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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월간 9월호부터 이어지는 시리즈 작품입니다.

 

 

 

 

 

 

 

이게 누구야. 강작가님이 웬일이래?”

오늘 민현이형이랑 저녁도 먹을 겸 왔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년회를 안 오셨으니 이렇게 해가 바뀌고 만나지.”

죄송해요, 바빴어요.”

, 인사해. 우리 새로운 작가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강다니엘입니다.”

 

자신을 향해 떠들썩하게 인사하는 편집장의 옆으로 낯선 누군가가 다가와 섰다. 다니엘은 낯선 누군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고, 상대방 역시 자신의 오른손을 뻗어 다니엘의 손을 잡았다. 낯선 누군가는 다니엘의 손등을 빤히 바라봤고, 다니엘 역시 낯선 누군가의 손가락과 손등을 바라봤다. 동백이 새겨진 다니엘의 손등과, 골격이 새겨진 낯선 누군가의 손등. 두 사람은 허공에서 서로의 시선을 마주한 채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타투가 멋있네요. 먼저 칭찬을 건넨 다니엘의 목소리에 낯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작가님 타투도 멋있네요. 맞잡았던 두 손이 멀어졌다. 낯선 누군가는 살짝 상체를 숙여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남겨진 다니엘은 살짝 고개를 기울인 채 멀어지는 낯선 누군가를 시선으로 훑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가 온통 타투로 덮여있었다. 아마도 옷 안쪽까지 이어져있을 타투에, 다니엘은 본능적으로 성우를 떠올렸다. 낯선 누군가에게서 연인을 떠올린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듯 다니엘은 혀를 차며 돌아섰다.

 

 

 

왔어? 커피 마실래?”

저 사람 누구야?”

누구. - 저 분. 여행 작가님. 이번에 계약했어.”

뭔 여행 작가가..”

타투 얘기하는 거지? 본업은 타투이스트. 전 세계 여행하면서 타투 문화 포스팅 하던 분인데 내용이 좋아서 계약했지.”

황팀장, 요새 한가해?”

. 사고치는 멍멍이가 주인 만나서 조용해졌거든.”

 

미쳤나봐. 다니엘은 벙찐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민현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툭 건드렸다. 민현은 여유롭게 웃으며 걸어놨던 코트를 입으며 깔끔한 자신의 책상을 체크하듯 시선으로 훑었다. 다니엘은 아예 그 책상 위에 걸터앉아선 자신의 양손을 마주잡은 채 자신의 타투를 내려 봤다. 아무래도 영 느낌이 안 좋아. 다니엘의 중얼거림에 민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의 가방을 챙겨들곤 다니엘의 머리를 헝클였다. 네가 짐승처럼 촉이 좋긴 하지. 민현의 의미심장한 말에 다니엘은 자신의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나 왜 이렇게 불안하지? 다니엘의 시무룩한 목소리에 민현은 결국 다니엘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상체를 숙여 시선을 마주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별로야.”

배고프지. 고기 먹을까.”

그건 당연한 거고..”

성우씨도 부를까?”

오늘 성우형 바쁘다. 손님 오신댔어.”

아쉽다. 보고 싶었는데.”
불안의 씨앗이 여기 있었네. , 미쳤어?”

,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누가 멍멍이 아니랄까봐 땅 참 잘 파, 우리 강작가.”

 

민현이 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다독이자, 다니엘은 입술을 삐죽이며 몸을 일으켰다. 나란히 출판사를 나온 두 사람은 길게 늘어진 골목을 걸으며 못 다 풀었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작 준비를 하고 있는 다니엘의 근황과, 그 신작을 어떻게 프로모션할지에 대한 민현의 계획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중, 다니엘은 골목 앞으로 지나가는 검은색 차량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며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덩달아 멈춰 선 민현이 묻자, 다니엘은 저만치 멀어지는 차량을 빤히 바라보며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성우형이 좋아하는 차라서. 다니엘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민현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으며 다니엘의 등을 손바닥으로 팡 소리가 나게 내려쳤다. 이 팔불출 새끼. 오랜만에 형 만나서 애인 얘기만 할래? 민현의 꾸짖음에도 다니엘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량이 사라진 방향만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 나 진짜 오늘 기분이 이상하다. 다니엘의 진지한 중얼거림을 깔끔하게 무시한 민현은, 그런 다니엘을 뒤로한 채 차량이 사라진 방향의 반대쪽으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여튼 저 멍멍이. 얌전해지려면 아직 멀었다니까.

 

 

 

빨리 안 오냐!”

 

몇 걸음 못 가서 뒤돌아선 민현이 결국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니엘은 그제야 정신이 바짝 들었다는 듯 움찔한 뒤 얼른 돌아서선 씩씩거리는 민현을 향해 달려갔다. 에이, . 좀만 봐주라. ? 오늘 내가 쏠게. 자신의 옆에 바짝 붙어선 애교를 부려대는 다니엘의 능청에, 민현은 혀를 차며 다니엘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됐다. 연초부터 동생 지갑 털려고 부른 줄 아냐. 하여튼 뭐가 불안하다고 유난이냐고. 이번엔 민현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다니엘은 그저 멋쩍게 웃으며 민현의 팔을 자신의 팔로 툭툭 건드렸다. 그리 멀지 않은 목적지에 도착한 민현은 미리 예약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자리를 안내받았다. 다니엘은 묵묵히 그 뒤를 따르며 핸드폰을 꺼내 성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같이 오고 싶었는데. 다음엔 꼭 같이 와요.]

[그러자. 나 곧 손님 오세요. 집에서 만나.]

[. 이따 봐요. 사랑해요.]

