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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송곳니 무덤

 

쥬이씨

 

 

 

 

 

 

 

 

 

 

 

 

 

우리는 남의 시선 안에서 싸움을 해야만 하는 치기어린 짐승들이었던 때가 있다. 시선 밖에서는 서로를 물어뜯을 수 없다. 라우리만치 차분해지기 때문에, 남의 시선 안에서 남들이 광기들린 듯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만 우리는 등이 떠밀려 싸움에 임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그 시절을 겪었다.

 

 

 

멋모르고 송곳니를 드러낸 채 서로를 물어뜯던 악의는 없던 그 시절, 사춘기 말이다.

 

 

 

 

 

 

 

그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같은 시간들이었다. 빠져나가려 하면 헤맬 수밖에 없는 시간.

 

 

 

그리고 나는 뒤늦게 그 시간의 끝을 정의내린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어리숙한 짐승들의 송곳니들이 뽑혀서 쌓이는 곳.

 

 

 

 

 

 

 

송곳니의 무덤이라고.

 

 

 

 

 

 

 

 

 

 

 

-

 

 

 

 

 

 

 

 

 

 

 

"- 강다- 담임이 오늘 주번이랑 너랑 같이 청소하고 집 가랜다."

 

                                                                                                               

 

"뭐고. 왠 일로 내한테 뭘 시키노.

 

 

 

"그러게. 돈빨 벌써 떨어졌나보다."

 

 

 

 

 

 

 

낄낄거리는 A의 엉덩이를 한대 차주고 마대자루를 집어 들었다. , 대충 하면 되겠지. 하고 머릿부분을 들려는데 뒤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옹성우. 빗자루 하나를 들고 서있던 옹성우는 내 꼴을 보더니 소매를 걷고는 내 앞으로 가로막았다.

 

 

 

 

 

 

 

"누가 청소를 걸레질부터 하는데."

 

 

 

"아 맞나. 청소를 해본 적이 없어가꼬."

 

 

 

"... 비켜."

 

 

 

 

 

 

 

미움 받았나. 딱히 누구에게나 호감형이고 싶은 것은 아니라 어깨를 으쓱였다. 사물함 위로 올라앉은 나는 옹성우가 교실 구석구석을 누비는 걸 관찰했다. 머스마가 엄청 깔끔떠네. 생각치도 못하는 곳을 쓸더니 먼지 한 웅큼을 쓰레받이에 담아온다. 그걸 두어번 반복하더니 묘하게 뿌듯해하는 것 같다.  나는 보면서 허허, 기가 찼다.

 

 

 

점마는 쓰레기한테도 웃어주는데 왜 내한테는 안 웃어주지. 질투나게.

 

 

 

덜 여문 시기의 질투란 단순하게 이성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쟤가 나보다 귀여워? 에서 나를 맡는 데에 대한 질투라던지. 조언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다른 이의 조언이 우선시 되었을 때의 질투, 등등. 승부욕과 질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10대의 흔한 감정.

 

 

 

내가 쓰레기보다 몬하나...

 

 

 

들릴 듯 말 듯한 크기로 중얼거린다.

 

 

 

 

 

 

 

", 이제 걸레질 해."

 

 

 

"어어-."

 

 

 

"난 먼저 간다."

 

 

 

 

 

 

 

순식간에 짐을 싸서 사라지는 동그란 뒤통수. 선이 굵은 얼굴과는 꽤나 상반되는 두상이다. 눈으로 쫒다보니 머릿속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체격은 꽤 마른 것 같던데. 집이 어떻게 살지. 원래 성격이 저런가. 친한 친구가 있으면 찾아봐야겠다.

 

 

 

마대 자루는 교실 벽 어딘가로 내동댕이친 뒤 교실을 나선다. 결국 나는 앞서가는 그림자를 놓치지 않으려 걸음을 바삐한다.

 

 

 

 

 

 

 

옹성우의 걸음은 일정하다. 속으로 박자라도 세면서 걷고 있는 것인지, 나와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서있는 걸 계속 보다보니 키도 나랑 얼추 비슷하다. 몸집이 작아보이는 건 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서 인 것 같다. 교복셔츠의 긴 소매 끝 튀어나와있는 손목은 뼈가 불거져있다. 한줌은 될 지 모호하다. 내 손목과 번갈아 보면서 확인해보니 내가 차고 있는 시계에 새로 구멍을 하나 뚫어야 할 판이다.

