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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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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쏘

 

 

 

 

 

 

 

 

 

 

 

얼굴을 비롯한 신체적 외양은 인간과 완벽하게 일치. 구매자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로 제작 된다. 점점 어려워져 가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 충족의 해결책으로 안정적인 정서적 교류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반려 로봇. 인공지능 기술의 최정점.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 맞게 인간 친화적으로 프로그래밍 됨과 동시에 각각의 유닛은 고유한 행동 양식을 가진다. 구매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이 특수성을 성격이라 부르는데, 각 기체의 주요 바이오가 되어 구매자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제작의 마지막 단계는 시범 운영. 성능 체크 및 자세한 성격 파악을 위해 4주 간의 테스트를 진행 후 출고 된다.

 

. 지금 트랜스퍼 해주세요.”

 

국내 최대 안드로이드 연구소이자 제조 공장인 이 곳에서 다니엘이 맡은 업무는 출고 직전의 유닛을 대상으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 한참을 들여다보던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의자에 등을 붙여 허리를 곧추 세웠다. 구부정한 자세로 얼마나 있던 건지. 뒤늦게 밀려오는 허리와 목의 통증에 앓는 소리를 냈다. 마찬가지로 피곤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자 조용한 연구실 밖의 잽싼 발소리와 콧노래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연구실 문이 벌컥 열리고 나서야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말해도 안 고쳐지지, 저건.

 

헤이, .”

 

눈도 뜨지 않고 손만 쓱 들었다 내렸다. 성의 없는 인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는 듯, 성운의 콧노래가 여전했다. 하얀 가운을 펄럭이며 다니엘의 앞에 도톰한 서류 파일을 내려놓았다.

 

제조팀에서 유닛 트랜스퍼 했다니까, 아마 곧 도착할거야.”

알거든. 형보다 내가 먼저 보고 받는거 모르나. 자료도 이미 다 전송 받았고.”

짜식이 까칠하기는. 형님이 신경 써 줄 때 고마워 해라.”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말을 들으며 눈 앞의 파일을 펼쳐 심드렁하게 페이지를 들춰보았다. 시리얼 넘버: O-NG825.

 

디자인 죽이지? 커스텀 제작이야. 의뢰인이 어찌나 까다롭던지 디자인팀 죽어나는 소리 내 방까지 들리더라. , 그래도 덕분에 걸작 하나 탄생했지.”

 

여전히 흥미 없는 얼굴로 자료를 읽어내려 가다 어느새 바로 옆까지 가까워진 성운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서류 배달하려고 온 건 아닐테고. 뭔데? 그냥 빨리 말하고 가라.”

눈치는. 좋아. 개발팀 복귀하자. 다음 달 괜찮다 어때? 이번 유닛 테스트만 끝내고 옮기면 깔끔,”

나가는 문 어딘지 알지?”

야아 니가 그러면 어떡하냐! 나도 죽겠거든? 윗분들은 자꾸 너 복귀 시키라 하지, 너는 싫다 하지. 재주 썩혀서 뭐해?”

, 있잖아. 요즘 안드로이드는 너무 인간 같단 말이지.”

 

새까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왠지 감성적인 목소리로 다니엘이 말했다.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는 걸까. 성운은 가만히 다니엘을 노려봤다.

 

그래서 싫어. 형이나 실컷 해.”

 

그렇게 만드느라 내가 연구실에만 쳐 박혀선 뭣 빠지게, ? 거기에 갈아 넣은 내 청춘이. 높은 목소리로 궁시렁거리는 성운에게 얄밉도록 해맑게 웃어 보였다.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적당히 해, 적당히. 알지? 간다.”

 

다니엘의 어깨를 잠시 묵직하게 쥐었던 성운이 사라진 문으로 새로운 인영이 들어왔다. 조금 전 본 사진 그대로의 모습. 성운이 걸작이라 불렀던 디자인.

