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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애인과 연락이 끊긴지 한 달째.

다니엘, 미안해.

 

 

 

 

 

 

 

 

 

 

다니엘과 다퉜다.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고 나는 빠르게 사과했다. 그럼에도 다니엘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주 비참해졌다.

애인의 생일을 잊었다. 그날의 나는 못나기 그지없었다.

 

 

 

 

 

, 왔어요?”

 

다니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우와, 얼굴 차갑다.”

 

 

 

 

 

다니엘이 내 뺨을 감싸며 특유의 맑은 웃음으로 활짝 웃었다. 나는 마주 웃지 못했다. 며칠째 연속된 철야는 나를 지치게 했고 이 사랑해 마지않는 애인에게 마주 웃어줄 힘조차 앗아갔다.

 

 

 

 

 

언제부터 있었어?”

 

오후에 왔는데…… , 세시였나?”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그 시간을 혼자 기다린 건가.

 

 

 

 

 

바보같이 뭐한 거야.”

 

?”

 

나 늦으면 알아서 야근인가 보네 해야지. 나 야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바보같이 계속 기다려. 왜 그랬어. 나중에 내가 어련히 연락할 거 알잖아.”

 

형아야.”

 

집에 가. 너 내일 또 학교 가야 하잖아.”

 

오늘 몇 월 며칠인지 아나.”

 

십이월 십일.”

 

 

 

 

 

, 이런.

 

 

 

 

 

아니, 이제 십일 일이다. 볼일 끝났으니까 나 집에 갈게요.”

 

다니엘.”

 

 

 

 

 

시곗바늘이 자정을 넘어섰다. 다니엘은 나의 부름에도 뒤돌아 나갔다. 오늘이 십이월 십일인 것도 알았고 십이월 십일이 다니엘 생일인 것도 아는데 왜 몰랐지? 나 오늘 무슨 생각했지?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구석에 숨겨놓았던 쇼핑백을 들고 빠르게 뛰어나갔다. 역시나 얼마 안가 천천히 걷고 있던 다니엘이 보였다. 얼른 뛰어가 너른 등을 안았다. 나는 어른답게 말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됐어요. 형 말 듣고 싶지 않다.”

 

아니야. 변명하는 거 아니야. 내가 미안해. 잊은 건 아니었는데. 아니다, 내가 바보였어.”

 

 

 

 

 

다니엘이 뒤를 돌았다. 상당히 가라앉아 있는 표정이었다. 다니엘이 이런 표정을 짓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아니, 거의 없다고나 할까.

 

 

 

 

 

이제 싫다.”

 

……?”

 

맨날 말하다 마는 거, 일주일 내내 야근하면서 나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하는 거, 기다리면 화내고, 얇게 입어도 화내고, 어디 가든 그래그래, 며칠 연락 안 하다 연락해도 받아주고.”

 

 

 

 

 

다니엘의 표정이 점점 화나는 것처럼 변했다. 나의 표정도 일그러져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아니, 왜 그게 화낼 일이야?

 

 

 

 

 

당연하지. 나 걱정하지 마. 나 너보다 형이니까. 넌 나보다 어리니까 걱정하는 거고, 대학생이니까 이해하는 거잖아. 그게 왜?”

 

싫다고요. 기다리는 게 왜 혼날 일이에요?”

 

너 또 기다리면서 같이 먹을 사람 없다고 밥 거를 거 뻔히 아니까 그러는 거잖아. 또 시험 기간인 애가 여기서 하루 종일.”

 

아닌데.”

 

뭐가.”

 

형 집에서 시험공부하면서 기다렸어요. 밥도 먹었고, 형 오면 같이 먹으려고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어 놨어요.”

 

…….”

 

근데 형은 또 나 애새끼 취급이잖아.”

 

 

 

 

 

다니엘은 그대로 뒤돌아 가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니엘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매일 전화를 걸었고 또 매일 문자를 보냈다. 미안한 마음만을 담아서 평소처럼 어른답게 사과하고 사과했다. 다니엘은 연락이 없다.

 

 

 

 

 

 

 

 

 

 

어른의 경계

Written by 레쉬

 

 

 

 

 

 

 

 

 

 

, .”

