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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이른 아침부터 눈을 뜬 성우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도통 진정되지 않는 긴장감에 가슴께에 손을 얹어 꾹꾹 눌러봤지만 더 떨릴 뿐이었다. 떨리고 긴장되고 근데 설레서 기분이 이상했다. 부르르르 입술을 풀고 입 꼬리를 쭉 늘려 웃으며 잔뜩 얼어붙은 얼굴 근육을 풀었다.

 

잘 조절되던 페로몬이 들쑥날쑥 거리며 본인이 알 정도로 단내가 훅 끼쳐왔다. 성우는 얼른 셔츠 깃을 세워 펄럭거리며 자신에게서 나는 체향를 맡았다. 와 진정 좀 하자 이렇게 떨릴 일이야?

 

첫 출근, 출근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한 교생실습 첫 날이었다.

 

축축이 젖은 손을 바지에 슥슥 닦고는 다시 버스 손잡이를 잡으려고 할 때였다. 끼익, 하며 급정거한 버스 덕에 마른 몸이 휘청거렸다.

 

 

 

"괜찮으세요?"

 

"네 감사합.."

 

 

 

교복이.

 

성우가 졸업한 학교 교복이었다. 다행히 모교로 교생실습 나가게 된 터라 갑작스레 마주한 교복은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

 

 

 

"고맙습니다."

 

"요 안으로 들어와가 이거 잡아요. 이 버스 아저씨 좀 난폭시럽다"

 

 

 

성우의 가방을 당겨 자신의 옆자리에 성우를 자리 잡게 하고 손잡이를 쥐어주고는 싱긋 웃었다. 앞에 조금 열린 창을 타고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곧이어 그 애에게서 향이 났다. 알파인가?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그냥 향수?

 

 

 

 

 

 

 

 

 

 

 

 

 

 

 

 

 

 

 

 

 

쌤한테 자꾸 사탕냄새 나요.

W. Rozen

 

 

 

 

 

 

 

 

 

 

 

 

 

 

 

 

 

 

 

 

 

1.

 

초록 검색창 가득 교생후기, 교생 팁 검색하며 잠 든 것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최대한 밝게 웃으라고 했던가, 아 아닌데 좀 근엄하게 하라고 했던가? 지난 일주일간 수업을 참관하고 애들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도 앞에 서니 좀 떨렸다.

 

고등학교 수업 내내 이렇게 수업한 선생님은 없었지만 FM대로 수업의 목표를 먼저 적고, 또박또박 글씨를 이어나갔다.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해서 시간이 어떻게 흐른 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긴장한 상태로 수업을 진행했다. 저 작은 새싹 같은 아이들 사이에 발현한 지 얼마 안 된 알파라도 섞여있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정도로 페로몬이 조절이 안됐다. 성우는 짧은 틈 사이로 겨우 페로몬을 억누르며 숨을 쉬었다. 수업시간이 10분만 더 길었어도 교실 내에 성우 페로몬 향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수업 마침 종소리와 동시에 아이들은 교실을 뛰쳐나갔다. 점심시간인 게 다행이었다.

 

 

 

성우는 그동안 참고 있던 페로몬을 풀며 깊숙이 참아둔 숨을 후욱- 하고 몰아서 뱉었다.

 

 

 

"뭐고?"

 

 

 

비어있던 교실에서 겨우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말소리에 성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경계태세로 문 쪽을 쳐다봤다.

 

? 우리학교에 알파가 있나...?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다니엘에게서는 청량한 향이 났다. 그때 그 버스, 그 향이었다. 성우는 당장이라도 그 애 향을 더 맡고 싶어지는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애써 자신의 팔을 꽉 붙잡았다.

 

 

 

"교생 쌤이네, 안녕하세요? 저 버스요 아침마다 보는데..."

 

", 알아"

 

 

 

아는데, 내가 지금 좀 그래. 상태가,

 

머릿속으로 히트 사이클 날짜를 되짚었다. 아니 아직 멀었을 뿐 더러 꼬박꼬박 약을 챙겨먹는데 몸 상태가 왜 이러는 거야. 성우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게 내 쉬었다. 그러자 다니엘은 고개를 스윽 돌리며 성우의 손목을 낚아챘다.

 

 

 

"..?"

 

", 쌤한테 자꾸 사탕 냄새나요. 그 단내 있잖아요. 특히 요기서"

 

 

 

킁킁-

 

낚아챈 손목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

 

 

 

"뭐 이래 단 향수를 써요 가시나도 아이고?"