 

다니엘은 사라진 1표시에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사랑해. 그런 답장을 전해 받진 않았지만 곧바로 사라진 1표시에서 성우가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핸드폰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 성우의 습관 탓에 자잘한 오해도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습관과 성향을 거의 파악한 탓에 더 이상의 자잘한 오해는 생길 일이 없다. 다니엘은 그 익숙해짐이 새삼 벅찬 듯 키득거리며 민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민현은 코트를 벗어 옆에 내려두며 금세 키득거리는 다니엘을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 놈, 상담이라도 받아보게 해야 하나. 친한 형으로써도, 회사 동료로써도 들어오는 고민에 민현은 따뜻한 차가 담긴 도자기 잔을 들었다. , 뜨거! 맞은편에 앉은 다니엘은, 들었던 도자기 잔을 빠르게 테이블에 내려두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민현은 그 모습에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내려 깔아 잔 안에 담긴 차를 바라봤다. 다행이다. 저 놈 아직은 정상이네.

 

 

 

 

 

 

 

 

Hands on me. 03.

파고드는 오해가 그리움을 덮는 밤.

w.겟어거스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니엘은 택시에서 내려선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조수석 쪽 창문을 내린 택시 기사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다니엘은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기분 좋게 취한 다니엘은 여러모로 넉살이 좋아진다. 기본적으로 넉살이 장착되어 있지만, 그 범위가 광범위해진다고 해야 하나. 이 정도 취했을 때의 다니엘에겐 세상 만물을 친구로 여긴다.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는 타고 온 택시의 기사님. 다니엘은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있나. 다니엘은 추운 겨울바람에 코를 훌쩍이며 다시 돌아섰다.

 

, 성우형이 좋아하는 차다.

 

다니엘은 자신의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검은색 차량을 따라 다시 돌아서며 손가락을 들어 멀어지는 차량을 가리켰다. 오늘로써 벌써 두 번째 보는 검은색 차량에 다니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귀한 차종은 아니라지만, 하루에 연달아 두 번이나 볼 정도로 흔한 차종은 아닌데. 다니엘은 검은색 차량을 가리키던 검지를 접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벽에 걸린 사진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다니엘은 미소를 지었다. 딱 성우를 닮은 공간이다. 검은색 문에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려 내밀어진 검지는 허공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주먹을 그러쥐었다. 똑똑, 경쾌한 노크소리가 울리자 안쪽에서 다소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곧 마주할 연인의 모습이 절로 상상되자, 다니엘은 미소가 아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들었던 손을 내려 연인을 안을 준비를 했다.

 

 

 

다니엘?”

모시러 왔습니다. ? 샤워했어요?”
? , 그러려고 했었지. 들어와.”

 

항상 입는 검은색 수트가 아닌 로브 차림의 성우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니엘을 맞이했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입을 맞췄고, 성우는 다니엘의 품에 안긴 채 열린 문을 닫으며 미소 지었다. 다니엘, 술 냄새 나. 나까지 취하겠어. 잠시 떨어진 입술 사이로 성우의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의 입술을 다시 집어삼키며 더욱 힘을 주어 성우를 끌어안았다. ! 다니엘의 손이 성우의 등을 쓰다듬는 순간, 성우의 새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왜 그래요, . 아팠어? 미안해요. 황급히 성우를 떼어놓으며 다니엘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성우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나 얼른 정리하고 올게. 성우가 살짝 뒷걸음질을 치며 대답하자,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

 

깊숙이 소파에 기대 앉아 양손을 마주잡고 성우를 바라보는 다니엘의 표정엔 여전히 미소가 서려있었다. 성우는 방금까지 작업한 듯 베드 옆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손님이 온다고 하더니 고객이었구나. 다니엘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파 옆에 놓인 싱크대를 바라봤다. 그 안엔 머그컵 두 개가 놓여있었다. 다니엘은 외투를 벗어두곤 소매를 걷어 올리며 싱크대 앞에 서선 머그컵을 설거지했다.

 

 

 

그냥 둬, 다니엘.”

다 했어요. 오늘은 커피 직접 내려 마셨나 봐요?”

카페가 오늘은 문을 닫았더라고. 커피 마실래?”

아뇨. 얼른 정리하고 집에 가요.”

, 나 정리 다 했어. 옷 입고 올게.”

 

성우가 벗어둔 자신의 셔츠를 들고 탈의실로 쓰이는 커튼 안으로 들어가자, 다니엘은 젖은 손을 자신의 옷에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웬일로 옷을 벗고 있었대. 추위도 많이 타는 사람이. 다니엘은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리며 벗어둔 자신의 외투를 다시 입었다. 그제야 조금 흐트러진 테이블 위가 눈에 띄어, 다니엘은 다시 소파에 앉아 펼쳐진 잡지를 정리했다. 잡지 몇 권을 한 곳에 포개 밀어두자 그 아래 놓았던 작은 명함이 드러났다. 명함을 집어든 다니엘이 내용을 읽으려 하자, 커튼을 젖히는 소리가 들려와 다니엘은 명함 대신 성우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 셔츠를 반듯하게 차려입은 성우가 자켓을 걸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다니엘은 손에 쥐고 있던 명함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손님 거예요?”

? . 깜박할 뻔 했네.”

웬일이래?”

그러게. 오늘은 좀 정신이 없네.”

이리와 봐요.”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탁탁 치며 다니엘이 능청을 떨자, 성우는 다니엘의 허벅지 위에 앉으며 양손으로 다니엘의 흐트러진 옷매무세를 정돈해주며 작게 소리 내 웃었다. 니트 안에 셔츠 입으니까 잘 어울려. 다니엘의 착장이 맘에 든 듯 성우가 다니엘의 셔츠 깃을 매만지며 속삭이자, 다니엘은 성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셔츠에 뭐 묻었어요? 다니엘의 질문에 성우는 당황한 표정을 띄웠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잉크를 엎었거든. 다행히 여분 셔츠가 있어서 그걸로 갈아입었어. 성우의 대답에 다니엘은 성우의 셔츠를 잡아 위로 끌어올리며 매끈한 복부를 확인했다. 피부엔 안 묻었네, 다행이다. 다니엘의 중얼거림에 성우는 다니엘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다니엘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민현씨는 잘 만나고 왔어?”
, 나 섭섭하다. 어떻게 둘 다 나한테 서로를 찾아요? 차라리 통화를 해.”