 

안녕하세요, 강다니엘 연구원님. O-NG825입니다. 잘 부탁 드려요.”

 

듣기 좋은 목소리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다니엘은 입꼬리만 당겨 입술을 한번 꾹 말아 물고는 모니터의 버튼을 눌렀다.

 

“20XXXXX1427. 시리얼 넘버 O-NG825. 베타 테스트 시작.”

 

 

 

아직 특정 사용자가 지정 되지 않아 고유성이 없는 초기 상태의 유닛에겐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은 웬만해선 다니엘의 예측 범위 안이었다. 그런데, 열흘 째 테스트를 진행 중인 이 유닛은 묘하게 궤도를 달리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연구원님은 아메리카노 좋아하시는구나. 으음 제 취향은 아니에요.”

그래?”

향은 좋지만 씁쓸함이나 산미가 고스란히 전달 되가지구.”

……

저는 좀 더 달콤한 종류가 좋을 거 같아요.”

 

카라멜 마키아토 같은 거? O-NG825가 작게 중얼거렸다. 다니엘은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곤 빠르게 타자를 쳤다. 미각 센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특정한 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뿐인데. 눈 앞의 유닛은 제 판단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약간 제멋대로라 해야 하나. 어딘가 좀 별난 구석이 있는 건 확실했다.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는 이미 내장 되어 있어 새로울 게 없는데도 알고 있는 정보를 처음으로 직접 접할 때면, 꼭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처럼 새로워 했다. 또렷하면서도 동그란 발음과 끝을 늘어뜨리는 듯한 나른한 말투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처음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어느새 제법 익숙해졌다. 사실 가끔 귀엽기도 하고.

 

그럴 수 있겠네. 그래도 오너가,”

알아요. 제가 그러려고 해도 어차피 못 그래요. 대원칙 위배.”

 

씩 웃으며 검지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톡톡 친다. 다니엘은 피식 웃으며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주위가 조용했다.

 

연구원님. 각인 방법 다시 설명해 주실래요?”

 

각인은 필수는 아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용자는 각인 없이 하나의 유닛을 가족 혹은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기도 하니까. 각인의 목적은 특정 사용자 1인의 일종의 소유권 주장.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하는 질문에 다니엘은 건조하게 답했다. 레지스트레이션 슬롯에 다음과 같은 정보를 입력한 칩을 추가한다. 하나, 사용자 본인의 신상코드. , 유닛의 시리얼 넘버. 마지막으로 셋,

 

사용자가 정한 유닛의 고유 이름.”

 

늘 같은 부분에서 눈을 반짝인다. 이유가 궁금하면서도,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시선을 아래에 둔 채 가만히 이름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인간에게 이름은 정말 특별한가 봐요.”

 

얼핏 듣기엔 혼잣말 같은데, 대답을 바라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다니엘이 별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어쨌든 이름을 부르면 좀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거니까.”

 

의미 있는 존재. 이번엔 고개를 들어 허공 어딘가를 바라본다. 한참의 침묵 후 다시 고개를 돌려 다니엘에게 지긋이 웃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것……. 저도 얼른 이름을 갖고 싶네요.”

……, 끝났어. 오늘은 여기까지.”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가볍게 착지하듯 바닥으로 발을 딛었다. 방금 전 까지 선이 연결되어 있던 접합 부위를 잠시 손으로 매만진다. 갈게요. O-NG825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다니엘.”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이 존재하는가.

각계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커져오던 논란이 지난 해 자신의 안드로이드 유닛과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달라는 한 남성의 탄원 이후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다니엘은 육성으로 말했다. 하이고, 웃기고 자빠졌네.

여전한 토론이 오고 가는 화면에선 자신을 철학과 교수라고 소개한 사람이 감정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몇 분 더 집중해 귀 기울이던 다니엘은 이내 화면을 껐다.