 

 

 

성우는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내고 가슴 가까이로 가져가며 뒷걸음질 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알파 같은데, 약하긴 해도 향도 좀 나는 거 같고, 발현한지 얼마 안됐나? 쿵쾅- 가져간 손목에서 자신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아니 성우야, 알파라고 아무한테나 두근거리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애라고, .

 

 

 

성큼-

 

조심성 없는 아기 같은 알파는 성우와의 거리감을 좁혀왔다.

 

 

 

"조금만 더- 맡고 싶은데"

 

"..점심시간인데 밥은 먹었니?"

 

 

 

일단 당장 상황을 모면한 성우는 그길로 바로 담당선생님께 달려갔다.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나오던 선생님께 다니엘이 알파인 듯하다. 아니 알파다! 라는 사실을 알렸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교무부장한테 말해볼게- 라고 가볍게 대답했다. 아니 쌤? 이게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니 생각에는 알파다?"

 

"쌤 진짜에여"

 

 

 

고등학교 내 성우를 살갑게 예뻐하던 선생님이 담당선생님으로 배정받아서 성우의 교생실습은 나름 순탄한 길을 걷고 있었다. 다니엘이 알파로 발현하기 전까지는,

 

전혀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고 3에 발현되는 건 꽤 늦은 축이었다. 일단 부모님을 뵈어야하지 않을까요? 하고 대안을 제시해봤지만 선생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두 분 부산에서 장사하시느라 바쁘신 것 같아"

 

 

 

당장 전학은 어렵겠네요.

 

 

 

"그래서 말인데, 성우야"

 

""

 

"일단 병원부터 가야하는 거라며"

 

"그렇죠, 그 검사부터 해야 하니까"

 

"학교 측에서는 니가 일단 임시 보호자처럼 좀 동행을"

 

"? 쌤 저 오메-"

 

 

 

오메가에요!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선생님이 한숨을 푹 쉬었다.

 

선생님도 그렇게 말은 드렸지 그렇지만 선생님은 그저 학년 담임일 뿐이고, 나는 교무부장도 아니고, 선생님이 성우가 이렇게 교생이 되서 올 때까지 그런 자리 하나 안 꿰차고 뭐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 드렸는데-

 

 

 

선생님은 조곤조곤히 그리고 구구절절 자신을 한탄하고 깎아내리며 한숨도 간간히 섞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피곤...

 

 

 

"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데리고 다닐게요."

 

 

 

설마 별 일 있겠어? 앤데,

 

 

 

 

 

 

 

 

 

 

 

 

 

 

 

 

 

 

 

2.

 

"또 난다, 단내요"

 

 

 

훅 가까이 와서는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흐음하고 성우의 체향을 들이 맡고 있는 다니엘이었다. 성우는 우성이 아니라 체향이 극히 약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향이 엄청 짙어진 건지 얘가 생긴 거처럼 개 마냥 후각이 발달한 편인 건지 볼 때마다 냄새난다며 킁킁거렸다. 한숨을 쉬며 다니엘의 머리를 밀어냈다.

 

 

 

"다니엘"

 

"아 네, "

 

""

 

 

 

성우는 목덜미보다는 손목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며 손을 내밀었다. 다니엘은 눈을 반짝거리며 성우의 손목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깊게 마셨다. 우와, 그리고 얼른 손을 다시 자신의 쪽으로 당겨왔다.

 

반강제로 보호자가 되긴 했지만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성우네 학교는 베타/오메가학교여서 따로 알파에게는 교육이 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베타/알파 학교로 전학 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그게 안 되니 당장은 자신이 제대로 가르쳐야된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어차피 베타쌤들밖에 없으니 그나마 형질자인 자신이 데리고 있기는 하는데 알파가 얼... 위험한지 모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무지하면 오메가한테 알파를 가르치라고 이렇게 붙여놓겠어? ? 내가 막 엄청 발랑 까진 교사였어 봐 막 얘를 그냥 확, 그냥 허? ? 얘봐 사복 입혀 놓으니까 아주 그냥 학생 티도 안나구 잘생겼네?

 

 

 

"그래서 오늘 검사하러 가요?"

 

"응 간단히 피검사하구, 알파 판정나면 추가적인 검사 좀 하구, 형질 배운 적 있어?"

