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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네가. 그 어느날 내게 다가 왔던 날과 같은 바람에, 그냥 그렇게 두었다. 짙어진 오해로 한없이 떨어져 가던 나 였기에, 그랬기에. 나는 널 붙잡지 못하였다. 그 새벽의 너는 한결 같았다. 그렇게 아름답기도, 활활 타오르던 불이 차가운 바람을 이유로 점점 줄어가듯 안쓰럽기도 하여서. 그간 너에 대한 뜨거웠던 사랑과 미움까지 더하여 나에게 남게 된 것은 애증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결 같았다. 너를 사랑 하기도 하였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너와 내가 천천히 멀어졌다.

 

 

 

 

 

 

 

가까이

Written by . SMIN

 

 

 

 

 

 

 

1.

 

너를 처음 본건 대학교 O.T . 이상하리만큼 나에게 계속해서 술을 권하던 세 다리 위 여선배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소문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신입생 남자 애들 데리고 잤다가 뒷말 나오게 한다고 했었던가, 그건 또 학기중에 들은 얘기였고 일단 그 당시엔 영문도 모른 채 네가 하는 꼴을 보고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같은 예술대학 이였지만 연영과 인 나와 무용과인 너는 술자리를 같이 할 일이 잘 없었다. 아무리 O.T 여도 말이다. 그런데도 넌 자꾸 우리 과 술자리에 와서는 내가 마실 술을 본인이 끌어다가 마셔 댔다. 고맙기는 커녕 뭐하는 거지? 싶었다. 그래, 그때만 해도 신입생 이였으니까. 그 여선배는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었는데 도대체가 지치 지도 않는건지 술잔을 손에서 놓질 않았으며 그 술이 자꾸 내 잔으로 흘러 들어 왔다.

 

성우야 안 더워? 좀 더운 것 같은데.”

 

아뇨선배 더우세요? 그럼 잠깐

 

나갔다 올까요? 가 내가 하려고 했던 말 이였는데, 계속해서 옆에 앉아 술을 받아먹던 네가 내 손목을 잡고 벌떡 일어나 선배 잠시만요, 성우랑 할말이 있어가,’ 하고 성큼성큼 바깥으로 날 데리고 나갔다, 끌고 갔다. 는게 맞는 표현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초면인데. 나 본적 있어?”

 

아뇨, 저도 처음 뵙는데요.”

 

근데 왜 자꾸 옆에서 술 받아먹어요? 그 선배가 나 주는 거 잖아.”

 

솔직히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일단 내 술을 가로채 먹었던 것도 한 몫 했고, 그렇게 많이 마셔 댔으면서 멀쩡해 보였던 것 때문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서울에 갓 올라온 것 같아 보이는 어리숙한 행동과 말투에 비해 너무나 깔끔하고 세련된 겉모습. 그게 제일 별로 였다. 비교되게.

 

걱정 되서요, 조금.”

 

 

몇 년생 이에요? 저는 96. “

 

95 에요.”

 

그럼 형이네요, 성우 형.

 

회갈빛 머리가 찰랑였다. 사실 그 찰나였던 것 같아. 너랑 가까워 질래. 하고 이야기 하는듯 한 눈빛이 내 눈에 닿았다. 깊은 눈동자의 끝은 완전하게 나를 향해 있었고 그에 홀리듯이 그래, 이름이? 하는 물음에는 다니엘이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2.

 