 

 

 

 

 

연말은 술자리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새해엔 술자리가 없느냐, 그것은 또 아니다. 해가 바뀌고 몇 번째 회식인지 모를 술자리를 파하고 한 걸음 걷고, 한 걸음 쉬며 천천히 집으로 나아갔다. 속이 너무 안 좋다.

 

굳이 회식이 아니더라도 다니엘과 연락이 끊기고 밤마다 꼭 술을 조금 해야 잠드는 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회식이라도 잡힌 날이면 회식을 핑계로 인사불성 취해 더 깊은 잠에 들었다. 나는 꽤나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었고 그런 나의 전부는 다니엘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닿은 엉덩이가 차가웠다. 눈이 체온에 녹으며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는 뜨겁고 팔다리를 시작으로 몸이 차가워졌다. 극심한 온도차가 서러워 눈물이 났다. 조금씩 눈물만 흘리던 울음이 걷잡을 수 없게 커져 아이처럼 우는소리로 바뀌었다.

새벽, 거리는 아무도 없었다.

 

다니엘의 빈자리가 극심하게 나를 괴롭히는 요즘 집에서나 이렇게 크게 울었지 밖에서 숨이 넘어 가게 우는 것은 실로 처음이었다. 다니엘이 그렇게 차갑게 돌아설 때도 나지 않던 눈물이 다니엘이 없는 순간에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그가 없어 외로웠고 그가 없어 울었다.

 

일어날 수 없다.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전화기를 꺼내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어린 다니엘에게 취해 전화를 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호음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전화를 받은 듯했지만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답이 없었다.

 

 

 

 

 

민현아…….”

 

 

 

 

 

생각보다 목소리에 울음기가 많이 배여 있었다. 그러니 다시 눈물이 났다.

이제 어쩌지. 다니엘이 나 안 본다 하면 어떡해. 전화를 안 받아. 답장도 안 해줘. 사실 읽는 지도 모르겠어. 차단한 건 아니겠지. 이제 영원히 나 안 볼 생각인 건 아니겠지. 나 같은 거 이제 필요 없는 거 아니겠지. 나는 무서워. 다니엘이 날 싫어할까 봐. 무서워. 속였다고 생각할까 봐.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할까 봐.

 

 

 

 

 

다니엘과는 동성애 모임에서 만났다.

성우는 대학, 군대, 취직을 쉬는 틈 없이 해내고 당당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장하는 멋진 사회인이었고 다니엘은 순수하게 열정으로 똘똘 뭉친 대학생이었다. 그때는 정말 봄꽃 같은 분홍색의 머리를 하고 군대를 다녀오기 전, 볼살이 조금 붙은 귀여운 얼굴의 청년이었다.

한두 번 마주칠 때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는 늘 실실 웃고 있었다. 활짝 웃는 얼굴은 열정이 가득했다. 늘 심통 맞은 얼굴로 사회를 비뚤게 바라보는 자신과는 딴판이었다. 상극이면 끌린다던가. 다니엘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사랑이었다. 언제나 외로웠던 성우를 너르게 감싸고도 촉촉이 적셔주는 그의 부드러움이 성우의 가시를 덮고 비어있던 그에게 사랑을 채워주었다. 성우에게 그 많은 사랑을 주고도 다니엘은 계속 사랑이 흘러나왔다.

여러 번 마주치고, 따스한 그에게 감동하는 사이 다니엘은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다. 거부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채워진 기분이었고 다니엘이 그동안 기다려왔던 사람이라 확신했다.

 

 

 

 

 

너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

 

저는 배울 점 많은 사람이 좋아요. 보고 배울 수 있는 어른스러운 연상.”

 

 

 

 

 

핑크빛 다니엘이 말했다. 성우는 그에 마주 웃었다.

내가 바뀌면 돼, 네 맘에 들도록.

 

 

 

 

 

 

 

 

네가 그랬잖아. 어른스러운 사람이 좋다고. 그렇게 말하는 네가 좋아서, 너무 걷잡을 수 없이 좋아해 버려서 나를 바꿨는데, 너를 위해 나를 숨기고 고쳤는데,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는데, 그런 나를 사랑해주는 다니엘은 어디로 갔니.

