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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아드님을 주십시오.

보바

 

 

 

 

 

 

 

 

 

 

8년째 연애 중입니다. 곧 제 생일이 돌아오는데, 애인이 이상하게 굴어요.

 

평소 같았으면 생일 오기 일주일 전부터 호들갑을 떨었을 사람인데 퇴근하고 집에 와도 핸드폰 들여다보기 바쁘고 행여나 옆에서 훔쳐보기라도 할까 제 눈치까지 봅니다. 제 옆에서 잘만 하던 통화도 베란다 나가서 하고, 이거 의심이 안 가는 게 이상하죠? 뭐에 그리 정신이 팔렸는지 밤에 제가 은근히 신호를 보내봤자 반응도 없고. 당장 사흘 뒤가 제 생일인데 이러다 생일 날 이별통보를 받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됩

 

 

형 내 왔디.”

어어 왔어?”

 

 

다니엘이 들어오는 소리에 성우가 다급하게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카페에 고민상담을 좀 해볼까 했는데 달랑달랑 검은 봉지를 흔들며 형 좋아하는 거 사왔다 하는 그 얼굴을 보니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기분이었다. 그래, 글을 그렇게 써서 그렇지 우리 애인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잖아. 그치?

 

 

뭐 사왔는데?”

족발. 그리구 소주도 사왔지~”

무슨 수요일 저녁에 술을 마셔.”

괘안타 괘안타. 내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나.”

 

 

얼른 샤워하고 나오께요~ 꽁기해진 마음이 족발 하나로 풀린다. 성우는 부엌에서 상을 내오며 가벼운 스텝을 밟았다. 소주도 있겠다, 오늘밤엔 그거 하겠지? 하는 성우의 기대는 다니엘 코골이 소리와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다니엘은 빠르게 족발과 소주 두병을 클리어하고는 성우가 샤워를 하고 나온 사이에 잠들어 버렸다. 나 샤워 왜 그렇게 열심히 한 거니. 허탈한 마음에 수건을 집어던졌다.

 

 

씨이... 강다니엘 진짜...”

 

 

성우는 그날 거실 소파에서 잠들었다. 혼자 넓은 침대 위를 허우적대다 잠에서 깬 다니엘은 지각위기에 처해 소파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성우를 보고는 와 저서 자고 있노, 이 한마디를 남긴 뒤 급하게 집을 나섰다. 성우는 내심 다니엘이 저를 깨워 방에 데려다주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성우가 베고 있던 베개를 끄집어다 퍽퍽 내려쳤다.

 

그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온 다니엘은 아예 전화기를 귀에 붙인 채 집에 들어섰다. 성우는 팔짱에 다리까지 꼰 채로 소파에 앉아 티비만 노려봤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를 지나쳐 그대로 방에 들어간다. 성우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졌다. 이거 진짜 권태기야? 그런 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한창 뜨겁던 그 때가 떠오른다.

 

다니엘 스물, 성우 스물하나에 두 사람은 만났다. 젊음과 청춘, 뭐 그런 거. 서로에게 그 모든 걸 쏟아 부었던 그런 순간이었다. 그렇게 뜨겁고 뜨거운 날들 뿐이었다.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사귄지 8년째가 된 이 시점에서 성우는 그렇다. 불안하고 초조한, 그것도 자신의 생일을 코앞에 앞두고 말이다.

 

성우는 그날 밤도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전화통화를 마친 다니엘이 방에서 나와 성우를 흔들어 깨웠지만 성우는 끝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그 때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가 금세 푹신한 곳에 뉘어졌다. 아무렇지 않게 성우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힌 다니엘은 불을 끄고 조용히 그 옆에 누웠다. 뒤에서 저를 끌어안는 그 체온에 성우는 하마터면 눈물이 터질 뻔했다. 이런 거 하나에 안심하는 이 상황이 서러워서. 일단 생일까지만 기다려 보는 거다. 그 날 무슨 사단이 나던 아니던 생일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성우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

 

 

 

자기야, 아버님이 일곱시 말고 여섯시에 보자신다. 괘안나?”

응 뭐. 나야 상관없지.”