입학을 하고 나서 부터는 줄곧 같이 다녔다. 너는 나 와 전공은 달랐지만 항상 좋은 성적을 내서 과 탑도 했었고, 무용과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실기도 아주 기똥차다고 들었다. 친한 사이 이기도 하니까 되게 뿌듯했는데 내 입으로 꺼내기 부끄러워서 차마 말은 못했었다. 넌 인간관계도 참 좋았었다. 그래도 어디 가서 미움 받을 타입은 아니었지만 항상 걱정이 됐다. 나랑 같이 있을 때엔 매 순간 웃고있어서. 처음 보았을 때 올 곧이 날 바라보던 그 눈은 참 햇살 같았다. 따뜻하고 포근했는데. 그만큼의 느낌은 아니더라도 항상 이곳저곳 웃음을 흘리고 다녔다. 걱정이 안되고 베길 리가 없지. 솔직히 본인도 알 거야. 자기 웃으면 귀여운 거. 그래서 더 입을 꾹 다물고 있었거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조금 서운 했던게, 내 옆엔 너 하나인데 네 옆은 나 하나만이 아니 라는 거 였다. 넌 아니라고 했지만 나 혼자 너의 옆에서 멀어지고 있었거든. 아까 말했듯 줄곧 같이 다녔다. 하지만 몸은 함께해도 내마음은 혼자 배를 타고 저 멀리있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어느날 네가 나에게 물어봤다. ‘형은, 내가 형 좋다고 하면 뭐라고 할거에요?’ 하고. 근데 나는 거기서 쉽게 답을 못했다. 나도 너 좋아 임마- 하고. 그냥 얘기 했으면 됐을텐데, 어느새 너의 질문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 되어버려서. 그래서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거기다 넌 참을성도 좋았다. 대답하지 못하는 나에게 왜 대답하지 않냐며 질책 할 만도 한데, 고민을 하며 쳐다 보았을 때 에도 그 두 눈을 가득 접고 웃어 보였다. 잠깐 동안의 고민이 무색하게 너의 눈을 쳐다보고있으니 저절로 대답이 나의 입술을 뚫고 나왔다. 너 랑 내가 같은 마음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너 좋아해.’

 

 

3.

 

너가 휴학을 한다고 했다. 당장 1년 뒤가 졸업인 3학년 이였으니까 갑작스러웠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직까지 내 감정은 정리가 되질 않았는데, 전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가슴 속에 계속 묻어두어야 하는 건지, 결정하지 못했는데. 국내 대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넌 영국 국립 무용단에서 수석으로 스카우트 되었다고 했다. 잘 된 일 인데, 기분이 좋지 못했다. 생각보다 내 얘길 여기 저기 많이 하고 다녔는지 기숙사에 짐 빼는 걸 도와주러 오신 어머니가 내 두 손을 꼭 잡고 이야기 하셨다. ‘성우야, 다니엘 한테 이야기 들었어. 많이 도와줬다고, 너무 고마워 하더라. 그동안 우리 애 챙겨줘서 너무 고마워. ‘ 그런데 내가 품고있는 마음이 있던지라, 마냥 웃으면서 어머니 말씀을 듣기는 조금 힘들었다. , . 형식상 잡은 손을 휙휙 저으며 악수를 나누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네가 웃음이 많은건. 아니, 웃음이 헤픈건 어머니 때문이 분명했음을 느꼈다. 정말 따뜻하고 좋으신 분 이더라.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너의 모습엔 웃음이 만개했고 나 마저도 가슴 한 구석이 따스해 지는 기분이여서, 네 짐이 모두 빠지고 나니까 두배로 공허해 졌다. 그저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그 이상의 별다른 대화 없이 넌 영국으로 떠나갔다. 나는 이제 널 어디에서 그리워 해야 하는 걸까,

 

 

4.

 

네가 가고 나서야 알게 된 건 너의 헤펐던 웃음 때문에 네가 걱정이 된 게 아니고, 내가 신경이 쓰였다는 거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 너를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면 좋겠다고. 내 두 눈 에만 담아내고 싶다고. 어쩌면 두려워했나 봐. 웃고있는 얼굴이 눈에 띄게 이뻐 보여서,다른 사람들 에게도 분명 그럴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너와 편하게 지내지 못하고 혼자만 불안했던 이유, 그걸 네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어 조금 후회스러웠다. 조금만 내 마음 다스려 볼 걸, 내가 조절 해 볼 걸. 하지만 너에게 걸려오는 통화에 다시금 볼이 붉어지는게 그것도 아닌가 싶다. 연인 사이 따위 에나 하는거라 생각 했었기 때문에 자주 걸려오는 전화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넌 마냥 어린 소녀처럼 주변 풍경사진을 보내기도 했고, 그 신경 쓰이게 하는 웃음으로 친해 졌을 단원들과 함께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하루의 시작과 끝을 메일 확인으로 마무리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너 한테서 의 메일 이 오지 않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는 일상 때문인지 너의 부재 보다는 당장의 작업이 나에겐 더 크게 다가왔고 너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줄어갈 때쯤 정보 검색 때문에 들어가게 된 포털사이트의 메인이 너의 연락이 잦아진 이유를 알려주고 있었다.

