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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녤옹

 

 

 

 

 

 

 

전남친 토스트

tybe b

 

 

 

 

바싹 구워진 빵 끝에 입천장이 걸린다. 성우는 그냥 막무가내로 토스트를 구겨넣었다. 꾸역꾸역 일어나 캠퍼스 근처 이삭토스트에서 아침을 입 안에 들이는 성우 곁에 성재가 서 있었다. 빠르게 껴입느라 뒤집어진 성우의 후드티 모자를 원래대로 정리해준다. 막 씹어놓느라 겹친 식빵을 비집고 케찹이 뚝뚝 흐르는게 감싼 종이 너머로 비쳤다. 성재가 눈을 찡그렸다.

 

너 그거 별로라매.”

맛없는 토스트가 먹고 싶어.”

케찹 다 흘려 지금.”

원랜 이것보다 더 많이 들어가야 돼.”

전국에 있는 이삭토스트 레시피대로 만든 게 이건데? 원래가 어디 있어.”

 

다 씹은 것 같지도 않게 볼이 불룩한데 성우가 남은 걸 삼키고 입가를 닦지도 않았다. 다시 주둥이를 빵 사이에 박는 걸 보며 성재가 괜히 주위를 둘러본다.

 

입맛 없다고 안 굶고 다니는 건 좋은데, 갑자기 무슨, 토스트에 미련이 남아서...”

.”

 

성우가 입 안의 토스트를 한 쪽 볼로 굴려넣었다. 혀 끝에 닿은 케찹 맛이 강해 침도 한 번 삼켰다.

 

말은 바루 하자. 내가 차인 것도 아니구 미련은 무슨...”

내가 연애 얘기했나? 토스트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 말이다. 성우는 말없이 남은 빵을 씹어 삼켰다. 토스트 끄트머리에 수분이 부족해 입안에 쩍쩍 빵이 달라붙는다. 케찹을 쏟아 붓듯 하면 간은 안 맞을 지 몰라도 이런 일은 없는데. 강다니엘이 만든 토스트 얘기다.

담백하게 잠이 든 날에는 눈을 뜨면 수면 안대를 헤어밴드처럼 쓴 노란 뒷머리가 번개처럼 뻗쳐있었다. 열 번 중 여덟 번은 소매가 헐렁한 옷을 걷어붙이고 계란, 계란아, 케찹, 오뚜기,” 하면서 재료를 노래처럼 불렀다. 땀 쏙 빼고 맹맹한 머리로 일어나는 날엔 다니엘이 꼭 웃통을 까고 지난날 손 끝에 패인 날개뼈를 갉작거리면서 빵을 구웠다. 기름이 튀면 앗뜨, 뜨뜨뜨, 하는 어깨 밑으로 근육이 옅게 뛰었다. 케찹은 얼마나 뿌리는지 매일같이 튜브가 핏 핏 거리며 피를 토했다. 안에 든 게 튀면 그냥 입안에 넣고 손가락을 쪽 빠는 등이 조금 굽곤 했다. 주방에서 매트리스 앞까지 몇 걸음 걷지도 않으면서 내내 접시를 후후 부는 것까지, 레시피처럼 순서대로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일주일 중 네번째로 토스트를 먹는 아침에도 성우는 맛있다고 했고, 다른 거 먹자고는 제안을 해본 적도 없고, 케찹을 줄여달라 설탕을 더 뿌려달라 요구해본 적도 없다.

한 입 끊어낸 토스트를 딱 반으로 씹는 두번째 입에, “나도요.”, 얼굴을 들이대고 지금 씹는 걸 달라고 변태같은 짓을 해도 성우는 윗입술에 묻은 설탕을 다니엘의 내민 혀에 비벼줬다. 혀 끝이 입술 사이를 기어들어오면 꿀꺽 삼켜 입 안을 급하게 비우기 일쑤였다. 성우가 팔꿈치 밑에 대고 있는 베개를 뽑아내면서 다니엘의 손바닥이 허벅지를 타고 거꾸로 기어올라도, 그러느라 다 못 먹은 토스트 접시를 침대 위에 엎어도 성우가 이불 빨래를 했다. 못 갈 거 알고 시작한 육탄전이 길어져 전공수업의 출석 점수가 2점씩 깎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여름방학 내내 소음이 신경쓰여 창문을 못 여는 바람에 전기세가 치솟은 것도 괜찮았다. 가끔 설거지를 하다 싱크대에 점점이 튄 케찹을 보면 성우는 웃으며 닦아냈다. 고작 그것 때문에 귀 끝이 더워지기도 했다. 다 큰 애가 작정하고 눈썹 끌어내리는 게 귀엽다고, 강의실을 개방하는 시험기간에 맨 뒷자리에서 진한 뽀뽀를 해준 적도 있다. 세게 누를 때마다 노트 위를 기는 샤프심이 툭툭 끊어지는데, 알면서 손 끝으로 허벅지를 찌르고 청바지 위를 긁어내리는 손톱도 예뻤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존나게 받아줬다는 뜻이다.

