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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악몽 속에 사는 듯 했다. 안타깝지만 성우의 삶은 나쁜 꿈이었다. 이상하게도 성우를 사랑하던 모든 것들이 세상을 일찍 등졌다. 아침마다 숟가락을 떠주던 어머니가- 어린 남매 생각에 힘내겠다던 아버지가 한 순간 교통사고로 영영 눈을 감아버렸다. 성우의 누나는 성우보다 고작 2살이 많았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인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들을 맞잡고 저들을 거두어준 친척집 앞에서 굳세게 살아가리라 다짐했었다.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다. 성우는 경시 대회이던 체육 대회이던 누나의 이름이 걸리면 자랑스러워 절로 웃음을 지었었다. 주변의 동년배 친구들이 돼지 같은 누나라며 본인의 남매를 헐뜯을 성우는 그녀가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있었다.

 

 그녀 나이 중학교 2학년, 한창 사춘기를 겪느라 예민할 시기에 신문 배달을 시작했다. 저입으로는 건강도 챙기고 용돈도 - 이라고 말했으나, 들추어보지 않아도 저들을 거둬준 고모의 식구들에게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보탤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는건 누구든 터였다.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성우 누나보다 살이 많은 친척형. 얼마되지 않는 푼돈이지만 월급이라며 하얀 봉투를 내밀었을 고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성우와 그의 누나를 친가족처럼 생각했고, 그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누나. 누나는 어디 가면 안돼.

 

  “얘가 닭살돋게 이래. . 대학가는 보고 가야지.

 

 

 

 손목에는 편의점 로고가 찍힌 검은 비닐 봉지를 걸고 달랑달랑. 그녀가 박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짐짓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남동생은 다른 남동생들과 다르게 애정 표현이며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 이걸 두고 어딜 가겠냐만은, 아이도 훗날 장성하여 가정을 이룰 어엿한 남자가 테니 그녀도 장난스레 떠나리라 농담하였다. 그러나 성우는 말도 걸리는 되물었다.

 

 

 

  “뭐야. 대학가는 뒤엔 어디로 가려고?

 

  “뭐어- 어디든.

 

 

 

 나른한 말투는 남매가 똑닮았다. 성우는 부드럽게 올라가는 누나의 입꼬리를 볼때면, 부모님의 부재를 전혀 느끼지 못할만큼 편안했다. 초등학교 6학년 더벅머리 남자아이는 남들 다있는 부모 없이 세상 혈육이 누나 뿐이어도 행복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그러니까 성우가 중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던 때에 죽었다.

 

 부모님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밤늦게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도중에 뺑소니를 당하고 말았다. 밤이 깊어가도 돌아오지 않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 직접 밖으로 나갔을 , 성우가 것은 널부러진 책가방과 쏟아져나온 내용물.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누나였다. 멍하니 올려다보는 것일까. 아니면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일까. 정신없이 119 불렀지만 결국 그녀의 숨이 끊어졌다. 그러다가 이듬해 . 그녀에 대한 슬픔도 가시지 않았는데 성우가 집을 비운 사이에 고모의 식구들 모두가 끔찍한 화재에 휘말려 죽어버렸다.

 

 정신 없는 와중에 이제 중학생인 성우의 손아귀로 막대한 보험금이 쥐여졌다. 이때까지만해도 죽은 누나의 영향으로 인해 저를 데리고 가겠다 안달이 친척들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하늘에 있을 누나도 기뻐하지 않을까해서. 그러나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행운과 기회는 뿐이라는건지, 뭔지.

 

 성우는 버려졌다. 성우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제앞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던 팔촌 친척은, 바로 다음 해에 성우를 고아원에 넣어버렸다. 땡전 없이 고아원으로 들어가 살던 성우는 20 초반, 간신히 밥벌어 먹고 있을 만한 가난한 시인이 되었다.

 

 

 

  “더럽게 춥네.