잠도 자지 않고 밤낮 없이 연구에 지독히도 매달렸던 기나긴 시절을 떠올렸다. 증명해내지 못했을 뿐, 안드로이드도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믿고 싶었다. 결국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다. 충분한 좌절이었다.

 

왜 말도 없이 끄냐. 잘 보고 있는데.”

다 쓰잘데기 없는 소리다.”

하긴.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긴 해.”

근데 형 안 가? 요즘 개발팀 널럴한가 봐?”

가려던 참이야, 짜샤.”

 

대충 손을 흔들고 자리에 앉았는데 뒷통수가 따끔하다. 간다던 사람이 망부석처럼 서서 쳐다보고 있었다. . 나 저 얼굴 아는데. 곧 성운의 입에서 나올 말들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일 게 분명했다.

 

너희 어머니 또 나한테 연락 오셨어.”

울 어무이는 아들보다 형이 더 좋은갑네. 그냥 형이 아들해라.”

니가 연락 받으면 나한테 하시겠어? 연락 드려. 너한텐 어머니지만 나한텐 밥줄 쥐신 윗 분인데 내가 그 전화가 편할 리 있나.”

……내한테도 별 다를 바 없는데.”

노력을 해야 달라지지. 좀 낯간지러워도, 몇 번 시도해보면 금방 좋아지는게 부모자식 관계 아니겠냐.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가족인데’. 살면서 수없이 들었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 말. 혈연관계가 반드시 친밀함을 동반하진 않는다. 적어도 다니엘에게 가족의 의미는 그랬다. 특별히 나쁜 관계는 아니지만 일하며 만나는 동료들보다 더 가까울 것도 없었다. 일로 바쁜 부모는 아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자라 다니엘 역시 마찬가지로 무관심했다. 사회에 나와서야 보통의 부모자식 관계가 어떻다는 걸 알게 되니 오히려 더 멀게 느껴질 뿐이었다. 거리감이 불편함으로 자라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성운에게 아무런 저의도 악의도 없었음을 안다. 그래도 상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드러내는 건 패배감을 느끼게 하니까.

 

……알았다. 연락 할게.”

 

성운이 사라지고도 한참을 망설였다. 급하지 않은 업무에 굳이 집중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하기 싫은 일을 미루는 어린 애처럼 생각을 떨쳐내려 했지만 별 수 없는 어른이었다. 자꾸 성운을 귀찮게 하는 것도 미안했다. 마음 한 귀퉁이를 긁는 불편함에도 쉽사리 실천이 안됐다. 까짓 전화 한 통이 뭐라고. 근데 마지막 통화가 언제였더라. 작년이었나……

 

무슨 생각해요?”

"으악!"

두 시에 오라고 하셔가지구. 지금 156분인데.”

 

너무 일찍 왔나……. 크림색 니트를 입은 O-NG825가 말했다. 크게 소리까지 지른 게 민망해 헛기침을 했다. 책상에 걸터앉아 다니엘을 마주 보고는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요?”

어어. 그냥 좀 놀래서.”

아니요 그거 말구. 고민 있는 거 같은데.”

……

 

성운을 제외하곤 누구에게도 한 적 없는 이야기를 저도 모르게 술술 털어놓은 건 아마 나른한 목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간혹 고개 숙인 자신의 뒷머리칼을 가르던 손길 때문일지도. 그게 아니면……. 최대한 덤덤하게 이어가는 이야기에 안드로이드는 간간히 대답했다. . 그렇죠. 그렇구나. 응응.

 

내가 나빴지. 그래도 아들인데.”

가족이기 전에 인간 대 인간이잖아요. 사람마다 대상이 다를 뿐 결국 관계는 어려운 법이구

……

천천히 해도 돼요. 다니엘 잘못 아니니까.”

 

선수 쳐 꼬리를 내렸건만, 돌아오는 대답 한마디, 한마디가 차곡차곡 마음에 쌓인다.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나를 이렇게까지 이해할 수 있는거지. 성운이 뭐 빠지게 고생 한다는 게 과장은 아닌가 보네,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괜스레 울컥하는 기분에 눈 앞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또다시 뒤통수를 매만지는 조용한 손길이 편안했다.