 

"씨씨 아닌 게 어디냐? 얼굴 안 봐도 되고."

 

입 안에 든 걸 침과 함께 뱉고 싶은 마음을 꿀꺽 삼켰다. 식도가 늘어나며 목이 따가워 성우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씨씨만이기만 하면 다행이었다. 과는 다르니까 무난할수도 있었는데, 연습량이 어마어마한 공연 동아리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끔 어질어질했다. 너무 부대끼고 살아서 동아리 내에서 눈 맞고 또 헤어지는 경우도 희귀하지는 않았다. 데면데면하고 어색한 것도 몇 주면 적응되는 걸 성우는 본 게 있어서 알았다. 그럼 거기까지도 그냥 참으면 되는데, 친구를 포장한 연인 관계에 너무 열과 성을 다하는 바람에 다니엘을 빼고는 연결 되는 사람이 도무지 학내에 드물었다. 개강할 때까지 시름대면서 고민하다가, 나만 이러겠냐 걔도 똑같지, 하는 마음으로 이제 식습관이 된 아침 토스트나 조지는 모양이 된 거였다.

 

솔직히 난 너가 연애가 된다는 게 더 신기했어. ~날 다니엘이랑 있어서 헤어졌냐 물어보면 아니라 하고.”

걔 얘기가 왜 나와?”

그잖아. 맨날 너는 걔랑 놀고 친구 만나고, 연애는 하는거 같지도 않았구만. 막 빌빌대니까.”

 

입 안에 든 걸 뱉지는 못하고 성우가 그냥 길거리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종이 포장과 토스트를 통째로 처박았다.

 

이씨... 안 먹어!”

다 먹어놓고...”

 

성재가 잠시 놀랐다가 본인 몫의 토스트를 맛있게 물었다. 성우가 입가를 손등으로 문지르면서 후드를 조심성 없게 뒤집어 썼다. 동아리 엠티까지는 어떻게 뺐는데, 부회장의 신분으로는 도저히 뺄 수 없는 첫 정기모임이 오늘이었다. 다 죽여놓겠다고 당당하게 취임사를 한 게 지난 학기 말이었다. 헤어질 줄 모르고.

 

 

 

 

 

 

 

다니엘과의 관계엔 그저 그런 게 드물었다. 아주 비슷하거나 아예 달랐고, 끝까지 까불거나 처음부터 잘 보이기로 작정을 하거나 했다. 연습실에서 피 맛 나는 목구멍을 꽉 닫고 옆에 있기만 하기도 하고, 온 몸의 호르몬이 뛰어다니는 무대 위에서 손바닥을 마주치면 광대가 아플 때까지 웃었다. 자체 공연을 멋있게 끝내고 찬바람 맞으며 맥주 사들고 집에 돌아가는 길도 둘만이었다. 서로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날에 맨정신으로 입술 먼저 부비고, 술이 들어가고 나니까 더 난리가 났다. 술 다 깨고 생각해보니 모른 척 할 양심이 둘 다 없어서, 아니 그 정도의 난리를 친 게 아니라서, 연애는 그냥 당연했다. 다니엘을 자주 볼수록 성우 스스로 다니엘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점점 앞당겨졌다. 처음에는 키스가 되고 나니까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이 지났을 땐 키스를 안 하고 싶었던 적이 기억이 안 났다. 한 학기 진득하게 붙어있고 나니 나중에는 무서울 지경이었다. 연습하다 눈이 마주치면 아무 생각 없이 입술에 힘이 들어가는 게, 얼굴에 튀는 다니엘의 땀에도 눈 한 번 안 깜박일 수 있을 때가 됐을 때.