그럴까? 오랜만에 민현씨한테 전화 좀 해볼까.”

뭐가 또 그럴까야. 안 돼요. 둘 친해지는 거 영 별로야.”
왜 별로야.”

질투 나요.”

 

, 귀여워. 성우가 툭 내뱉은 말에 다니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을 감싼 성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잡곤, 자신의 입술 쪽으로 성우의 손을 끌어와 차가운 손끝에 입을 맞췄다. 빨리 집에 갈까요? 다니엘이 말한 의미를 알아챈 성우는 코를 찡그리며 미소 짓곤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집에 가서 느긋하게 영화도 보고 그러자. 부드럽게 자신의 속뜻을 거절하는 성우의 대답에 다니엘은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고, 성우는 다니엘의 입술에 여러 번 입을 맞추고 나서야 일어섰다. 대신 다니엘이 좋아하는 맥앤치즈 해줄게. 성우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다니엘은 그 손을 잡고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우씨랑 같이 있는데 뭔들 안 좋겠어요. 다니엘의 다정한 대답에 성우는 다니엘의 허리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사랑해, 다니엘. 성우의 고백에 다니엘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숙여 성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나도 사랑해요, 그 대답 대신 맞춰오는 다니엘의 입술에, 성우는 눈을 감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까 형이 좋아하는 차 두 번이나 봤어요.”
? 어떤 차?”

그 오래된 지프 같은.. 차종을 까먹었네.”

그래? 신기하네.”

색도 딱 검정. , 우리 차 그걸로 바꿀까요?”

지금 차도 좋거든요? 운전도 잘 안하면서.”

 

맥앤치즈가 담긴 그릇을 테이블에 내려두며 자신의 옆자리에 성우가 앉자, 다니엘은 성우의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성우씨가 존댓말하면 섹시해요. 그 말에 성우는 포크로 맥앤치즈를 담아 다니엘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난 다니엘이 성우씨라고 하면 섹시하더라. 되돌아온 성우의 속삭임에 다니엘은 포크를 받아들며 성우를 빤히 바라봤고, 성우는 그런 다니엘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그릇을 다니엘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래도 오늘은 건전하게. 성우의 말에 다니엘은 그제야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포크를 내려두었다. 아니 우리가 언제는 불건전했어요? 다니엘의 다급한 질문에 성우는 소리 내 웃으며 다니엘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글쎄다? 불건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지. 사랑하는 사인데 당연한 거지.”

다니엘, 이거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VOD 나왔다.”

말 돌리는 건 아주 수준급이라니까.”

 

자신의 무릎을 토닥이며 검지로 TV를 가리키는 성우의 말에 다니엘은 포크로 다시 맥앤치즈를 덜어 입으로 가져갔다. 평소에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를 재생시킨 성우를 힐끔 힐끔 내려 보던 다니엘은, 맥앤치즈를 깨끗하게 비우고 나서야 포크를 내려두었다. 그리곤 등받이에 기댄 채 성우의 머리칼과 팔을 쓰다듬으며, 영화 대신 자신의 연인을 감상했다. 평소라면 얇은 티셔츠 차림으로 있는 성우인데. 웬일로 두터운 소재의 긴팔을 입는 것으로 모자라, 홈 로브까지 걸치고 있는 것이 영 낯설게 느껴졌다. 다니엘은 슬쩍 성우의 어깨에 걸쳐진 로브를 끌어내리며 상체를 숙여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성우는 그런 다니엘의 입술에 낮게 숨소리를 뱉으며 손을 들어 다니엘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감기 와요? 미안해, 추근거리기나 하고 내 짐승인갑다.”
다니엘 짐승은 언제든 환영인데, 오늘은 패스. 내가 미안..”

별 말을 다 해요. 그럼 우리 영화도 패스하고 일찍 잡시다.”
이거 보고 싶어 했잖아. 안 봐도 돼?”

영화보단 내 애인이 더 보고 싶어요.”

 

다니엘의 다정한 대답에 성우는 다니엘을 향해 몸을 바로 눕히며 손을 뻗어 다니엘의 얼굴을 매만졌다. 나도 내 애인이 보고 싶었어. 오늘따라 유독. 성우의 나른한 목소리에 다니엘은 눈을 질끈 감곤 숨을 몰아쉬었다. 성우씨가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 하면 내 진짜 못 참는다 안카요. 다니엘의 짙은 숨이 가득 담긴 말에 성우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짓곤 몸을 일으켰다. 빈 그릇과 포크를 트레이에 올려 일어서려는 성우의 손목을 잡은 다니엘이, 내가 정리할게, 형은 먼저 들어가서 누워요. 속삭이듯 말하자, 성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니엘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럼 부탁해. 성우가 먼저 일어서서 침실로 들어가는 동안, 다니엘은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연인의 행동에, 출판사부터 느껴졌던 묘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내가 요새 편한갑다. 내를 덜 괴롭혔제. 다니엘은 곧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중얼거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

 

 

 

다니엘, 오늘은 나 많이 늦을지도 몰라.”

그래요? 오늘은 나도 출판사 갔다가 작업실로 가는데.”

. 그러니까 샵으로 안 와도 돼. 무리하지 말고. 알았지?”
무리 아니라니까. 보고 싶어서 어떡해요.”
참았다가 집에서 만나자.”

알았어요. 샵까지 태워줄까요?”

돌아가야 되잖아. 그리고 나 아직 나갈 시간 아니야.”

하여튼 철벽.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니까.”
뭐 하러 비집고 들어와. 나 여기 있잖아요.”