 

 

 

도리도리,

 

 

 

"학교도 오메가 한 둘이 다지. 그마저도 안 친하고, 내는 그런 거 진짜 몰라요 얼떨떨하다"

 

"너무 겁먹지 말구, 알파도 다 사람이다? 뭐 막 하루아침에 손목에서 거미줄 나가고 그런 게 아니에요"

 

 

 

끄덕끄덕

 

 

 

혈액검사지를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좀 놀라운 수치였다. 극히 드문 경우의 우성이었다. 와우, 이렇게나 우성인가 파워! ! ! 우성! 알파! 라는 걸 표출이라도 하듯 기준치 이상으로 표시가 되어있었다. 장가 잘- 가겠다. 검사지를 팔랑거리는 데 청량한 향에 다니엘이 가까이 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성우가 다니엘을 향해 돌아보는 데 오는 내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한 둘 고개를 들고 다니엘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나가면 페로몬 조절하는 거부터 가르쳐야겠네. 성우는 으르렁거리며 다니엘 근처로 가 찰싹 달라붙었다. 성우 같은 열성오메가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페로몬을 방출해 봤자지만, 당장 몇몇은 다니엘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보다 퐁퐁 나오는 달달한 향에 자극된 건 다니엘이었다.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쌔엠- 페로모온!"

 

 

 

그 와중에 이젠 냄새가 아니라 페로몬이라고 배운 걸 써먹는 다니엘이었다. 나름 공격형 페로몬이지만 다니엘에게는 자극적인 향이었지 싶어진 성우가 아차하며 얼른 페로몬을 갈무리하고 공기 중으로 팔을 휘휘 내저었다. 미안미안-

 

 

 

"이거까지 해야 돼요?"

 

"?"

 

 

 

오메가는 추가검사가 별로 없는 거에 비해 알파는 추가적인 검사가 많았다. 별 말 없이 검사를 이어나가던 다니엘이 난감한 표정으로 성우 옆으로 와 앉았다. 한 손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있었다. 뭔데 그래?

 

뒤따라 나온 간호사가 성우에게 안내용지를 건넸다.

 

 

 

"보호자분은 정액 채취하는 데로 저기 올려놔주시면 됩니다. 재취하고 나면 힘 빠지니까 검사자분은 대기실에 쉬시고요"

 

 

 

, -

 

 

 

"아 웃지마요. 따라오지 마요 혼자 할 수 있어요!"

 

 

 

귀까지 빨개진 다니엘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 행동에 간호사도 귀엽다는 듯 웃고는 성우에게 좀 더 설명해줬다. 검사실 안에 농축된 오메가페로몬이 있어서 하고 나면 정신 차리기 힘들 것이라며 대기실에서 꼭 쉬게 하고 보호자분이 가지고 오시는 게 낫다고 설명을 덧 붙였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다니엘이 초조하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성우가 오는 모습을 보고는 두리번거리며 비상구로 달렸다.

 

 

 

"먼저 가서 잘 하구 있어!"

 

"아 쫌!!"

 

 

 

귀엽긴,

 

성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타고 올라갔다. 다니엘은 성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걸 확인하고 나서 울상이 되서는 채취실 안으로 들어갔다.

 

검사실 앞에 있자 다니엘의 청량했던 향이 묵직해지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서 괜히 성우가 갈증이 났다. 목 뒤로 땀이 쭉 흘렀다. 다리를 달달 떨며 기다리는 데 향이 확 증폭되는 게 느껴졌다.

 

 

 

했네

 

 

 

누군가의 첫 경험을 훔쳐보는 기분이라 죄스럽긴 했지만 보호자다. 나는 보호자니까 괜찮아. 이내 검사실 안에서 조그맣게 성우를 찾는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내 다 했는데 못 일어나겠어요"

 

"응 잠시만,"

 

 

 

성우가 손잡이를 내리자 잠긴 문이 덜컹거렸다.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자 툭-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데 농축된 오메가 향보다 더 짙게 다니엘의 페로몬향이 검사실 가득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선 성우는 그 향에 휘청거리며 겨우 테이블을 잡고섰다.

 

얼굴이 빨개진 다니엘이 손끝으로 비커를 가리켰다. 저기-

 

들고 나가야되는데,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밖에서 맡던 향은 검사실 안에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정신 차리고, 차리고, 눈을 겨우 떠 비커를 잡으려는 데 다니엘이 성우를 잡는 게 더 빨랐다.