어떤 면에서는 일기장에도 못 쓴 내용을 말할 수 있었다. 꿈이나 미래나 불안 같은 것들이었다. 반대로 한마디 꺼내지 않는 주제도 있었다. 서로의 옷 취향이나, 남자가 끼어든 적 없는 과거의 연애사나, 지인이 겹치니 알게 되는, 누군가의 짝사랑의 대상이 되는 사건들. 다른 이를 오해하게 하는 다니엘의 리액션과 안무 연습을 할 때 상의를 바지 속에 집어넣지 않는 습관과 가끔 생각하면 속이 허한 다니엘의 화해 방법 같은 것도 포함했다.

 

커피 벌써 마셨어?”

아 이거, 지난번에 사물함 옮기는 거 도와드려갖고 선배님이 사줬다.”

아주, 힘이 남아 돌아.”

 

중도 계단을 오르는 다니엘의 손에 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허벅지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거의 구멍이 난 연한 색상 청바지를 입은 채였다. 이걸 골라입은 다니엘과는 웬만하면 계단을 오르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탔다. 칭찬이 아닌데, 다니엘이 웃으며 성우의 입술 앞에 초록색 빨대를 물리려고 했다. 고개를 돌리는데 따라붙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 이거라도 물어 봐요.”

 

시선이 끈질기게 입술을 쫓아왔다. 눈을 아무리 각지게 떠도 보지 않으면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성우가 슬리브가 끼워진 플라스틱 컵을 밀어내면서 가방을 고쳐들었다. 술자리에서 듣기로 그 선배는 다니엘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곤두서는 성우의 촉은 그보다 믿을만하니까, 사실일 것이다. 성우는 가끔 다니엘의 반응을 믿을 수 없었다. 본인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정도로 생각하는 애교가 너무 타율이 높아, 성우마저 다니엘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눈길을 오래 주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지, 내가 쟤랑 사귀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야 겨우 눈길을 떼어내고 여유를 부렸다.

 

니엘아.”

?”

우리 카페 가기로 했잖아.”

공부하다가 가면 되죠. 내 또 마실 수 있다.”

아 그래, 아메리카노 그렇게 마시다간 카페인 치사량 넘어서 죽겠다.”

 

그 누나가 어제 성우에게 시험 공부 어디서 할 거냐고 물었던 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랬다. 궁금해서 물었다면 싫어서, 아니라면 그게 지금 생각나는게 싫었다. 자주 쓰는 열람실로 들어가려던 마음을 바꿔 성우는 중도 계단을 도로 내려갔다. 아래층은 다섯시에 닫는 자료 열람실이었다. 저녁시간 이후로는 2층을 통틀어 계단 외엔 발걸음이 잘 닿지 않았다.

 

형 어디가요.”

 

다니엘이 로비로 내려가려는 성우의 가방 끈을 잡아 당겼다. 어깨가 끌려가는 바람에 성우의 한 쪽 팔이 허공을 짧게 저었다. 가방끈을 쥐고 다니엘이 복도를 걸었다. 목적지를 대충 알 것 같아서 성우가 팔을 잠시 털었다. 화장실 문을 밀어 열고 다니엘이 커피를 세면대 위에 올렸다.

 

가방에 책도 안 들었는데 어디서 공부할라고요.”

 

그 사이에 가방을 들어 무게도 쟀는지 웃는 턱끝이 좀 더 뾰족해진다. 바깥을 살피듯 다니엘이 턱을 들었다. 칸 앞 통로까지 한 번 둘러보고 팔꿈치를 잡아 끌었다. 성우가 문 앞을 벗어나 칸들 사이로 가볍게 끌려가줬다. 성우가 파악하기로 다니엘이 반말을 치우면 그건 눈치를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니엘은 요령이 좋았다. 왜 그러냐는 질문을 안 해서 성우는 안 싸울 수 있는 대답을 생각했다.

 

, 나도 나가서 커피 사오려구 하는데.”

아이 이따 같이 가요.”

뭘 또 가.”

저거 얼음 녹아서 맛 없어져갖고.”

 

성우는 다니엘이 가방끈을 힘줘 잡을때 손 안에서 얼음이 플라스틱 컵에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를 분명 들었다. 구구절절 설득할 기분은 아니었다.