 

사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나 어린 성격이었다. 상처가 많아 낯을 가리고 가시가 돋아 있긴 하지만 가시를 벗기고 나면 칭얼대고 투정 많은 어린이 같은 성정이었다. 친구인 민현과는 대학 동기시절부터 꽤나 비교를 당해왔다. 어른스러운 민현에 비해 장난기 많고, 방정맞고, 의외로 남을 웃기는 것에 뿌듯해 하고, 불만이 생기면 어린애처럼 칭얼대는 성격이었기에. 겉모습만 보고 다들 허우대 멀쩡한 어른이라 생각하지만 딱 한 발자국만 다가오면 본연의 나를 알 수 있었다. 덜 자랐다. 그게 맞는 거다. 나는 아직 어린애였다.

 

철없고 남에게 기대기 좋아하는 어린애. 그게 나야. 하지만 다니엘, 네가 원하는 사랑은 내가 아니잖아. 본연의 내가 아니라, 겉모습의 나를…… 사랑하잖아.

 

겉모습으로라도 사랑받고자 했다.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운전하는 나의 모습에 멋있다고 웃어줄 때, 잠이 많은 너를 도닥이며 깨우면 내 어깨에 얼굴을 부빌 때, 외근이라도 하는 날에 데리러 가면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듯이 달려올 때. 그 각각의 순간의 네가 나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른스러운 나의 모습에 너의 사랑을 흘려주던 그 모든 과거가, 그 시절의 네가 나에게 박혀있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이렇게 약해.

 

다니엘은 계속 연락이 없었다.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나를 혼자 두었다. 내가 다니엘의 생일을 넘기듯 다니엘은 나와의 시간을 넘겼다.

 

 

 

 

 

크리스마스까지 연락이 없자 민현이 나를 불러 술을 사주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많이 시켰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그놈 새끼 잊어. 잠수 이별이 제일 나빠.”

 

그런 거 아니야.”

 

아직도 안 헤어졌다 생각해? 끝났어, 너 걔랑.”

 

 

 

 

너 진짜 말 아프게 한다. 술잔에 막혀 웅얼거리던 목소리.

민현이 말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리고 어땠더라. 계속 고개만 도리질 치다가 둘 다 목까지 빨개질 만큼 마시고 민현이 집에서 잤었나. 부서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전화기를 켰을 때 크리스마스는 이미 끝나있고 다니엘에게서는 연락 한 통 없었다. 그리고 또 울고. 해장도 하지 않은 채 부은 눈으로 출근을 했다.

 

다니엘의 생일 선물 옆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겼다. 주인에게 가지 못하고 처연하게 여전히 집 안에 자리를 지켰다. 연말에 다니엘과 함께 갈 식당을 예약했다. 취소도 못한 채 지나갔다. 새해에 부산에 가서 바다를 볼 생각이었다. 기차표도 취소도 못한 채 지나갔다.

 

 

 

 

 

 

이렇게 징징대면 또 끝난 놈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냐하겠지? 끝난 거 아니라니까. 너 밖에 말할 사람이 없어. 그냥 좀 들어줘.

 

 

 

 

 

[어디고.]

 

 

 

 

 

우느라 머리는 지끈거리고 열이 나는 얼굴과 차가워진 몸 때문에 현실감각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죽을 만큼 그립던 목소리를 듣자 그가 너무 그리워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꿈에 나와 달라고 빌어도 나타나지 않던 야속한 환영이 그려졌다.

 

 

 

 

 

[끊은 거 아니제? 제발, , 옹성우.]

 

 

 

 

 

다니엘. 내 다니엘.

민현이가 아니야. 전화기에서 고개를 떼고 화면을 보았다. 다니엘이었다. 최근 연락한데가 다니엘 아니면 민현이 밖에 없어서 헷갈렸던 걸까. , 아무렴 어때.

 

 

 

 

 

다니엘?”

 

[, 어디고.]

 

다니엘, 다니엘.”

 

[맞아요, 나 다니엘. , , 제발. 형 어디에요?]

 

 

 

 

 

장소를 말해도 다니엘은 계속 나를 부르며 전화를 끊지 않았다. , , . 한 달 동안 그 간절했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다니엘은 뛰는 듯 호흡이 망가지고 부르는 목소리가 헝클어졌지만 계속 나를 부르고 대답을 원했다.

