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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시리즈 작품입니다.-

 

 

 

 

* 제 글 안에는 판타지 요소들이 다분합니다. (글 자체가 판타지이므로) 말도 안돼거나, 고증을 차용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 점 감안해주시고 즐겁게 즐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세계관 부가 설명

 

작전명 블루코드란?

리마와 오스카가 비밀리에 체결한 작전명 - 블루코드

두 개의 대륙이 연합해 킬로를 제압하고 전 세계를 통합시키자.

 

세습 세력 - 오스카; 킬로;

 

 

< 세계는 하나였어. 물론 바다들로 나뉘어 있었지만, 충분히 하나의 세계라 볼 수 있었지. 근데 꽤 먼 옛날, 세계가 갈라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 버린 거야. 그 넓었던 세계는 세 개로 갈라졌고, 살아남은 그들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었대. 달리 지옥이 아니라 여기가 지옥, 그랬던 거지. 그러나 결국 피는 멎었고, 각 대륙의 왕이 생겨났어. 세 왕은 어렵게 손에 쥔 자신의 권력이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더 이상의 피를 흘리기는 곤란했으니까. 그래서 셋으로 나뉜 세계 중 가운데 지역을 리마라 칭하고 휴전지역으로 칭했어. 그리고 가운데 대륙인 리마를 기점으로 해 왼쪽의 대륙은 오스카가 되었고 오른쪽의 땅덩어리는 킬로가 되었지. 혼란한 세계는 여전히 전쟁을 원했지만, 휴전지대가 되어버린 리마를 통하지 않고는 당연히 불가능했던 거야. 그래서 새로운 세계의 태초 전쟁은 종전되었고. 나눠진 대륙들도 서서히 자리를 찾았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후 왕들은 권력을 세습하기 시작했어. 지들이 오래오래 먹고 살아야지 뭐. 그리고 5년에 한 번, 리마에서 회담을 가지기로 했대. 그리고 태초 전쟁이 지나 오랜 세월 후, 오스카와 리마는 킬로를 제거하고 세계를 통합하자는 비밀 연합과 작전을 맺게 되었어. 그리고 이 비밀 연합은, 바로 지금. 우리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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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 그 방은 상당히 널찍한 방이었다. 나라의 중대사를 논하는 이들이 앉아서 고루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그런 무거운 품위가 깔려 있는 방. 그러나 적막함만이 감돌았고, 차가움만이 느껴졌다. 많은 인원이 그 방에 앉아있었다. 성우도 그 안에서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제복 모자를 최대한 푹 눌러쓰고. 제일 상석에 앉아 침묵을 지키던 한 남자가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화면상에 있는 남자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는 리마. 여기는 리마. 코드명 오스카킬로킬로마이크브라보. 시작해주십시오. ”

 

OKKMB. 오스카가 킬로를 죽이고 블루코드를 만들어라.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음성. 모두 정확히 들었다. 그 코드명을 들은, 화면의 늙은 남자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꽤 성의 없이 까닥, 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성의 없는 태도에 방에서 작게 불편한 헛기침이 나왔다. ,.. 무례한. 그러나 화면은 꺼진 지 오래다. 이제 방에는 통신이 끊겨 송신 이상으로 인한 치직- 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만이 남았다. 그 소리에 성우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듣기 싫어 죽겠는데. , 지겨운 영감탱이들. 회의는 또 언제 끝나는 거야아.. 그러나 아무도 그 조용한 소음을 깨고 싶지 않은 것처럼 침묵을 지켰다. 그때 상석의 묵직한 중압감을 지니고 있는 남자는 큰 스크린 화면 쪽에서 의자를 천천히 돌려 침묵을 지키는 이들 쪽으로 앉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누군가를 포옹하듯 환희에 찬 얼굴로 팔을 벌려 허공을 안았다. 그 남자는 리마의 왕.

 

오스카의 옹와 우리 리마가.. 드디어 시작합니다. 오랜 시간 우리가 준비해온, 작전을.. ”

 

. 그 자리 끝에 앉아있던 성우는 제 가문임을 듣고 몸서리를 치면서도 애써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코드블루.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벌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성우는 오스카의 차기 세습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성우는 집을 나와 리마의 군에 들어간 지 벌써 십수 년이 되었고, 이미 가문도 그를 버렸을 터였다. 물론 후계자야 여동생 하나가 있었으니까 상관없겠지 잇힝! 하고 생각 없이 나온 길이었다. 애교 많고 다정한 자신을 숨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여기서 저는 일개 군인이어야만 했으니. 제 가문과 성을 숨기고 살았다. 지금도 가까운 동료들 빼고는 자신의 성격과 그를 몰랐다. 그저 딱딱한 군인 성우. 가끔은 정말 숨이 턱 막히듯 답답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없는 느낌.