 

 

 

확실하게 잡아보고 싶은데.

 

 

 

 

 

 

 

"뭐야."

 

 

 

 

 

 

 

정신을 차려보니 옹성우의 넉넉한 셔츠가 잔뜩 구겨진 채로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 실수."

 

 

 

"실수는 무슨. 너네 집 여기 아니잖아."

 

 

 

 

 

 

 

바로 시계를 풀러 길이를 재보는데 어이가 없다는 듯한 옹성우의 말에 내 눈이 커진다.

 

 

 

 

 

 

 

"우리 집 여 아닌 건 우째 알았노."

 

 

 

"... ..."

 

 

 

"내한테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닌갑네."

 

 

 

 

 

 

 

아랫입술을 물고 시선을 피하던 옹성우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부리나케 건너간다. 그래봤자 마른 어깨에 메인 가방이 묵직해서 큰 보폭으로 걷는 나와 맞먹는 속도다. 가방끈을 야무지게 잡은 옹성우가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나는 흥미를 잃고 돌아갔겠지만 내기 축구에도 발동되지 않던 승부욕은 이상한 곳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얻고 싶은 것은 옹성우와의 웃음, 혹은...

 

 

 

 

 

 

 

". 후으-, 왜 자꾸 따라와."

 

 

 

"아이구야... 니 억수로 잘 뛰네."

 

 

 

"삥 뜯으려고? 나 돈 없어."

 

 

 

"내도 필요 없다. 돈 많거든."

 

 

 

 

 

 

 

질린다는 듯한 표정이 짧게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내 보고 함 웃으면 그냥 갈 수도 있고."

 

 

 

"... 너 조우석 알지."

 

 

 

 

 

 

 

.

 

 

 

지금까지 나를 볼 때마다 옹성우의 표정에 왜 그런 애매한 혐오가 베여있었는지 알 것 같다. 조우석. 중학교 때 같이 다니던 무리들이 악질적으로 괴롭혀서 전학을 갔던 애다. 나는 그저 춤추고 정신 없이 노는 게 좋아서 같이 몰려다니곤 했는데. 아마 같은 짓을 하는 놈으로 취급 받은 모양이다.

 

 

 

이제 와서 변명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인데. 친한 애였나. 그렇지만 옹성우 비슷한 애가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기억력은 좋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한번 더 옹성우의 표정을 살피니 영 미적지근하다. 혐오는 느껴지는데 묘하게 순화된 것 같기도 하고. -, 나는 옆구리에 손을 올린다.

 

 

 

 

 

 

 

"나는 금마 괴롭힌 적 없다."

 

 

 

"거짓말."

 

 

 

"너 내가 괴롭히는 거 직접, 본 적 있나."

 

 

 

"... ..."

 

 

 

 

 

 

 

딱 정의된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지만 같은 반 혹은 옆 반이어서 가끔씩 전해 들은 이야기들.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가해자의 두어명만 무리에 껴있으면 한번에 묶어보게 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정도의 불쾌감과 혐오라면 늦은 해명이 통할 확률이 높다.

 

 

 

옹성우는 살짝 혼란스럽다는 표정이다.

 

 

 

 

 

 

 

"같이 다니기는 했다. 근데 괴롭히던 아들이랑 친한 건 아니어가 방관한 적도 별로 없고,"

 

 

 

"... ..."

 

 

 

"내도 조우석 금마 전학 갈 즈음에 전학 갔거든. 애새끼들 철 안 드는 거 신물 나서."

 

 

 

 

 

 

 

사람을 빨리 질려 한다는 건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 옹성우는 나를 지긋이 보더니 다시 제 갈 길을 향했다. 경계가 언뜻 풀어진 태세에 나는 휘파람을 부르며 옹성우의 뒤를 따랐다.

 

 

 

 

 

 

 

 

 

 

 

-

 

 

 

 

 

 

 

 

 

 

 

매일 같이 하교를 한 지 2달이 되어가니 이제 시시껄렁한 대화를 할 수준이 되었다.

