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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모과의 맛은 의외로 떫고 달다

달걀말

 

 

 

 

 

 

 

 

 

 

 

코를 찌르던 악취를 뚫고 풍겨오는 향기에 다니엘은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지하 특유의 눅눅한 냄새와 흙과 물이 썩은 괴상한 냄새만 가득한 실습실 어디에서 나는 향인지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다 정면을 보고 있을 때 가장 선명해지는 향을 좇아 고개를 쭉 내밀었다.

 

달짝지근하고 향긋한 모과 향에 취해 눈을 감고 몸을 기울이던 다니엘이 앉아있던 낡은 의자가 덜컹 소리를 내며 앞쪽으로 함께 기울었다.

 

아이코 야-!”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어떻게 넘어지지는 않았다만 앞으로 돌아 앉아있던 옆자리 사람의 등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다니엘은 얼얼한 코와 이마보다도 상대의 얄쌍한 등이 더 걱정스러웠다. 아이고야, 저리 뼈 밖에 없는데를-, 내 머리로 갖다 박은 거가.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그-. 너무 죄송해 갖고 어카지.”

아니에요-. 얼굴 괜찮아요?”

아이, 저는 튼튼해 갖고 어, .”

코 빨개졌는데.”

 

어떻게 사람이 저리 생겼나. 의자가 돌아가고 마주하게 된 상대의 얼굴에 다니엘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잘생긴 것을 넘어서 어떤 경지에 다다른 상대의 얼굴에 난처한 표정이 어리는 것도 모르고 조막만한 얼굴을 멍하니 감상했다. 아니 얼굴이 저리 작은데 어째 눈 코 입이 다 있대? 같은 사람 맞나.

 

저기이, 정말로 괜찮아요?”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 작은 손에서 좋은 향이 났다. 저 반짝거리는 얼굴을 가린 것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손에서 풍기는 향에 홀려 다니엘은 깊게 숨을 들이 마쉬었다.

 

모과?”

?”

 

모과를 코에 박고 있을 때나 날 것 같은 진한 향에 취해 다니엘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당혹스런 시선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정신 나갔나. 와 이라는데. 양 뺨을 철썩 때리니 잠시 가출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초면에 타과 분한테 무슨 실례를 한 건지, 정신이 들자 죄송함이 스물스물 밀려오다 못해 해일처럼 몰아쳐 다니엘은 고개를 땅으로 박듯 몸을 굽혔다.

 

제가 아까부터 당황스럽게 해드려가, 죄송해요.”

 

다니엘 공인, 완벽한 서울말로 온 마음을 다해 사과를 하자 발개진 뺨 위로 좋은 향이 나는 손이 살짝 닿았다. 뜨거워진 뺨에 닿는 손의 냉기가 기분이 좋아 좀 더 닿고 싶으면서도 왠지 쑥스러운 기분에 다니엘은 눈 밑을 긁적였다.

 

아프겠다-. 저는 괜찮으니까, 귀여운 얼굴 막 다루지 말아요.”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자신에게 귀엽다 말하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진 다니엘은 멋쩍게 눈가를 긁던 손을 내렸다. 어젯밤 왕뚜껑 두 개를 들이붓듯 흡입하고 잔 탓에 체감 상 왕뚜껑만 하게 부은 뺨을 스치는 손길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심장 주변이 너무 간지럽고 근지럽다 못해 가려웠다. 가슴께를 문지르며 뭐라 말을 꺼내려던 다니엘은 탁탁. 거슬리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봤다. 뭔 소리고. 시끄럽게.

 

뒤에 남학생 둘. 사귀는 거 아니면, 아니 사귀는 거여도 조용히 할까?”

 

교수님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넘실거렸다. 칠판 위에 올려 진 손의 힘줄이 심상치 않아 뒤돌아 앉았던 성우의 몸이 다니엘에 의해 백팔십도 돌아가고 귓가를 발갛게 익힌 채 구부정하게 앉아있던 다니엘의 자세가 꼿꼿해졌다. 에타에서 저 교수님 뒤끝 쩐다던데 우짜노. 내는 그렇다 쳐도 저 잘생긴 사람은 찍히믄 안 되는데. , 망했다.

 

성우의 얼굴 옆으로 빼꼼 나온 한껏 혼쭐난 강새이처럼 시무룩해진 다니엘의 얼굴을 본 교수님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교수님은 애견인으로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개를 닮은 사람에게도 약하다는 것을 다니엘은 모르지만 한결 나아진 교수님의 목소리에 안심한 듯 표정이 풀렸다.

