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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꼭 저런 넥타이를 매야만 했던걸까

함댜

 

 

 

 

 

 

 

 

 

 

 

꼭 저런 넥타이를 매야만 했던걸까 .

 

내 나이 스물셋 .

자신의 이상형을 만난 강다니엘은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

 

 

패션.

 

이 단어는 다니엘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패션디자인과 강다니엘. 그는 옷이라는 걸 입는 기본적인 의미에 대해서 알기 전부터 자신의 몸에 걸치는 모든 것에 까다롭지않았나 생각해본다.

 

갓난쟁이때부터 실실 잘 웃고 말도 잘듣는 아이였던 다니엘이 떼를 쓰는 일은 딱 두가지.

 

첫째, 외출하기 직전.

둘째, 가지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할 때.

보통의 아이들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을 하겠지만 다니엘은 떼쓰는 이유가 남달랐다.

 

 

다른 애들이 외출하기 전 씻고 준비하는 것에 짜증을 내며 뒤로 넘어갈 때, 다니엘은 묵묵히 자신의 옷장에 걸어가 옷을 골랐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옷을 대보고, 입어도보고. 빨리 가자는 재촉에도 자신이 원하는 옷이 아니면 한 걸음도 떼지않았던 다니엘이었다. 급한 일이 있을 때, 잠에 취한 다니엘에게 대강 옷을 입혀 데리고 나가려할 때면

 

이게 뭐고 내 딴거 입을기다 ! 어무이 밉다 ! ”

 

다니엘은 옷을 바꿔 입겠다고 울며 바닥을 굴러버리는 것.

결국 바닥 먼지를 다 뒤집어쓴 옷을 갈아입히면 어느새 또랑또랑해진 얼굴로 옷장을 뒤적이곤 했던 것. 옷 입는것 자체를 즐겼고, 그만큼 옷에 대한 관심도 많았던 꼬마 다니엘은 어린 나이부터 아이쇼핑을 좋아했다.

 

마음잡고 외출을 하면 꼭 백화점, 아울렛, 의류시장, 의류박람회 등등.

 

가지고싶은 옷이나 악세사리가 있으면 사달라고 땡깡을 부리는데, 눈높은 꼬마 다니엘이 고른 옷은 모두 사주기에는 한계가 있어 항상 그중 몇개만 골라야하다보니 그때만 되면 다니엘은 시장이고 백화점이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흘리며 사지 못한 자신의 픽과 이별영화를 찍곤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진심이 느껴지던지 자주가는 집앞 백화점에서는 옷을 사랑하는 아이로 유명인사였다. ‘세상에 이런일이에 옷을 사랑하는 아이로 제보가 들어갔는데 다니엘의 어머니가 촬영을 거절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소문도 돌았을 정도로, 어릴적부터 다니엘의 패션에 대한 열정은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어린 아이가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봐서 그래 .. ’

어린 애는 금방 질리니까 . ’

 

남자가 패션을 하게는 얼마나 힘든건줄 알아 ? ’

기집애같이 패션디자이너가 꿈이라고 ? ’

패션 쪽 일이 생각보다 엄청 힘들어 . 알고는 있지 ? ’

 

혼자 해외 나가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야 . ’

그럼 외국어로 수업받는 거잖아. 따라가기 힘들텐데 ... ‘

 

 

지금까지 단 한번도 꿈이 흔들린 적도 없었건만, 되려 그 선택에 걱정하는 것은 그의 주변 사람들이었다. 이런 말을 했던 사람들 중에 관련 업계 종사자는 단 한명도 없었지만 다들 건너건너 사람이 한다는 둥, 뭐라도 되는 것 처럼 말을 하다보니 친한 친구들이나 어머니까지도 자연스레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말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기도 했다. 다만 다니엘이 그 쉬운 일이 아닌걸 해낼 뿐.

 

다른 아이들처럼 다니엘도 자연스레 꿈을 접고, 공부를 하고. 그렇게 될 줄 알았겠지만 아쉽게도 보통 아이가 아니었던, 남달랐던 녀석은 결국 그 고집을 이어 유명 예고의 패션디자인과 졸업, 대학교 또한 월등한 영어 실력과 패션 센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해외 유명 패션스쿨 입학에 성공했다.