 

 

 

최초의 애정을 기억한다.

다니엘의 외조부는 천재라 칭송 받았다. 안드로이드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던 외조부는 평생을 연구실에서 보내다 연구실에서 숨을 거두었다. 부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비가 일생을 바친 연구에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을 내건 어머니와 못지 않게 열정적인 아버지. 그들의 성과는 인류를 윤택하게 했다. 인류를 위해 그들은 연구실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 아들은 늘 혼자였다.

물론 다니엘 역시 부모의 연구의 도움을 받았다. 다니엘은 자신의 안드로이드를 네나라고 이름 지었다. 자신들의 연구에 대한 자부심으로 부모는 네나가 어린 아들에게 필요한 모든 애정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믿었다. 결론적으로 그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다. 네나는 부모이자 보호자이자 친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런 네나를 다니엘은 진심으로 사랑했다. 네나 역시 자신을 사랑함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네나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다니엘이 교복을 입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네나는 때때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반기지 않았다. 반복되는 일들에 다니엘은 처음으로 네나에게 화를 냈다. 이젠 나와 친구하고 싶지 않은 것이냐고. 나를 좋아하지 않냐고. 이번에도 네나는 답이 없었다.

- 네나는 더 이상 명령을 듣지 않아. 수명이 다 돼서 망가졌거든.

부모가 말했다. 그 때 알았다. 네나는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명령어를 따랐을 뿐이란 걸.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드로이드의 수명이 짧았던 시절. 다니엘이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최초의 애정은, 그렇게 폐기되었다.

 

 

 

익숙함이 반드시 시간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들은 아주 짧은 틈에 무섭도록 일상으로 비집고 들어와 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테스트 막바지 단계로 함께 생활하게 된 안드로이드 역시 그랬다. 업무의 일부로 끊임없이 새로운 테스트 유닛이 머물던 다니엘의 공간이 꼭 처음부터 제 것인 마냥.

부모로부터 독립한 후 한번도 개인 안드로이드를 둔 적이 없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안정감이었다. 정확히는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안정감. 혹은 그 너머의 깊은 유대감.

밤바람이 시원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에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하루의 끝을 공유하는 일은 요즘 다니엘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주 앉아 별 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누군가가 있어 부정할 수 없이 좋았다.

 

오늘 어머니랑 통화 했어.”

 

이젠 묻지도 않은 말이 술술 나왔다. 사실은 전화를 걸던 때부터 이 장면을 상상했었다. 어느 틈에 마음의 자리를 이만큼이나 내어준 걸까. 고민도 잠시였다.

 

그래요? 어땠어요?”

개발팀 복귀하라는 말만 하시다가 30초도 안돼서 끊으시던데. 1년만에 듣는 아들 목소린데 좀 너무 했지?”

잘했네요. 맥주?”

.”

 

그게 다였다. 별다른 반응도, 이렇다 할 위로도 없이. 그게 좋았다. 너무 했지? 가볍게 한 말에 동조하면 왠지 좀 서글플 뻔 했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표정과 말투가 제게 꼭 맞춘 듯 맞아 떨어졌다. 맥주 두 캔을 양 손에 쥐고 돌아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딘가 느릿하면서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다니엘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가까워진 발걸음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이내 분주해졌다.

 

? 방금?”

 

맥주를 내던지듯 테이블 위에 놓고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 시선을 고정한다. 따라 시선을 옮긴 다니엘의 눈 앞으로 유성우가 반짝이는 꼬리로 새까만 하늘을 아주 잠시 갈랐다. 점점 더 많은 찰나의 불빛이 밤 하늘을 수놓았다.

 

이게 별똥별인거죠? 우와아……. 정말 별이 비처럼 쏟아지구 제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워요.”