 

 

 

성우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

 

 

 

힘을 줘 당기자 어정쩡하게 다니엘의 다리 위로 앉은 자세가 되었다. 이게 무슨! 겨우 집중해 밀어내봤지만 덜덜 떨리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 저기 다니엘?"

 

"잠시만요. 암껏도 안 해요 그냥 잠만...안고만 있을게"

 

 

 

다니엘이 성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내쉬었다. - 색 거리며 숨고르기를 하는 데 뿜어져 나오는 페로몬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어떻게 말해, 성우는 애써 정신을 붙잡았다. 나는 선생이고, 넌 학생이다. 나는 보호자다 얘는 애다. 페로몬이 조금 잠잠해지는 듯하자 다니엘이 고개를 들고 촉촉이 젖은 눈으로 성우를 올려다봤다.

 

 

 

"-"

 

"..이제 괜찮니?"

 

"진정이 안 되가 그러는데- 저 뽀뽀 한 번만 해보면 안되까요?"

 

"?"

 

 

 

당연히 안 돼, 안되는데- 난 선생인데, 얘는 학생이고...

 

학생인데,

 

대답할 겨를도 없이 다니엘이 뒷목을 당겨 성우의 입술에 입을 꾹꾹 눌러 맞췄다. 와 미치겠네청량한 향이 자신을 감싸자 성우는 퓨즈가 뚝- 끊기는 듯 했다.

 

 

 

똑똑-

 

 

 

"검사 끝나셨을까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우는 열이 오른 얼굴로 다니엘을 밀어냈다. 그 와중에 비커는 챙겨 검사실을 빠져나왔다.

 

 

 

"아 보호자분 들어가 계셨구나. 검사자분 많이 힘들어하시죠? 저기 대기실에서 쉬시면 돼요."

 

", 네네 저 이것만 갖다놓고 애 데리고 갈게요 못 일어서서"

 

", 빨리 부탁드릴게요. 다음 검사도 밀려서"

 

 

 

비커를 올려놓고 오니 다니엘은 거의 자는 수준으로 뻗어있었다. 무방비하게 페로몬을 내뿜는 알파를 엎다시피 들쳐 메고 겨우 대기실에 눕혔다. 그런 알파 옆에 바짝 붙어있어서 그런지 성우도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얘만 아니면 평소 알고 지내던 그러니까 한 번씩 해결해주는 알파에게 당장 나오라고 연락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자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페로몬을 방출하고 있는 줄 아는지 모르는 지 다니엘은 세상 순한 얼굴로 고롱거리며 자고 있었다.

 

 

 

"오늘 검사 끝나셨구요. 이거 확인증이랑 검사서구요. 원무과 가서 계산하고 영수증 가지고 오시면 억제제 드릴게요."

 

 

 

계산요? 제가요?

 

 

 

....왜죠?

 

 

 

 

 

 

 

 

 

 

 

 

 

 

 

 

 

 

 

 

 

 

 

 

 

 

 

 

 

3.

 

교무부장은 다니엘에게 페로몬 조절인가 뭔가는 잘 가르치고 있냐고, 아침 회의 시간에 성우를 지목해 물었다. 모든 시선이 성우에게 집중돼, 네 저는 지금 어미새가 된 기분이네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뽀뽀하고 나서 자신을 성적대상으로 인식할까 걱정했는데 그거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아들 하나가 생긴 기분이었다. 공부를 그 정도로 했으면 1등 했겠는데,

 

수업 준비하는 것도 바쁜데 다니엘의 전학서류까지 챙기느라 더 바쁜데 와중에 제 옆에 찰싹 붙은 다니엘이 귀찮았다. 아니 내 입술에 지 입술 부빌땐 언제고? 내가 오메가라는 인식이 없나? 한 번씩 해결해주는 파트너 알파에게 물었더니 아마 기억 못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왜 마취됐다가 깰 때 헛소리하는 사람들 많다고 하잖아 약간 그런 기분이야- 페로몬에 취해서 처음 하는 게 그래.

 

 

 

"쌤쌤- 손목 손목"

 

 

 

손목은 다니엘꺼나 다름없었다. 향을 맡으면 페로몬 조절이 잘된다나 뭐라나. 안정이 된다고 했다. 아니 오메가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흥분이 아니라 안정이요? 그래 뭐 흥분보다는 낫긴 한데, 선생으로써는 다행이다 싶은데 오메가로써는 내 페로몬에 문제 있나 싶었다.