 

다음 강의부터는 흙 사용할 거니까, 다들 과 사무실에서 흙 가져가도록 해요.”

 

꼿꼿하게 핀 등허리가 저릿저릿해질 무렵에서야 끝난 교수님의 말씀에 성우는 허리를 톡톡 치며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또랑또랑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지문이 있다 못해 디엔에이 한 다발은 섞여 들어간 것 같아 다니엘은 목젖까지 차오른 웃음을 참지 못하고 넓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어렸을 때 엄니 손 놓쳤어도 금방 찾았겠다. 우째, 저런 몸에서 저리 크다란 소리가 나나. 신기하다. 겨우겨우 웃음을 꾹 누른 다니엘이 고개를 들자 성우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엄마야!”

 

놀란 나머지 부산에 있는 엄니를 찾고 만 다니엘을 보며 동그랗게 눈이 커진 성우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덩치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래 가지구, 얼굴이랑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성우는 초면인데도 다니엘의 부스스한 탈색모를 한 번 쓰다듬어 보고 싶었다. 어릴 적 키웠던 슈슈만큼 귀여워서 자꾸 올라가려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으며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난 엄마 아니어가지구, 어떡하죠.”

아이, 그게 아이고, 아이고. 그 놀라가지고-. 부끄러버라.”

 

당황한 얼굴로 붉어진 양 뺨을 잡은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다니엘을 보며 성우는 슈슈만큼 귀엽다라는 평가를 슈슈보다 귀여운 것 같다로 정정했다. 커다란 애가 귀여운 얼굴로 저러고 있으니 작은 애가 저러는 것보다 백배는 더 귀여운 것 같아 붙잡힌 오른손이 움찔거렸다. 정전기라도 일어난 건지 삐죽삐죽 솟아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오른손은 움찔거리다 못해 연체동물처럼 꿈틀거렸다.

 

이름이 뭐에요?”

저요? ! 사체과 15학번 강다니엘입니다!”

나는 조소과 14학번 옹성우에요-.”

 

눈을 삭 접어 웃는 잘생긴 얼굴이 너무 예뻐 보여서 다니엘은 누가 자기의 뒤통수를 후드려 친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생겼는데 예쁘기까지 하다는 건 좀 사기가 아닐지. 다니엘은 간질간질해진 눈 밑을 긁으며 히죽 웃어보였다. 그렇게 해맑게 웃는 다니엘을 보며 성우는 꿈틀거리던 오른손으로 가슴께를 붙잡았다. 심장이 직격타를 맞아 괴로웠지만 성우는 최대한 태연하게 웃어보였다.

 

웃으니까 더 강아지 같고 귀엽네. 아 이렇게 말하면 실롄가?”

아뇨! 전혀요! 저 근데 뭐라고 부르면 될-.”

“24살보다 아래면 형이라고 편하게 부를래요?”

 

다니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정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성우의 말에 다니엘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타과 후배한테 저리 상냥한 남자 선배는 처음이라 다니엘은 눈을 반짝이며 예쁘고 잘생겼는데 성격까지 좋은 성우 형을 바라봤다. 저런 선배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다니엘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친해지게 같이 다녀야지!

다니엘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진 만큼 성우도 귀여운 후배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을 만큼 친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 수작을 부렸다.

 

성우형! 저랑 과사 같이 가실래요?”

그럴래? , 말 편히 해도 될까요?”

!”

 

다니엘의 격한 긍정에 수작이 성공했음을 확신한 성우가 씩 웃으며 그럼 말 놓을게. 라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 문을 열자 복도의 더운 바람과 함께 모과향이 함께 코끝을 간질였다.

 

성우형한테서 좋은 냄새 나요.”

아 우리 누나가 화장품 쪽 일을 해가지구. 누나가 가져다주거든.”

그럼 모과 향수 쓰시는 거에요?”

향수는 아니구 바디워시랑 핸드크림. 모과 향 좋아해?”

 

모과 향을 좋아한다기보다는 형한테서 나는 모과 향이 좋다하면 이상하게 볼 것이 안 봐도 뻔해 다니엘은 그냥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형한테서 나는 모과 향이 좋은 것도 결국 모과 향이 좋은 거니까.