 

 

 

 

 

 

 

"니는 뭐 검도로 성공할끼가."

 

 

 

". 그러고 싶어."

 

 

 

 

 

 

 

한결같이 울퉁 불퉁 튀어나온 교재들의 실루엣이 두드러진다. 사는 집과 들어본 얘기를 종합해보니 집이 잘 사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집에서 장남이고 거는 기대가 크겠지. 내 부모가 그런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서 몸을 떨었다. 옹성우는 집에서 공부를 하다 밤에 학교 체육관에서 검도 연습을 한다고 한다. 매일 집-학교의 루트를 반복하느라 친구 만들 새는 없었다고 한다.

 

 

 

D같은 놈들이 물어뜯기 딱 좋은 유형이다. 딱히 위험해보이지도 않지만 약해보이지도 않고 친구가 없어서 괴롭힌다 한 들 반기를 들어줄 지원자가 없는 도태된 포식자. 물어뜯기 쉬운 초식동물들은 모두의 관심을 사기에는 역부족이니 단기성이지만 옹성우같이 아무리 욕을 먹고 주먹으로 맞아도 자존심이 쉽게 꺾이지 않는 포식자는 시선을 끌기에 적합하다.

 

 

 

 

 

 

 

"니도 D 금마랑 함 싸워봐. 왜 만날 쳐맞고 있는데."

 

 

 

"그 새끼 친구들은 뭐 들러리야? 내가 배로 쳐맞을 게 뻔한데. 느린 주먹 피하면서 맞아주는 게 낫지."

 

 

 

"그래도 이쁜 얼굴에 흉지면 쓰나."

 

 

 

 

 

 

 

옹성우는 말이 없다. 듣기 좋은 칭찬으로 들어주면 좋을텐데 내가 옹성우에 관련한 칭찬을 하면 옹성우는 항상 티나게 말이 없어진다. 뭐라도 숨기는 사람처럼 말이다. 키워드가 뭘까 하고 이리 저리 던져봤지만 일단 자기 자신에 관련 된 칭찬에는 모두 조용해지는 것 같다.

 

 

 

 

 

 

 

"우리 성우는 왜 칭찬만 하면 말이 없어질까."

 

 

 

"... 낯 부끄럽게 무슨 칭찬이야. 니가 더 이상해."

 

 

 

"내는 진심인데. 진심도 못 받아주나?"

 

 

 

"... ... 집 다 왔어. 이제 가."

 

 

 

 

 

 

 

그래서 나는 한가지 도박을 해본다. 지금 옹성우는 강다니엘, 나의 카테고리에서 주시과 관심의 사이에서 저울질을 당하고 있다.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잃어도 내게는 별 손실이 없다는 얘기이다. 주시의 카테고리에 든다면 내 모든 신경이 쏠리는 목적지는 옹성우 한명 뿐이다.

 

 

 

결심한 나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려던 옹성우의 팔목을 잡고 모퉁이를 돌아 주위를 살핀다.

 

 

 

 

 

 

 

",- ."

 

 

 

"잠깐만."

 

 

 

 

 

 

 

옹성우의 마른 허리에 팔을 두른 채 그대로 고개를 비틀어 다가간다. 뒷걸음질 치던 옹성우를 벽이 밀어낸 덕에 쉽게 입술이 맞닿는다. 갈라진 틈으로 들어간 내 혀는 옹성우의 불규칙한 치열을 지나 나와 같은 살덩이를 탐한다. 말캉한 혀는 뜨듯한 체액을 내뿜으며 어쩔 줄 몰라한다. 지금 옹성우의 눈처럼.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눈은 이리 저리 시야를 바꾸다 결국 눈을 감아버린다.

 

 

 

나의 잭팟은 옹성우의 신음 소리와 함께 밖으로 흘러나간다.

 

 

 

 

 

 

 

 

 

 

 

 

 

-

 

 

 

 

 

 

 

 

 

 

 

 

 

 

 

A는 쮸쮸바를 먹다말고 앞자리에서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셔츠를 입은 D를 가르킨다.