 

 

 

"됐어? 참아봐"

 

""

 

"됐다며?"

 

"?"

 

 

 

평소에는 잘하던 페로몬 참기부터 턱 막혔다. 참으라고 했더니 아예 대놓고 페로몬을 흘렸다.

 

 

 

"아 왜 이렇지"

 

"너 약 먹었어?"

 

 

 

성우는 얼른 다니엘의 뺨 위로 손등을 가져다댔다. 열이 확 느껴졌다. ...이거 러트 같은데,

 

 

 

"언제부터 이랬어?"

 

"...어제밤요? 감긴가 싶어서 감기약 먹었는데-"

 

 

 

성우는 이마를 짚었다. 병원에서 제대로 설명 안 해줬나? 아 약 받아올 때도 얘 잤지. 내가 설명을 안해줬...? 하며 기억을 끄집어내보는데 그 날 처방받은 약이 그대로 성우의 가방 안에 있는 게 생각났다. 의자에 앉은 다니엘은 아까 제대로 맡은 오메가향에 얼굴이 취한 듯이 붉어지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잠시 상상했다. 약은 내 가방에 있고, 쟤는 지금 러트고, 이대로 병원에 데리고 가면 약간 파렴치한 오메가 선생이 의도적으로 약을 빼돌린 거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그래서 막 뉴스에 오르고, 성추행 범으로 오해받거나하면 선생은커녕 사회생활도 못할 게 틀림없었다. 안 돼! 그건 더 안 될 말이지. , 그래 이건 보호자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물론 최선은 아닐 수 있어, 그치만 최악을 피하기 위해선 차악을 선택하랬어. 그래 그래도 돼, 보호자잖아.

 

성우는 얼른 달려가 과학실 앞 뒤 문을 단단히 잠그고 커튼을 쳤다. 그 사이에 다니엘의 페로몬 향이 과학실을 가득 채웠다. 처음 발현했을 때 보다 더욱 짙어진 건 물론이거니와 러트라서 그런 지 성우에게 꽤나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가방에서 약을 꺼내 다니엘을 먹였다. 시작되고 나면 효과가 떨어지긴 했지만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니까.

 

 

 

근본적인 건 해결은 당연히 삽입이 최고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까지는 무리였다. 진열된 약병들 사이에 희석된 글리세린을 집어 들었다. 성우의 행동을 관찰하던 다니엘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다가오는 성우를 끌어안았다.

 

 

 

"- 내 이상해요 자꾸 하으"

 

"너 지금 러트야, 일단은 한 발 빼고 나면 괜찮을 꺼야"

 

 

 

성우는 다니엘의 교복 바지를 속옷과 함께 끌어내리고 글리세린을 손에 살짝 발랐다. 최대한 얼굴은 가깝지 않게 피했다. 이 페로몬 속에서 다니엘 얼굴을 마주했다가 다니엘이 아니라 성우가 달려들 것 같았다. 찌그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래를 잡자 다니엘의 참은 숨을 내뱉었다. 성우는 입 안 약한 살을 이로 꽉 깨물어 정신을 챙겼다.

 

겨우 아래를 해결하고 나자 다니엘을 성우의 품에서 달달 떨었다. 한 번 해소하고 나자 약기운이 도는 지 페로몬이 훅 꺼졌다.

 

 

 

끈적한 손을 닦는 데 히끅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다니엘이 눈물을 글썽였다.

 

 

 

"부끄러워서 그런 거면, 괜찮아 선생님은 지금 다니엘 임시보호자나 마찬가지구"

 

"그런 거 아니에요."

 

 

 

토닥,

 

성우가 다니엘을 달래기 위해 끌어안자 다니엘이 성우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오구, 덩치만 크고, 말만 알파지 애다, .

 

 

 

"나는 그래도 우리 뽀뽀도 해꼬"

 

"아이구, 기억하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건 너무- 쪽팔리요"

 

"다니엘이 쌤 좋아했었구나아?"

 

 

 

그동안 손목 잡고, 쌤 페로몬 좋아요 좋아요 하던게 나름 요 애기알파의 수작이었나 싶었다. 그치이- 다 초록창 검색하면 나오는 건데 일부러 묻고 그러더니, 성우는 자신의 페로몬에 문제가 없었구나 싶어 조금 안심됐다.

