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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참 뭣같은 날씨였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고, 햇살이 따스하고, 길가를 지나는 아이들은 웃고, 하얗게 내린 눈이 반짝이고. 이 완벽한 저녁에 양복입은 한 청년은 혼자 벤치에 앉아서 청승맞게 맥주 까고 있다. 씨발. 이놈의 회사 진짜로 좆같아서 못 다니겠겠네. 누구보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촉망받는 인재가 되고 싶던 사회 초년생은 낙하산 본부장에게 까이고, 전무라는 인간은 수고하라며 은근슬쩍 엉덩이를 만지질 않나 하다못해 팀장은 폰트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무려 2주 째 PPT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씨발, 씨발. 청년이 바른 외모와는 달리 살벌하게 쌍욕을 내뱉으며 맥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알딸딸해질 무렵 걸려온 전화. 죠까튼 팀쟌이네. 잔뜩 꼬인 발음으로 숨 푸푸 내뱉은 성우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 "

" 옹성우 씨 지금 어딥니까? PPT 수정해오라고 몇 번을 말해요? 내 말이 장난 같아요? 우스워? "

" 아니 근데 저 "

" 됐고, 오늘 안으로 수정해서 보내요. 잘리기 싫으면. "

 


세상 모르고 들이켰던 맥주 두 병이 다 깨는 기분이었다. 이 씨발새끼는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야 될 거 아니야. 제 딴에는 진탕 들이킨 술이 위장 안에서 모두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저 팀장님... 하고 소심하게 내뱉은 말은, 회사 잘리기 싫으면 오늘 안으로 수정본을 보내라는 말로 막혔다. 흘긋 손목에 매달린, 인터넷에서 산 싸구려 LED 시계를 쳐다본 성우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오늘이 2시간도 안 남았는데 오늘 안에 보내긴 뭘 오늘 안에 보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듣기라도 할 거 아니야.

[ PM 10 : 12 ]

술을 몇 시간 동안 처마신거야. 어느새 캄캄해진 시야가 보였다. 전화기 속에서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팀장의 목소리 때문에 돌아버릴 것만만 같았다. 알딸딸하게 취한 성우가 벤치에서 일어나 빈 병을 비닐봉지에 담고는 가로등에 머리를 툭 기대며 말했다. 저 못 가요, 팀장님.

 


" 옹성우씨 진짜 미쳤어? 뭐라고? "

" 저어 내일 못 간다구요. "

" 잘리고 싶어서 환장했어요? 진짜 웃기는 사람이다, 당신. "

" 씨팔... 니가 하면 될 거 아니야. 회사 때려친다구 회사!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는 팀장의 전화를 뚝 끊었다. 아, 옹성우 오늘도 제대로 일 쳤네. 지금까지 친 일 중에 제일 잘 한 거다, 씨발... 가로등에 머리를 두어 번 쾅쾅 박은 성우가 발걸음을 옮겼다.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분리수거함에 병을 분리해 넣고선 성우가 도어락을 해제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현관문에서 문지방에 걸려 푹 엎어졌다. 무릎에 느껴지는 얼얼함 때문인지 뭔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게 뭐냐구. 한참을 소리없이 울던 성우가 그대로 잠들었다.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던 밤이 흘렀다.

 

 

 

 

 

 

 

 

 

대놓고 박으면 사랑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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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를 때려쳤다고? "

" 으응... "

" 와 나... 이 형 진짜 미쳤네? "

" 나두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만 해줄래... "

" 다시 가서 팀장 가랑이 붙잡고 빌어봐요 "

" 차라리 개좆을 잡지 그 새끼 가랑이를 붙잡니? "

" 어우 형... 그런 취향이세요...? "

 


얘한테 전화한 내가 병신이지. 한숨 푹 내쉰 성우가 전화를 뚝 끊었다. 술에서 깨자마자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동생 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마 술먹고 홧김에 회사 사표냈다는 말을 엄마에게 전할 수는 없었다. 철딱서니 없는 동생은 팀장에게 가서 다시 빌어보라는 말을 남겼다. 내가 미쳤니? 한숨을 내쉬며 전원 버튼을 누르려는데 마침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 안녕하세요, 옹성우 고객님. 활활 타오르는 여행을 완성시켜드릴 완아완 투어입니다. 고객님께서 응모하셨던 라스베이거스 여행에 당첨되셔 연락드립니다. 자세한 문의는 02-825-1210 으로 부탁드립니다. |  AM 11 : 10 ]