 

 

 

 

 

 

 

"요즘 돼지 새끼 좀 잠잠하네. 노잼."

 

 

 

"점마도 이제 철 들 때가 됐제."

 

 

 

"에이-."

 

 

 

 

 

 

 

나는 얼마 전에 내 무릎 아래에서 코피를 흘리던 D를 회상한다.

 

 

 

 

 

 

 

'한번만 더 나대면 내 진짜 니 죽이삔다. 알겠나.'

 

 

 

'-.. 알겠어.'

 

 

 

 

 

 

 

뭐 나름 내 사람을 지키는 노력이라고 해두자.

 

 

 

내 도박과도 같은 키스 이후로 옹성우와 나는 연애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사귀고 보니 앙칼진 고양이 스타일이라 다툴 때는 집에 있는 루니와 피터가 겹쳐보이고는 한다. 공부를 할 때나 검도가 끝나고 땀에 절어있을 때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충동적인 욕구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어느 책에서 사랑의 여러 종류 중 플라토닉, 에로스, 섹슈얼 등등이 있었는데 읽을 때까지만 해도 평소 같이 놀던 애들에게 돈을 내거나 하는 걸로 보아 아가페나 플라토닉이 아닐까 했는데 굉장히 어리석었다는 걸 단박에 깨달았다. 동성 친구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근 잘근 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은 아니니까. 중학교 때부터 해온 것까지 해서 진짜 사랑인 것 같기도 하고.

 

 

 

 

 

 

 

". 우리 옹성우나 함 밟을까."

 

 

 

"죽고 싶나."

 

 

 

"농담인데예. 행님.

 

 

 

"농담도 칠 게 있고 안 칠게 있지. 그리고 니 사투리 함만 더 쓰면 아가리 찢을기다."

 

 

 

 

 

 

 

괘씸한 친구놈의 뒤통수를 한번 밀어 재끼고 4교시는 잠으로 채우기 위해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다.

 

 

 

 

 

 

 

점심시간이 되고 옹성우의 카라 뒤쪽을 잡고 학교 앞 분식집으로 향했다. 모범생인 옹성우는 자리에 앉아서도 교문과 떡볶이 접시를 번갈아 가면서 고민을 했지만 순대 하나를 입에 물림과 동시에 포기하고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먹을 때 보면 고양이보단 설치류... 다람쥐 같은게 생각난다. 입에 한껏 집어넣고 씹는 게 좀 많이 귀엽다.

 

 

 

 

 

 

 

"니는 왜 그리 귀엽게 먹노."

 

 

 

"? 머가."

 

 

 

"남 주기 싫구로."

 

 

 

 

 

 

 

얼굴 금방 익는다. 양은냄비도 옹성우보단 늦게 달아오르겠네.

 

 

 

금방 가야한다고 마다하는 손에 빨간색 색소가 잔뜩 들어간 슬러시 하나를 쥐어줬다. 옹성우는 멋쩍은 듯 웃더니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교문으로 달려갔다. , 한군데도 남김 없이 깨물어 삼키고 싶다. 아쉬운 마음을 초록색 슬러쉬로 달랜다.

 

 

 

 

 

 

 

"이모-  이거는 무슨 맛이에요?"

 

 

 

"? 그거 아마 사과맛일걸-."

 

 

 

"그렇구나."

 

 

 

 

 

 

 

옹성우 입술은 사과맛인가. 어깨를 으쓱인 나는 그제서야 가게를 나서고 교문으로 느리게 걸어갔다.

 

 

 

 

 

 

 

 

 

 

 

-

 

 

 

 

 

 

 

 

 

 

 

"야 그거 들었냐?"

 

 

 

"뭐를."

 

 

 

 

 

 

 

A는 무슨 큰 국가기밀이라도 되는 양 내 귀에 빈틈없는 손 터널을 만들고 입을 열었다.

 

 

 

 

 

 

 

"옹성우 고아래. 할머니랑 산다던데."

 

 

 

"... 안다."

 

 

 

"뭐야 알고 있었어? 그럼 이건! 이건 모를걸."

 

 

 

 

 

 

 

다시 한번 주위를 살핀 A는 다시 귀에 대고 수근거린다.