 

 

함께이고 싶었던 사람들과 헤어져 자신의 꿈을 위해 먼길을 떠나온 다니엘이었다.

 

정착 초반, 유색인종의 입학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패션스쿨이다보니 이미 입학 당일에 이슈의 중심에 서게되기도 했고 스쿨내에서의 은근한 이질감도 어쩔수 없이 감수해야했다. 중국의 재벌 3세라서 돈을 주고 들어왔다거나 일본 국적의 교수님의 힘으로 들어온 낙하산이라는 굴욕적인 말도 들었다.

 

 

멍청하긴

 

 

상처를 받거나, 떨어져나갈 거라는 다른 학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런 말을 남긴 이들에 대한 다니엘의 생각은 단순하고도 명확했다. 간단한 이유이자 당연한 답이 있었기 때문.

 

돈을 주고 들어올 수 있는 곳이였다면 진즉에 들어오지 않았을 학교였고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다니는 스쿨의 질을 한참 떨어뜨리는 행위였다. 패션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실력있는 사람들이 모인 스쿨에서 전체를 모욕하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면 떨어져 나갈 것은 자신이 아닌 그 사람들임을 다니엘은 알고있었다.

일본 국적의 교수님은 자신을 따로 더 특별히 챙겨줌도 없었을 뿐더러 초면이었고, 같은 옷에 대해 표현하고 해석하는 방식부터 정반대이다보니 오해는 금방 풀어질 것이었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 존경하는 교수님을 조금 멀리해야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강다니엘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인이었기에.

자신이 이 학교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여주는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 들었던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옷에 어울리는 쥬얼리, 치마 속 패티조차 한 치. 아니, 한 땀의 실수까지도 용납하지않았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 결과, 이슈가 되었던만큼 주목되었던 그의 실력은 또 한번의 이슈를 만들어냈다. 오리엔테이션 수업까지도 불신의 눈빛으로 다니엘을 보던 눈빛들은 정식 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다음 다니엘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와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뀌었던 것이었다.

 

수업을 받을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 그리고 그 스타일을 뒷받침하는 무시 못할 실력의 디자인 감각에 꼼꼼한 마무리까지. 이 모든 것들은 유색인종의 입학조차 까다로운 패션스쿨에서, 그를 최상위권 학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모든 것이 다니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스쿨내에서 호감을 얻기 시작한 다니엘의 적응속도를 자연스레 빨라졌다. 다니엘에게 조언을 구하러오거나 다니엘이 제작한 의상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이 생기더니 곧 친해지고싶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이들이나 대쉬까지도 심심치않게 들어왔다.

 

소문도 소문이었지만 작업을 위해 항상 무표정으로 제작에만 열중하던 그 모습이 날카롭게 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보니, 다니엘에게 말을 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말을 걸만한 꼬투리가 생기니 키도 훤칠하고 역삼각형 몸매에 비율까지 기이할 정도로 완벽한 그가 사모예드의 웃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준다는 말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말을 걸고 친해지려 다가온 것이었다. 모델을 한번 부탁하려해도 안면은 터야하니까.

 

-

 

이런저런 관심을 받으며 어느덧 23살의 나이가 되어, 매년 스쿨에서 개최하는 패션쇼에도 익숙해질 무렵의 여름방학이 시작된 것이 이틀 전이었다. 다니엘이 방학때 따로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과제에 집중하기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도 아니었고 그만큼 쓸 수 있는 돈도 한계가 있다보니 보통은 집에서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이번 방학동안 끝내가야할 디자인 컨셉은 휴가

여행지로 유명한 스쿨 주변의 랜드마크도 잘 둘러보지못한 다니엘의 디자인은 여태껏. 입학 하고도 몇년간 한국에서의 기억에만 머물러 의존하고있었다. 이번 컨셉만큼은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구성하고싶다는 생각을 마친 다니엘은 해변으로 여행을 간다는 친구들의 계획에 넌지시 참석 의사를 밝혔다.