 

.”

 

다니엘이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사인인지 잘 알아, 성우가 그냥 다니엘의 신발코에 시선을 붙였다. 혀엉, 하고 한 번 더 길게 불렸다. 쳐다보니 다니엘이 입술을 내밀었다. 높이가 잘 맞아서 어려울 것 없이 성우가 입술을 대줬다. 성의없이 떨어지니 다니엘의 눈가가 날카롭게 섰다가 의도적으로 눈썹을 끌어내렸다. 아아 형, 하는 어깨가 조금 튕겼다. 둥글게 말리는 어깨 끝을 보는 성우의 팔을 슬쩍 잡아당긴다.

 

아니 나 저녁 먹구 바로 왔다구.”

글케 따지면 우린 그거 할 때 키스 못하죠.”

 

주위를 신경 쓴 목소리가 가끔 소리 없이 바람 소리만 냈다. 성우도 좀 새삼스러운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 아직도 성우는 다니엘을 만나기 전에 꼭 껌을 씹거나 단 걸 먹었다.

 

우리 첫키스도 술먹고 했는데.”

야 아니지. 마시기 전에 하구 마시고 또 한거지.”

되게 다르네요.”

 

성우는 실제로 되게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눈을 감았다. 숨소리로 템포를 짐작해 이 사이를 벌리면 다니엘이 그냥 입술을 물었다. 윗입술이 느리게 젖었다. 성우가 목을 내밀자 웃음이 쏟아졌다. 뒷목을 거꾸로 쓸어올리는 다니엘의 손바닥이 따뜻했다.

 

"형 내가, 옹성우를 만나면서 노력 안 할라고 생각한 건 아닌데요."

"근데?"

 

입술 아래 턱도 젖지 않는 짧은 키스였다. 성우는 계단 소리가 날 때마다 턱을 빼기 바빴다. 대신 턱선을 따라 엄지손가락을 부비는 다니엘이 말 끝에 침을 삼켰다.

 

"아니다, 그냥..."

"어어, 말 안 해?"

"아이다. 괜찮지, 형은."

 

무슨 뜻인지 가늠하는 성우의 눈썹이 절로 푹 꺼진다. 다니엘이 성우의 눈썹뼈를 눌러 올리면서 아주 관대한 눈빛을 했다.

 

"짜증내는데 이쁜 거 봐라."

", 너는 내 턱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글케 치면 형은요, 내 몸 보고도 이쁘다 했다이가."

 

맞는 말 같아서 대꾸없이 입을 다물면 짜증이라고는 조금도 담기지 않은 얼굴이 소리내지 않고 웃으려고 숨을 막 쏟아냈다. 몸으로 밀고 들어서 성우가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아 그만 와," 그러고 두 걸음 만에 칸 안에 박혔다. 등 뒤로 문을 닫는 다니엘의 어깨 점 쪽을 성우가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다시 인상을 썼다.

 

"너 시동 걸지 마. 누구 들어오면 우리 뭐 되는 거야."

"토하는 척 하죠 뭐. 등 두들겨주는 척."

 

자료열람실 층의 화장실에서 키스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알기로 여기서 허튼 짓 하는 것도 꼭 둘만도 아니다. 아니 둘이서 허튼 짓 하는 건 유일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제 다니엘은 입술을 붙이고 성우가 가슴을 짚어도 여유롭게 숨을 골랐다. 성우는 가끔 까마득한 처음을 생각했다. 양치한다고 칫솔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가 사람이 많아 아랫층을 들렀고, 입을 헹굴 때 쯤 문을 열고 다니엘이 들어왔고, 와 진짜 사람 없네, 하는 다니엘의 숨이 좀 찼고 성우는 칫솔을 꽉 쥐어야 했다. 칸 안에 숨어들어 좁은 벽을 덜컹거리다가, 옷 소매로 성우의 턱을 닦아주는 다니엘이 손끝을 벌벌 떨면서 아 이거 떨려서 두 번은 못하겠다...” 그랬다. 목소리가 갓 태어난 양처럼 흔들렸었다. 이 안에 문을 걸고 들어오면 그 때 생각이 가장 강렬하게 겹쳤다.

 

"이런 거 재미붙이다 큰일나 너."