 

[ ‘영국 국립 무용단소속 한국인 강 다니엘. 무대 오 작동으로 장치에 깔려, 심한 중상.]

 

 

5.

 

너를 만나기 전, 그러니까 입시 준비를 하며 모델 알바나 편의점 알바로 틈틈히 부어놓은 적금을 깼다. 꽤나 많이 모였었는데, 티켓 값이 될 만큼 인걸 보니까 또 새삼 실감이 났다. 편지를 받았던 것도 아닌지라 알고있는 주소 라고는 영국 국립 무용단 이라는 건물 하나뿐. 기사 지문의 중상. 그것도 심한 중상이라고 적혀 있는 글을 보자 마자 적금을 깨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진짜 밑도 끝도없이 갑자기 가게 된 거라서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배낭 하나만 매고 한국을 떴다. 너 하나 때문이였다. 급하게 구한 티켓 이여서 중간 경유지가 있었는데, 대기시간만 10 시간 이 넘어갔고 기다리는 동안 불안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너의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보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였는지 받으시질 않으셨고 주변에 너와 연락하는 사람 이라고는 하필 나 밖에 없어서 발만 한참 동동 구르다가 한국에서 벗어 난지 30 시간만에 너가 있는 곳, 영국에 도착했다. 주변은 큰 건물들로 가득했다. 막상 와 보니까 막막한게 여기는 한국 만큼 좁지 않다는걸 너무 뒤늦게 깨닳은 것 같았다. 그만큼 무용단 건물을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곳엔 너가 있었지만, 바로 닿을 수 없었다. 차근차근 시작해 보기로 했다. 공항을 나서며 호기롭게 생각했던 마음을 버린 채 다시 공항으로 들어와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온몸을 사용하여 설명한 결과 무슨 우연 인건지 무용단 건물 근처 역으로 바로 가는 공항 리무진이 있었고 리무진 탑승을 원하냐는 질문에 예쓰 예쓰 만 무한 반복을 했었다. 리무진의 탑승 시간은 2시간 뒤 였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한숨이 푹푹 내 쉬어 졌고 일단 영국에 가고 보자 생각했던 내자신의 생각을 질타 했다. 10년치 고생을 몰아서 한 느낌 이였거든. 너무 피곤해서 눈이 계속 감겼는데 여기서 졸면 리무진은 커녕 국제미아가 될 게 뻔했기 때문에 눈을 번쩍 뜨며 대기 하다가 2시간 뒤 차에 타자 마자 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이 뜨였을 땐 기사 아저씨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을 때 였고 직원이 설명을 해 주었던 것인지 다른 손님들이 다 내리고 난 후 나를 무용단 건물 앞 까지 데려다 주신 기사 아저씨다. 진짜 너무 감사한 마음에 아저씨를 꼭 끌어안고 땡큐, 땡큐 하며 몇 번을 소리쳤는지 모르겠다.

 

 

6.

 

성우 형, 진짜 성우 형이가.”

 

다니엘? 너 괜찮은 거야?”

 

건물에 들어 서자 마자 동양인 스탭 이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영어로 물어왔고 지쳐 있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강 다니엘 군 입원한 병원이 어딘 가요? 하고 물어보았는데 아차, 싶었지만 한국인 이었는지 다니엘 친구분이시구나- 하고 탄식을 내 뱉었다. 다니엘이 하도 자랑을 해서- 말을 덧붙히며 같이 자리를 옮기자고 이야기 하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졸졸 쫒아갔다. 그나저나 어디든지 내 얘기를 하고 다니는 걸 보니 친구가 나 하나밖에 없는걸로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로 치부 되는기분도 좋지만은 않았고, 급하게 소식 듣고 왔다고 이야기 하니 어머님도 당일에 급하게 왔다가 바로 한국에 넘어 가셨다고 했다. 이동 일정이 겹쳤었구나, 안 그래도 병원에 가려고 하셨다는 스탭분 이 흔쾌히 차를 태워 주셔서 같이 병문안을 갈 수 있었다. 얼만큼 다쳤는지에 대해서가 가장 궁금했지만 친구사이에 너무 오버하며 걱정하는 것 같아 보일까 싶어 묻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 병원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도착한 병원 문이 무겁게 내 몸을 짓눌렀고 있는 힘 껏 그를 밀어 내어 너의 얼굴을 마주했다. 1년도 더 되게 보지못했던 모습이 뭘 입어도 어울리지만 입지 않아도 될 병원복을 입고있는 너여서 너무 속상했다. 말문이 턱 막히면서 어안이 벙벙 했고 강아지 마냥 눈을 접어 대던 너도 많이 힘든건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나를 맞아들였다.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워 침대 옆 까지 걸어온 날 향해 몸을 틀었다. 많이 다친건지, 큰 이상은 없는건지. 궁금한게 투성인데 너는 더 이상 말도 꺼내지 못하게 나를 꽉 안아 버린다.