 

다니엘이 입을 외투를 골라 아일랜드 장 위에 내려둔 성우가 다니엘의 옷매무세를 정돈해주며 속삭이자, 다니엘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진짜 너무 섹시해요. 다니엘의 중얼거림에 성우는 입술을 꾹 다물곤 고개를 끄덕이다 다니엘의 얼굴에 놓인 손등에 입을 맞췄다. 동백 한 송이, 한 송이에 전부 입을 맞춘 성우는 노크하듯 다니엘의 손등에 쪽쪽, 입을 맞췄고, 다니엘은 얼굴을 가렸던 손을 치워 성우의 허리를 양팔로 꽉 끌어안았다. 오늘은 컨디션 어때요? 성우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마주하며 다니엘이 묻자, 성우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다니엘의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았다. 아주 좋아. 컨디션 최고야.

 

 

 

오늘은 불건전. 무조건 불건전.”

알았어요. 그러니까 집에서 만나.”

. , 나가기 싫다.”

할 거 다 하고 와야 내 컨디션이 쭉 좋을 텐데도?”
다녀올게요. 올 때 뭐 사올까요? 와인?”

.. , ..”

왜요. 뭐 사올까? 말해 봐요.”

 

선뜻 대답하지 못한 성우가 자신의 귀 뒤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히자, 다니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성우의 입술로 자신의 귀를 가져갔다. 말해 봐요. 뭐 사올까요. 제법 짓궂은 다니엘의 목소리에 성우는 질끈 눈을 감곤 한숨과 함께 속삭였다. 콘돔 사와요. 성우의 속삭임에 다니엘은 낮은 한숨을 뱉곤 성우를 끌어안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올게요. 엄청 많이 사올게요. 아주 그냥 종류별로 싹 다 사올게요. 다급한 다니엘의 대답에 성우는 헛웃음을 뱉으며 다니엘의 넓은 등을 손바닥으로 달래듯 쓸어내렸다. 진정해, 다니엘.. 출근해야지. 성우의 목소리에 다니엘은 소리 내 웃으며 성우의 어깨에 자신의 이마를 기댔다. 그러게 누가 아침부터 이래 야하래요. 성우는 결국 다니엘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말했다. ! 다니엘! 안 돼!

 

 

 

이따가 혹시라도 집에 오기 힘들면 전화해요. 알았지?”

. 다니엘은 내 전화 기다리느라 집중 못하고 그러면 안 돼. 알았지?”

하여튼, 철벽.. 먼저 나갈게요.”
이따 만나요.”

그만 좀 야해요.”

 

알았어. 이 와중에 착실하게도 대답하며 웃는 성우의 얼굴에, 다니엘은 구두를 신으려 숙였던 상체를 일으키지도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먼저 들어가요. 나 진정 좀 하면 나갈게. 다니엘이 성우의 다리를 손으로 밀어내며 중얼거리자, 성우는 소리 내 웃으며 다니엘의 앞에 함께 주저앉아 자신의 양쪽 무릎을 팔로 끌어안았다. 다니엘 진정될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다니엘은 결국 차가운 타일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양반다리를 한 자신의 무릎 위에 오른팔을 세워 턱을 괸 다니엘은 성우를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성우는 그런 다니엘의 왼손을 양손으로 꼭 쥐곤 가만히 다니엘을 바라봤다.

 

 

 

성우씨.”

, 다니엘.”
새삼 실감이 안나요.”

뭐가?”

성우씨랑.. , 형이랑 이런 사이라는 게?”

어떻게 해야 실감이 나려나.”
그냥 이런 기분도 괜찮은 것 같아요.”

실감 안 나는 기분?”

. 새삼스레 설레고 그러네요. 지금 뭔가 엄청 차분해졌어요.”
이제 흥분 가라앉혔어?”

, 그건 다른 문젠데.”

 

그게 뭐야. 성우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도 본 것처럼 크게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를 빤히 바라보다 성우를 따라 소리 내 웃곤 으쌰,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우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어 성우를 일으킨 다니엘은 그대로 성우를 조심스레 품에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진지한 다니엘의 목소리에 성우는 눈을 감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해, 다니엘. 오늘 기대해도 좋아. 성우의 속삭임에 다니엘은 작게 웃으며 성우의 머리칼에 입을 맞췄다. 이따 만나요. 성우는 다니엘에게서 살짝 떨어져선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를 바라보며 뒷걸음질로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닫히는 틈으로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는 성우가 보였다.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다니엘은 돌아서선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부터 느껴지는 연인의 낯설음마저 설렘으로 느끼는 자신이 신기했다. 이토록이나 누군갈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함과 동시에, 그 대상이 성우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니엘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또 뵙네요.”

운이 좋아서 유명하신 분과도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타투이스트시라고.”

. 그래서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합니다.”

제 애인도 타투이스트거든요. 이거 제 애인 작품입니다. 멋있죠?”

자세히 봐도 될까요?”

그럼요. 자세히 보세요.”

 

다니엘은 맞은편에 앉은 타투이스트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저는 그냥 제로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본명보단 닉네임이 편해서요.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타투를 들여다보며 말한 제로의 말에 다니엘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한국식의 본명보단 제로라는 닉네임이 훨씬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었다. 실력이 좋네요. 디테일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도안 센스가 좋아요. 이런 실력인 타투이스트는 흔치 않은데. 제로의 진심어린 칭찬에 다니엘은 그 칭찬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애인이 또 한 실력합니다. 얼마나 실력이 좋은지 고객이 끊이질 않아요.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멋있습니다. 다니엘의 팔불출 같은 자랑에도 제로는 여전히 타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람 민망하게. 다니엘은 멋쩍은 듯 헛기침을 뱉었고, 제로는 그제야 다니엘의 양손을 놓아주며 상체를 바로 세웠다.

 

 

 

멋진 애인분이 계셔서 좋으시겠습니다.”

그 덕에 요새 살만합니다.”

부럽네요.”

제가 애인을 참 잘 뒀죠.”
아뇨. 강작가님 애인이요. 이렇게 사랑받는 게 쉽진 않죠.”