", 그래서 짐 내만 재밌다고요?"

 

이마를 붙이고 다니엘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마가 다니엘이 뒤로 쓴 모자 스트랩에 눌렸다. 벽과 몸 사이에 낀 등을 포기하고 성우가 그냥 칸에 편하게 기댔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커서 어깨를 들었다가, 다니엘이 달래줄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뒷통수도 마저 기댄다.

 

"야 니엘아. 너 아직도 커?"

"키요? 갑자기?"

"아니. 키 말구."

"그면요. 이거 설마,"

", 아니야. 혼자 이상하게 해석하지 마."

 

덩치 얘기가 아주 아닌 건 아니었지만, 가끔 다니엘은 주변의 모든 걸 빠르게 배우는 중학생 같았다. 다 빨아들이고 원래 알았던 놈 같이 했다. 키스 한 번에 떨던 손 끝이 거칠 것 없이 뱃속을 파고드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낯선 말버릇이 생겼다. 다니엘이 생각하는 성우의 손을 가져다가 맞닿은 배 사이에 가져다 끼웠다.

 

"그럼요."

"그냥, 너가 너무 빨리... 막 크니까."

"뭐가 크는데요, 몸 얘긴 맞나?"

"아니... 진화? 진화라구 해야 되나?"

"뭔 소리야. 내가 무슨, 디지몬이에요?"

 

성우의 손 끝 밑에서 다니엘의 웃음을 따라 근육이 팽팽하게 당겼다. 하얗고 도톰한 눈두덩이가 끝까지 접히면 성우는 종종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됐다 싶은 마음에 턱을 들고 얼굴을 내밀면 다니엘의 고개가 각도 좋게 기울어졌다. 한계없이 따뜻하고 축축한 입술을 물고 있으면 잡생각이 안 났다. 좁은 화장실 칸을 벗어나 다니엘의 눈길을 전공 책에 뺏기면 그 때부터 속이 허했다. 적어도 몇 백번째, 똑같은 출구로 미로를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오후 수업 내내 진동이 울리는 날이었다. 상단바에 페이스북 댓글 알림이 쌓여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알림창을 한 번 싹 지웠는데도 저녁 먹고 나서 켜니 스크롤이 또 생겨있었다. 성우의 여자친구 유무를 묻는 대나무숲 글이었다. 아예 유명해지니 오히려 글이 올라오는 횟수가 줄었는데, 유독 이번 학기에 빈도가 늘었다. 성우는 그냥 같은 사람이려니 하는 중이었다. 같이 해치운 피자 박스를 다 펼쳐 종이 별로 모아놓은 다니엘이 TV 앞에 앉았다가 갑자기 허리를 펴며 소파에 머리를 박았다.

 

"아 형 짜증난다 진짜."

"?"

 

다니엘이 팔꿈치로 눈을 가리고 누워있었다. 내민 손에 갇힌 핸드폰이 익숙한 화면을 보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다니엘이 수영하듯 다리를 흔들었다. 웃으며 스크롤을 내려보니 몇 댓글에 다니엘이 태그돼있었다. 가장 최근 댓글이 다니엘 것이었다.

 

아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오바잖아요

 

성우가 뉘앙스를 살려 읽어보는 동안 손이 거칠게 돌아갔다. 스크롤을 올려 다시 글을 읽은 다니엘이 상체를 일으켜 앉으면서 고개를 흔들어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

 

"그래두 댓글은 심했다. 지워 빨리."

"형 진짜 얼굴값 하지 마요."

 

인상 쓴 눈 위로 부스스한 앞머리가 늘어진 모양을 성우가 깜박이지도 않고 쳐다봤다.

 

"야 나 이거 누가 올렸는지도 몰라."

 

다니엘이 다시 뒷통수를 소파 등에 박았다. 결국 눈썹이 딱딱해진다.

 

"내가 이사람이랑 밥을 먹은 것두 아니구, 뭐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니고. 짐을 날라준 것도 아닌데."

"...형 지금 그거 그냥 한 말 아니죠."

 

다니엘이 등을 곧게 펴고 앞머리를 다시 정리했다.

 

"내가 누나 특별하게 생각해갖고 도와준 거 아니잖아요. 알면서 그래요 형, 신경쓰는 줄 알았으면 안 그랬다."