 

 

그 며칠 새에 성우 얼굴이 홀쭉해졌다. 자기 얼굴 와 이리 안 좋노. 내일 장어먹자 칼까? 성우의 마른 볼을 쓸며 다니엘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다 너 때문이잖아 새끼야. 성우는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눌렀다. 다정한 말과는 달리 다니엘은 전화벨 소리에 후다닥 베란다로 나섰다.

 

 

다니엘과 성우의 부모는 그들이 사귄지 두 해가 넘어갈 쯤 두 사람의 사이를 알게 되었다. 다니엘의 부모는 어릴 때부터 제멋대로였던 아들이 큰 건 하나 했다며 니 알아서 해라 하고 말았고, 성우의 부모는 다니엘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다니엘은 어울리지도 않는 수트까지 차려입곤 성우의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디 한 대 얻어맞는 건 아닌가 하고 두 사람 다 긴장하던 와중에 성우 부친이 입을 열었다. , 우리 아 책임질 수 있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대사가 흘러나왔다. 성우는 그런 아버지를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니엘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 제가 성우햄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하는 바람에 완벽한 주말 드라마 한 편이 완성돼버렸다.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부산출신인 부친은 자신과 고향이 같은데다 술까지 덥썩덥썩 잘 마시는 다니엘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의 번호를 강사위로 저장해 놓았으니 말 다 했지.

 

아무튼 그렇게 일 년에 두어번은 각자의 부모님을 모셔 식사자리를 갖는 게 어느 순간 연례행사가 되어있었다. 그게 올 해는 성우의 생일이 된 거고. 토요일에도 출근을 하는 다니엘 때문에 성우는 혼자 침대에서 눈을 떴다. 생일 당일이 되니 서러운 마음이 커진다. 나이 먹으니 눈물만 늘어 아주. 저도 모르게 질질질 새어나오는 눈물을 더듬더듬 닦아냈다. 이게 모야. 내 생일인데 완전 우울하구.

 

두 사람은 각자 출발해 식당에서 만났다. 로우 텐션인 성우는 다니엘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은 채 잡아둔 룸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도착하자 미리 와있던 성우의 부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부지 어무이 저희 왔어요~”

아이고~ 우리 강사위 왔나!”

오래 기다리셨어요? 그러게 일찍 나오지 말라케도.”

 

 

누가 뉘 집 아들인지 이 자리의 주인공인 성우는 그 옆에서 금세 쭈구리가 됐다. 안 그래도 서러운데, 아빠까지 저러구. 미리 시켜둔 코스요리가 하나 둘 나오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우리 강서방 요즘도 일 많나?”

예 아부지. 바빠가 눈 코 뜰 새도 없어요. 살 쫌 빠진 거 같지 않아요?”

맞다 맞다. 얼굴이 홀쭉하디.”

요즘 날이 더워가 그러는지 성우 형도 얼굴이 안 좋아가지고 몸보신 코스로 시켰다 아입니까.”

이야 이런 애인이 어뎄노. 근데 성우 니 와 그래 죽상이가?”

“......”

자기야, 몸 안 좋나? 아님 맛이 없나?”

너네 혹시... 싸운기가?”

 

 

싸웠냐는 아빠의 물음에 성우가 돌연 눈물을 퐁퐁 흘리기 시작했다. 아들의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리자 한없이 다정하고 친절했던 그가 다니엘에게 삿대질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 우리 아 울렸나! 내 그라믄 모가지 따버린다 캤나 안 캤나!!”

아니, 형 형. 와 우는데? 이 봐라. 내 봐봐라. ?”

 

 

다니엘이 놀란 눈을 하곤 성우의 얼굴을 감싸 제 쪽으로 돌렸다. 씩씩 거리고 있던 아부지는 어무니에 의해 겨우 진정됐지만 성우는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다니엘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스레 왜 그러냐 물으니 더욱 복받쳐 오른다. 성우가 끅끅거리며 입을 열었다.

 

 

, 너가 요즘 흑, 나한테, 막 히끅 소홀히하구.”

?”

막 집에, 와두 전화기나 붙잡구... 흐어엉.”

그거는 내가 준비했던 게 있어가...”