 

, 다니엘. 아직 여기 있지. 일어날 수가 없어. 다니엘. 다니엘.

나도 계속 다니엘을 불렀다. 열기가 머리에서 목을 타고 몸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가슴이 너무 뛰어 머리까지 울렸고 계속 가만히 있었는데도 숨이 찼다.

 

 

 

 

 

!”

 

 

 

 

 

이 밤, 새벽거리를 다니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직 귀에서 떼지 않은 전화기에서도 그 큰 목소리가 나와 급하게 귀를 뗐다.

 

멀리서 다니엘이 보였다. 다니엘이 이 위험한 빙판길을 빠르게 달렸다. 위험하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다니엘은 큰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위험한 속도였다. 이윽고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왔을 때 다니엘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다니엘!”

 

 

 

 

 

너무 놀라 쉰 목소리로 다니엘을 불렀다. 다니엘은 아주 급하게 기어서 나에게 다가와 나를 꼭 안았다. 급하게 달렸는지 다니엘의 몸은 뜨거웠고, 호흡이 거칠고, 심장이 터질 듯이 크게 뛰고 있었다.

 

 

 

 

 

미안해요. 나 많이 늦었죠. 미안해. , . 미안해요.”

 

 

 

 

 

다니엘의 사과에 말라붙어있던 눈물 위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다니엘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야되는데, 울면 안 되는데.

 

하지만 다니엘이 끊임없이 나를 부르고 사과를 하자 흐르던 눈물이 울음으로 바뀌고 나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가득 담겨있었다. 다니엘의 등을 퍽퍽 때리고 욕을 하며 악을 썼다. 그동안 시간이 너무 힘들었던 것인지 주먹에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나쁜 놈아, 나 너 싫어. 강다니엘 개새끼. 진짜 싫어.”

 

욕해라. 더 심하게 욕해요. 근데 싫다는 말은 하지 마라.”

 

 

 

 

다니엘이 나를 안아 일으켰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휘청거리자 다니엘이 그대로 내 허벅지를 잡고 들어올렸다.

 

 

 

 

 

목에 팔 감아라. 넘어간디.”

 

나 너 싫다고! 내려줘.”

 

알았어요. 나 욕해요. 때려도 된다. 근데 형 몸 차가워. 일단 집에 가자. 집에 가서 나 밟아요.”

 

 

 

 

 

마주보는 다니엘의 얼굴이 진지했다. 꽤나 세게 다니엘의 어깨를 쥐고 있었는데도 아프다는 말 한 마디하지 않았다. 그저 내 얼굴을 핥아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 눈에 입을 맞추고 쪽하니 눈물을 빨아들이고는 볼을 부벼왔다.

 

다니엘은 자연스럽게 내 집으로 발을 옮기며 느리게 걸었다. 어떤 말도 나누지 않고 나는 그저 다니엘에게 안겨 있었다. 다니엘도 그저 내 목 부근에 입술을 묻고 입을 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다니엘이 한 손으로 내 엉덩이를 받치고 한 손으로 비밀번호를 쳐서 문을 열었다. 그대로 나를 소파에 앉혀주고는 신발을 벗겨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자기 신발 옆에 가지런히 놓고 내가 앉아 있는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조용히 무릎 꿇고 앉았다.

 

 

 

 

 

뭐하는 거야.”

 

잘못했으니까 비는 거요.”

 

뭘 잘못했는데.”

 

 

 

 

 

다니엘은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금방 변화를 알아챘다. 핸드폰이 바뀌어 있었다.

 

 

 

 

 

그날 형이랑 싸우고 집에서 너무 화나서 막 아무거나 집어 던지다가 핸드폰 박살났어요.”

 

?”

 

 

 

 

 

다니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이터 복구가 안 된다 해서 서울 다 돌아서 어제 복구하고 새 폰 샀어요.”

 

 

 

처음에 너무 당황했어요. 남들한테 들어보니까 전화는 간다더라고요. 근데 핸드폰이 안 켜지는 거예요. 서비스센터 갔는데 안에 다 망가졌다고 새 폰을 사라면서 안에 데이터가 복구가 안 된대요. 톡이든 뭐든 하고 싶었는데 비밀번호도 폰 안에 있고. 그래서 복구해주는데 맡기고 안 되고 반복하다가 어제 복구하고 새 폰 샀어요.