 

이런 유난스러운 반응에도 이젠 익숙해졌다. 익숙한 만큼 편안했다. 딱 그만큼 좋았다. 공기를 잠시 곱씹었다. 시원한 맥주가 꿀렁이며 목으로 넘어갔다. 끝맛을 즐기다 여전히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는 옆 모습을 보았다. 설명할 수 없는 간질거림이 머릿 속을 어지럽히는게 싫지만은 않았다.

 

이름, 지어줄까?”

 

시선을 빼앗는데 성공했다. 커진 눈이 참 동그랗다는 생각을 하며 다니엘이 웃었다.

 

대신 비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검지를 입술에 대며 괜스레 목소리까지 낮추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녜에, 좋아요.

 

성우. 비처럼 쏟아지는 별빛, 성우.”

 

잠시 네나를 떠올렸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우주의 먼지보다도 작은 조각으로 흩어졌다.

 

안녕, 성우야.”

 

 

 

 

“O-NG825?”

 

성우가 고개를 들었다. 입에 담배를 문 성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히야, 걸작은 걸작이란 말이지. 성운의 혼잣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성우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녕하세요, 하 연구원님.”

왜 여기서 혼자 이러고 있어? 너 되게 그걸 뭐라 하더라…… 센티렌탈? 해보여.”

 

센티렌탈? 성우가 웃었다. 굳이 고쳐줄 필요는 없겠지. 성운은 성우가 앉아있는 벤치 옆자리에 철퍼덕 앉으며 뭘 실실 웃냐 타박했다.

 

처리하지 못하는 데이터들이 좀 있어서요. 연산이 안 되네요. 어디서 들었는데 이럴 땐 옥상 올라와서 바람 쐬는거라 해가지구.”

그래? 어떤 종류인데?”

그것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요즘 점점 더 그래요.”

. 잦아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

그게

 

성우가 말을 멈췄다. 시작은 훨씬 전부터지만, 요즘처럼 빈도가 잦아진건…… 다니엘이 이름을 지어줬을 때부터? 비밀이라 말하던 다니엘의 얼굴을 떠올렸다. 별 수 없이 성우는 입술을 꾹 말았다.

 

…… 그것도 잘

뭐야. 뭐 그렇게 다 몰라? 상황이라도 설명해 봐. 어떨 때 그래?

…… 다니엘이 저를 보고 웃을 때?”

 

성우가 조용히 말했다. 다니엘의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앞은 보일까 궁금할 정도로 눈이 휘어진다. 위 아래 말랑한 살에 폭 파묻혀버리는 눈과 시원하게 올라가는 예쁜 입꼬리. 허공에 다니엘의 얼굴을 그리던 성우가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문득 돌아보니 전혀 웃지 않는 묘한 표정의 집요한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다니엘한텐 얘기 했어?”

아뇨. 그럼 다니엘이 제 앞에선 안 웃을까봐. 그건 좀 싫어가지구.”

……

연산은 약간 골치 아파도, 다니엘이 웃으면 좋거든요.”

 

한층 더 복잡해진 얼굴의 성운이 성우를 빤히 보았다. 영문을 몰라 눈썹을 들어올리며 같이 쳐다보았다. 성운의 시선이 먼저 거둬졌다. 피우던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 새 담배를 물고도 성운은 말이 없었다. 이따금 한숨을 내뱉었다. 심각한 이상인가. 성우는 조용히 성운의 해답을 기다렸다. 두번째 개피를 반쯤 태웠을 때 성운이 입을 열었다.

 

미안. 그거 지금 기술로는 해결 못 해. 데이터 삭제 해줄까?”

……아니에요. 좀 더 풀어 볼게요. 감사해요

 

싱긋 웃은 성우가 일어났다. 같이 있어 드릴까요? 한 박자 늦은 질문에 성운은 그냥 가라며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선 뒷모습이 사라지자 성운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내가 뭘 보고 들은 거지. 불과 얼마 전 까지도 말이 안 된다 생각했던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한 것만 같았다. 새로운 연구주제가 코 앞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강다니엘 이 자식. 확 족쳐 말어?

