님은 위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것이 도련님이 나에게 일깨워 주는 방법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었다. 팔려온 하인의 신분으로 나는 난생처음 토마토 파스타라는 것을 입에 대어 보았다. 그날은 입안에 토마토 향이 감돌면서 이렇게 맛있는 것이 어떻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나는 잠을 새며 되새겼었다. 그다음 날, 나는 크림 파스타를 먹었고 그날도 밤을 새웠다. 도련님은 이렇게 나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친절한 도련님과 도련님 전담 하인인 나는 금방 친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도련님에게 잔소리할 수 있는 정도까지의 사이가 된 것이다. 도련님은 그런 내가 편했는지, 가만히 누워서 내가 하는 잔소리에 하나하나 따박따박 대들기도 했다. 그 표정이 꽤 즐거워 보여서 나는 이따금씩 일부러 도련님에게 잔소리하기도 했다.

 

도련님은 이 저택의 주인님께서 돌아가셔도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할 사람이었다. 도련님 말고도 이 저택에는 도련님의 동생이 있었으며 아직 젊디젊은 도련님의 새엄마가 계셨다. 그러니까, 도련님은 한없이 불쌍한 사람이었다. 돈도, 건강도,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도련님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그런 도련님을 조금은 기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더 열심히 입을 놀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도련님은 내 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도련님이 조금 행복해진 것이다. 도련님의 가족들 모두. 그러니까 주인님과 사모님, 그리고 작은 도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도련님은 이제 이 저택의 주인이 되셨고, 나 따위는 감히 잔소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셨다.

 

저택의 명패는 이제 바뀌었다. 주인님의 성함 석자에서 도련님의 이름 석 자, 옹성우로.

 

 

 

 

 

2. 도련님에 대하여 2

 

도련님은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도련님은 병을 앓으면서 주변인들에게 걱정 섞인 충고를 하도 많이 받아, 그 때문에 사랑이 많이 필요한 상태였다. 도련님은 아직 몸이 좋지 않으셨지만, 10대를 넘기고 20대가 되자 침대에서 일어나 가벼운 움직임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 정도 돌아다니며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니 도련님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파티를 열었고 사람들에 싸여 사랑을 받으려 애썼다.

 

그건 도련님의 버릇이었다. 버릇 이란 건 이런 멍청한 나도 어떤 때에 쓰는 말인지 안다. 왜냐하면, 도련님이 나에게 가끔 하나씩 알려줬던 단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도련님은 10,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도련님이 13살 그쯤부터 내가 12살이었던 그쯤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많이 애썼다. 주인님에게 책을 읽어 달라 졸랐고 일부러 주인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아픈 척을 했고 음식을 일부러 남기기도 했다. 그건 다 관심을 받기 위한 일들이었다. 주인님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도련님은 병이 다 나았음에도 이 버릇을 고치지 않았다. 방법만 약간 바뀌었을 뿐.

 

도련님은 사람들에게 살살 웃음 지으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 잘난 얼굴을 배시시 풀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듣기 좋은 말들을 했다. 나는 그런 도련님의 수법에 경악하며 도련님에게 짐짓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도련님은 와 그래요?”

 

내가 뭘?”

 

내 앞에서 하는 거랑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거랑 완전 틀려버리잖아요.”

 

네가 다른 사람들이랑 같니, 다니엘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 나는 이해하곤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유일하게 도련님에게 잔소리할 수 있는 도련님의 직속 하인이었으니 다른 사람들과 내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도련님은 정말로 애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배시시 웃는 일도 적었고, 듣기 좋은 말은커녕 제멋대로인 말만 골라 했다. 이를테면 뜨거운 커피를 한 입 마시고 뜨거워. 못 먹겠어. . 라는 등의 말들.

 

도련님의 이 이상한 버릇은 여전히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선행하고 있었다.