 

진짜 형 맞나, 나 안믿기는데.”

 

나 맞아. 기사 보자 마자 티켓 끊어서 왔어.”

 

우야노, 형 작품 한다고 안했나.”

 

그게 지금 중요해? 너 때문에 집중도 못해서 교수님한테 혼나기만 하다가 허락 겨우 받고 여기 온건데.”

 

미안타, 내가 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많이 다친거야? 공연 있는건 어떡해.”

 

글게, 것도 문제고. 언제 다 나을지도 몰라서 나을때 까지 이렇게 있어야 되는 것 문제네. “

 

어머니가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왔다 가셨다며. “

 

안그래도 아까 한국 잘 도착하셨다고 연락왔었어. 형 한테 연락 와있었다고 무슨 일 인지 걱정하셔서 진짜 형 무슨 일 있는건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형 보니까실감이 안나네. “

 

연락이 안되니까그냥 거기 있지를 못하겠더라. 너 어떻게 된건지 얼굴을 봐야 되겠다, 싶어서. 무작정 와 버렸어. “

 

꽤나 심각해 보였는지 대화 나누라며 자리를 피해 준 스탭분 이 생각 날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내가 말 해놓고도 이거 좀 오버 인데, 싶기도 하고 민망한 마음이 들어서 애꿎은 손만 꼼지락거렸다. 그래도 넌 계속해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뚫릴 것 마냥,

 

형 맨날 내가 영상통화 걸면 돌려버리고, 그냥 통화하자고 그랬지. 나는 메일로 사진 찍어서 엄청 보냈는데 형은 사진은 커녕 답 메일도 5번 보내야 한번 보내주고이렇게 다치고 나서야 걱정 된다고 찾아오고

 

아니 그건,”

 

진짜 서운하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이는 널 보니까 생각해 보니 조금 너무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국 가기 며칠 전 에서야 얘기해 줬던 너한테 비하면 별로 너무 한 것도 아닌데, 사실은 일부러 그랬다.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는 생각에 너가 가기 직전까지 속으로 우울해 했다. 네가 없어진다는 게 너무 공허해 져서 못 견디게 힘들었는데, 막상 가고 나니까 나도 사람 인지라 적응을 하더라. 근데 다시 얼굴을 보게 되면 모든게 무너질 것만 같았다. 네가 전화 한통을 걸 때 에도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 이였는데 얼굴 까지 보면 정말 당장 에 라도 표를 끊어서 너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될 까봐 날 계속 다독였다. 나중에, 나중에 보자. 일단 졸업부터 하고, 천천히.

 

나도 미안해. 너랑은 일상의 매 순간 같이 있었는데, 그렇게 가고 나서 많이 허전 했어. 그래서 너 더 밉고 짜증나고, 보고싶고그런데 영상통화라도 얼굴 보게되면 나도 주체 못하고 여기 와버릴 것 같아서, 너한테도 방해되고 나도 힘들어질 것 같아서그래서 그랬어.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내가 강하질 못해. 진짜 멍청하고 한심 하단 말야. 기사보고 찾아가는 멍청이가 어딨냐고, 안 만나주면 어떡할거냐고 친구들이 옆에서 그래도 너 찾아오려고 적금 까지 깨서 왔어. 이렇게 내가 고지식해. 너 때문에 해야 할 일이 손에 안잡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그런 내가, 뭘 어떻게 더 너한테 할 수 있었겠냐고네 이름만 들려도 네 생각이 나서 울컥하는 내가, 뭘 더 어떻게

 