 

다니엘이 간다는 말이 나오자, 다니엘에게 아직은 낯선 사람들까지도 다니엘과 친해지겠다는 일념하에 잔뜩 참석을 하게되어 원래의 계획과는 다르게 해변가의 별장에서 큰 파티를 열어 다함께 놀고 술마시고 즐기는 일정에 다니엘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지만 이미 어쩔수없다는 친구의 제스처에 한숨만 푹 내쉴수밖에 없다. 컨셉에 맞는 디자인을 구상하기 위해 가려고 한건데, 컨셉에 맞는 일정이 아니게 되어버렸으니. 다니엘은 그저 과제라 함은 다 같은텐데 다들 괜찮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갈 뿐이었다. 시간이 많은건가.

 

 

세상에는 다양한 휴가가 있겠거니

파티같은 휴가도 있을 수 있겠지

 

자기 자신에게 변명해봐도

실수했다

생각할 수 밖에 없다.

 

 

-

 

 

날은 지나 어느덧 해변으로 출발할 때가 다가왔다.

 

집에 있는 아빠차, 엄마차, 렌트카까지. 인원을 나눠 타고 별장으로 출발해 북적북적하게 이동하고 있으려니 걱정과 동시에 웃음이 난다. 정말 오랜만에 놀러가는구나는 느낌때문 인가 싶다. 조용한 휴가는 5일간의 화려한 여정 속에서 알아서 느껴보는 걸로 하고 기분을 즐기는 걸로 마음을 먹은 다니엘의 얼굴에 개구진 웃음이 번졌다.

 

어디가서 노는걸로 뺀 적없고 빠진 적 없었던 리즈시절 강다니엘의 귀환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노래선곡은 물론 조수석에서만 가능한 단체샷도 빼지않았다. 한국에서 춤바람이 났던 다니엘이 잠시 비보잉을 배웠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차안에 함께있는 설레이는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피워버렸다. 본인이 무슨 일을 한지 조차 모르는 다니엘이었지만 다니엘의 행동이나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이런 저런 하나하나가 마치 만화영화 속 남자 주인공의 설정과도 같다보니 동양에서 온 귀엽고 섹시한 왕자님으로 이름을 날리는 다니엘이었다. 그 다니엘의 또다른 tmi는 이미 다니엘 하나만 보고 온 여성들에게 호감 한국자를 타버린 셈이었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뒷자리 사람들을 모르는 다니엘은 잠시 찾아온 정적에 창문을 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였다.

 

 

우와 ... 바다 .. “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덧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있는 차들이었다.

도로로 범람하는 파도에 창문을 열었다가 봉변을 당해 짜디 짠 바다내음을 숙소에 도착도 하기전에 흠뻑 먹어버렸다. 조수석에 앉아있다보니 쨍쨍한 볕에 금방 마르면서 소금이 생기자 신기해서 맛도 보고, 차 안에서 훌훌 털어버리다가 형 차를 빌려온거라고 벌벌 떨던 운전석의 친구가 못본 걸 확인하고 슬쩍 큰 덩어리들을 주워 창문 밖으로 던져냈다. 이 동네는 차 내부 청소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다고 하면 꼭 도와줘야겠다.

 

곧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는 해변을 지나쳐 바다 코앞에 띄엄띄엄 위치한 별장들 사이로 친구의 별장이 보였다. 개인 사유지로, 일정 거리를 두고 지어진 해변가 별장촌 정도. 생각보다 잘 지어진 3층짜리 통나무집 두 채에 모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짐을 들고 뛰어들어갔다. 물론, 다니엘은 짐도 없이 달려들어가려다 친구에게 끌려 다시 차로 돌아와 입을 삐쭉 내밀고 짐을 4-5개쯤 한번에 들어 가지고 뒤늦게 들어갔지만. 자신의 짐만 챙겨도 되지만 기대에 찬 눈동자들과 매너라는 것이 있다보니 대강 손에 집히는대로 들고왔던 거였고 뒤에서는 찰칵, 하는 소리가 났지만 뭐. 놀러와서 사진 남기는 게 나쁠건 없으니 헤실헤실 웃으며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와다다 뛰어 3층에 가장 먼저 올라가 테라스 문을 열자,

 

 

맞이하는 바닷바람.