 

 

 

 성우가 옥탑방 난간에 기대어 중얼였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 혼자 남은걸까 하는 바보같은 물음도 던져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있다해도 잔인했다. 어느새 스물넷을 바라보는 나이. 평이 좋았던 시집의 판매량도 최근들어 저조해서 경제적인 걱정 또한 만만찮았다. 아니, 차라리 이대로 굶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성우가 심란한 마음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지막 까치라서 담배곽을 난간 위에 가지런히 쌓아두고 연기를 머금었다. 입김인지 담배 연기인지 모를 하얀 김이 밤하늘에 구름처럼 피어올랐다가 금세 사라졌다. 날이 차서 모금 피우지도 못했다. 성우는 슬리퍼 코끝으로 벗겨진 초록색 페인트 바닥을 더욱 긁었다. 더러운 옥탑방이지만 단장이라도 하면 나아지려나. 혼잣말만 잔뜩했지 대화란걸 나눠본 어언 년이 지나있어 가뜩이나 비루한 환경 속에서 우울증이 가속화되는 같았다.

 

 

 

  “뭐하노.

 

  “그래, 이렇게 말이라도 걸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

 

 

 

 성우는 제게 뭐하냐는 물음에 마음 속으로 웅얼이던 것을 입밖으로 꺼내어보다가 흠칫 놀랐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모르는 사람이 제게 먼저 말을 걸만한 일이 있었나. 그것도 이런 늦은 밤에 뭣하냐는 물음을. 성우가 경계어린 눈빛으로 소리가 곳을 돌아보았다. 검고 얇은 셔츠와 마찬가지로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가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었다. 3 정도 높이의 난간에서 사람이 발끝으로 사뿐사뿐 걸어다니는걸 보았는데도 이상하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하늘에서 내려왔는걸. 디디고 있는 곳따윈 아무런 상관도 없을 같았다.

 

 

 

  “누군지 궁금하지.

 

  “어?

 

  “말상대. 필요한거 아니었나.

 

 

 

 그는 성우에게 말상대가 되어주겠노라 다가왔다. 그렇게 알게된 그의 이름은 다니엘.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에 그가 인간인지 아닌지를 먼저 묻고 싶었으나, 그저 그가 ‘다니엘’ 이라는 이름 석자를 밝혔을 뿐인데도 아이러니하게 이상 캐묻고 싶지 않아졌다.

 

 

 

  ···필요해.

 

 

 

 처음 만난 사람과의 포옹. 실상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어렸을적 죽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렇게나 따뜻한 품은 오랜만이라서. 성우는 자신의 등뒤를 감싸안는 그의 품안에서 슬며시 눈을 감았다.

 

 

 

 

 

 

 

 

 

타인의 애정

에스

 

 

그날부터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1-

 

 얼마 지나지않아 있었다. 그것은 그가 나를 범할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그는 분명히 성우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성우가 숨을 할딱일 다니엘은 그의 귓가에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성우보다 앳되어 보이는 외모였지만 그는 능숙하게 성우를 다뤘다. 물론 섹스에 능숙하다는 것만이 이유인 것은 아니다. 성우가 절정에 달아 더운 숨을 토해내고 눈앞이 아득해졌을 , 다니엘은 마법같이 사라졌다. 다음에 또 올게. 라는 말을 남긴 채.

 

 그것은 몽마였다. 그들은 대개 한 사람의 강한 욕망을 투영하여 나타난다고 들었다. 가령 식욕이라던가, 탐욕과 같은 미끼를 움켜쥐고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몽마를 통해 투영해낸 것은 색욕. 좋아하는 이성의 모습이 돌연 현신한 듯하여 개미 지옥처럼 빠져들어간다. 성우는 그의 누나가 죽은 뒤로 어떤 사람에게든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몇몇 이들이 성우의 곁으로 다가왔으나 스스로가 역부족이라고 생각해서 어영부영 내쳤다. 설령 받아들이겠다 하더라도 그의 우울함과 답답함에 지쳐 상대쪽이 먼저 떨어져나갔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심스러웠다. 모순적이게도 제게 애정을 나누어줄 존재가 필요하다 생각하면서 가까이 오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래- 우정이나 애정보다는, 온정이 필요했다.

 

 때문에, 만약 그에게 몽마라는 존재가 찾아온다면 분명히 애정을 나누어줄 따뜻한 가족의 모습. 그러니까, 가령 어머니나, 누나를 닮은 존재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준다면 기꺼이 제자신을 있었다. 그러나 그를 찾아온 것은 본인 나이 또래의 건장한 남성이었으며, 그의 어머니나 누나를 털끝만큼도 닮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우는 그를 받아들였다.