 

 

 

뭘 그렇게 복구하려고 용을 썼어. 그냥 새 폰 사면되잖아.”

 

모르는 소리 마라. 그 안에 형이랑 찍은 사진이랑 통화 녹음한 거랑 다 있는데 뭔 소리고.”

 

 

 

 

 

다니엘이 고개를 팍 들고는 강하게 말해왔다. 나는 오히려 그런 다니엘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아프다!”

 

아프라고 때린 거야. 일단 폰부터 만들고 복구하면 되잖아?”

 

내가 부셨으니까 엄마가 내 돈으로 사라고.”

 

알바했어?”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다니엘의 상황이 그려졌다. 핸드폰 부수고 복구하려고 용쓰고 아마 알바는 시험 끝나자마자 했을 테고. 연락이 되지 않은 경위는 알았다.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있었다.

 

 

 

 

 

그럼…… 왜 나 만나러 오지 않았어?”

 

그건…….”

 

 

 

 

 

다니엘이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들려오는 대답은 아주 작았다. 약간 떨고 있는 거 같기도 했다.

 

 

 

 

 

형이 헤어지자고 할까봐.”

 

 

 

 

 

맞아. 나도. 나도 그랬어, 다니엘. 네가 그렇게 가버리고 찾아가서 매달릴까도 했는데 네가 차가운 얼굴로 헤어지자고 말하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아서.

 

 

 

 

 

잘못했지.”

 

잘못했어요…….”

 

안아줘.”

 

 

 

 

 

다니엘은 그대로 일어나 내 위로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안아달라고만 했는데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부딪혀 왔다.

술냄새 날 텐데. 이런 생각이 들자 입을 열지 않았다. 고개를 약간 돌려 입술을 피하자 다니엘은 엄청나게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싫어요?”

 

 

 

 

 

그러고 보니 다니엘의 스킨십을 피한 게 처음이었다. 다니엘은 여전히 내가 화나있다고 생각하는지 안절부절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다니엘의 뽀얀 볼에 입을 맞추고는 씩 웃어주었다. 다니엘의 표정이 누그러지며 다시 입술을 맞붙였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내가 자꾸만 키스를 피하자 다니엘이 나의 턱을 두 손가락으로 잡으며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했지만 나는 전혀 다른 소리를 내뱉었다.

 

 

 

 

 

뭐요?”

 

내 통화 들으면서 무슨 생각했어?”

 

 

 

 

 

다니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턱을 주던 손가락도 놓아주고 몸을 떼어 내 옆에 앉았다.

 

 

 

 

 

그야…… 처음에는 형이랑 통화한 게 너무 안 믿겼는데 형이 내가 민현이형인 줄 알고 말했잖아요. 진짜 비참했어요. 그동안 형이 어땠는지도, 그런 형이 기대는 사람이 내가 아니고 민현이형인 것도 전부 속상했어요. 근데 나 정말 나쁜 새끼여서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그거 말고.”

 

뭐가요?”

 

실망했지? 다 들었잖아. 나 실은 엄청 징징거리고, 되게 어설프고, 잘하는 거보다 못하는 게 더 많은 거. 다 들었을 거 아니야.”

 

 

 

 

 

다니엘이 푸스스 웃으며 내 얼굴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었다. 다니엘은 입술을 떼고 자신의 사랑스러운 연상을 바라보며 특유의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상관없다. 나는 옹성우라 좋은 거지. 형이고, 똑똑하고 다 지랄이라 안카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말한 이상형은 처음 만났을 때 형 첫인상이에요. 내가 말한 중점은 옹성우였는데 형은 무슨 이상한 데에 빠져있던 거예요.”

 

?”

 

형 어른스러운 모습도 좋긴 했는데 이 모습이 더 좋다. 사랑스러워요, .”

 

 

 

 

 

아무렇지도 않게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다니엘 때문에 성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웃고 있는 다니엘의 볼을 쭉 잡아 늘리자 아프지도 않은지 계속 귀여운 얼굴로 실실 웃고 있었다.

 

 

 

 

 

이 모습이 더 좋다는 말 책임질 수 있어? 나 진짜 징징대.”

 

.”

 

.”

 

그게 낫다는 생각은 안하나?”

 

뭐가?”