 

 

 

연일 뉴스가 시끄럽다.

20년을 함께한 오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아무도 없는 건물 뒷 편에서 눈물을 흘리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의 눈물의 목적은 단 한가지다. 사용자의 감정에 공감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 죽은 오너는 30년이 넘게 혼자 지내던 노인이었다. 장례식장에 모인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떠난 후였고 주위에 안드로이드가 공감 반응을 보여야 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체의 사용 수명은 20년을 훨씬 웃도는 데다 정기점검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공식 발표된 조사 결과는 원인 불명의 오작동’.

 

또 한바탕 난리 나겠네.”

 

무슨 영화 관람이라도 하듯 입에 팝콘을 욱여 넣으며 성운이 말했다. 팝콘을 한 주먹 가득 쥐었던 손을 야무지게 털었다. , . 팝콘에 손을 뻗던 다니엘이 성운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밑도 끝도 없이. ?”

안드로이드가 정말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형 니 공학도 맞나. 어디 가서 여기서 일한다 하지 마라.”

 

뭐 임마? 하는 성운의 앙칼진 목소리가 되돌아와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성운은 말이 없었다. 괜히 민망해진 다니엘이 헛기침을 했다.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며 성운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다니엘이 웃으면 좋거든요. 그렇게 말하던 성우의 웃는 얼굴이 다니엘 위로 겹쳐졌다. <안드로이드는 감정이 없다>는 명제가 성립한다면, 그건 최소한 성운이 아는 언어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너 요즘 테스트 중인 유닛. 곧 출고지?”

……. 그건 갑자기 왜.”

 

제 딴엔 티 내지 않으려 한 것 같은데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출고는 곧 이별을 의미했다. 남의 비밀을 훔쳐 본 기분이라 성운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 그냥. 그나저나, 저거 재조사 결정 나면 분명 우리 쪽으로 의뢰 올 텐데. 어때. 온 국민 관심 받으면서 화려한 복귀. ?”

 

다니엘이 웃으며 어지간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다니엘이 늘 행복하길 바래요. -성우]

 

짧은 메세지를 몇 번이고 읽었다. 성우가 집 식탁 위에 작은 선물과 함께 올려 두고 간 카드. 하도 만지작거려 받은 지 열 두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네 귀퉁이가 닳아가고 있었다. ‘다니엘이 늘 행복하길 바래요.’ 참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 행복이 곁을 떠나가며 빌어주는 행복이라니. 고작 몇 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내 무엇까지 되어버린거지. 다니엘이 쓰게 웃었다.

 

강다니엘. 너 뭐야.”

 

상기된 얼굴의 성운이 다소 거칠게 문을 열어 젖혔다. 앞뒤 없는 말이지만 알아들었다. 긴장하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이럴 때의 성운은 조금 무서웠다. 어디에든 귀가 있는 성운이어서 예상 못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늦게 알게 되기를 바랬는데. 소문은 역시나 빨랐다.

 

출고 당일에 기체 이상으로 출고일을 미뤄? 너 제정신이야?”

마이너한거야. 하루면 리페어 가능. 진짜 딱 하루야 하루.”

장난해? 최종 테스트에서 아무 이상 없었다는 거 확인하고 왔거든? 너 뭔데. 왜 이러는 건데? 말해봐.”

 

당장이라도 직접적으로 캐묻고 싶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간신히 삼켜냈다. 다니엘의 손에 들린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단숨에 낚아챘다.

 

성우? 이거 O-NG825. 너 설마…… 진짜로?”

 

변명을 할까, 속 시원하게 말할까. 흔들리는 눈빛만으로도 다니엘의 생각이 읽혔다.

 

……. 그렇게 됐다.”