하루가 넘는 시간동안 잘못 된건 아닐까 피를 잔뜩 말리며 걱정하고 힘들었다.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다니엘의 얼굴에 안심이 되어서, 하지만 부상당한 모습에 속상해서. 모든 긴장이 풀리고 눈물이 계속 흘렀다. 줄곧 그리워했다. 함께했던 만큼 빈자리가 더욱이 커다랗던 너. 잠깐의 시간이지만 널 다시 만나게 되어 나는 너무 기뻤다. 나의 자랑, 나의 햇살. 그 와중에도 우는 나를 다독이려 다시금 나를 끌어 안는 너의 뒤통수를 안았다. 네가 아무 말도 안 해줬더라면 그쳤을 텐데, 울지마, 나 여기 있어. 이 한마디가 나를 계속해서 울게 만들었다. 내 등을 감싸안아 다독이는 손길도, 부드러운 머리칼도,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나는 병원복도. 너의 모든게 나를 울게 만들었다. 어느새 넌, 나에게 있어서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렸다.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먹먹해 져서, 가슴에 담아두기가 아프다. 그래서 다짐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간 순간부터, 나는 너, 강 다니엘을 마음 속 에서 지우겠노라고. 내 속에 담아두지 않겠노라고.

 

 

 

“7.

 

급하게 구한 티켓 이였다. 체류 기간조차 생각 지 못하고 하루도 못 지나서 돌아오는 티켓을 끊어 놓은 나 때문에 다니엘의 얼굴만 확인하고 연락하라는 말을 주고 받고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을 하면서 다짐했다. 곰곰히 생각도 해 보았다. 내가 너의 옆에서 이런 마음과 감정을 가졌을 때 너에게 도움이 되는게 얼마나 있을까, 답은 하나도 없다. 였다. 도착해서 휴대폰을 확인 해 보니 잔뜩 와있는 메시지. 수신자가 모두 다니엘 이였다. 아팠다. 너무 아파서 미어졌다. 도저히 널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옆에 있는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도출 된 결론은 괜찮지 않다는 것 이였다. 난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건 하지 못해서, 널 옆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래서 미안했다. 결국은 난 너의 곁에 있을때도, 없을때도 그닥 제대로 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분명 아니라고 하겠지, 언제나 성우형이 많이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던 너 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한 일이 없었다. 그저 너의 모습을 열렬히 좋아하고, 사랑한 것이 일 이였다면 일 이였을 것. 일년이 넘던 시간보다 더 잦게 오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처음에는 애가 타겠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할 일을 찾다가 보면 분명 나는 잊혀 질거고, 연락이 닿는 시간도 줄어들거고, 한국에 올 일이 없을 너는 몸을 잘 추스리며 다시 재기 해서 바쁘게 공연을 이어가겠지, 그리고 나서는 분명, 난 너의 기억 속 에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

 

 

8.

 

성우 선배 의상 챙겨드렸어??”

네 지금 가지고 갑니다!!”

야 저쪽 민진이 소품 같이 좀 들어줘! 다 흘리잖아!”

!”

 

졸업 작품 발표 날이 왔다. 옹씨 가문의 고집이 쎄다고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까지 내가 참을 수 있을 것 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의식할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라고는 했다. 한달이 넘도록 연락을 받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넌 꾸준하게 메일을 보내왔다. 하루 이틀 확인 해 보는것도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서 시도하기 자체를 포기한 채로 졸업 작품에 박차를 가했다. 너의 기억 속에서 내가 잊혀 질 것 처럼 나의 기억 속 에서도 너가 잊혀질 거라고 자신했는데, 그랬는데. 나의 모든 일상에 남아있는 너 때문에, 분명 나에게 소홀해야 할 네가 보내오는 연락 때문에. 머릿속에 쌓아 올렸던 너와의 이별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었다. 뭐가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졸업 작품 준비를 제외 하고는.

관객석 좀 많이 찼어?”