 

 

 

 

 

3. 도련님의 못된 짓에 대하여

 

도련님의 버릇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 그럼 나의 버릇은 뭘까. 나는 문득 이것이 궁금했다. 모르는 건 일단 질문하라고 귀에 닳도록 들어온 나는 망설임 없이 도련님에게 이걸 물었었다. 도련님은 나의 말을 듣고 묻고 따질 것도 없는 말투로 단호하게

 

 

손톱 물어뜯기.”

 

 

라고 말했다. 나는 도련님의 말을 듣고 내 손을 보았다. 잔뜩 짧은 손톱을 보며 언제 이렇게 짧아졌지 생각했다. 도련님의 손가락은 길고, 그러니까 손톱이 길었다. 책을 넘기면서 보이는 손가락들만 보니까 나는 내 손도 그런 줄 알았나보다, 나도 모르는 새에 짧아진 손톱에 나는 놀랐다.

 

 

나 와 이리 짧아요?”

 

네가 다 물어뜯었잖아.”

 

언제요?”

 

 

도련님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그 눈이 나에게 너는 정말 바보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의기소침해졌다. 도련님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손짓했다.

 

 

너는 시도 때도 없이 물어뜯어.”

 

“... 내는 몰랐죠.”

 

그럼 이렇게 하자. 다음에 또 네가 물어뜯으면 내가 말려줄게.”

 

진짜요?”
 

.”

 

 

나는 의기소침해 진지가 언제인지 말도 못 할 정도로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활짝 웃었다. 도련님도 나를 따라 살짝 웃었다.

 

 

그런데 도련님. 도련님은 내가 손톱 뜯는 거 싫어요?”

 

. 싫어. 그러니까 말리는 거야.”

 

 

도련님은 단호하게 말하고 다시 책을 읽었다. 그 책은 두껍고 글자가 빼곡해서 눈이 다 아플 것 같았다. 나보다 눈도 안 좋을 텐데 주인님은 잘도 그런 책들을 봤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련님의 옆에 앉았다. 나를 위한 간이 의자였다. 하인에게 하는 대우치고는 꽤나 좋은 편이었다. 평생 동안 도련님 하나밖에 돌보지 못한 나조차도 알 정도였다. 역시 나는 도련님에게 특별한 하인이었다. 문에서 소리가 났다. 벌써 시간이 6시였다.

 

 

도련님, 저녁 시간이다.”

 

알았어. 재촉하지 마.”

 

 

도련님이 느릿느릿 의자에 일어나 침대로 가 앉았다. 그걸 확인한 내가 방문을 여니 집사장 아저씨가 걸어들어와 여러 하녀 누나들과 함께 음식을 날랐다. 오늘의 저녁은 스테이크였다.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저 음식도 맛본 적이 있는 음식이었다.

 

 

고마워요.”

 

 

도련님이 웃음 지었다. 저 웃음은 나한테 짓는 웃음과 달랐다. 저건 도련님의 버릇이었다. 방 안에 가득 찼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고, 도련님이 나를 불렀다. 침대 옆, 의자에 내가 앉으니 도련님은 그제야 스테이크를 썰었다. 고기 냄새가 코를 괴롭혔다.

 

 

다니엘.”

 

 

눈앞엔 스테이크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도련님이 다가오더니 도련님이 가득 들어왔다.

 

 

이것 봐, 물어뜯잖아.”

 

 

도련님이 내 손을 잡아 내렸다. 순간, 도련님의 검은색 눈동자 안에 내가 가득 찼다. 도련님의 눈동자는 어떠한 것보다 까매서, 나는 그 눈동자를 좋아했다. 내 갈색보다 어두운 검정이, 나는 도련님과 어울려서 좋아했다. 도련님은, 내가 좋아하는 눈동자 가득 나를 담았다. 나는 순간, 도련님의 눈동자 속 가득 찬 나처럼 나의 마음속에 도련님이 가득 찬 것을 느꼈다.

 

아쉽게도 이건 도련님의 버릇 탓이 아니었다. 내 버릇 탓이었다.

 

 

 

 

 

4. 도련님의 나쁜 짓에 대하여

 

도련님이 내 꿈에 나왔다. 도련님이 한 일은 별거 없는데, 나는 한동안 도련님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도련님이 꿈속에서 나에게 한 것은 그저 단순한 연애놀음이었고 그것은 도련님이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하는 보통의 일들이었다.