나는 니가 이제 나 안 좋아하는 줄 알구우. 그런 거야? 막 막 나 이제 질려?”

뭔 소리고! 자기가 내한테 질렸으면 질렸지 내는 아직도 자기 보믄 설렌다.”

근데 왜애 흐엉, 요즘 나 뽀뽀두 안 해주구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우 아빠가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니엘을 팰 기세로 달려들었다. 다니엘은 놀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렸다.

 

 

뽀뽀를 안 해~? 니 오늘 제삿날이다. 인나라!!”

아부지...! 그게 아이고요.”

아부지는 무신 아부지고. 니 퍼뜩 안 인나나!”

, 아드님을 주십시오!”

 

 

이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 소란스럽던 방 안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잉잉삥삥 울던 성우도 놀란 토끼눈을 하곤 바닥에 엎드려있는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다니엘은 망설이듯 몇 번 들썩이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성우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렇게 멋없이 할라던 건 아니었는데...”

, 뭐야.”

성우야. 내랑 결혼해도.”

...?”

내 요즘 집 와서 막 그캈던 거는 이 반지 맞추느라 그랬던 기고... 어 또 친구들 시켜가 호텔방도 예쁘게 꾸며놓으라 시키고 그런 거 막 신경 쓰느라... 정작 우리 자기 생각은 내가 몬 했다. 억수로 미안하디. 앞으로는 뭔 일이 있어도 자기가 서운하게 안 할게. 나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성우야.”

너 지금... 나한테 프로포즈 하는 거야?”

 

 

성우는 놀란 마음에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니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니엘은 쑥스럽고 긴장되는 듯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며 몇 번을 버벅댔다. 조심스레 연 상자 안엔 같은 모양을 한 두 개의 반지가 빛을 내고 있었다.

 

 

이거 숨기느라 혼났디. 자기 울릴라고 한 게 아이라 웃게 해 줄라고 한 긴데... 미안타. , 사랑한다. 내랑 결혼해도!”

 

 

다니엘은 잘게 떨리는 손으로 성우 왼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반지는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처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겨우 말랐던 눈가가 금세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옆에서 둘을 지켜보던 성우의 부모 역시 차오르는 눈물을 몰래 훔치고 있었다. 성우는 뛰어들 듯 다니엘에게 안기곤 엉엉 울어댔다. 다니엘은 허허 웃으며 성우의 등을 토닥여줬다.

 

 

내 손엔 안 끼워 줄 기가?”

 

 

성우가 훌쩍이며 남은 반지 하나를 집었다. 이것 역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다니엘 손가락에도 반지가 끼워지고 두 사람은 눈을 맞췄다. 아 강다니엘 진짜.

 

 

성우야 생일 축하해. 사랑한디.”

다니에엘 이 깜찍한 놈아아 히잉.”

 

 

식사 자리는 그렇게 마무리 됐다. 성우 부모님은 잘 살라며 식 올릴 날짜를 잡자 재촉했다. 다니엘과 성우는 그냥 혼인신고만하고 신혼여행 다녀오는 딱 그 정도만 하겠다 대답을 드렸다. 자식 이기는 부모 어디 있겠는가, 성우 부친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곤 얼른 먹고 일어나자 말을 돌렸다.

 

다니엘이 말 한 대로 잡아둔 호텔 방 안에 들어서니 프로포즈의 정석이라는 와인, 촛불길과 꽃다발, 그리고 하트풍선까지 완벽히 세팅되어 있었다. 분위기고 뭐고, 두 사람은 급하게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그날 밤 다니엘은 참아온 일주일치 정력을 몽땅 쏟아 부었고 그 기세에 성우는 관계 후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잠 든 성우의 몸 곳곳을 닦아주고 그를 제 품에 끌어안은 다니엘이 성우 이마에 입을 맞췄다.

 

 

성우야, 생일 축하한다. 내랑 살아줘서 고맙고 사랑한디.”

 

 

우으음, 성우가 잠꼬대를 하듯 다니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로써 8년차 연애 끝, 1년차 부부 생활의 시작이었다.

 

 

 

 

 

 

 

 

 

 

 

 

HAPPY BIRTHDAY MY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