 


이건 또 무슨 신종 스팸인가 싶어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정말 완아완 투어니, 라스베이거스 여행이니 하는 배너가 나왔다. 배너 중앙에 박혀있는 제 이름 석 자, 옹, 성, 우... 진짜 옹성우네? 내 이름 옹성운데? 방금 전까지 회사를 관둔 암울한 미래에 찌들어있던 성우가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출발이 언젠데... <여행 시작은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날짜에 진행됩니다. 로열A항공사 퍼스트 클래스 좌석으로 제공되며 기내 모든 서비스는 무료입니다.> 이게 무슨 혜자람. 손이 덜덜 떨려왔다. 발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말한 성우가 곧장 오래된 캐리어를 꺼내 옷을 구겨넣기 시작했다.

 


" 옹성웁니다. 라스베이거스 지금 당장 갈게요. 바로 되는 비행기 준비해주세요. "

 


*

 


진짜... 진짜 공항에 왔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읊조린 성우가 평생 쳐다볼 일도 없다고 생각했던 로열 A, 것도 퍼스트클래스 좌석에 몸을 푹 파묻었다. 우리집 침대보다 좋네... 좌석을 손으로 한 번 훑은 성우가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숙소는 SORRY 호텔 1210호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호텔 이름이 왜 이래. 핸드폰을 끈 성우가 좌석에 파묻혀 눈을 감았다. 꿈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옆을 둘러보니 휑하게 뚫린 벽이 보였다. 멀리 떨어진 옆 좌석의 사람이 펼친 커튼이 보여 그제서야 아, 커튼이 있구나 한 그가 커튼을 치려 손을 뻗었다. 순간 옆 좌석의 남자가 커튼을 걷었다. 노을진 밀밭 색 머리를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엄청 귀엽게 생겼는데 사납게 생겼네. 생각한 성우가 커튼을 치려는데 밀밭머리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얼떨결에 마주 흔든 손이 꼴사나웠다. 귀가 붉어진 성우가 커튼을 팍 치고 눈을 감았다. 아오, 쪽팔려.

 


12시간의 비행은 처음이었다. 워낙 고급 쿠션이 받쳐준 탓인지 허리고 목이고 찌뿌둥할 새도 없었다. 돈이 짱이네... 진짜. 쏘리 호텔인지 거기나 찾아가자. 오래된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던 성우의 눈 앞에 다 쓰러져가는 호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우... 무서워. 저런 데서 자면 사람 하나 죽어두 모르겠네. 지나치려는 성우의 눈 앞에 간판 하나가 들어왔다. <SORRY HOTEL> 그리고 성우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구요. 호텔이 진짜... 무섭다니까요. "

" 고객님, 그래보여도 23년간 무사고였던 호텔입니다. "

" 근데 이렇게 다 쓰러져갈 일이에요 이게? "

" 여행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취소하시고 푯값을... "

 


제기랄. 전화를 뚝 끊은 성우가 호텔로 들어섰다. 원 따우전드... 투, 투 헌드레드 텐. 더듬거리는 영어로 룸 번호를 말하는 라스베거스 초짜에게 호텔리어가 키를 내밀었다. <SORRY 1210> 그래... 쏘리. 진짜 죽어서도 못 잊겠다. 나지막히 읊조린 성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룸으로 올라갔다. 나름 작고 아기자기한 방이었다. 티비도 없고 미니바 같은 것도 없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은 잘 나왔다. 한숨을 폭 내쉰 성우가 옷을 갈아입었다. 꽤나 신경 쓴 옷차림을 하고서 회사에 다닐 때는 꿈도 꾸지 않았던 머리 세팅까지 마친 그가 거울을 둘러보곤 호텔을 나서 곧장 바로 향했다.