 

그저 단순히 웃음 짓고 약한 척을 하고, 가끔 유머가 있으며 눈치를 봐 가며 사랑을 받으려 노력하는 일들이었다. 꿈속 도련님은 나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뜨고, 나는 더 이상 도련님만의 특별한 하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나는 도련님만의 특별한 하인이 아니었다. 나는 도련님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도련님의 버릇 같은 사랑 구걸 짓에 걸려든 하나의 보통의 인간일 뿐이었다.

 

 

 

 

 

5. 도련님의 사랑에 대하여

 

도련님을 사랑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이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당연히 없었다. 도련님은 이 저택을 주인이시고 내가 알기론 이 사회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라던데, 나는 이 사회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돈이 없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이 판치는 이 사회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은 무엇이냐. 나는 나의 사유재산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나의 부모님은 나를 주인님에게 팔아넘겼고, 주인님은 나를 도련님에게 주었다. 나는 도련님의 생일선물이었다.

 

생일선물에 돈은 필요 없었다. 생일선물 따위에게 돈은 과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재산도 없고 집도 없고 나의 옷도 음식도 아무것도 없었다. 도련님이 죽으면 나도 죽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도련님에게 나의 사랑을 강요하지 않았다. 강요뿐 만이 아니라, 아예 알리는 것 자체를 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참는 것쯤은 하인에겐 꼭 필요한 것이었다.

 

 

다니엘.”

 

?”

 

 

나는 이렇게 도련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성도 붙이지 않고, 사람들이 부르는 니엘아-라는 애칭도 아닌 정확하게 다니엘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도련님의 목소리는 그 전에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도련님을 사랑하게 되고 나선 도련님의 그 무엇도 좋아져 이젠 천상의 목소리가 도련님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달콤한 목소리에도 전혀 떨거나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도련님을 대하고 있었다. 겉으로만. 사실 안으로는 도련님에게 수 없이 사랑을 외치고 있었다.

 

도련님이 입을 열었다.

 

 

나 이제 선을 봐야 할 것 같아.”

 

?”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할 수 있었는데, 삑사리가 났다. 도련님은 내 목소리에 놀라더니 깔깔 웃어댔다. 그게 그렇게 놀라워? 놀라워요. 정말 놀라워요. 도련님의 웃는 목소리도 웃는 표정도 다들 하나같이 전과 다르게 좋았다.

 

나는 그 웃음에 전에 도련님이 던졌던 폭탄들이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하하... 아마 한 1달 후에 나가야 해.”

 

와요?”

 

뭐야, 모르는 척하기야? 선봐야 한다니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도련님은 마음껏 웃었다며 눈가를 훔쳤다. 눈물도 안 났으면서 눈물이 난 척을 했다. 도련님은 숨을 한번 몰아쉬고 나에게 말했다.

 

 

집안 어르신들이 말이야. 이제 대를 이어야 하지 않겠냐 하더라고.”

 

 

그건 다 당신의 재산을 노리고 한 말이에요. 나는 그렇게 쏘아주고 싶었다. 당신은 돈이 많잖아요. 이제 보호만 받는 도련님이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도련님으로 바뀐 거라고요. 도련님은 내가 그렇게 말하고 싶다는 걸 이미 아는 듯,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정말 최악인 하인이었다. 도련님의 씁쓸한 미소가, 도련님도 이 선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 같아서 내심 안심했다. 도련님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 선이어서 다행이었다.

 

이 세상에 이렇게 이기적인 하인이 있을까. 나는 도련님이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사랑을 하고 있으면서. 그래도 어찌 보면 참 친절한 하인이다.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행복한 사랑을 하라는 건 아니고.

 

 

 

 

 

 

6. 도련님의 첫사랑에 대하여

 

도련님이 선을 봤다. 아침부터 한숨을 푹푹 쉬면서 옷을 입었다. 도련님은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언제나 단정했다. 몸에 맞는 옷을 입었고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뭔들 도련님에게 어울리지 않겠느냐만은, 그랬다. 도련님은 정말 자신의 버릇대로 살았다.