그리고 탁트인 바다.

웅성거리는 소음은 들리지않고 오직 그 바다와 다니엘 둘만의 만남.

 

 

누구세요 ? ”

 

 

인줄 알았더니 바다를 보고있는 다니엘의 어깨를 누군가 확 잡아채며 말을 걸었다. 한창 영감이 떠오르던 다니엘의 얼굴에 주름이 가기도 전에 놀라 벙찐 얼굴이 되어버릴 정도로, 누가봐도 잘생긴 얼굴.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마치 조각상과 같은 외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자신이 3층 다락에 들어올 때 사람은 못봤던 거 같은데,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은 대체 어디서 온건지. 자신이 이 사람을 들어오면서 못본 것도 이상했다. 해변의 태양빛을 머금은 얼굴은 어디서도 본 적없는 완벽한 였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다니엘은

 

 

내 지금 바다보고 감탄하다 뒤진기가. 어무이 내 천사를 만났다 ... 좋은데 가다보다 ... ’

 

 

좋은 구경하고 간다. 어무이 얼굴 한번 보고 가자고 해야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난 천사님의 얼굴을 보며 이런 저런 사후세계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그럼 자신의 몸과 영혼이 분리된 것이 아닐까, 무의식중에 호기심이 생겨 천사 앞에서 무례하지만 바닥을 한번 싶어진 다니엘이 그래도 괜찮을까 물어보려던 찰나.

 

 

눈에 살짝 들어온 천사님의 옷차림은 흰 와이셔츠깃과 검은색 정장으로 감싸진 어깨.

 

 

천사들은 유니폼처럼 하얀 옷 입는거 아니었.. 아니, 정장은 저승사자 잖아. ’

 

오늘 오시기로 한 분인가요? 예정보다 일찍 오셨네요? 다행이다

 

내 오늘 죽어서 데리러 왔나보다 ..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 취향으로 온다더니 완벽하네 .. ’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

 

저승사자 맞나보다 .. 이름을 묻네 .. 이거 알려주면 안되는거 아이가 .. 근데 이정도면 따라가도 내 한이 없을 거 같다

 

, 저기. 오늘 모델하러 오신 분 아니세요? ”

 

.

.

.

 

모델? ”

 

 

,

하고 물이 열리더니 별장 주인의 아들내미. 그러니 다니엘의 친구가 씩씩대며 들어왔다.

 

 

! 다니엘 ! 여기 아니고 오른쪽 별장이라고 ! 여긴 빌려준 .. 죄송합니다 . 제 친구가 착각을 해서 잘못 들어왔네요 . 오늘 촬영에는 지장없으시도록 친구들에게 단단히 얘기해두도록 하겠습니다 . ”

 

 

친구의 손에 끌려 방을 나가는 어리둥절한 다니엘을 잡은 것은 천사 또는 저승사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따뜻한 손에 되려 깜짝 놀라 손을 뺀 다니엘에 상대도 깜짝 놀라 눈을 깜빡 이더니 세명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있는 다니엘과 친구를 향해 가볍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푸른별 에이전시의 본부장 옹성우라고 합니다 . ”

 

 

옹성우라는 사람은 주머니 뒤에 있는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며 숨을 한번 크게 고르더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말을 하는 걸 못알아 듣는거라고 생각했는지, 정확한 교과서 발음으로 영어를 구현해 내는 모습을 보며 다니엘은 이게 무슨 일일까 싶다.

 

 

초면에 죄송하지만 혹시 모델 한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푸른별 에이전시는 한국에서 유망받는 모델 에이전시로, 촬영본에 대한 상의는 촬영 이후 최대한 맞춰드릴수 있습니다. 저희쪽 실수로 모델에게 연락이 가지않아 지금 급하게 비행기편을 알아보는 중이라고해서요 , 급하게 모델이 필요하거든요 . 딱 그쪽이, 저희 컨셉에 잘 떨어지는 거 같아서 .