 


" 어쩜 라스베거스까지 와서도 혼자냐. "

 


처량하다, 옹성우. 맨해튼 한 잔을 주문해놓고 바를 둘러보던 성우의 눈에 밀밭 색 머리를 가진 남자가 들어왔다. 어, 아까 그 비행기...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주려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딱봐도 세 보이는 도수의 칵테일을 들이켰다. 그 남자도 혼자 앉아있었다. 되게 무안하네. 발개진 성우가 뒤돌아 귀를 문지르는 동안 밀밭 색 머리의 남자가 성우를 주시했다. 자신이 들고있던 칵테일 잔을 들고 성우의 옆으로 가 앉았다. 발개진 귀를 한 성우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 어, 하이... "

" 내 한국인인데요. "

" 아, 헐... 죄송해요. 저... 그러니까 아까는 그냥 반가워가주궁... "

" 누가 보면 내가 그쪽 잡아묵는 줄 알겠네. 내도 반가워서 온 거니까 그래 무서워 할 필요 없거든요. "

" 아는 척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혼자거든요. "

" 내도 싱글이에요. "

" 네? "

 


혼자람서요. 누가봐도 이국인 처럼 생긴 외모에 꼭 복숭아 같은 미소를 단 남자가 말했다. 아니 나는 그 싱글이 아니구... 진짜 혼자 있다고 말 한 거였는데. 굳이 말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리드바 밑으로 흘긋 내려다보이는 허벅지가 튼실했다. 이야... 핫바디. 성우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운동 많이 하시나봐요? 동그랗게 뜬 눈이 퍽이나 다람쥐같았다. 허벅지로 옮겨졌다가 다시 얼굴을 향하며 순진하게 물어오는 성우가 퍽 귀여워 웃음을 흘린 밀밭 머리 남자가 말했다. 몸 쓰는 일은 다 잘 해요, 내 원래.

 


" 멋있다. 저는 젬병이에요. 몸 쓰는 거. PPT는 더 못하구. "

" 그래요? 뭐 그카노. 그쪽 이름이 뭔데요? "

" 옹, 성우요. 옹. "

" 옹 성우요? "

"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 처음 봐. 그쪽은요? "

" 내는 강, 다니엘. "

" 강단이요? "

" 강단이가 누고. 강, 다니엘. 강다니엘. "

 


되게 외국인같은 이름이었지만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밀밭 머리 남자는 포근한 사투를 썼다. 다양한 표정의 얼굴은 드라마 장르로 치자면 로맨틱코미디였지만, 몸은 그야말로 청불이었다. 것도 아주 찐한 청불. 여긴 왜 왔어요? 하는 뜬금없는 성우의 물음에 엷게 웃어낸 다니엘이 대답했다. 그쪽 만나러 온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이 밀밭 머리 남자는 직진이 취향인 것 같았다. 아주 그냥 마음에다가 입주 말뚝을 대놓고 박아댄다. 대놓고 박으면 사랑이 되는 건가. 이렇게 사랑이 시작된다면 나는 백 번이고 기꺼이 사랑을 시작할테지. 술기운 때문인지 심장이 쿵쿵 뛰었다. 통성명을 하니 나이며 직업 같은 것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었다. 다니엘은 사진작가라고 했다.

다음에 사진 한 장 찍어줄게요.

한 장만요?

찍어달라는 대로 찍어주까요. 기분 좋은 떨림이 이어졌다. 분위기에 휩쓸려 마신 술 때문에 닫힐 줄 모는 입은 기어코 회사에 사표를 내게 된 경위까지 설명했다. 팀장 그 좆같은 새끼... 억울함 때문인지 어느새 발개진 눈을 하고서 울먹이는 성우를 보며 다니엘은 그저 귀엽다는 듯 미소지을 뿐이었다. 웃겨요? 고개를 새침하게 팩 돌린 성우가 물으니 다니엘은 그제서야 고개를 설레저었다. 시간이 느려진듯한 움직임이었다. 분명 저보다 어리다고 했는데 여유롭다. 여유로움이 가득차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분명히 나보다 어리다구 그랬잖아요. 잔뜩 뭉개진 발음으로 성우가 말했다. 그랬었죠. 다니엘이 여전히 그 여유로움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성우의 까만 머리칼을 살랑 쓸었다.

 


" 왜 막, 그렇게 쳐다봐요? "

" 쳐다보고 있는 게 좋아서요. "

" 사람 우는 게 좋아요? "

" 원래 억수 싫어하는데, 그쪽은 억수 이뻐가. 그래서 회사 잘린 거에요? "

" 잘린 게 아니구 내가... 내가 찬거죠. 회사를. "

" 거의 차인 것 같은데? "

" 아니라니깐... 내가 짜증나가주구... 찼다구요. "

 


알겠어요. 차였다고 하모 울겠네. 봐준다는 듯 웃으며 칵테일 잔 집어드는 다니엘을 팩 째려보던 성우가 고의 반, 실수 반으로 의자에서 중심을 잃었다. 24살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뚝배기 깨지긴 싫어... 알딸딸한 정신을 겨우 붙잡고 기울어지는 몸을 벽에 기댔다. 거의 벽의 멱살을 틀어잡고 기댔다.