 

사랑받기 위해서. 굳이 그 사람에게까지 사랑받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는데,

 

옷을 빼입고 머리를 예쁘게 올린 도련님. 도련님은 그렇게 집을 나섰다. 나는 그런 도련님의 뒷모습을 보며 당장이라도 도련님의 뒤를 따라나서서 도련님의 옆자리에 앉아 도련님이 주문해 준 주스를 머금고 선 상대를 봐 준다는 목적으로 신랄하게 까는 상상을 했다. 그건 정말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이 집 밖을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7. 도련님의 첫사랑에 대하여 2

 

도련님은 오후,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하인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빨리 들어오시냐고 물었다. 정말이었다. 보통 선을 보면 저녁까지 먹는 경우가 많고 마음이 맞으면 밤까지 샌다던데, 도련님은 6시에 딱 맞추어 들어왔다.

 

 

어두워졌잖아.”

 

 

도련님의 말에 집사장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셨다.

 

 

대체 언제 장가를 들 생각이세요..”

 

내가 나이가 몇인데, 나도 다 생각이 있다니까...”

 

“25이 되도록 연애라곤 해 본 적도 없으시잖습니까.”

 

 

겉옷을 챙기며 아저씨는 안타깝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그 뒤에서 눈치 없게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고 있었다. 겨우겨우 내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뒤룰 돌았다.

 

 

도련님이 너무하셨지. 그렇지, 다니엘?”

 

, ....... 아니....”

 

 

거 봐. 도련님의 표정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 도련님을 보던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옷을 정리할 뿐이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도련님이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련님이 이렇게 말을 했다.

 

 

, 그런데 안 만난다는 건 아니야. 오늘은 빨리 들어가지만 내일은 그분이 집에 오시기로 했거든.”

 

“...?”

 

뭐라꼬?”

 

 

반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당황을 해서. 그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었다. 왜냐면 이건 정말 놀랄만한 상황이었으니까. 도련님이 던진 폭탄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었다. 도련님은 놀란 아저씨와 나를 두고 먼저 계단을 올랐다. 뭘 그렇게 놀래? 그렇게 말하는 도련님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아파서, 몸이 건강하지 않아서. 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도련님이 보통 사람들과 같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였다. 도련님은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기에는 지쳤던 것이다.

 

도련님. 옹성우. 왜 나는 몰랐을까. 옹성우는 사랑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도련님은. 옹성우는. 오늘, 사랑을 받으려고 나간 건데.

 

 

 

 

8. 도련님의 첫사랑에 대하여 3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집안의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대문이 열리고 여자가 또각또각 걸어 들어오는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의 상태를 체크해줬고, 집안 먼지 하나라도 닦으려고 난리였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정말 어여쁜 아가씨였다.

 

도련님이 계단에서 내려와 아가씨를 반겼다.

 

 

빨리 오셨네요.”

 

 

도련님은 이번에도 버릇처럼 사랑받으려는 행동을 했다. 정말 예쁜 웃음이었다.

 

 

찾기 힘들지는 않았어요?”
 

아니요. 워낙 설명을 잘 해 주셔서... 그리고 저택이 워낙 큰가요.”

 

 

아가씨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고, 향수 냄새가 났다. 머리카락은 찰랑거렸고, 치마 레이스가 하늘거렸다.

 

나는 그런 아가씨가 싫었다.

 

 

차라도 한잔할까요?”

 

 

도련님은 그렇게 제안하고 아가씨를 데리고 따뜻한 난로 옆의 의자에 가 앉았다. 어제 눈이 와, 눈이 소복이 쌓였다. 도련님은 밖의 눈이 보이는 곳에서 따뜻한 홍차를 마시는 것을 즐겼다. 그게 분위기가 있다나 뭐라나. 그럴 때마다 도련님은 감기에 걸린다는 사람들의 잔소리를 들었다. 대부분 내가 한 말들이다.