 

근데 핸드크림은 와 필요하세요? 손이 쪼매 건조하시나?”

흙 같은 걸 만지다 보면 손 피부 엄청 뻣뻣해지거든.”

, 진짜요.”

응 진짜, 이 향 좋다고 했지? 내 거 같이 쓰자. 누나가 몇 개 챙겨줬거든

 

기분 좋게 이어지는 대화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같은 건물에 있던 과 사무실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조교가 건네준 종이에 이름과 학번을 적고 받게 된 흙이 생각보다 작아 귀엽다며 실없게 웃던 다니엘이 성우에게 자신이 두 개를 다 들겠다며 호기롭게 말하자 성우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에 쌓인 흙을 한손으로 들어 올리려다 다니엘이 멈칫 몸을 멈추자 성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흙을 뺏어들었다.

 

그렇게 함부로 들면 허리 다쳐. 작아보여도 10kg여서 은근 무겁거든.”

“20kg도 가뿐한데 순간 놀라 갖고-. 헤헤.”

 

다시 성우에게서 흙을 뺏어든 다니엘이 흙을 추켜 안은 채 성우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저기 성우 형.”

? 내가 다시 들까?”

아니 그게 아니고 내 튼튼해요. 진짜로.”

그럼 왜? 니엘이 뭐 궁금한 거 있어?”

사물함 빌려주시는 보답으로 오늘 밥 한끼 사도 되나?”

 

과 사무실로 향하며 나눴던 대화 중 하나를 끄집어낸 다니엘이 힐끔힐끔 눈치를 보자 그런 다니엘을 쳐다보던 성우가 흔쾌히 승낙하자 다니엘의 만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성우 형은 뭐 좋아하나? 아니 뭐 좋아해요?”

말 편하게 해도 되는데-. 편하게 해. 나는 돼지고기?”

아 그래도 되나. 내도 돼지고기 진짜 좋아하는데. 내 별명이 강 고기다.”

 

성우는 자기가 아는 맛집이 있다며 다니엘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정문으로 나가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데, 종알종알 말을 하는 성우의 말끝마다 응응, 맞나. . 정말이가. 내는 처음 들었다. 혼신의 리액션을 하는 다니엘 덕에 성우는 평소보다 말을 하는데 흥이 났다.

도보 이십분이였던 음식점도 금방이었다. 대학가답게 만 원 이하인데도 한 접시의 양이 이인분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가 각자 한 접시에 단골찬스로 받아낸 자몽 에이드 일 리터까지 해치운 다니엘과 성우는 그 날을 기점으로 찰싹 붙어 다녔다.

과도 다르고 강의도 교양 하나밖에 겹치지 않았지만 강의가 일찍 끝나는 사람이 더 늦게 끝나는 사람을 기다려 밥을 함께 먹는 것이 어느 샌가 둘의 일상이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옹성우 따라 강다니엘 가고 강다니엘 따라 옹성우 간다며 놀려대는 주변에도 아랑곳 않고 서로의 동아리까지 뒤늦게 입부하는 기염을 토한 둘은 자신들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함께하는 시간이 늘 재밌기만 하고 즐거울 뿐이라 서로의 껌딱지인 생활에 만족하며 두 달이 넘도록 서로의 절친으로 잘 지내고 있었다고 둘은 생각했다.

 

-

 

꿀 강의라 들었던 기초 도예는 손에 열이 많은 다니엘에겐 쥐약인 강의였다. 남들에게는 꿀 강의라지만 자신에겐 교수님의 묘목이 될 씨의 향기가 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리 뒤에 있는 개수대에서 나는 쿰쿰하고 괴상한 악취까지 혼자 들었다면 단숨에 드랍해 버릴 그런 최악의 강의였다.

 

그런데도 흙을 만지며 집중하는 성우의 표정도 성우에게서 나는 좋은 향기도 지루한 수업인데도 함께인 이 시간이 마냥 좋아 그럴듯한 찻잔을 빚는 성우를 다니엘은 집중해서 바라봤다.

 

다니엘,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나, 나 타. 도자기를 빚는 데만 집중하던 성우는 다니엘의 뜨거운 시선에 왼쪽 옆얼굴이 불타는 기분이었다. 뭐가 그리 좋고 행복한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다니엘이 부담스러워야하는데 그저 부끄럽고 낯간지러워서 민망할 따름이었다. 흙이 말라 뻑뻑한 손으로 뺨을 긁다가 성우는 뺨에 닿은 흰 손에 파드득 몸을 떨었다. 자신이 봐도 유난스러웠던 반응에 머쓱하게 웃은 성우가 다니엘의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

 

, 갑자기 왜?”