 

 

 

 

 

 

 

"이번에 학교 검도 대회 이기면 바로 전학 간대."

 

 

 

"... ..."

 

 

 

"담임이 검도 특성화로 밀어준다던데. 이건 몰랐구만?"

 

 

 

 

 

 

 

들은 적 없다. 나불거리는 A의 주둥이를 잡은 채로 옹성우의 자리를 살폈다. 텅 빈 자리만 보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실 밖으로 향했다. 뒤에서 A는 강다니엘 개새끼 하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나는 옹성우를 찾아냈고 그대로 옹성우의 손을 잡고 옥상 입구에 섰다. 잠긴 자물쇠를 만지작거리면서 옹성우를 살피니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죄 진 것도 아인데 왜 이카고 있노."

 

 

 

"들었지 ..."

 

 

 

"."

 

 

 

 

 

 

 

팔짱까지 끼며 건들거리니 옹성우는 더더욱 고개를 푹 숙인다.

 

 

 

 

 

 

 

"왜 내한테는 말 안해줬는데."

 

 

 

"... ..."

 

 

 

"A 저 새끼가 당당하게 나불거리는데 내는 한 마디도 몬했다."

 

 

 

"지면 안되니까."

 

 

 

 

 

 

 

옹성우는 또박 또박 말하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오후의 햇빛이 옹성우의 얼굴 반을 비추고 반을 가렸다. 음영이 진 얼굴은 평소보다 더욱 신중한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나 너랑 계속 못 만나. 집사정도 네가 아는대로고."

 

 

 

"... ..."

 

 

 

"나는 열심히 해야할 게 따로 있어."

 

 

 

"연애는 아예 안할기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린다.

 

 

 

 

 

 

 

"연애는 다음에도 할 수 있으니까. 굳이 너 아니어도."

 

 

 

 

 

 

 

꽤나 오랜만에 나를 할퀴고 가는 옹성우의 송곳니. 못 본 새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이를 갈고 온 모양이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매정하게 나오는 옹성우의 태도에 괜한 질투가 샘솟는다.

 

 

 

 

 

 

 

"할 수 있을 것 같나. 니가."

 

 

 

"무슨 뜻이야."

 

 

 

"내도 너도. 쉽게 연애 할 수 있는 성격이 아인데."

 

 

 

 

 

 

 

치기 어린 자존심에 모습을 드러낸 나의 송곳니는 옹성우의 목덜미를 탐한다.

 

 

 

 

 

 

 

"더군다나 니같은 게이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만해."

 

 

 

"내 아니면 몬한다. 십년이 지나도 이십년이 지나도. 같은 남자 좋다고 따라다니는 니 같은 놈은-,"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는 볼, 비틀어진 시야. 다시 돌아본 옹성우의 가슴에는 큰 상처가 나있었다. 허공에 떠있는 손은 빨갛게, 내 볼처럼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잘 때리지도 못하면서. 나는 볼 안쪽을 혀로 밀어내며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긴 한숨까지 같이 흘러나온다.

 

 

 

 

 

 

 

"강다니엘 너 같은 새끼."

 

 

 

"... ..."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옹성우의 볼을 타고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린다.

 

 

 

독하다 옹성우. 연애는 처음이라면서. 이별은 처음이 아닌가보다. 심장 언저리가 피를 쏟아내는 듯 저려왔다. 상흔에 반응한 나의 송곳니는 멋모르고 날뛰기 시작한다. 나를 지나쳐가려던 옹성우의 팔목은 손쉽게 잡혀서 내 앞으로 끌려온다. 말라도 너무 마른 옹성우의 팔목. 셔츠를 걷어내려 그 손목에 코를 묻는다. 옹성우의 체향이 깊숙히 베어들어온다. 사냥감의 냄새를 맡은 송곳니는 크고 날카로워진다.

 

 

 

옹성우가 급하게 손목을 비틀어 뺀다. 나는 순식간에 사라진 체향에 미간을 찌푸린다. 우리 사이를 채운 무향이 내 정신을 냉정하게 만든다. 허리를 편 뒤 나를 노려보는 옹성우를 향해 빙그레 웃는다.