 

성우는 이때, 전혀 몰랐다. 앞으로의 그가 어떨지.

그리고, 그때 성우는 알아챘어야만 했다. 자신의 운명을.

 

 

 

 

 

 

 

작전명_코드블루

초코마카옹

 

 

 

 

 

 

 

 

성우에게도 그 작전에 참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코드블루. 작전은 이미 시작되었으니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오스카에서 뛰쳐나와 그 먼 거리를 건너 리마까지 와서 단숨에 말단에서 상부까지 치고 올라간 건 어린 날의 반항심이라 애써 변명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돌아가고 싶었다. 가문의 차기 세습자도 아닌, 그냥 옹성우. 이번 생이 아닌 어딘가로. 그러나 이제 성우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천천히 눈을 감고 탄식하는 와중에 벨이 울렸다. 달칵. 성우는 전화기를 손에 들고 날아온 신호를 확인했다. ‘ 긴급. 확인 즉시 출동 요망 성우는 한숨을 쉬고 자신이 푹 누였던 푹신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모자를 조심스레 집어 머리에 푹 눌러쓰고는 거의 누워있듯 휴식을 취하느라 흐트러진 제복을 손으로 탁탁 소음이 나게 눌러 폈다. 그리고 옅게 한숨을 쉬었다. 숨은 꽤 차가운 공기 속 흩어졌다. 허무하게. 그리고 방을 나섰다. 딱딱하게 발걸음에 절도를 주는 것은 꽤 살랑살랑, 사뿐사뿐 걷던 성우의 습관들 덕에 성우가 제일 싫어하는 일에 속했다. 내 발에 절도 준다고 나라가 변하냐. 그렇게 속으로 투덜댔다. 복도를 한참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어딘가로 밖에 갈 수 없게 보안이 걸린 엘리베이터를 한 개 지나서야 성우는 제 상관을 만날 수 있었다. 성우는 오늘따라 조금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발을 붙이고 절도 있게 경례했다. 성우의 상관은 전부 필요 없다는 듯이 마른 웃음을 지으며 손을 휘휘 저었고, 그제서야 성우는 손을 내리고 가볍게 목례했다.

 

성우. 코드번호.. 1210. 오랜만의 임무다. ”

 

상관은 성우의 코드번호를 추억하듯 불렀다. 상관은 일처리가 빠릿빠릿한 성우를 아끼는 편이었다. 상관은 성우를 밑바닥에서 굴러들어온 와꾸 좋고 충성심 있는 개쯤으로 여겼다. 여기가 휴전구역인 만큼 살상 명령은 성우는 애초에 해본 적이 없었고, 성우는 성공적인 가출 라이프를 위해서 밤을 새며 규격 잡힌 행동과 고지식한 말투를 연습했으니 아끼지 않을래야 아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관은 오랜만의 임무, 에 좀 더 힘을 주어 발음하며 성우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성우는 상관이 자신에게 건넨 누런색의 파일 하나를 받아들었다. 파일 바깥에는 1급 기밀이라는 표식과 여러 성우 윗대가리의 서명과 도장이 찍혀있었다. 파일을 조심스레 열자, 파일 안에는 남자 한 명의 프로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진 속 남자는 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에 성우는 감탄했다. , 진짜 잘생겼다. 누구지? 이름이.. , 여기 있다!

 

강다니엘.

 

키가 180.. 몸무게가 이러면.. 완전 핫바딘데 핫바디. 성우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파일을 훑어보자, 상관은 그를 뚫어지게 보며 입술을 열었다.

 

그는 킬로의 차기 세습자다. 네 경호 대상이기도 하다. ”

 

그 말을 듣고 성우는 꽤 놀랐다. 아니 킬로 차기 세습자를 왜 나한테 떠맡긴대? 미친 거 아닌가. 차기 세습자면 적어도 내 위의 위의 위의... 아 더 없구나. 그냥 왕이랑 같이 다니지 그래. 둘이 짝짝꿍! ? 성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동공마저 흔들리려 했으나 둥실둥실 떠가려는 그의 정신을 애써 붙잡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옹성우 침..! ..! 경호면.. 이번에 열리는 회담에서의 경호인가. 성우가 기억하기론, 저번 회담에서는 그를 본 적이 없다. 이제 슬슬 권력 세습을 위해 데리고 다니는 거려나. 성우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물었다.