 

, .. 다니엘은 의외의 대답에 당황한 기색을 띄우며 황급히 자신의 양손을 끌어왔다. 제로는 그런 다니엘을 바라보며 소리 내 웃곤 손을 내저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두 분 다 부러운 겁니다. 제로의 변명 같은 대답에 다니엘은 어색하게 웃으며 앞에 놓인 머그컵을 집어 들었다. 제로씨는 타투가 다양하네요. 원래 타투이스트들은 자신의 몸에도 타투를 많이 하나요? 다니엘의 솔직한 질문에 제로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긴 하죠. 강작가님 애인 분은 타투가 없나봅니다? 제로의 질문에 다니엘은 멋쩍게 웃었다. 딱 하나 있죠. 저랑 세트로 한 이거. 이번엔 자신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다니엘의 모습에 제로 역시 머그컵을 집어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인 분 몸 자세히 살펴보세요. 혹시 모르잖습니까. 제로의 대답에 다니엘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제가 제 애인 몸이라면 모르는 곳이 없어서요.

 

 

 

강작가님. 사생활 너무 오픈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이고야, 황팀장님. 참 일찍 출근하십니다.”
어떤 작가님이 새벽에 원고를 보내주셔서요.”

미안해, .”
차라리 아침에 보내라, 다니엘. 진짜 성격 상 받으면 바로 확인하는 거 아는 놈이 그러냐.”

알았다, 알았다. 다음부턴 아침에 보낼게.”

니가 퍽이나 아침에 보내겠다. 제로씨,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황팀장님.”

 

뒤늦게 제로를 발견한 민현은 다니엘을 향해 쥐었던 주먹을 황급히 풀며 어색한 얼굴로 인사했다. 여유롭게 인사를 받아낸 제로는 머그컵을 내려놓은 뒤 시계를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식사 같이 하시겠어요? 제로의 제안에 다니엘과 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다니엘의 뻔뻔한 넉살에 민현은 팔로 다니엘의 팔을 툭 건드렸고, 제로는 흔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까요. 대답했다. 함께 출판사를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백반집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제로가 늘어놓는 여행 이야기에 흠뻑 빠진 채 은근한 친밀도를 높였다.

 

 

 

그럼 전 바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선약이 있어서.”

다음엔 술도 마셔요, . 제 애인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그거 좋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 그 차, 형 차예요?”

. 좀 오래됐죠. 그래도 정이 많이 간 차라서 고치고 고쳐서 타고 있습니다.”

 

출판사 앞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운전석을 연 제로의 대답에도 다니엘은 웃지 않았다. 그저 빤히 제로와 검은색 차량을 바라보는 다니엘의 굳은 표정에, . 왜 그래. 민현이 도리어 당황하며 물었고, 제로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차량에 올라탔다. 제로가 탄 검은색 차량이 골목의 끝까지 향할 동안 다니엘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너 왜 그러냐니까. 결국 다니엘의 어깨를 꽉 쥐며 자신 쪽으로 다니엘을 돌려세운 민현의 질문에 다니엘은 뒤늦게 민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거 성우형이 좋아하는 찬데. 다니엘의 넋이 나간 듯한 대답에 민현은 혀를 차며 다니엘의 팔을 잡아 출판사로 억지로 이끌었다. 정신차려, 인마. 너 나랑 할 거 많다. 민현이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함에도 다니엘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검은색 차량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묘하게 낯설었던 느낌이 불안과 오해로 점철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안되겠다.”

. 표지 마음에 안 들어? 디자인 잘 나온 것 같은데.”

그게 아니고. , 미안하다. 내 가봐야겠다.”

뭔 소리야, 인마. 아직 확인할 거 많아.”

미안타. 내 진짜로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

너 진짜 무슨 일 있어?”

없었음 좋겠다. 내가 내일 전화할게요. 미안, 미안타!”

 

몇 시간째 이어진 회의. 다니엘은 결국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겉옷과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민현은 손목에 채워진 시계와 다니엘을 번갈아 바라보다 덩달아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강다니엘. 너 운전하게? 민현의 걱정 어린 표정에도 다니엘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민현의 손을 잡아 풀었다. 걱정 마, . 나 안 죽어. 다니엘의 어색한 미소와 말에 민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니엘의 팔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이 새끼야, 말이 뭐 그래. 민현의 험상궂은 목소리에도 다니엘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차키를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남겨진 민현은 의자에 털썩 앉아선 자신의 이마를 손끝으로 문지르며 미간을 좁혔다. 하여튼 저 개ㅅ, 아니 멍멍이 새끼. 사람 걱정시키는데 뭐 있다니까. 다니엘과 민현의 한바탕 소동을 바라보던 출판사 직원들은, 민현의 중얼거림에 힐끔거림을 들키기라도 한 듯 재빨리 자신의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니엘은 시동을 켜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는 성우의 타투샵이었다. 샵으로 향하는 길 내내, 다니엘은 초조한 듯 다리를 떨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제발 그 곳에 성우만 있기를. 자신의 오해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힘을 실었지만, 한 번 생겨난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다니엘을 집어삼켰다.

 

오랜 연인이 있었어. 나보다 나이가 한두 살 많았고, 나에게 타투를 가르쳐준 사람이었어.

 

그 언젠가 불안해하며 힘겹게 자신에게 과거를 털어놓았던 성우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다니엘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씨발, 이게 뭐야. 다니엘은 정지 신호에 급정거를 하며 핸들에 이마를 기댔다. 머릿속이 자꾸만 여러 오해들로 더렵혀졌다. 미쳤냐, 강다니엘. 정신 차려. 오전만 해도 사랑한다고 지랄을 떨어놓고 뭐하는 짓이야. 오해에 삼켜지는 자신을 책망하는 순간, 뒤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간다고! 다니엘은 핸들을 손바닥으로 내려친 뒤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정신 차리자. 성우씨는, 성우형은, 내 애인은 나를 사랑해. 과거에 흔들릴 정도로 가벼운 사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제발 정신 차려, 강다니엘. 다니엘을 태운 차는 아슬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며 도로 위를 질주했다.