 

엉엉까지는 아니지만 훌쩍이는 다니엘의 등을 길게 쓸어내렸다. 뭐 그럴수도 있지. 지금 니가 나한테 끌리는 건 사랑같은 건 아닐 거야- 알파가 오메가의 페로몬에 반응하는 건 그런 마음같은 거라기 보다는 본능이거든 본능? 다니엘 듣고 있어?

 

살살 달래는 데 큰 등이 들썩일 때마다 체향이 훅훅 끼쳐왔다. 그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야, 길가다가 러트라도 왔어봐 위험했을 수도 있고, 끄덕끄덕거리는 다니엘의 고개짓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무방비하게 다니엘의 얼굴에 노출 된 성우의 목덜미가 문제였다.

 

 

 

와그작,

 

 

 

울던 다니엘이 그대로 성우의 목을 씹었다. 씹은 주위가 아려왔다. 뭐야 이거?

 

성우는 다니엘을 확- 밀쳐냈다. 다니엘은 입 주변에 묻은 피를 손으로 훔쳤고, 입 주변에 묻은 피를 보고 한 번 더 놀란 성우가 제 목을 매만졌다. 목 주변 뿐 아니라 어깨 전체가 욱신욱신거렸다.

 

 

 

"! 너 뭐했어!!! 너 나한테 뭐했어!!!"

 

", 각인요"

 

 

 

머리가 어지러웠다. 천장이 빙글하고 돌았다.

 

 

 

 

 

요즘 추세는 선 결혼 후 각인이었다. 베타로 치자면 혼인신고서 같은 개념이었다. 예전이야 사랑하면 각인부터 했고, 알파의 소유욕 덕에 각인이 당연시됐지만 각인했다가 성격차이 같은 걸로 헤어지는 게 되면 문제가 많았다. 다른 이에게 무매력으로 비쳐지는 게 제일 컸다. 각인되면 서로 말고는 섹스어필이 안됐다. 그런데 그 애새끼한테 각인이라니요,

 

성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인가봐,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제 옆에 다니엘이 손을 꼭 붙잡고 잠이 들어있었다. ...제발

 

 

 

성우는 천천히 팔을 올려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다.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손을 덴 곳은 여전히 아팠다.

 

 

 

"이 개새..., 야 그만 자고 부모님 모셔와"

 

 

 

 

 

 

 

 

 

 

 

 

 

 

 

 

 

 

 

 

 

 

 

 

 

4.

 

길지 않은 교생실습이 끝나갔다. 교생이 끝날 때 쯤 다니엘의 전학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전학을 위해 올라온 부모님을 함께 뵙기로 했다.

 

 

 

"...하 이리와"

 

 

 

성우는 다니엘의 교복을 단정히 고쳐주었다. 우리엄마라가 내는 편하게 입어도 된다아니에요? 하고 물어오는 다니엘의 머리를 콱 쥐어박았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보모노릇을 하는데, 아호 머리야, 나가려는 데 몸이 자꾸 가라앉았다.

 

전학에, 실습 마무리에, 애새끼 알파의 각인까지 겪는 통에 정신이 없어 약을 언제 먹고 안 먹었는지 기억이 없었다.

 

 

 

"쌤 근데 오늘 냄새 많이 나요.."

 

 

 

아 전화 왔다. 성우가 대꾸하기도 전에 다니엘이 얼른 폰을 집어 들었다. 아 맞나, 알따 그라모 주말에 함 갈게요 네- 간단히 전화를 끊는 데 공기가 일렁거렸다. 다니엘이 얼른 달려와 성우를 부축했다.

 

 

 

"엄마 갑자기 일 생겨가 내려간다는데, 쌤 약 언제 먹었어요? 힛싸 아이가?"

 

 

 

힛싸라는 말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의도적으로 즐기기 위해 약을 안 먹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실수한 적은 없었는데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다. 각인은 했지만 얘랑 뭘 할 수 있다는 판단은 안서서 다니엘을 밀어냈다. 나 너랑 하면 인마, 깜빵가 은팔찌!

 

 

 

"야 저리가"

 

"왜요? 쌤 이제 교생 끝나서 쌤도 아이고, 우리는 각인도 했고"

 

 

 

다니엘이 조심스럽게 얼굴을 붉히며 뒷주머니에서 은박으로 포장된 자그만 콘돔을 꺼냈다. 뭐 이런- 이새- 욕이 나오기도 전에 말캉한 다니엘의 혀가 느껴졌다. 밀어내야 하는 데 작정하고 다가오는 알파를 밀어내기란 불가항력이었다. 더구나 각인한 상대와 하는 섹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처음 할 때는 애써 이건 내가 오메가라서 그런 거다. 이건 히트와서 어쩔 수 없이 했다. 라고 머리로 행위 자체를 부인했지만, 두 번째부터 안겨 조른 건 성우였다.