 

앞으로 나한테만 징징대라. 힘든 일 있다고 민현이형한테 전화하고 그럼 혼나.”

 

그런게 어딨어!”

 

형 딱 보니까 지금까지 맨날 민현이형한테 전화하고 그랬는갑지. 그동안 내한테는 어른스러운 척 한다고. 진짜 서운하다, 서운해. 민현이형이랑 둘이 이래 통화했을 거 생각하니까 속상하다고. 왜 내한테 기댈 생각을 안 하는데. 형이 새벽에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 처음 봤다. , 몇 년을.”

 

그래두우.”

 

, 이리 온나.”

 

 

 

 

 

다니엘이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위에 앉혔다. 다시 입술이 맞붙으려하자 냄새 날 거야하면서 피하니 다니엘이 얼굴을 감싸 쥐고는 아랑곳 않고 키스를 했다.

 

 

 

 

 

괜찮아요. 일단 하고 싶으니까.”

 

 

 

 

 

입맛이 없어 깡소주만 들이부었었는데 정말 키스에서 알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하지도 않은지 다니엘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다니엘의 두툼한 혀가 입안을 가득 헤집었다. 나도 다니엘을 느끼고 싶었으나 입안에 그가 꽉 차 그저 내 입 속의 다니엘의 혀를 쓸어주는 것 밖에는 하지 못했다. 평소 다니엘은 하던 대로 온 입안을 헤집다가 내 사랑니 구멍에 혀를 집어넣으며 집요하게 혀를 놀렸다. 그러면 꽤나 기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다니엘은 그런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입술이 떼어지고 다니엘의 입술이 귀로 옮겨가면서 옷 안으로 다니엘의 찬 손이 들어오자 등이 움츠러들었다. 내 몸을 유린하고 귀를 씹어대니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아……. 다니엘.”

 

 

 

 

 

다니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들었다. 그대로 우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

 

 

 

 

 

 

 

형 왔어요?”

 

 

 

 

 

야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다니엘이 있다. 힘이 나는 일이지만 힘든 것은 힘든 거였다.

 

 

 

 

 

히잉, 다니엘.”

 

아이구, 우리 옹이형. 또 뭐가 힘들었어요.”

 

엉덩이에서 손 떼라.”

 

우힛.”

 

 

 

 

 

다니엘이 자연스럽게 안겨오는 성우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피곤한 성우를 대신해서 옷을 갈아입혀주면서 투덜거리는 성우의 말을 들어주며 그의 벗은 어깨에 입술을 눌렀다.

 

 

 

 

 

그 자식 진짜 싫어. 왜 걔는 퇴사 안하지?”

 

못된 놈이네. 형 만세.”

 

그니까. 그 새끼가 실수를 왜 내가 치우냔 말이야. 일 못하면 일 안해도 돼? 난 월급 두 배로 받아야 돼. 그놈 꺼, 내꺼.”

 

 

 

 

 

성우는 투덜대면서도 다니엘이 해주는 대로 순순히 옷을 입었다. 잠옷을 입고도 나란히 누워 하루 있던 일들이 오물거리며 말하는 성우를 다니엘이 활짝 웃으며 바라보았다. 성우의 하루치 투정을 들어주고 도닥여주자 성우는 피곤했는지 금방 곯아떨어져 버렸다. 다니엘은 잠든 성우를 내려다보며 잠든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니.

 

몇 년을 쌓인 오해였다. 저가 어른스러운 모습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성우와 애 취급하는 성우가 불만이었던 다니엘.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어져 있었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생각했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어도 분명 내가 지지 않았을까. 헤어지자하면 빌고, 욕을 하면 욕을 먹고, 때리면 맞자는 생각이었다. 성우의 전화에 놀랐다. 무서웠다. 그러나 받고서 들려온 것은 성우의 진심이었고 그는 다니엘을 울게 만들었다. 성우가 그렇게 표현을 해주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깊은 성우의 마음을 그 입으로 들었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다.

 

형이 이렇게나 나를 사랑해. 행복에 잠겨 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형이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게 더 클걸요.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만 부족하니까. 너무 많이 사랑해서, 이렇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말이다.

 

 

 

 

 

우응…….”

 

사랑해, 옹성우.”

 

 

 

 

 

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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