그 묻었다. 흙이.”

어어? ? . 고마워 니엘아.”

 

너도 묻었네. 라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성우는 다니엘의 말랑한 뺨을 한 번 쓸었다. 자신을 놀라게 한 다니엘도 놀라게 해주려 한 작은 장난이었다. 그런데 거칠한 흙이 묻은 손으로 만지는 게 미안할 정도로 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성우는 어색하게 손을 떼어냈다. 성우는 자신이 한 그 어색하기 그지없는 너도 묻었네. 라는 말을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평소에는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잡는 등 더한 접촉에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다니엘은 얼굴로 다가온 손에 의해 가까워진 모과 향에 취해 눈을 내리깔았다. 좋은 냄새. 분명히 같은 제품을 쓰는데도 성우에게서는 늘 더 좋은 향기가 났다. 나른하게 풀린 얼굴로 멀어지는 성우의 손을 잡아 뺨을 부빈 다니엘은 흙의 거칠한 감촉에 정신을 차렸다.

 

새빨갛게 물든 귀를 한 성우가 다니엘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 쟤를 놀리려던 건데 더 당황한 건 왜 또 자기인지. 속으로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며 다니엘이 만들던 찻잔에 시선을 고정했다. 전 부분이 쩍쩍 갈라진 게 아마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보였다.

 

또 야작하기 싫으면 집중해야지. 네 거 벌써 다 말랐다.”

으응? ? . 알았다.”

 

어떤 것이든 시작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었다. 과제로 시험을 대신한 도예의 기초 강의는 다른 강의들 보다 이주 더 빨리 끝났다. 강의가 끝나자 늘 함께였던 둘은 이상하게 어색하고 불편해졌다. 사실은 강의가 끝나기 전 그 미묘했던 상황 후 어색해진 둘의 관계에 다니엘과 성우는 서로를 피했다.

 

과제가 많아서. 시험이 곧 이라서. 핑계는 많았다. 둘은 왜 붙어있지 않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얼버무릴 뿐이었다. 시험이 끝나자 방학이 되고 방학이 되니 굳이 피하지 않아도 되는 이 상황이 편해야 할 텐데, 다니엘도 성우도 예전이면 반겼을 방학이 이 상황보다도 불편했다. 동기들과 친구들이 보낸 연락들은 점점 쌓여 가는데 늘 밤이 새도록 연락하던 다니엘과의 연락은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 왠지 속이 상해 성우는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

 

오랫동안 방치해뒀던 터라 999+ 라는 글자가 떠 있는 카톡을 보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성우는 해맑게 웃고 있는 다니엘의 프로필을 눌러 카톡을 보냈다. 6월에 멈춰있던 카톡에 824일이라는 날짜가 생긴 것을 보고 초조하게 무릎을 툭툭 쳤다.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연락 한 번 안 했던 어색해진 선배의 이런 갑작스런 말에 니엘이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니엘아

-우리 내일 만날래?

 

순식간에 사라진 1을 보고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리던 성우는 갑자기 울리는 진동에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잡았다. 니엘이. 분명히 액정에 니엘이라고 적혀 있었다. 왜 굳이 전화가 오지? ? 수많은 질문들이 어지럽게 떠올랐지만 성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니엘아?”

성우 형, 내 내일 말하려고 그랬는데 그러다 늦을까봐 이래 미리 걸었는데. 내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요.”

 

말을 편하게 하라 한 이후로는 쓰지 않던 다니엘의 어색한 서울말에 왠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너도 나 같은 고민을 했을까. 아니면 다른 고민을 했을까. 오랜만에 들은 다니엘의 목소리에 성우는 다니엘이 고민한 것이 전자일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던 중 시계가 열두시 정각을 알렸다.

 

생일 축하해요,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 할 말 더 있는데 그건 내일, 아니 오늘 만나면 해도 돼요? 다니엘의 말에 성우는 눈가가 시큰거리고 코가 찡했다.

 

, 나도 너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나갈 것 같아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다니엘이 좋다고 말했던 모과 향이 진하게 풍겼고 그 향에 홀려 손바닥을 핥았다. 손바닥의 맛은 생각보다 떫고 생각보다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