 

 

 

"- 사랑해요"

 

 

 

더 이상 콘돔이 없어 삽입 대신 아래를 성우의 허벅지에 끙끙거리며 뜬금없이 사랑고백 해왔다. 순서하고는, 성우는 머리를 쥐어박으려다가 대신 팔을 벌려 다니엘을 안았다. 고개를 조금 들고 다니엘의 입술을 찾아 꾸욱 맞댔다. 헐떡거리는 숨 사이로 혀를 밀어 넣고 혀의 뒷면을 혀끝으로 핥자 다니엘이 앞니로 혀끝을 깨물어왔다.

 

 

 

"쌤은요?"

 

 

 

사랑...은 아닌 데, 맞나..

 

 

 

 

 

 

 

 

 

 

 

 

 

 

 

 

 

ep.

 

다음 주에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교생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니 과제부터 시험기간까지 성우를 기다리는 게 너무 많았다. 혼자 갔다 온다는 다니엘을 겨우 말렸다. 여름 방학 때 같이 인사드리고 싶었다. 물론 억지같이 발목 잡히긴 했지만, 다니엘이 귀엽기도 하고, 해소용으로 만나던 알파가 무향무취- 라고 하면서부터 여러모로 포기가 됐다.

 

다니엘에게는 그 날 이후로 졸업할 때까지 섹스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속궁합이 좋은 건지 걔가 잘하는 건지, 처음 잤던 그 날이 아른 거렸지만 선생 한다고 교과를 이수하고 있는 본인이 학생이랑 잔다는 게 뭣보다 큰 죄책감이었다.

 

베타가 형질자들에게 짐승이니 페로몬의 노예니 하지만, 우리도 사람인데 참으라면 참을 수 있고 약도 있으니까.

 

 

 

근데 얘는 도대체 왜 약을 안 챙겨먹는 걸까, 짐승이 되고 싶은 걸까.

 

겨우 시험을 끝내고 집에 온 성우를 맞이하는 건 페로몬에 축축이 절여져있는 다니엘이었다. 타이밍도 잘 때려 맞추지, 시험이 딱 끝난 고삐 풀기 좋은 날이었다.

 

 

 

 

 

 

 

 

 

 

 

 

 

 

 

 

 

 

 

"너네집 뭐하는데?"

 

"그냥 부산에서 액세서리 판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혼식은 일찍 하게 되더라도 애는 돈 많이 모아서 천천히 가져야겠다고 혼자 가족계획을 세웠다. 겨우 쌤에서 형으로 호칭을 고치고, 슬슬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해졌다. 그냥 만났어도 나쁘지 않을 관계인데 순서가 엉망인 게 마음에 안 들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렸다. 다니엘은 눈치 좋게 얼른 성우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아이 또 왜 이라노, 내 모 잘모했나?"

 

"눈치는"

 

 

 

그 주에 성우와 다니엘은 부산으로 내려가 부모님을 뵈었다. 딱 봐도 엄청 큰 금은방이었다. 입이 떡 벌어진 채로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악세서리 집 한다며?

 

 

 

"금으로 된 액세서리 맞잖아."

 

"안녕하세요, 이노마 아부집니다."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네. 성우는 벙벙해진 채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중년의 남성이 성우에게 손을 건넸다. 알파였다. 이어 성우를 향해 손을 건네 오는 다니엘의 형, 그리고 둘째 형 모두 알파였다.

 

 

 

"??"

 

 

 

뒷목이 쎄하게 당겼다. 아니 너 형질자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내 거짓말 한 적은 없는데, 그때 분명히 배운 적 있냐고만 물었어요."

 

 

 

, 얘 봐라? 이거 완전 노린 거 아니야?? 성우가 알사탕을 만들어 입 안을 굴리자 다니엘이 얼른 성우의 귀에 속삭였다.

 

 

 

"내 말은 안했는데, 우리집 부산에서 손에 꼽히는 금은방이다. 형 이런 걸로 속물처럼 좋아할 사람은 아니지만 알아두라고,"

 

 

 

이 와중에 그게 중요해? 라고 다니엘을 노려봤지만 입 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