"너 내가 신경쓸 줄 진짜 몰랐어?"

", . 왜 우리가 싸워요, 갑자기."

 

고개를 돌리려고 해서 성우의 목소리가 좀 더 또렷해졌다.

 

"너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나한테 하는 것처럼 하잖아."

"아 뭔 소리고. 그럼 나 잡혀가요 진짜."

"맞잖아, 너 맨날 좀만 애교부리면 다 넘어가니까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는데."

"내가 그런게 어딨어요?"

"너 있어. ."

 

손가락질을 하자마자, 다니엘이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반짝였다. 말릴 게 뻔해서 성우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지금요?"

"..."

 

다니엘이 엉덩이로 움직여서 소파 가죽이 직직 밀리는 소리가 났다. 빠르게 팔뚝에 가슴팍이 붙었다.

 

"그면 내 뽀뽀 한 번만요."

"야 너는..."

 

그렇게 얼굴 들이미는 버릇 좀 고치라고 말하기 전에 턱 밑으로 입술이 먼저 들어왔다. 움맘마 소리내며 굴곡진 면을 다 적시는 소리가 또 아주 정색할만한 게 아니라, 성우가 일단 피하려고 어깨를 틀었다.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뒷목을 감아 당기는 손바닥이 축축해서 성우가 눈을 감아줬다. 성우가 꽉 쥔 손을 펴 소파에 문질러 닦았다.

 

"댓글 안 지울래요."

 

콧대끼리 부비며 한다는 소리가 그랬다. 다니엘이 성우의 허리를 당기며 어깨를 밀었다. 힘으로는 대들어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상체를 누워 주니까 금방 무릎 사이를 벌리고 허벅지가 찼다.

 

"너 그럴거면 나와."

"골반이나 가만 두고 말해라."

 

하체가 꽉 눌렸다. 어쩔 수 없이 허리가 들렸다. 다니엘이 은근하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거는 무거우니까 그러는 거지..."

"진짜 안 할거면 한 번만 더 말해요. 근데 내는 하고 싶다."

 

그리고 코 끝이 약하게 깨물렸다. 성우가 눈을 찡그리자 다니엘이 손 끝으로 눈썹을 문질렀다.

 

"답이 너무 정해져 있다구 생각 안 해?"

"형이 싫음 안 하지. 근데 싫냐구요."

"그러면은 나 내일 아침 만들어줘."

"건 기본이고요."

 

몸이 겹쳐지면 무게감 때문에 성우는 초장부터 발 끝에 힘이 들어갔다. 몸 밑에서 따끈한 뭐가 꿈틀거리는 게 다니엘은 좋다고 했다. “좀 폭력적으루 들려.” 꽉 막히는 가슴을 들썩이며 말하는 성우의 갈비뼈를 더듬으며 다니엘이 아주 아닌 건 아니라고 대답했었다. 가끔, 다니엘이 오래 안 귀여울 때, 성우는 웃기려고 아는 농담을 마구 골라 잡았다. 이번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티셔츠 밑단이 뒤집어졌다. 상의가 벗겨지며 눈을 가리는 짧은 순간에 티셔츠 안에서 성우는 익숙한 출구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엔 딱히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은 계절학기가 끝나는 금요일이었다. 아침에 성우는 모자를 쓰는 다니엘의 머리를 손가락 끝에 빙글빙글 감으면서 말을 걸었다. "야아 나 티라미슈 먹구 싶어." 다니엘이 프린트물을 챙기면서 시험 끝나고 먹으러 갈까요? 했다. 목이 많이 잠겨있어서, 성우가 일단 알았다고 대답해놓고 혼자 남은 집에서 이불을 털었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온 다니엘이 침대 위에 뻗어서, 성우는 그냥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술자리에 갔다가 선배의 집으로 2차를 간다는 델 끼었고, 다니엘은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로 깊게 잠들어 있었다.

 

형 늦어요?

 

문자를 받았을 때는 이미 열두시 사십 분, 성우가 형네 집에서 2차 간다는데 못 빠져나왔다고 답장을 한 건 한 시 쯤, 그리고 다시 답장을 확인한 건 한시 반이었다.