 

그런데 도련님이 난로 옆에 앉았다. 난로와 더 가까운 곳엔 아가씨를 앉혔다.

 

도련님은 꽤나 들떠있었다. 도련님이 짓는 웃음과 아가씨가 짓는 미소가 참 기뻐 보였다. 나는 그걸 보면서 같이 미소를 지을 순 없고 웃음을 만들어서 지었다. 도련님이 읽던 소설책에서 더듬더듬 읽었던 문장이 있다. ‘미소가 쓰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 줄 몰랐다. 아니, 어떻게 미소가 쓸 수 있어? 미소에 맛이 있어? 나는 아직도 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분명 안 좋은 의미였던 것 같은데. 만약, 지금 내 웃음을 소설로 표현한다면 쓰다고 표현이 가능할까?

 

 

다니엘. 뭐해, 앉아야지.”

 

 

도련님은 그렇게 웃음 짓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건 아가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가씨에겐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행운이었다. 나는 눈치 없는 사람인 척, 털썩 도련님 옆 의자에 앉았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아가씨의 얼굴이 약간 굳어져 있었다. 미소는 미소인데 조금 딱딱한 미소였다. 에휴, 무서워. 저 미소로 먼저 감점이었다. 나중에 도련님에게 말해줘야지.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이 친구는 다니엘이에요.”

 

.. 그렇군요..”

 

제 하나뿐인 친구랍니다. 제가 많이 의지하는 친구예요. 서윤 씨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아가씨가 미소 지었다. 그걸 보는 도련님의 뺨이 붉었다. 나는 그래서 알았다. 아니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도련님은, 사랑을 하고 있다.

 

 

 

 

9. 도련님의 멍청함에 대하여

 

나는 정말 예의도 없는 하인이었다. 도련님의 말이 끝나고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건 충동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한 일이었다. 도련님도 아가씨도 당황한 사이에 나도 적지 않게 당황하여

 

 

, 점심때가 되어서요!”

 

 

나는 그 즉시 뛰쳐 나갔다. 도련님, 도련님. 나는 도련님을 생각했다. 사랑을 받길 원하는 도련님, 나에겐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 도련님.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도련님.

 

도련님이 나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이미, 도련님에게 충분한 양의 사랑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똑같았다. 그러나 나는 도련님의 생각만큼, 우정이라는 이름의 사랑을 준 적은 없다. 내가 과거, 주었던 건 사랑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을 뿐, 그건 우정도 아니었다.

 

도련님은 사람을 잘못 알고 있었다. 사람을 잘 모르는 도련님. 그래서 짜증이 났다. 내 사랑을 받지 못할 거라면 착각이라도 하지 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도련님은 참 멍청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예의도 없고, 주제도 모르고 성격도 나쁜 하인을 자기 직속 하인으로 두면서 하인을 친구로 삼다니. 이렇게 멍청한 도련님이 어디 있나.

 

나는 식당으로 가면서 엉엉 울었다. 정말 엉엉 울었다.

 

엉엉 우는 나를 보고 주방장 아저씨가 놀라 달려왔다.

 

나는 엉엉 울면서 점심은 토마토 파스타로 해 달라고 말했다. 도련님이 좋아하는 파스타로. 나는 이 와중에도 도련님을 생각했다.

 

도련님을 생각하는 내가 싫었다. 그래도 나는 도련님을 생각했다. 도련님 생각밖에 안 났다. 옹성우, 도련님, 옹성우, 도련님. 부르면 안 되는 이름과 지겹도록 부르는 이름을 번갈아 돼 뇌였다.

 

나는 무엇하러 옹성우를 사랑한 걸까. 왜 옹성우는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았을까. 저택 안 가득히 토마토소스 냄새가 퍼졌다. 나는 이걸 처음 먹었던 날, 이루지 못했던 잠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잘 잘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하게 토마토소스의 냄새만 맡아도 오늘 밤, 잠을 잘 자지 못할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옹성우였다. 옹성우가 가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