 

어휴 형님, 자리는 아-까 진작에 다 찼어요! 교수님이 본관 에서 할 걸 그랬다고 그려셨다니까요-“

 

다행이네,”

 

형 긴장하셨어요? 답지않게,”

 

뭐래. 그런거 아니야,”

 

정말 생전 하지 않던 긴장을 하고있는 건지, 무대 의상도 사이 사이 트여있는 옷 이였는데 식은땀이 줄줄 났다. 새내기 였을 때부터 내가 잘 챙겼던 후배가 자처하여 공연 준비기간 동안의 매니저 역할을 맡아 주었고 덕분에 공연 준비에 더욱 공을 들일 수 있었다. 그만큼 나를 잘 아는 애 인데 보기에도 긴장을 한 것처럼 보이는건지 아예 신경이 안 쓰이진 않는 얘기였다. 새벽 까지 너무 무리했나, 늦게 잠들긴 했지만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는 아니여서 후배가 내미는 물병을 받아들어 들이켰다. 아무리 그래도 공연은 망치면 안되지,

 

형 스탠바이 까지 5분 정도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갑자기 사람 엄청 몰려서 진정 시킨다고, 방금 연락왔네요. “

 

무슨 일이래홍보 활동할땐 별 반응 없더니,”

 

그러니까 제 말이요. 아까 관객 입장할 때 홀 꽉 차서 스탭들 다 곤욕 이였다니까요

 

그래도 기분은 좋네. 졸업 작품 공연 인데도 관객 수 많다고 하니까.”

 

형이 모르셔서 그렇지 타 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형 별명이 뭔데요, 옹자님 이에요 옹자님. 옹자님 졸작 하신다는데 당연히 보러와야지 자기들이 뭐 어쩌겠어?”

 

또 까불지.”

 

긴장을 풀어 주려는 건지 되도않는 말 장난을 치기에 콧방귀를 흥 껴주자 진짜라며 땡깡을 부리는 후배. 그래도 고마운 마음에 뒤풀이 이후에도 술한번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창 대화를 하던 때 스탭이 지금 스탠바이 해달라며 문을 활짝 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심장이 쿵쿵 뛰는 느낌. 다니엘과 함께 할 때만 느낄 수 있었던 간지러운 감정, 오로지 연기로 나의 마음을 표출해 낸다는 것이 어찌보면 어렵다고 느껴 질 수도 있겠지만, 정해진 대본 안에서 내 감정을 대변해 주는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자체 만으로 엄청난 쾌감과 즐거움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 이 인물을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닿을 수 없는 상황, 그 이별에 대처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대본을 읽고 나서도 한 일주일을 더 넘게 밤낮 없이 눈물이 흐를 만큼 감정적인 대본 이였다. 그만큼 몰입이 잘 되었었고.

 

오빠 컨디션은?”

 

더할 나위 없는데. 넌 어떻고?”

 

이하 동문입니다- ”

 

따로 대기 하다가 무대 뒤에서 얼굴을 마주한채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난 후 무대위로 서서히 올라 섰다. 큰 무대는 처음이라고 해 딱히 긴장할 것 없다고, 어차피 올라가면 조명 때문에 관객 석 거의 안보일 거라고 이야기 해 주었던 게 나 였던 것 같은데.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시야가 넓게 트여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떤 사람들이 왔는지 한 눈에 다 보여졌다. 초점은 카메라 렌즈가 된 것 마냥 뿌얘졌다가도 선명해지며 바뀌어 졌고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하면서도 집중하며 연기를 이어갔다. 한 두차례 박수 세례가 지나가고 세트장 변경을 위한 암전이 온 사이에 살짝 비틀 거리며 무대 뒤로 내려가 후배 녀석에게 물을 부탁 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걱정하는 후배를 뒤로하고 말 할 틈도 없이 손만 휘휘 내 저은 뒤 무대 위로 올라갔다. 자신을 떠나갔던 연인과 다시 재회 하여 원망을 가득 담아 소리치듯 대사를 해야 할 타이밍 인데 갑자기 머릿속이 새 하얘진 탓에 말을 뱉질 못하겠더라. 어제 먹었던 음식까지 다 떠오르면서 구역질 까지 나올 것 같다고 느꼈던 찰 나 였다.