 

 

 

*

 

 

 

Hands on me. 다니엘은 벌써 몇 십분 째 검은 문에 쓰인 샵 이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노크를 하고 안에서 열어주길 기다리는 것도 할 수가 없어, 그 고민을 몇 십분 째 하며 멍하니 저 문구만 죽어라 읽어대는 중이었다. 결국 다니엘은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느릿하게 눌렀다.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열리자 다니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안으로 한발자국 발을 내딛었다. 안에선 타투머신이 가동된 소음이 가득 울리고 있었다. 고객일 거야. 오늘 늦는다고 했잖아. 또 등판 가득 타투를 새기는 그런 고객일 거야. 다니엘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뒤 기척을 숨기며 발을 내딛었다. 이 와중에 도둑처럼 살금살금 움직이고 있는 자신이 가소로웠다. 이래선 배우자의 불륜현장을 덮치는 것과 뭐가 달라.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너무 아프다. , 이렇게 아픈 거면 다른 곳에 할 걸.”

엄살은 여전하다. 어제도 이래서 반도 못했잖아. 오늘은 끝까지 할 거야.”

,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진짜 잘 해야 돼.”

들키지나 마.”

 

씨발. 다니엘은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눈을 질끈 감으며 우뚝 멈춰 섰다. 다리에 힘이 풀려 결국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은 다니엘은, 오전에도 주저앉았던 자신이 떠올라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뭐 추리영화 복선도 아니고. 내가 예언 능력이 있었나. 다니엘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코너만 돌면 바로 타투를 시술하는 베드가 있는데, 그 코너를 넘어설 자신이 없었다. 단 한 발자국. 한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되는데. 그 와중에도 들려오는 성우의 낮은 신음소리에 다니엘은 더욱 눈을 힘주어 감았다. 너무나 익숙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소리였다.

 

 

 

다 됐어. 옹성우, 여전히 등 예쁘네.”

개소리 하지 마. 할 거 다 했으면 정리하고 꺼져.”

왜 이렇게 야박해.”

할 말이 없다, 내가. , 진짜 그렇게 살면 칼 맞아.”

외국에서 여러 번 맞을 뻔 했지.”

그러게 왜 그러고 사냐. 나처럼 착실하게 살아.”
네 애인 멋있더라.”

진짜 죽여 버린다.”
말도 못 하냐. 우리 사이에?”

, 그냥 꺼져. 정리도 하지 마. 배웅도 안 해.”

, . 누구 말씀인데. 꺼지겠습니다.”

 

다니엘은 다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려 손등을 펼쳤다. 자신의 손등에 가득 새겨진 동백이 유난히 붉게 느껴졌다. 하얀 자신의 피부가 붉게 물들어가자, 가뜩이나 붉은 동백에 더욱 색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도 인식 못할 정도로 멍하게 자신의 손등을 내려 보던 다니엘은, 강작가님 오셨구나. 낯익은 목소리에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신의 앞엔 몇 시간 전에 함께 저녁식사를 했던 제로가 서있었다. 다니엘은 허탈한 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숙였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자신의 바로 앞에 주저앉는 연인의 향수 냄새에 눈을 감았다.

 

 

 

다니엘. 다니엘? 나 좀 봐.”

성우씨.”

?”

. 입고 있어요?”

다니엘..”

 

다니엘은 자신이 뱉은 말에 미간을 좁히며 더욱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어앉은 연인과 자신 사이의 바닥에 톡, 물방울이 떨어져 부서졌다. 다니엘은 고개를 숙인 채 성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가 손끝에 느껴지는 성우의 맨살에 무너지듯 손을 바닥으로 떨궜다. 옷부터 입어요. 여기 춥다, 성우형. 다니엘의 부서질 듯 떨리는 목소리에 결국 성우는 다니엘의 목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

 

 

 

적막이 끝없이 이어졌다. 제로는 이미 돌아가고 없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성우에게 안긴 채 주저앉아있던 다니엘은 느릿하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성우를 덮어주었다. 그러자 성우의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성우는 아슬아슬하게 다니엘의 외투를 걸친 채 울먹이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니엘은 말없이 외투의 양쪽을 끌어와 더욱 성우의 몸을 감쌌고, 성우는 자신의 몸에 외투가 닿을수록 미간을 좁히며 낮은 신음을 뱉었다. 결국 다니엘은 외투가 아예 맞물릴 정도로 힘을 주어 끌어당긴 뒤 고개를 숙였다. 성우는 울먹이면서도 신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니엘은 고개를 숙인 채 성우의 바지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바지는 입었네, 다행이라고 해야 돼요?

 

 

 

다니엘, 오해야.”

성우씨, 아니 성우형. 제로가 형이 말했던 그 사람이에요?”

.”

내가 뭘 오해한 줄 알고 오해라는 말을 해요.”
다니엘..”

내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고.. ? 말해 봐요.”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잘못했어.”

왜 잘못했다는 말을 해요.. 정말, 오해가 진짜인 것 같잖아요.”

 

다니엘은 양손으로 꽉 쥐고 있던 외투를 놓곤 성우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디딘 채 상체를 숙였다. 성우형. 감기 걸려요. 옷부터 입어요. 다니엘의 말에 성우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놓인 다니엘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내젓곤 다니엘의 이름을 불렀다. 다니엘, 제발 나 좀 봐줘. 성우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다니엘은 결국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앞에서 울고 있는 연인의 모습에 다니엘은 양손을 뻗어 성우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성우형. 다니엘의 부름에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얼굴을 감싼 다니엘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갰다. 오해, 안 풀어줘도 돼요. 내 괘안타. 모른 척 할 수 있어요. 다니엘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성우는 무너지듯 눈물을 쏟아내며 양손으로 다니엘의 가슴팍과 어깨를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고개를 든 채 눈을 감아 뜨거워진 눈가를 덮었다. 꼴사납게 저런 말을 한 뒤 울고 싶진 않았다.