 

 

 

  “너는 나를 찾아왔을까.

 

  “궁금해?

 

 

 

 그냥.

 

 당신이라서 찾아온거야.

 

 

 

 다니엘이 성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 그 말에 성우는 그대로 풀어져내렸다. 이런 다정함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어서···.

 

 

 

 

 

 

 

 

 

*

 

 

 

 

 

 

 

 

 

2-

 

  번의 쾌락만 주고 사라질 줄로만 알았던 너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번째 만남이었다. 누나 죽은 이후 저를 이상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기에 정겨운 기분마저 들었다. 그것도 처음 보였던 미소를 그대로 유지한 말이다.

 

 

 

  “또 왔어?

 

  “오면 ?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은 성우에게 다니엘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성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냉큼 아니라는 성우가 귀여웠는지. 다니엘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싫어?

 

  “아니, 별로.

 

 

 

 재차 확인하는 다니엘에게 성우는 가볍게 웃어주었다. 세상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먼저 쳐냈던 다른 이들과는 달리, 다니엘은 눈깜짝할 새에 이미 그의 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쳐낼 틈도 없었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마저도. 여자도 아닌 남자와 섹스를 한다는 것을, 그것도 뒤를 뚫려서 신음을 흘린다는 것은 성우가 일평생을 살아오면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저가 미쳤다고도 생각했다. 미쳤으니까, 그런 존재도 다시는 저를 찾아오지 않을 테니까 넘길 수 있으리라 치부하고 넘겼다. 그러나 그는 성우를 일회용 쾌락의 도구로 쓰지 않았다. 도구라. 찾아오는 분명히 다니엘의 쪽이건만, 이미 자존감마저 바닥인 성우는 그가 자신을 도구로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묘한 고마움마저 느껴버렸다.

 

 

 

  “왜요. 버리는 알았어?

 

 

 

 안 버려요.

 

 

 

 그의 말에 성우는 다시 다리를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온정이 필요하다면서. 결국은 저도 색욕에 눈이 멀어 있던 것이었나. 제게 잘해주던 사람들을 무섭다며 쳐내고 결국 받아들인게 인간도 아닌 몽마라니. 그의 눈가에 살짝 자괴감이 서렸다. 그러나 성우는 어깨를 끌어안는 존재를 밀어낼 없었다.

 

 결국 헐떡거리는 위에서 여유롭게 웃어보이는 그를 마주 안았다.

 

 

 

 

 

 

 

 

 

*

 

 

 

 

 

 

 

 

 

3-

 

 그는 며칠 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늦은 밤 찾아온 그에게 슬슬 익숙해져감을 느꼈다. 사람을 이렇게나 오래 마주 보고 있는 것은 오랜만이었기에 웃음을 되찾기도 했다. 성우가 따뜻한 코코아를 두 잔 타서 작은 걸상 위에 얹어 놓았지만 마시는건 오직 성우 뿐이었다. 결국 홀로 종이컵을 비운 성우가 물었다.

 

 

 

  거야?

 

  처음부터 말했지 않나, 당신이라서 찾아온 거라고.

 

 

 

 성우가 비식 웃음을 흘렸다. 이런 느끼한 말도 기분이 좋을 때가 구나.

 

-오빠니까요, 오빠니까 찾아왔어요.

 

-···, ··· 미안.

 

 그러던 몇몇 부담스러운 후배들을 쳐냈던 것이 기억났다. 기회조차 주지 않았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몸으로 먼저 꼬시는 편이 가능성 있을 것이라 말해줄 것이다. 물론 박히는 쪽은 나겠지만.

 

 

 

  오늘은 ?

 

  - 대담하네.

 

  빨리.

 

 

 

 성우가 재촉했다. 다니엘이 다며 성우의 위로 올라갔다. 느끼는게 익숙해져 쯔음엔, 다니엘에게도 마찬가지로 익숙해져 있었다. 성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에게 더욱 익숙해지기 위해···.