 

 

 

 

 

 

 

"그러게. 옹성우. 니는 내를 좋아했으면 안 됐다."

 

 

 

"... ..."

 

 

 

"이상형이거든. 내 좋아해주는 사람."

 

 

 

"그래서 어쩌라는거야."

 

 

 

 

 

 

 

독하디 독한 옹성우. 너도 감탄스럽지만 나 역시 쉽게 물러서지는 않는다.

 

 

 

나는 활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상형을 눈 앞에 두고 놓치면 빙시 아이가."

 

 

 

 

 

 

 

로맨스적인 나의 말은 차가운 공기와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

 

 

 

 

 

 

 

 

 

 

 

2주 뒤 학교에서 열린 검도대회는 의외로 열풍을 띄었다. CA에 있던 검도부도 이목을 끌었지만 정말 모두에게 놀라움을 준 건 옹성우였다. 검도부도 아닌 사람이 4조까지 있던 리그조에서 올라오는 4명 안에 들었었기 때문에.  4명 역시 리그전이었는데 옹성우는 마지막 3명까지 가뿐하게 이기고 올라왔다.

 

 

 

3명이 실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옹성우의 독기를 꺾어누를 만한 독기를 가지지 못했을 뿐이었다. 단지 가볍게 넘어가는 '교내' 대회였으니까. 아무리 작은 시합 하나라도 쉬이 여기지 않는 프로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 게 듣기에는 더 좋겠다. 옹성우는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물을 마시고 있었고 나는 그를 응시했다.

 

 

 

 

 

 

 

"야 다니엘! 준비!"

 

 

 

"."

 

 

 

"결승은 단판인 거 알지?"

 

 

 

 

 

 

 

그리고 나는 프로 정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투구를 쓰고 마주친 터라 옹성우는 나를 못 알아봤다. 그리고 시합은 시작됐다.

 

 

 

 

 

 

 

한 합, 두 합. 우리가 경기를 끄는 시간이 늘수록 관람객들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띠의 색깔에 맞는 기를 들어야 하지만 아마추어와 초보의 사이에 있던 대회인지라 깃발은 그저 청백이 다였다. 내가 백이었고 옹성우의 깃발은 청이었다. 두 깃발은 올라갈 새 없이 평행을 유지했다. 이미 3일 연속으로 시합을 한 옹성우는 내가 아는 바로는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체력을 빼기 위해 공격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옹성우는 자신의 죽도가 내 몸에 스치기만 하니 열이 올라 야차처럼 달려든다.

 

 

 

 

 

 

 

"중지-."

 

 

 

 

 

 

 

심판의 지시에 우리는 거리를 두고 칼을 맞댔다. 검도복을 입은 몸이 들썩거리는 게 멀리서도 다 보였다. 저 투구 속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 금방이라도 투구를 벗기고 보고 싶었지만 나는 조금 더 프로답게 하기 위해 억지로 욕구를 짓눌렀다.

 

 

 

 

 

 

 

심판의 신호로 다시 시작된 시합. 옹성우는 열은 한풀 꺾여있었지만 체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그에 반해 나는 이제야 몸이 풀린 상태라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다. 어릴 때 마구잡이로 시켜서 배웠던 검도가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이야. 나름 신동 소리까지 들었던지라 2년만에 다시 한 검도는 할 만했다. 마지막 2명은 조금 힘들게 이겼고 옹성우는 기술 차이가 명확했다. 매일 같이 하는 놈한테 기술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으니 장기전으로 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머지않아 내 계획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내 죽도의 끝이 정확히 옹성우의 복부를 찔렀고 그대로 밀려나간 옹성우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심판의 손에 들린 백기가 높이 들렸고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옹성우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장갑을 벗고 투구를 벗어 던졌다. 손과는 다르게 냉철한 표정. 자신이 진 포인트를 되짚는 듯 손날로 아까 했던 모션을 다시 따라 했다. 시뮬레이션을 마친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판은 그제서야 가까이 와서 둘을 마주보게 했다.

 

 

 

 

 

 

 

"인사."

 

 

 

 

 

 

 

짧게 목례한 뒤 옹성우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옅게 미소를 짓고 있다.