 

선명하게 보이는게, 분명히 너 였다. 줄곧 함께 해왔었던. 하지만 이젠 함께 했던 시간보다 더 멀어져 버린. 한달 정도 보지 못했을 뿐 인데 그 전 보다 더욱 샤프해진 얼굴도, 선명해진 눈, , 입 과 바뀐 머리 색 까지. 다른 사람인가 싶다가도 확실한건 스쳐 지나 보았음에도 심장이 두근 두근 뛰었다는 거다. 평소 연기를 할 때 에도 잘 긴장하지 않는 나인데 왠지 오늘따라 쿵쿵대는 심장이 의심스러웠더랬다. 결국 눈물이 터졌다. 뱉어지는 대사도 마치 너한테 이야기 하는 것 마냥 쏟아내듯 한자 한자 이야기를 꺼내며 울분을 토해냈다. 대본에는 눈물을 흘린다는 지문이 없었지만 부끄럽게도 감정 과잉이 되어버려서 엉엉 울며 대사를 마쳤고 상대 배우도 나 덕분에 감정을 끌어 올린건지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 씬이 끝났다. 그 뒤로 새드 엔딩인 각본에 맞게 조금은 가슴아픈 결말로 극은 마무리가 되었고,홀 전체의 불이 켜지면서 박수갈채와 함성이 이어졌다. 계속 해서 내 시선의 끝에 머물고 있던 너 마저도 함박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까 운 탓인지 뒤늦게 두 눈이 퉁퉁 부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같이 준비하고 도와줬던 후배들과 동기들이 수고했다며 박수를 쳐 주기에 이쪽 저쪽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를 건내었다. 함께 주인공을 맡았던 동기와 함께 교수님이 계신 관객석으로 뛰어가자 손수건으로 모잘라 옆자리 학생이 내민 휴지로 코까지 팽 팽 풀어가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어쩜 성우야, 눈물연기는 어떻게 생각한거였어? 감정선도 연습때보다 훨씬 좋았어 정말. 내가 가르친거 맞나 싶을 정도로 훌륭했어. 선아는 연습때 부터 말 할것도 없었고. 고맙다 얘들아. 니네들이 내 기 살려준거야 진짜, 오늘 수고 많았고. 깊은 얘기는 뒤풀이 가서, 가서얘기하자. 수고많았어 얘들아-“

 

감사함니다 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대를 정리하고 모든게 마무리 된 후 뒤풀이에 갈 때까지 네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환영을 본건 아닐까, 아니면 진짜 무대만 보고 돌아간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뒤풀이에 임했다. 네가 가고가고부터 연습이 아니면 외출도 잘 하질 않았고 과 모임이나 교수님들이 부르신 경우가 아닌이상 술자리도 갖지 않았었다. 그런 탓에 신입생때의 패기로움은 다 사라지고 이런 자리가 불편하고 귀찮기만 했다. 극심히 감동 받으신 듯 한 교수님과 여러 대화를 나누다가 2 차로 빠지는 애들을 두고 기숙사 통금을 핑계로 먼저 빠져 나왔다.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너. 잊으려 신경쓰고 노력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서 오늘도 역시 감정이 격양 되어도 한 참 격양이 되어버렸다. 네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보다가 욕도 해보고 왜 갔냐고 원망하듯 소리도 질러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쿵쾅 대면서 걸어가 기숙사 방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또 짜증이 나는건 이 방 마저도 너와 함께 썼던 방 이여서, 네 흔적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모두 담겨있어서 모든 공간이 널 떠오르게 만들었다. 네가 가고나서도 방 문에 들어 서자마자 가장 먼저 바라보았던 너의 자리. 함께했던 시간동안 책상에 앉아있다가도 내가 들어서면 고개를 휙 돌려보던 네가 떠올라서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마지막으로 네 모습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쳐다본 너의 자리. 아니 너가 있었던 자리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와이리 늦었노,”

 

 

기다렸다. 성우형.”

 

따뜻한 햇살 같았던 널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대답해줬던 널 어디가서 다치진 않을까, 힘겨워 하진 않을까 하면서 걱정 했었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듬직해져 버린 널 보니 아까부터 아니, 네가 이 장소를 떠났던 그 때 어머니와 악수를 나누었던 순간부터 꾹 참고있었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극 을 하느라 온몸에 긴장을 했던 터라 다리부터 힘이 풀려 바닥에 푹 주저 앉으려는 나를 깜짝 놀란듯이 벌떡일어나 끌어 안듯 붙잡아 준 너다. 쿵쿵 뛰는 소리가 내 심장에서만 나는 것은 아닌 것 마냥 영화관에 온 것 처럼 머리 전체에 심장소리가 울리는듯 했다.

 

와 우노, 속상하게. 아까도 마이 울더만. 머리는 안아프나?”

