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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이상한 꿈을 꿨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한 남자가 나를 보며 엉엉 울고 있는 꿈.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처음 본 남자의 그 울음에 나도 울컥해 한참을 같이 울게 만든, 그런 꿈. 내 이름을 애처롭게 부르며 울부짖는 그에게 다가가 안아줄 수도 달래줄 수도 없었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려 할수록 형체 없는 무엇인가가 나를 옥죄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 꿈 때문이었을까. 한 번 잠이 들면 누군가 깨워줘야만 일어날 수 있었던 내가 새벽 5,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스스로 잠에서 깨어났다.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대충 닦고 거실로 나가자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던 현우가 놀라 내게 다가왔다.

 

어떻게 일어난 거야? 너 내가 안 깨우면 못 일어나잖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이상한 꿈을 꿨는데.”

, 이 식은땀 좀 봐. 얼른 들어가서 씻고 나와. 밥 차려 놓을게.”

 

현우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땀으로 찝찝해진 몸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어 땀을 씻어내니 복잡했던 감정들이 땀과 함께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원인 불명의 부분 기억상실증. 25살의 나에게 하룻밤 사이에 생긴 병의 이름이었다. 그저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기억의 절반 이상이 뚝 끊기듯, 사라져버렸다. 잠을 나면 일어나지 못하는 것 또한 기억이 사라진 그 시점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병원에 찾아가 봤지만, 의사는 기억상실증은 보통 감당하기 힘든 일을 잊어버리기 위해 뇌가 기억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기억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 있어도 있는 게 아닌 아버지를 제외하곤 기억나는 사람이 현우 밖에 없었던 나는 곧장 현우에게 달려가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물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현우도 처음부터 믿지는 못했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 내 모습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믿어주었다.

하지만 현우도 내가 왜 갑작스럽게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가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현우의 표정에 나는 어떠한 일이 있긴 했었구나. 짐작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오고 갈 곳이 없었던 나를 현우는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었고, 그 후 10년이라는 시간을 기억의 한 부분을 잃은 채, 그렇게 살아왔다.

 

물을 만들어서 씻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빨리 나와서 밥 먹어.”

금방 나가. 먼저 먹고 있어.”

 

물기를 닦고 옷을 입고 나가니 내가 씻고 있는 사이 된장찌개와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은 현우에 결혼해도 되겠다며 농담을 던지니, 이미 애 하나 키우고 있지 않으냐며 맞받아치는 현우였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현우는 대체 무슨 꿈을 꿨기에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고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일어나 본 적 없던 내가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냐고 물었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꿈에 그저 악몽이라며 얼버무리고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현우는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말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인지 이내 흥미를 접고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넘겼다.

 

너희 아버지, 무슨 일 벌이고 계신 거 같던데.”

 

그 주제도 별로 달갑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이 무슨 일을 벌이든, 나는 관심 없어.”

돌아가신 너희 어머니가 너한테 남겨주신 재산. 그걸 건들려고 하시는 거 같아.”

씨발, 대체 왜 그 작자는 왜

진정해, 옹성우. 너 그러다 또 쓰러져.”

 

늘 하던 대로 처리해줘. 나 잠깐 혼자 있을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현우에게 뒷일을 부탁한 후 서재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를 죽이고 아들인 나까지 증오하지 못해 안달인 걸까. 어머니와 내가 그 사람에게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지워진 내 기억 속에 이유가 있는 걸까. 내가 모르는, 그가 나를 증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렇게 얼마나 생각에 잠겨 있었을까.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내 앞에 또다시 그 남자가 나타났다. 처음 꿈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면서, 한없이 내 이름을 부르기만 하는, 아주 많이 익숙한 남자.

 

, 성우형. 미안해. 내가, 내가 잘못했어.”

 

그 남자는 내 이름을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그렇게 계속 내 이름을 부르고 잘못했다며, 미안하다며 울부짖었다.

 

대체 나한테 뭐가 미안해서, 그렇게 울고 있는 거예요.”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친 남자는 이내 일어나 와락, 나를 안아왔다. 성우형, 성우야, 옹성우.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는 내 이름을 연신 불렀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그러나 그에 대한 것은 그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울컥하고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새도 없이 흘려보냈다.

한참을 그의 품에 안겨 울었을까.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에서 나를 떼어낸 그가 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곤 내 얼굴을 붙잡아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내가 꼭 찾으러 갈게. 미안해. 나 잊으면 안 돼. 절대로.”