 

한번 촬영해보지 않을래요? 이쪽 모델이 받기로했던 액수보다는 조금 덜 줄수밖에 없지만 학생에겐 큰 돈이 될거 같고. ”

 

 

저런 얼굴을 두고 왜 컨셉을 찾는걸까, 저 얼굴에 안어울리는 컨셉이 뭐가 있다고 싶은데, 얼굴에만 팔려있던 눈이 옹성우라는 사람의 옷차림으로 향했다. 충격적인 모습이었고, 만약 촬영 컨셉이 저런 컨셉이라면 강다니엘은 저 얼굴로 아무리 부탁을해도 절대 들어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만화영화도 아니고 치킨이 그려진 생노랑 넥타이라니 저게 무슨

 

 

친구가 옆에서 저런 옷을 입은 사람이 모델 에이전시 사람이라면 회사가 쫄딱 망했을거라며, 분명 사기를 치는라고 속닥거리는 게 다 들렸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 있을 적에 저 사람을 신문 인터뷰로 본 적이 있는 다니엘이었다.

 

국내 유명 에이전시 회사의 패션 테러리스트로 손꼽힌다던 사람. 얼굴은 사진에 공개되지않았지만 붉은색 바탕에 참깨빵이 그려진 넥타이 하나로 다니엘이 신문 하나를 통째로 버리게 만든 사람. 얼굴이 나왔으면 버리지는 않았을텐데.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놀러온거라면 추억도 만들 겸 괜찮잖아요. 주의사항은 간단하게 알려드리고 외적인 건 감독님하고 촬영하면서 조율하면되는거구요, 메인 모델도 아니라서 어렵지 않을거예요. 혹시 옷 좋아해요?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이라고하던데, ‘메를 디샤인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요? ”

 

 

세계적인 디자이너 메를 디샤인의 디자인을 직접 볼 수 있다는것도 쌍수들고 환영할 일인데, 입어보기 까지 하는건 인생에 없을 기회였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예상과 다른 여행을 오게된 것도, 이 남자 회사의 실수도.

 

 

저 한국어 할 줄 알아요. 한국 사람이거든요. 아깐 놀라서 말 못한거고. 친구들한테 말해두고 바로 건너 올께요. ”

 

 

-

 

 

함께 온 친구들 모두 촬영을 구경한답시고 와글와글 서있는데 메이크업에 헤어세팅까지 받고나니 제법 모델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모델에게 컴플레인 걸었던 모든 자신의 행동을 사죄하며, 바닷바람에 맞춰 부드럽게 흔들리는 얇은 섬유의 질감을 살린 메를 디샤인의 옷을 입고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컨셉은 여름의 바람.

 

 

여름의 바람처럼 찾아온 옹성우와의 만남이었다.

 

-

 

성공적으로 촬영을 끝내고, 촬영 스태프들과 다니엘의 일행이 다 함께 모여 뒷풀이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24살에 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그와 말을 나눴다. 자꾸만 넥타이에 눈이 가다보니 그걸 눈치 챘는지, 그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패션스쿨 다닌다고했죠, 제가 패션을 잘 몰라서요. 눈에 띄고 재미있어 보이는 걸로 입고 다니는 거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제 스타일인줄 아는지 딱히 따로 추천도 안해주고. 생각보다 잘 어울리나보다 생각하고 하는 건데, 다니엘씨 표정 보니까 그게 아닌가보네요. ”

 

패션스쿨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제가 능력도 있고. 푸른별 에이전시라면 패션 업계로도 발을 뻗고 있는 걸로 알아요. 솔직히 말해서, 국내 회사로 들어갈 생각 없었는데.

 

옹성우씨 넥타이 추천해주러면 어쩔 수 없겠네요. 제가 첫눈에 반해본 남자는 옹성우씨가 처음이어서요. 찾아갈께요. 잘부탁드려요. 곧 부장님. “

 

 

실수로 시작되어 꼬인 계획에서 만난,

다니엘의 첫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