 

말을 더 하려는 널 다시금 꼭 끌어 안았다. 팔 사이에 내 팔을 밀어 넣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한번도 이렇게 안아본 적 없었는데, 마냥 꿈 인 것 같은 느낌에 양 손에 깍지를 끼어가며 꼭 안아서 내 몸쪽으로 당겼다. 벌렁 거리는 가슴을 토닥 토닥 반복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너 때문에 조금 가라앉혔던 눈물이 슬금 슬금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보고싶었다고, 자신이 미안하다며 컨셉상 자연스럽게 드라이 하지 않은 나의 앞머리를 넘겨주고 쓰다듬으며 마주하는 얼굴에 잊으려는 마음까지 잊은 채로 너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극을 연기하면서 울고 난 후 술까지 마시고 또 운 탓에 퉁퉁부은 눈가가 시렸다. 네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데 잘 보이질 않아서 손으로 눈을 부빗 거리자 내 손을 잡아 든 네가 그대로 눈 위에 입술을 맞추었다. 꿈인건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탓에 뚫어져라 널 쳐다봤다.

 

형 열 있는거 맞는 것 같은데, 술 마이 마셨나

 

그때 부터는 내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 한 것 같다. 너의 뒷 목에 깍지를 낀 채로 입부터 맞추었으니까. 곧바로 떨어지던 나의 양 볼을 붙잡아 다시 입을 맞춘건 너였다. 쪽 쪽 하는 소리를 내며 장난 치듯 뽀뽀를 하다가 깊게 맞물려 뒤엉키듯 섞이기 시작했다.

 

술 마셔서 이러는거면 안할게요, 마지막으로 물어보는거야.”

 

너는, 내가 너 좋다고 하면 뭐라고 할거야? “

그걸 꼭 물어 봐야 아나,”

 

너도 물어 봤었잖아. 다 알았으면서,”

 

좋아해요.”

 

?”

 

나도 형 좋아해.”

 

한참을 제자리 걸음했던 나의 질문이 너와 맞닿았다. 휘몰아치며 사라졌다가도 다시 되돌아와 제자리에 멈춰 서있기만 했었는데, 그래서 마냥 널 미워했었는데. 그렇다고 너를 미워하기가 힘이 들었던건 내가 널 좋아했기 때문 이였다. 차라리 마음이라도 없었더라면 편하게 잊고 살았을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 라고 매번 아프기도 많이 아팠었다. 깊이를 모르고 계속해서 깊숙히 닿는 우리에겐 아무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몸을 쓰다듬고 다독이며 위로함으로 충분히 그간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널 바라볼 때엔 너를 너 라고만 칭했는데, 함께 함으로서 우리 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너무 울컥했다.

 

보고싶었어. 정말 말로 다하기 어려울 만큼,”

 

한달동안 연락 안되는거 기다리던 난 어땠을 것 같은데?”

 

미안,”

 

형 혼자 속에 담아두니까 그런거에요. 내가 언제 얘기 해 주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 됐어요. 나한테 왔으면 됐어.”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네가. 그 어느날 내게 다가 왔던 날과 같은 바람에, 그냥 그렇게 두었다. 짙어진 오해로 한없이 떨어져 가던 나 였기에, 그랬기에. 나는 널 붙잡지 못하였다. 그 새벽의 너는 한결 같았다. 그렇게 아름답기도, 활활 타오르던 불이 차가운 바람을 이유로 점점 줄어가듯 안쓰럽기도 하여서. 그간 너에 대한 뜨거웠던 사랑과 미움까지 더하여 나에게 남게 된 것은 애증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결 같았다. 너를 사랑 하기도 하였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너와 내가 천천히 멀어졌다. 하지만 넌 그 차갑디 차갑던 바람을 막아 내었다. 한 없이 떨어져 가던 나를 붙 잡아 주었다. 널 붙잡지 못했던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라고, 내가 생각 했던게 아니였다고 말해주었다. 줄곧 오해하고 있던 너는, 한결같았던 너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어 주었구나. 지금껏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네가 아닌 나였구나, 포근하게 이야기 해주는 널 무작정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좋아서 그렇기도 했고, 드디어 닿게 되었다는 안도감 때문 이기도 하였다. 항상 꿈에만 그렸던 너의 품이 그렇게도 따뜻할 수가 없었다. 너무 따뜻해서, 이대로 모든게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