?

벽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 헐 "

" 놀란 건 알겠지만 갑자기 이래 멱살을 잡으시모... "

" 진짜... 진짜루 죄송해요 제가 지금... "

" 괘않아요. 취한 거 아는데 뭐. "

 


괜찮다는 말에도 이미 술에 떡이 된 성우가 울먹이다 눈물을 터뜨렸다. 꼭 사탕을 빼앗긴 아이같은 울음이었다. 엉엉 울며 다니엘의 너른 어깨를 꼭 끌어안은 성우가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서러운 울음이 터져나올 때 마다 다니엘이 그 등을 토닥였다. 꼭 어미새를 찾는 아기새의 간절한 몸부림처럼 제게 매달리는 성우를 내려보며 다니엘이 웃음지었다.

 


" 와 이래 파고들어요. "

" 안 돼요? "

" 쭉 파고드니까 조금 신경쓰일라캐서. "

" 내가 언제부터 파고들었는데요. "

" 비행기에서부터. "

 

 

지금도 파고들고 있네요. 제 셔츠를 틀어잡고 품에 안기듯 기대 바르작거리는 성우의 허리를 감싸안은 다니엘이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실컷 울어제끼던 성우가 곧장 다니엘의 목덜미에 머리를 올렸다. 달콤한 복숭아 향이 코 끝에 감돌았다. 아주 긴 밤에 맞지 않는 향이었다. 지금까지의 긴 밤은 축축하고, 습하고, 슬프고, 향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는데.

 


" 왜 이렇게 파고들어요? "

" 내가 성우씨를 파고든다꼬요? "

" 처음부터 계속요. 그쪽도 그랬잖아요, 내가 다니엘씨 파고든다구. "

" 그래가 싫어요? "

" 파고들지만 말구, "

 


안아주세요. 젖은 눈으로 팔 벌린 성우를 내려보던 다니엘이 성우를 꼭 안아주는 대신 얼굴을 가까이 해 이마에 입 맞췄다. 놀란 눈 두어 번 깜빡이던 성우가 이내 푸스스 웃음지었다. 뭘 하나 했더니 겨우 이마였어요? 파고들지말구 안아달랬더니 이마에 뽀뽀를 하네. 다니엘의 목에 팔을 두른 성우가 작게 웃어냈다. 도박의 도시 라스베거스에서 기꺼이 몇만 달러라도 걸 수 있는 웃음이었다.

촉 소리를 내며 진득하게 얽히는 입술 사이로 배어나는 달콤한 복숭아향과 맑은 백단향이 퍽 어울렸다. 이게 꿈이라면 나는 절대 일상을 살아갈 수 없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꿈 속에서 영원토록 살게 된다고 해도  당장 고개를 끄덕일만한 꿈이다. 이대로 몇 시간이고 입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영원토록 입 맞추는 꿈이라면 이 단 복숭아 향에 폭 파묻혀야 한다는 소리일까. 사실 빠져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복숭아 향이 나를 언제 파고드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당신은 나를 파고든다.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나의 꿈을 모조리 대신한다. 아주 깊게 파고든 당신이 아플 무렵의 입맞춤은, 나의 울음을 삼켜 어느새 웃음으로 탈바꿈시킨다. 깊은 감정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얽힌 감정이 아주 달았다. 달콤했다. 혀가 아릴 정도로 밀려오는 달콤함 때문에 도저히 입을 뗄 수 없었다.

 


" 어디에서 자요? "

 

자는 것만이 비단 목적은 아니었으리라. 잔뜩 젖은 눈의 성우를 내려보며 다니엘이 말했다. 바래다 줄게요. 성우는 그 뒤에 이어질 무언가를 기대했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니엘을 새초롬하게 쏘아보던 성우가 입을 열었다. 데려다주면은, 재워줄게요. 다니엘이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꼭 도화, 복숭아 꽃이 만개하는 여름의 웃음과 닮아있었다. 그런 다니엘을 보며 성우도 맑게 웃음지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꿈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