 

내 눈을 바로 본 채 이야기한 그가 나를 다시금 안아올 때,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내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는 현우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현우의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병원의 병실이었고, 나는 환자복을 입은 채 링거를 맞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 물음에 현우는 무슨 고민을 하는 것인지 한참을 말없이 있다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 죽을 뻔했어. 내가 죽을 뻔했다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그게 무슨 말이냐 되물었더니, 현우는 내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서재에 들어간 내가 한참 동안 나올 생각을 않자 걱정된 현우가 서재로 들어왔을 때, 나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고 했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보아도 내가 일어나지 않아 급하게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병원으로 나를 데려왔고, 그 어떤 검사로도 원인을 알아낼 수 없었던 의식 불명에 빠진 나는 그렇게 4달을 꼬박 잠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내가, 꼬박 4달을, 잠들어 있었다고?"

". 그것도 아무 이유 없이."

", 아무리 내가 꿈에서 잘 못 깨어난다지만, 4달은 과장이 좀 심했다."

 

현우는 4달이나 꿈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나를 더 설득시킬 방법이 없었는지 협탁 위 올려져 있는 휴대폰을 들어 날짜를 보여주었다. 524. 정확히 4달하고도 12일을, 내가 잠들어 있었다는 말이야? 휴대폰 액정에 버젓이 적힌 날짜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눈을 깜박이며 몇 번이고 다시 봤지만, 액정에 적힌 날짜는 524일 화요일에서 변함이 없었다.

꿈에 나온 그 남자. 그 남자가 내 잃어버린 기억, 그리고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가 처음 내 꿈에 나왔을 때 기억을 잃은 뒤 처음으로 스스로 일어났고, 그가 두 번째로 내 꿈에 나왔을 때, 이렇게 4달이라는 시간을 그 어떤 원인도 없이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면 불안정했던 내 모든 것들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 정말 그런 거라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내야 했다.

 

"혹시내가 기억 못 하는 사람 중에, 나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핑크색 머리한 사람 있어?“

? 그게, 무슨 말이야?“

자꾸 그 사람이 꿈에 나오는데, 뭔가 아는 사람 같아서.“

없었어. 그런 사람

 

분명 뭔가 아는 것 같은데, 왜 모르는 척을 하는 거지? 대체 그 남자가 누구기에.

 

 

 

 

 

 

 

 

 

:: 그런 시간 ::

캔디블러썸

 

 

 

 

 

 

 

 

 

그 후로도 계속, 그 남자는 내 꿈속에 나타났다. 하루는 아주 슬픈 얼굴로 하염없이 내 이름을 불렀고, 또 하루는 예쁜 웃음을 보여주며 함께 이곳저곳 놀러 다니기도 했다. 나는 어김없이 그가 나오는 꿈을 꾸는 날이면, 이른 새벽 시간에 일어나거나 혹은 아주 오랜 시간을 누군가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곤 했다.

주로 아주 슬픈 꿈을 꾸면 일찍 일어났고, 아주 기쁜 꿈을 꾸면 오랜 시간을 깨어나지 않았다. 그의 감정이 내 꿈의 시간에 영향을 주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내 꿈의 시간에 영향을 주는 건 그의 감정이 아니라, 그를 보며 드는 내 감정일 수도.

그를 꿈에서 몇 번 만나면서 알게 된 건, 그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딱 그것 하나였다. 그와 내가 어떤 사이였는지, 그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 어떤 것도 그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예쁜 눈을 휘어가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오늘은 놀이동산 가자! 형 놀이공원 좋아했잖아.“

좋아!“

 

오늘은 행복한 꿈. 그도, 나도 모두 행복한 아주 오랜 시간을 꾸게 될 꿈. 배시시 웃는 그의 손을 마주 잡고,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것인지 놀이기구를 하나 탈 때마다 눈을 꼭 감았고, 내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무섭다고 다른 것을 타자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그가 내심 귀엽게 느껴졌다.

조금 벅차 보이는 그에 조금 쉴까 싶어 그를 데리고 벤치에 앉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츄러스를 먹으며 좀 쉬다가 계속 타자고 이야기하자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그는 귀 끝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엽네.“

누가? 내가?“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나의 귀엽다는 말에 발끈하며 자신은 귀엽지 않다고 발끈하는 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웃음에 대체 왜 웃는 것이냐며 더 큰 소리로 말하던 그는 자신도 그 모습이 웃겼는지 이내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우리, 귀신의 집 가자!“

?“

 

귀신, 싫어하는구나. 아닌 척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에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올라오는 광대를 겨우 내리고 그의 손을 잡고 끌었다. 커다란 해골이 입구에 매달려 있고, 저승사자로 분장한 아르바이트생이 손목의 표를 확인하고 입장을 도와줄 때,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 이게 뭐야! 으아악! 나 죽는다. 안 돼!“

 