 

 

 

 

 

 

 

 

 

*

 

 

 

 

 

 

 

 

 

4-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3 간격으로 방문한다는 것을 아낼 있었다. 실로 이번이 번째 방문이었지만, 손가락으로 주기를 꼽아가며 그가 오는 날을 계산해낸 성우를 보며 다니엘이 빙긋 웃었다. 성우는 다니엘이 필요했다. 그가 아니라면 어디서 또 이런 만남과 섹스를 가질까. 자정이 지나면 몸이 달았다. 종이 울리면 밥을 주는 줄로만 알고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시계의 작은 바늘이 12 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오직 다니엘의 생각 뿐이었다. 물론 자신은 다니엘을 찾아갈 수도 없을 뿐더러, 성우를 찾아오는 것 또한 다니엘의 마음이지만- 성우는 그를 기다리는 동안 있었다.

 

 나도 그를 찾을 있었다면, 아마도 나또한 이런 주기로 너를 갈구하지 않을까- 라는 것을.

 

 그동안 시도 쓰지 않았다. 심란할 때면 담배 한 까치와 함께 날려쓰던 글조차 접어버렸다. 타인을 생각하느라 경제적인 문제와 직접 관련된 것들을 등지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아마. 이런게 사랑이지 않을까.

 

 다니엘은 단 한번도 성우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딱히 큰 노력을 하지도 않았으며, 성우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성우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모두 저만을 위한 행동인 것 같았고, 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먹고 살기 위해 줄글을 써내는 성우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성우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앞으로의 일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어딘가로 떠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아니,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동안의 기억은 점점 흐릿해져가지만, 중요한 기억들이 아니니 괜찮았다. 아아. 오늘도 그가 떠나니 점점 잠이 온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

 

 

 

 

 

 

 

 

 

-5

 

 실상 성우에게 보름간의 기억은 없다. 그저 밤이되면 기분이 좋았었다는 느낌 하나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첫날 첫만남 때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다 못해 다니엘의 발에 짓밟혀 바스라져 있었고, 그때의 감정은 변하다 못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오늘은 너와 만난지 보름이 되는 날이었다. 그간의 기억은 흐릿했지만 그 날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오늘도 늦은 시간 문을 두드리는 너의 뒷모습에 달빛이 유독 아름답게 비추어서 육욕을 맡기기보다 애욕을 맡기고야 말았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세상에 너 말고 더있을까. 신은 내게 가족이란 존재의 따뜻함보다 타인의 애정이란걸 더욱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제 가슴에 얼굴을 묻는 성우에게, 다니엘은 느지막히 말했다.

 

 

 

  오늘은 달이 아름다운 날이야.”

 

 

 

 그리고 형을 내 곁으로 인도할 날이지.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인도라는 단어를 들으니 기분이 섬짓해졌다. 어떤 의미냐 물어보아야,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아야 하는데.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머리와 달리 몸은 점점 나른해졌다. 그때 위험함을 느꼈다. 단명하기를 원했으나 네게 죽음을 예고당하고 눈을 감기는 건 싫은데. 그나마 네 품이라는 점이 다행이긴 하지만, 조금은 속은 듯한 기분도 들기에 곧있으면 비참함이 몰려올 것 같은데 말이야.

 

 직감적으로 죽겠다는걸 느꼈다. 머릿속에 빨간등이 켜졌으나 몸은 이미 축 늘어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꽤 오래 살았으면 했는데.”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오래 버텼다며 대견해했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기까지하니 살짝 뜨고있던 실눈조차 완전히 감겨버렸다.

 

 

 

  영원히 나랑 함께하고 싶지요?”

 

 

 

 다니엘이 대답없는 성우의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아, 이번에야말로 마음에 들었어. 그동안 여유로운 미소만 짓던 다니엘이 처음으로 아쉬운 얼굴을 보였다.

 

 

 

  기분이다. 기회를 줄게. 함께 갈래요?”

 

 

 

 같이 간다고? 어디를.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죽지않고 그와 함께할 수 있다면 어디든. 그의 말에 성우의 고개가 미세하게 끄덕였다. 동의의 의미였다. 성우의 눈이 슬며시 떠졌다. 다니엘은 보름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날밤은 다른 어떤 날보다 뜨거웠다. 죽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다음날, 작은 옥탑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