 

 

 

한참동안 다니엘을 때리던 성우는 제 풀에 지친 듯 다니엘의 어깨를 물었다. 다니엘은 양손의 주먹을 꽉 쥔 채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성우는 다니엘의 어깨를 문 입술을 떼어내며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곤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은 자신의 팔에 볼을 기대곤 다니엘의 귓가에 속삭였다.

 

다니엘, 지금 당장 나 벗겨줘.

 

성우의 짙은 속삭임에 다니엘은 성우에게 걸쳐주었던 외투를 낚아채 옆으로 던져냈다. 성우는 그대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다니엘은 성우를 들어 올려 안은 뒤 성우의 엉덩이를 팔로 받쳐주며 베드로 향했다. 베드 위에 성우를 앉힌 다니엘이 양팔을 뻗어 성우를 자신의 팔 안에 가두자, 성우는 다니엘의 얼굴을 양손을 감싸곤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며 눈을 감았다. 다니엘, 오해하지 마. 어떤 오해든 하지 마. 난 널 아프게 하지 않아. 성우의 처절한 속삭임에 다니엘은 성우의 뒷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깊게 입을 맞췄다.

 

 

 

다니엘..”

.”

나 눕혀줘.”

알았어요.”

아니, 엎드리게..”

 

다니엘은 굳은 표정으로 성우를 눕히려다 벙찐 표정으로 성우를 바라봤다. 성우는 울먹인 탓에 훌쩍이면서도 얼굴을 붉힌 채 다니엘의 팔을 꽉 잡았다. 그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고스란히 전해짐에, 다니엘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성우를 조심스럽게 잡아주며 엎드리게 눕혔다. 그러자 드러난 성우의 날개뼈는 붉게 부어오른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다니엘이 손끝을 내밀어 차마 타투를 건드리지도 못한 채 허공에서 성우의 날개뼈 주변을 매만지듯 움직이자, 성우는 더운 숨을 뱉으며 쿠션에 이마를 비벼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올려보는 성우의 젖은 눈가에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허공을 맴돌던 손을 끌어와 주먹을 쥐었다.

 

 

 

이게 뭐예요?”

다니엘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타투를 부탁한 거였어.”

하필 그 새ㄲ, 아니 제로한테요?”

그건 내가 따로 다 설명할게. 아까 다니엘이 오해할만한 상황이 아니라 이 타투를 받는 중이었어..”

아니 어제 끝까지 못했다고..”

너무 아파서.. 미안해, 내가 아픈 걸 못 참았어. 미안해..”

 

아픈 걸 참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랑스러운 성우의 말과 다시 울먹이는 표정에 다니엘은 베드 위로 올라갔다. 성우의 다리 양 옆을 무릎으로 디딘 다니엘이 양팔로 성우의 머리 양 옆을 디디며 상체를 숙이자, 성우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벌렸고, 다니엘은 그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부드럽게 감겨오는 혀에 다니엘은 결국 입술을 떼어냈고, 성우는 울상을 지으며 감았던 눈을 떠 다시 속삭였다. 미안해, 다니엘. 내가 다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요. 왜 자꾸 미안하다고 해요.”

오해하게 해서.. 그 사람을 만나서..”

왜 제로였어요?”

타투는 평생 남는 건데 내가 그 사람보다 잘하는 사람을 못 봤거든..”

성우씨, 지금 그 말 좀 위험한데.”

타투! 타투 얘기하는 거야..”

그럼 성우씨가 할 수 있는 곳에 하지, 왜 하필 날개뼈에요?”

그게..”

 

다니엘의 질문에 성우는 대답을 이어가지 못하고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잘근잘근 제 입술을 깨물던 성우는 결국 쿠션에 이마를 기대며 다니엘에게서 얼굴을 감췄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에게 좀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성우의 귓바퀴에 입을 맞췄다. 말해 봐요. 왜 하필 손이 닿지도 않는 날개뼈에 새긴 거예요? 집요한 다니엘의 질문에 성우는 결국 꽉 깨물었던 입술을 뱉어내며 소리치듯 대답했다.

 

 

 

우리 할 때 다니엘이 봐줬으면 했으니까!”

?”

창피해서 못 견디겠어.. 제발 다시 묻지 말아줘..”

 

더욱 붉어진 성우의 귓바퀴에 다니엘은 결국 상체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곤 성우의 뒷머리와 드러난 뒷목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목을 따라 천천히 입술을 옮겨온 다니엘은 성우의 날개뼈에 새겨진 타투 근처에 입을 맞췄다. 성우는 양손으로 베드 끝을 붙잡으며 상체를 들어 올렸고, 그 덕에 더욱 도드라진 날개뼈에 다니엘은 자신의 이마를 타투가 새겨지지 않은 다른 쪽 날개뼈에 기대며 다시 입술을 열었다. 그럼 다른 거 물어볼게요. 괜찮아요? 다니엘의 낮은 목소리에 성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다니엘은 한쪽 손을 들어 성우의 매끈한 복부를 감싸듯 끌어안으며 성우의 다른 쪽 날개뼈에 입을 맞췄다.

 

 

 

타투, 무슨 뜻이에요? 라틴어 같은데.”

Am a et fac quod vis. 라틴어 맞아..”

뜻은요?”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원하는 것을 하라.”

제가 원하는 걸 하라는 뜻이에요?”

.. 다니엘, 이제 그만 묻고 원하는 걸 해줘.”

성우씨.”

?”

존댓말 해주세요.”

 

다니엘의 부탁에 성우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려 다니엘을 바라봤다. 다니엘은 상체를 들어 자신을 올려보는 성우를 내려 봤다. 마주친 시선의 사이엔 이미 오해는 남아있지 않았다. 성우는 얼굴을 붉히며 다니엘을 향해 입술을 벌렸고, 다니엘은 상체를 숙여 성우의 입술을 따라 혀로 핥아냈다. 그리곤 쪽,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다시 상체를 들었고, 성우는 그런 다니엘을 올려보며 심호흡을 한 뒤 목소리를 내었다.