고작 10분도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그는 내 어깨를 잡고 내 뒤에 달라붙어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귀신의 집을 나오며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나를 붙잡고 주저앉아 버렸고 나는 그가 안는 힘에 끌려 같이 앉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시무룩해 있는 그를 보니 웃음이 나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웃고 있었다. 내 웃음에 삐진 그를 달래준다고 고생한 일은 그가 귀여웠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내 아버지라는 사람은 내가 가진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일을 벌였다. 3개월을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와 함께 있을 때, 현우는 내가 자는 동안 어떻게든 그 사람이 가져가려는 것들을 막으려 노력해보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내가 몇 번이고 미안하다 사과했다. 현우도 나름대로 굉장히 오래 버틴 거겠지. 그 남자는 어떻게 하든 내가 가진 것들을 가져가려 했을 테니. 결국, 아버지라는 작자가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내게 남은 건 이제 반쪽짜리 기억과 친구인 현우, 그리고 현우의 부모님. 그것들이 전부였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빨리 그를 만나 이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있잖아. 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

? 어디?“

 

꿈속에서 그를 만나자 마자 그의 손을 잡고 차에 태워 가평으로 이끌었다. 갑자기 왜 생각난 것인지 모를 가평을 도착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여길 어떻게.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갑자기 오고 싶었다고 이야기하자 놀랐던 표정을 지우곤 고개를 끄덕. 그리고는 나를 이끌고 한 카페로 들어갔다.

 

너도 여기 알아?“

, 전에 누구랑 같이 와 본 적 있어서.“

누구랑?“

몰라도 돼.“

 

누구랑 왔던 거냐며 되물었지만 얼버무리며 대답하는 그에 포기를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던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반짝이는 별이 쏟아질 듯 우리 위를 장식하고 있었고 내 앞에는 예쁘게 웃으며 나를 보는 그가 있었다.

고개를 살짝 내리자 테이블 위로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그가 보였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져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뜬금없이 웃는 내가 이상하게 여겨질 법도 한데, 왜 웃느냐는 말도 하지 않는 채 그는 귀를 빨갛게 물들인 채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곤 대뜸 내 어깨를 잡고 별을 보고 있던 나를 자신과 마주 보게 만들더니, 한참을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나 없이도, 웃고 다닐 수 있어?“

 

너 없이 웃을 수 있냐고?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다행이다. 나 없이도 웃을 수 있다니. 그럼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네.“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엔 나를 기억 못 하는 형이 조금은 미웠고, 그다음에는 나를 잊었음에도 괴로워하는 형이 안쓰러웠어.“

 

이건 내 꿈이잖아. 그럼 내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인 건데, 대체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냐고. 나는 헤어질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데. , 내 눈앞에 이 남자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것이고, 왜 나에게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작별인사를 하는 거야, 대체 왜.

 

그다음에는 그런데도 다시 나를 사랑해주는 형의 모습에, 차마 떠날 수 없었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내가 없이도 웃을 수 있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난 거야. 그럼 잘 있어.“

 

 

 

 

왜 춥게 비 맞고 있어요.’

그게 무슨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상관있죠. 내가 방금 그쪽한테 반했으니까.’

 

성우형, 나 진짜 형밖에 없는 거 알지?’

그거 내가 할 소리거든.’

 

.’

왜 불러?’

그냥, 사랑한다고

뭐야, 오글거리게

 

우리 놀러가자.’

뜬금없이?’

! 가평 가자!’

 

형 있잖아.’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떨 거 같아?’

? . 모르겠다. 근데 평소처럼 지내지는 못할 거 같아.’

 

 

 

 

 

안 돼, 다니엘!“

 

깨어났다, 아주 이른 새벽시간에. 네가 사라진, 나의 꿈에서.

그리고 생각났다.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렇게 궁금해 하던 네 이름이 생각이 났다.

다니엘. 그래, 네 이름은 다니엘이었다. 너와 나는 사랑하는 사이였고,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고, 그런 너를 잃어버린 나는 그 충격에 기억을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을 잃어버렸던 거였어. 너는 내 전부였기에, 네가 사라진 내 기억은 아주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내 마음까지 시린 바람을 불러왔어.

그래, 그랬던 거야. 네가 없다는 그 상실감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던, 그럼에도 죽지 않는 내 끈질긴 목숨에 괴로워하며 한참을 울었어. 그렇게 울며 흘린 눈물 속에 너와의 기억이 있었는지 너에 대한 기억은 증발되어 내 기억 속에서 전부 사라져버렸어. 잊어버린 너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날이면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슬픔에 괴로워하며 너를 지웠고, 그럼에도 너는 내 전부이기에 또 다시 내 기억 속으로 파고 들어왔어.

하지만, 이제 네가 내 꿈속에서 조차 모습을 감춰버렸어. 이젠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말만 늘여놓으며, 그렇게 사라졌어. 나는 더 이상 너를 잊지 않을 것 같아. 이제 내 안의 너는 온전히 내 행복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근데 다니엘, 네가 없는 이곳에서, 나는 이제 어디서 널 그리워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