 

 

 

, 지금 너는 행복해하는구나. 네가 하고 싶어하던 걸로 모두의 응원을 받았지. 숨이 벅차 오를 때까지 겨루면서 심판의 판정 아래에 왜 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살필 수도 있어. 체력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도 몸으로 체득했겠지. 네가 시합에 이렇게 집중 할 수 있던 것도 다 검도 외에는 집중 할 게 없어서겠지. 모든 걸 검도에 쏟아 부을 수 있게 사라진 것들 중에는 공부, 가족, 우정

 

 

 

그리고 나.

 

 

 

너는 행복해하는구나. 내가 없는데.

 

 

 

옹성우는 검도 보호구의 끈을 풀어낸다. 중간에 꼬인 것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망설인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꼬인 매듭을 풀었다. 옹성우는 가벼워진 몸에 어깨를 빙빙 돌리며 활짝 웃는다.

 

 

 

 

 

 

 

"고마워!"

 

 

 

"... 별 말씀을."

 

 

 

"너 이름이 뭐야? 나 너처럼 잘하는 애 처음 봐."

 

 

 

 

 

 

 

남은 보호구를 정리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옹성우.

 

 

 

너는 행복해하는구나. 내가 없는데.

 

 

 

나는, 그렇게 못하는데.

 

 

 

내 뒷통수에 있던 매듭이 풀어지고 벗어 던진 투구가 바닥을 나뒹군다. 작은 충격음에 강당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아이들의 시선이 끌린다. 고개를 드니 옹성우의 표정은 사색이 된다.

 

 

 

이게 우리의 본 시합이지. 성우야.

 

 

 

 

 

 

 

"애인 이름도 모르면 쓰나."

 

 

 

"... , 개새끼!!!"

 

 

 

 

 

 

 

순식간에 달려든 옹성우가 내 멱살을 잡고 흔든다. 방금 과는 다르게 일그러진 얼굴. 눈 밑이 빨갛다.

 

 

 

그래 항상 나를 볼 때 너는 얼굴 어딘가를 붉히고 있지.

 

 

 

싸움이 난 줄 안 아이들 중 정의감에 휩싸인 아이들이 싸움을 중재하려 달려온다. 계속 밀어붙이는 옹성우에 발이 걸린 나는 뒤로 넘어진다. 여전히 멱살이 잡힌 채로 말이다. 옹성우는 씩씩거리며 몸을 들썩인다. 어디 하나 부러질 정도로 주먹을 쥐는 옹성우. 나는 조용히 그 주먹을 감싸 안고 내게로 끌어당긴다. 다시 한번 옹성우의 체향을 들이마신 뒤 빙그레 웃는다.

 

 

 

 

 

 

 

"말 안했나. 내는 눈 앞에 두고 놓치는 빙시 아니라고."

 

 

 

"나쁜 새끼!!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 !!"

 

 

 

"이별도 슬픈데 아예 사라지기까지 하면 내가 널 어디서 그리워하는데. 옹성우."

 

 

 

 

 

 

 

아악. 옹성우가 발작하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고 때마침 달려온 아이들이 옹성우의 양 팔을 잡아서 끌어낸다.  발까지 구르며 난동을 피우던 옹성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부축 받아 일어나면서도 내 눈은 끝까지 그를 쫒고 그는 그제서야 그 시선을 알아차린다. 양 볼이 붉게 튼 옹성우가 허탈한 듯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그의 송곳니가 보인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마."

 

 

 

"... ..."

 

 

 

"미친 새끼. !! 내 발로 걸어갈 수 있으니까!!"

 

 

 

 

 

 

 

 그의 신경질 적인 어투에 아이들은 저마다 욕을 뱉으며 압박하던 손을 거둔다.

 

 

 

끝까지 고고한 옹성우의 자존심에 처음으로 상처를 낸 나는 오해가 빚어낸 불화와 뭔지 모를 스릴을 느낀다. 나는 여전히 옹성우를 놓을 수 없다는 걸 직감한다.

 

이미 상처를 내는 희열에 대한 갈증 덕에 목구멍 끝부터 용광로의 화염에 휩싸인 듯 타오르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