 

다니엘. 나를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다니엘은 성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상체를 일으켜 앉아선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성우는 엎드린 채 앓는 소리를 내며 잔뜩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다니엘은 남은 성우의 옷을 벗겨내며 다시 상체를 숙여 성우의 뒷목에 입을 맞췄다. 그리곤 성우의 귓가로 입술을 옮겨 달뜬 숨과 함께 속삭였다. 성우씨, 우리 둘 다 원하는 걸 해요.

 

 

 

*

 

 

 

욕실에서부터 성우를 안아들고 나온 다니엘은, 성우를 베드 위에 앉혀준 뒤 성우의 옷을 하나씩 입혀주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성우의 발에 양말을 신겨준 다니엘은, 뒤늦게 입고 있던 가운을 벗은 뒤 자신의 옷을 입었다. 성우는 그런 다니엘을 바라보며 양쪽 발을 까딱였고, 금세 옷을 전부 차려입은 다니엘은 성우를 다시 자신의 양팔 사이에 가두곤 성우의 입술에 연신 입을 맞췄다. 타투, 안 아파요?

 

 

 

지금 타투보다 다른 곳이 더 아픈데..”

, 미안해요. 너무 세게 했지.. 아까 이성을 잃어서..”

아냐. 내가 도발한 거잖아. 다니엘, 우리 이제 대화할까?”

어떤 대화할까요?”

그 사람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 아주 조금의 오해도 남기고 싶지 않아.”

알았어요. 그럼 해주세요.”

 

다니엘은 성우의 옆에 똑같이 걸터앉아선 성우의 허리를 양팔로 감싸며 마른 어깨에 자신의 턱을 올렸다. 성우는 고개를 돌려 그런 다니엘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춘 뒤 다니엘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사람은 이미 내가 여기서 샵을 하고 있는 걸 알더라고. 아마 내 SNS 홍보 계정을 보고 알아챘나봐. 그러다 우연히 어떤 출판사랑 계약을 하게 됐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다니엘 출판사였던 거야. SNS를 통해서 연락이 왔었는데 내가 애인 있다고 철벽을 쳤거든. 그 후에 다니엘을 출판사에서 마주쳤는데 다니엘 손등을 보고 알았대. 다니엘이 내 애인이라는 걸. 나는 내 날개뼈에 타투를 새겨줄 타투이스트를 찾던 중이었는데, 얄궂게도 그 사람 실력은 믿을 만하거든.. 그래서 그 사람에게 타투를 받기로 한 거였어. 다니엘한테 말을 안했던 건..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거잖아요.”

.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아니에요. 내가 성질이 급한 거죠.”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오해해서 미안해요.”

타투는 마음에 들어?”

성우씨. 성우형.”

?”

아까 난 충분히 보여줬는데. 내가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

 

제 피부색으로 돌아왔던 성우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타올랐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 쪽으로 아예 몸을 돌린 뒤 성우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타투를 한 부분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성우의 등을 쓰다듬던 다니엘은, 성우의 귓가에 입을 맞춘 뒤 성우의 어깨에 다시 자신의 턱을 올렸다. 성우 역시 양쪽 팔을 뻗어 다니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성우의 시무룩한 목소리에 다니엘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참 바보 같네요.”

내가 바보 같지.”

성우씨는 멋있어서 괜찮아요.”

다니엘이 더 멋있어.”

잘됐네요. 서로한테 멋있음 됐어요. 바보면 어때. 사랑하잖아.”

. 사랑해.”

그래도 그 사람은 나 없이 만나지 말아요.”

. 약속할게.”
안 만나면 더 좋겠지만.. 앞으로 계속 볼 것 같기도 하고. 어렵네요.”

안 봐도 돼. 정말이야.”

제가.. 제 애인 소개시켜준다고 호언장담을 해놔서.”

?”

그리고 아까 보인 꼬락서니로 마무리하기엔 좀..”

그래. 그럼 우리 둘이 엄청 행복한 거 보여주고 보지 말자.”

누가 바보래요? 엄청 똑똑한데.”

사랑해서 그래.”

 

자신을 닮은 듯한 성우의 넉살에 다니엘은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이제 집에 가요. 성우씨 감기 들겠어. 다니엘의 속삭임에 성우는, 집에 가자. 대답하며 다니엘의 품을 벗어났다. 다니엘은 먼저 베드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곤, 성우의 앞에 한쪽 무릎을 세워 앉아 성우의 발에 신발을 신겨주었다. 성우는 양쪽 손으로 베드 끝을 잡은 채 그런 다니엘을 내려 보았고, 다니엘은 신발을 신겨주면서도 고개를 들어 성우를 올려봤다. 성우씨. 신발을 다 신겨준 다니엘이 자신을 부르자, 성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 다니엘. 성우의 대답에 다니엘은 몸을 일으켜선 성우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앞으론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나한테 전부 말해주세요.”

그럴게. 다니엘 오해하게 하는 일 없게 할게.”

미안해요, 내 그릇이 이거밖에 안되가 이래 꼴사나운 모습이네요.”

다니엘 사투리 난 좋아.”

나는요?”

물론 다니엘이 제일 좋아. 사랑해.”

나도 그래요. 사랑해요.”

 

다시 마주한 입술에 성우는 얼른 팔을 뻗어 다니엘의 옷깃을 잡아 자신 쪽으로 다니엘을 끌어당겼다. 다니엘은 그대로 성우 쪽으로 쏠리며 한손으론 베드를, 한손으론 벽을 짚어 몸을 지탱했다. 언제 그렇게 절망적인 감정을 느꼈냐는 듯, 다니엘과 성우는 서로의 입술을 품은 채 잠깐 떨어지는 순간에도 사랑을 속삭였다. 차가웠던 밤이, 오해로 물들었던 밤이, 다시금 따뜻하고, 사랑만 가득한 밤으로 채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