 

나 내일 본가 가는데

 

다니엘의 답장을 확인한 성우가 아 왜 미리 말을 안해가지구, 하며 가방끈을 잡는 손길을 다 뿌리치고 나온 게 새벽 두시였다. 택시 타고 집에 도착한 게 두시 이십 분, 침대로 바로 뛰어드는데 가방에 얼굴께를 맞은 다니엘이 잠결에 인상 쓰며 한숨 쉰 게 이십이분. 아아 니엘아. 나 봐봐. 미안함을 담아서 얼굴을 쓰다듬는 손바닥에 다니엘이 다시 한숨을 쏟으며 그랬다.

 

"형은요. 너무 잘생겨서, 가끔 보면 버릇이 나쁜 거 같아요."

"이거 기분 좋으라구 한 말 아니지."

"..."

"야 너무한다."

 

성우는 다니엘의 작은 머리통을 끌어 안고 일단 침대에 누웠다. 좀 쓰다듬고 있으니 다니엘이 괜찮다고 고개를 들어 성우의 볼을 꽉 잡았다. 뭐라고 추궁하려는 눈치라 눈을 꾹 감고 졸린 척을 하다 잠이 든 게 전부였다. 토스트 냄새에 눈 뜨니 다니엘이 망치가방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토스트를 씹고 있었다. 성우 몫이 남아있었다.

 

"나 본가 가요."

"..."

 

그리고 다니엘은 부산에 가서 삼일 내내 연락이 없었다.

퍼질러 자다가 일어나보니 연락이 없어서 도착했냐고 물으려다 단톡방에 다니엘이 남긴 카톡을 봤다. 괘씸해서 밤까지 기다리니까 인스타에 업로드를 했다. 그 때쯤에 성우는 연락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첫날엔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고, 둘째 날엔 엄마랑 데이트를 했고, 밤엔 본가가 창원인 동아리 사람과 만나서 술을 마셨다. 인스타와 단톡방을 조합하면 일정이 딱 그랬다.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었다. 술 깨고 생각해보니 새벽 두시에 들은 다니엘의 발언이 점점 짜증이 나서, 성우는 이틀 정도를 연달아 술을 마셨다. 울렁거리는 속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도어락 열리는 소리에 눈 뜨니 다니엘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다.

 

"."

 

쓰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다니엘이 웃었다. 계속 침대에 누워 있는 성우의 머리맡에 앉아 팔을 뻗었다. 바깥에 있느라 차가운 손이 볼을 문질러서 성우가 고개를 피했다.

 

"나 이번에 집 갔다가 형 보여줄라고 고양이 사진이랑, 내 어릴 때 사진이랑 찍어왔어요."

 

속이 아직 좋지 않았다. 방금 향수를 뿌렸는지 냄새가 심했다.

 

". 너 부산 내려가기 전날에 새벽 두시까지 기다리고 나한테 화냈어."

"에이... 화는 안 냈는데. 그냥 속상했지요."

"그래? 나 삼일 기다렸는데 그럼 화내도 돼?"

"형 화내도 멋있는데, 화내지 마요. 내 무습다."

 

이불을 들추는 손은 떨지도 않았고, 볼을 만지는 손바닥은 바싹 말라있었고, 웃는 얼굴에 너무 거리낌이 없었다. 성우가 마른 침을 삼켰다.

 

"뭐가 무서워. 너 지금 되게 웃어, 니엘아."

 

대답 없는 다니엘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어내며 성우가 일어나 앉았다. 어떤 모양일지 모르는 머리를 대충 손으로 빗으며 성우가 입술을 씹었다. 총체적으로 기분이 나빴다.

 

"나는, 우리가 헤어지는 줄 알았어."

"진심이에요?"

"이게 그럼 농담이게?"

"왜요? 우리가 뭔 문제가 있는데요."

 

성우가 엉덩이를 움직여 좀 멀리 떨어져 앉았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랬다. 잠시 침묵했다. 다니엘이 너무 멀쩡한 얼굴로 앉아 있어서, 눈을 가리고 싶어진 성우가 눈 위를 비볐다.

 

"삼일동안 도착했다 어디 갔다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집 문 따고 들어오는 경우가 어딨어."

"형 내가 설명할 수는 있는데요. 변명 될 거 같다. 그냥, 잘못 한 거 맞는데... 나 갈까요?"