 

선택은 진실 쪽이었다. 체념도 뭐도 아닌 애매한 웃음과 함께 다니엘이 대답했다.

 

……쓸데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어이 없는 제멋대로 행보에 잔뜩 욕을 해주러 온 것 같은데 의지가 다 꺾여버렸다. 힘내라는 말은 안 어울릴 것 같아 성운은 그저 어깨를 꽉 쥐었다. 말이 되지 못한 마음까지 충분히 헤아릴 거라 믿었다.

 

괜찮다. 뭐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아오, 형이 가서 확 출고 취소 해줄까? 우리 니엘이 형아 믿지? 대신 니가 나 먹여 살려야 돼. 넌 빽이 되니까 안 짤릴 거 아니야.”

 

다니엘이 크게 웃었다. 과장된 웃음에 감춰 안 그런 척 하지만 덩치 큰 대형견 같은 녀석이 답지 않게 축 쳐진게 눈에 보여 안쓰러웠다.

 

이게 다 안드로이드가 너무 인간 같아서라니까. 역시 난 별로.”

 

그렇게까지 웃긴 말이었나 싶을 정도로 한참을 웃으며 다니엘이 말했다. 어쩐지 성운은 웃을 수 없었다. 대신 이유를 물었다. 본래 목적이 목적인 만큼, 진짜 인간과 비슷할수록 더 각광 받는게 당연한데. “안드로이드가 인간 같은 게 왜 싫어?” 다니엘의 웃음이 멎었다.

 

……내가 진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니까.”

 

처음으로 다니엘의 눈이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니엘이 웃으면 좋거든요. 제게 말하던 성우의 얼굴이 다시 눈 앞을 스쳐갔다.

 

그게 진짜 사랑이 아닐 건 또 뭔데?”

 

어쩐지 조금 신경질이 났다. Yes or No. 명확하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 문제는 공돌이에겐 크나 큰 스트레스다. 비 맞은 멍멍이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다니엘을 보고 있자니 더 그랬다. 성운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에잇, 나도 몰라.

 

 

 

…… 다니엘?”

 

다니엘이 좀 이상했다. 갑자기 이상이 발견 됐다더니 정작 연구실이 아닌 옥상으로 자신을 데려오고는 유난히 말수가 없었다. 평소와 다르게 자꾸만 대화가 끊겼다. 오래 기다려주던 성우가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수리 해야 된다는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로 온 거에요?”

……

싫은건 아니구 사실 되게 좋긴 한데 그래도 걱정 되가지구. 저 말구 다니엘이요.”

 

새삼 이 말투가 굉장히 익숙해졌다는 게 느껴져 다니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내 말이 없다 갑자기 웃는 다니엘을 보며 영문을 모르는 얼굴의 성우가 입을 빼쭉 내밀었다.

 

성우야.”

, 다니엘.”

성우야.”

녜에, 다니엘.”

 

다니엘. 제 이름이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성우가 불러줄 때 마다 그랬다.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성우가 부르는 방식의 다니엘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니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게 좋아.”

……저도 다니엘이 지어 준 이름 정말 좋아해요.”

니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너만 가진 목소리의 온도가 좋아.”

 

 성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목소리에도 온도가 있나? 음성이 전달 될 때의 공기의 온도를 말하는 걸까? 아니야. 목소리와 음성은 다른데. 목소리의 온도는 뭐지? 그 온도를 어떻게 나만 가지고 있을 수 있지?

 

목소리의 온도가 뭐에요?”

그게 뭐냐면……

 

그게 뭐냐면. 너라서 가질 수 있는 특별함. 그게 너고, 내가 나라서. 그래서 유일한 것. 그래서 간절한 것.

진짜 사랑이 아닐 건 뭔데’. 성운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정말 그럴까. 내가 그렇듯,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게 가능한 걸까. 명령어가 아닌 진짜 사랑이.