 

경호만 하면 되는 겁니까? ”

 

상관은 성우의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 상관의 처음 보는 늙은 호랑이 같은 웃음. 그리고 상관은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살짝 굳은 성우의 어깨를 다시 한 번 툭툭, 두드려주고는 미련 없이 자신의 방을 떠났다.

 

너의 임무는.. 경호. 그리고 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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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닫혔다.

 

살해.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살짝 부여잡았다.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엿 같아진 기분에 나도 모르게 욕을 읊조렸다. 씨발. 성우는 사격 실력이 뛰어났다. 상당히. 노력도 노력이었지만, 그 안에는 재능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사격 실력 하나로 군 내 에서도 유명해졌었다. 그리고 리마 군의 사격 훈련 마지막 단계는, 살아있는 사슴을 쏘는 거였다. 살아있는 타겟을 겨누는 것도 훈련에 속했지만, 가장 중요한 훈련의 의의는 그거였다. ‘살아있는 생명을 쏠 수 있는가 아닌가.’ 내 사격 시험을 위해 산에서 뛰던 어린 사슴 하나는 다리를 다친 채 잡혀 왔었다. 당황해 바라보자 사슴도 아픈 신음을 내며 그 좁은 우리 안에서 도망치려 애썼었지. 덜덜 손을 떨면서 총을 겨누려던 순간, 눈을 감으려던 순간 사슴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삶을 잃어가는 물기 어린 눈빛. 그건 분명히 살아있는 생명. 그는 결국 쏘지 못했고, 그 날 나는 상관한테 맞느라 정신을 잃었었지. 혀로 입 안을 한 번 훑었다. 입에서 쓴 맛이 느껴졌다. 역겨움을 참으며 성우는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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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이 회담이다. 대륙 전부가 분주했다. 그동안은 회담이라고 해봐도 딱히 중하게 회의할 내용이 없다보니 작게 회의만 하고 거의 두 나라 화합의 축제였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전혀 다를 것이다. 성우는 그렇게 짐작했다. 당연하지만 작전이 실행 될 테니. 성우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서 5년에 한 번 사용되는 다리로 이동해오는 오스카의 왕인 제 아버지와 킬로의 왕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그 새 더 늙으셨네. 성우는 제복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그들이 건너오고 있는 일명 평화의 다리는 유난히 맑은 오늘날씨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났다. 다리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댔나? 5년에 한 번 쓰는데 저게 돈지랄이지 돈지랄. 성우는 그렇게 속으로 혼자 수다를 떨며 킬로의 행렬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보인다, 내 타깃.

 

타깃인 강다니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랑 사이가 별로인 게 분명했다. 행렬 뒤쪽에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오고 있어서 그렇게 짐작한 거지만. 그리고 그는 생각보다 훨씬 양아치 같다. 파일 속 사진에서는 은색 빛이 도는 머리칼이었는데. 어릴 때 즐겨 먹던 복숭아 맛 풍선껌이 생각나는 연분홍빛의 머리를 하고는 킬로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을 쳐다보다, 이내 전부 관심 없다는 듯 눈을 내려 깔았다. 내가 봤었던 파일의 사진보다 훨씬 수려한 외모였다. 그리고 피지컬도 압도적이었다. 작게 입을 벌려 감탄하면서 생각했다. , 진짜 잘생기긴 했다. 완전 실물이 낫네. 누가 봐도 후계자네. 얼굴에 감탄하다가 문득 다시 그가 내 타깃이라는 게 생각나 기분이 복잡해졌다. 내가 죽일 수 있을까. 그의 눈을 보았다. 날카롭지만 꽤 강아지가 떠오르는 강아지 상의 눈매. 동물로 비유하니 사슴이 생각나버렸다. 오버랩 된다. 강다니엘의 저 눈빛과 그 작은 사슴의 눈빛이. 애처롭던 그 눈빛. 그는 내가 총구를 겨눌 때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지금처럼 당당할지, 아니면 그도 그렇게 생명이 다한 표정을 지을지.

 

기분이 그 때처럼 엿 같아졌다. 어딘가 크게 잘못된 기분. 혼자 동떨어진 느낌. 타깃인 그를 잠시 뒤로 하고 시끌벅적한 행렬에서 성우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멀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