다니엘이 손가락 끝으로 성우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쳤다.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

 

. 마음 한 켠의 자리를 내어준 게 아니라, 내 마음 전부가 네 자리가 되었나 보다. 그렇다면 아주 작은 틈새까지 가득 차버린 게 틀림 없어. 다니엘이 아프게 미소 지었다.

 

다니엘…… 슬퍼 보여요.”

 

성우가 손을 천천히 뻗어 다니엘의 볼을 감싸 쥐었다. 몰랐는데, 손도 예쁘네. 다른 한 손을 마저 올린 성우가 깊은 시선으로 두 눈을 본다. 너는 왜 그런 표정을 하지. 성우의 말에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한 번만 안아봐도 돼요?”

……성우야.”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러고 싶어요. 안게 해 주세요.”

……

 

자신보다 조금 작은 체격의 성우에게 몸을 맡겼다. 목 주위로 감아 온 두 팔과 볼에서 발열 장치로 항시 유지되는 36.5도의 체온이 느껴졌다. 손을 뻗어 허리를 안았다. 마주 닿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심장박동은 다니엘 제 자신의 것뿐이다. 품으로 더 깊게 성우를 감싸 안았다.

 

"……안녕, 성우야."

 

 

성우를 먼저 보내고 다니엘은 하염없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러 번의 결심을 번복하다 해가 거의 다 떨어졌을 즈음, 빠르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다시 좌절에 뛰어들 결심을 짊어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 함 해보자. 화려한 복귀.]

 

 

 

성우의 오너의 집은 넓고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큰 창을 통해 집안 곳곳으로 스며드는 햇빛. 커스텀 제작을 의뢰한만큼 집만 보아도 오너의 경제적 여유로움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탁 트인 테라스가 없었다. 다니엘이랑 테라스에서 얘기 나누던 거 좋았는데. 성우는 생각했다. 젊은 오너는 다정한 말씨를 쓴다. 다니엘도 다정한 사람이지만, 약간의 사투리가 섞여 때로 투박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성우는 그걸 좋아했다.

집 구경을 마친 후 함께 거실에 앉아 오너는 매뉴얼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꼼꼼한 성격인 것 같다. 다니엘은 어땠더라. 그러니까 다니엘은……

 

이건 뭐야? ‘좋아하는 커피는 카라멜 마키아토.’ , 최신 모델은 바이오가 진짜 자세하네.”

 

오너의 말에 기억을 곱씹던 걸 잠시 멈췄다. 카라멜 마키아토. 자신이 흘러가듯 했던 말이 데이터에 남아있다. 다니엘도 기억하고 있었나. 성우는 이제 오너의 말에 귀 기울였다.

 

어쩌지 난 커피 안 마시는데. 하하. 그래도 꼭 기억할게. 그리고 또…… 유성우를 좋아하는구나! 나도 별 보는 거 좋아해.”

 

유성우. 다니엘의 집에서 보았던 그 날의 밤하늘. 다니엘이 제게 이름을 지어주었던 그 밤.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 성우. 네 이름은 성우야. 어때? 맘에 들어?”

 

성우야. 오너가 성우를 불렀다. 다니엘이 지어줬던 것과 같은 이름. 성우. 분명 제 이름이 맞는데. 정말 좋아하는 이름인데. 그런데……

 

맘에 안 들어 성우야?”

 

성우의 표정을 살피는 오너에게 성우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에요, 맘에 들어요. 오너는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매뉴얼로 눈을 돌렸다.

성우야’. 그렇게 부르던 다니엘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 궁금한 게 있어요.”

 

, 성우야. 여전히 바이오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하는 오너의 까만 뒷통수를 보았다. 이상하게 목이 메였다. 꼭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티 나지 않게 애써 삼켜냈다.

 

인간은, 목소리에도 온도가 있나요?”

 

질문에 답은 필요 없었다. 연산은 끝났다. 이해해버렸다. 알아버렸다. 목소리의 온도가 무엇인지. 다니엘의 목소리. 그 온도가 아득할만큼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