 

골반 옆 침대가 꺼진다. 손바닥으로 짚은 다니엘이 한 손으로 성우의 팔꿈치를 문질렀다. 이불을 들추고 무릎 먼저 넣는다. 다음에 뭘 할 건지 너무 잘 알아서 성우가 물러나며 고개를 뺐다.

 

". 니 몸은 눈치를 볼 줄 몰라?"

"."

 

생각보다 목소리가 더 컸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긁히기까지 했다. 다니엘이 턱 끝을 문지르며 당황한 얼굴을 했다. 이마께를 긁는 손이 잠깐 허공을 방황했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얘기를 안하고 싶은 거면 나 갈게요."

 

그러고도 한참을 쳐다만 봤다. 떠보는 것처럼 각을 재는 눈빛이 싫어서, 성우가 가라고 했다. 다니엘은 한숨을 쉬고 신발을 천천히 신었다. 나가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썼다.

 

형 내가 잘못 생각했다

화내도 괜찮은데 나랑 지금 얘기해요

문만 열어주면 안돼요?

 

이십 분 뒤에 핸드폰으로 도착한 문자가 그랬다. 새 물 뚜껑을 돌려 까고 있던 성우가 현관을 보며 생각했다. 고민을 하면서 물을 마시다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언제부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고. 시험 당한다는 기분이 들어 걸어가서 이중 잠금을 걸었다. 여는 줄 알았는지 바로 문고리가 돌아갔다. 다니엘이 문고리를 흔들었다. 계단에서 다니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내 형 버릇 나쁘다 했죠.”

 

말과 단어 사이의 거리가 이상했다. 리듬이 엉망인 게, 페이스 조절을 하는 목소리였다. 숨소리도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성우가 페트병을 바꿔 들었다. 손이 미끄러웠다.

 

"나 형한테 연락 안해요, 기다리지 말라고 하는 말이다."

 

계단을 밟아 내려가는 소리가 현관문을 뚫고도 들렸다.

성우는 언젠가 끝이 있다면 다니엘이 해준 최후의 음식이 토스트가 될 거라고 당연하게 예상했던 것 같다. 틀린 예측이 됐다. 점심을 배달하러 온 알바생이 문 앞에서 주워 건넨 봉투 안에 티라미슈가 위태롭게 레이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성우는 느물느물한 치즈 층을 긁어먹으며 케찹 폭탄 토스트 맛을 생각했다. 그날 밤에, 옅은 잠마다 다니엘과 키스하는 꿈을 꾸면서, 성우는 조금 울었다. 밤새 그간의 키스를 되새기는 꿈을 꾸는 건 연애가 끝날 때마다 나타나는 징조였다. 성우의 몸은 이미 다니엘과 헤어졌다고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개강 3주 전의 일이었다.

 

 

 

 

 

 

 

정모 3분 전 까지도 다니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엠티 사진에는 있었는데. 성우는 동방에 자리 잡고 앉은 이후로 왜 엠티에 못 왔냐는 질문을 다섯 번 정도 받았다. 다니엘이 없으니 변명이랑 그 다음의 농담까지 술술 나왔다. 그 다음 질문은 "다니엘은?" 이었다. 오고 있겠죠, 하면서도 쓸데없이 잡담 나눌 시간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장이 늦는 바람에 딱 시간 맞춰 온 다니엘과 마주 앉아 시간을 때우게 됐다. 다니엘은 작정했는지 예쁜 옷을 휘감고 있는 채였다. 성우는 아침에 토스트를 먹겠다고, 늦지도 않았는데 후드티를 껴입은 차림이었다.

 

"야 옷 예쁘다."

 

다니엘의 오른쪽에 앉은 형이 겉에 입은 자켓을 들추며 말을 걸었다.

 

"어제 샀으요. 이거 안에 꺼도."

 

프린팅된 부분을 보여준다고 안에 입은 티셔츠를 덜렁덜렁 들 때마다 밑단이 펄럭거렸다. 성우는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밑단이 들릴 때마다 향수 냄새가 코 앞에 어른거렸다.

 

"케이스 귀엽다."

 

다니엘이 테이블 위에 엎어놓은 휴대폰을 형이 같이 들었다.

 

"이것도 어제 왔다. 내가 스트레스 받으니까 뭘 자꾸 사더라고요."

"어제 택배 세 개 뜯었잖아요."

"그니까. 이제 안 살라고."

"못 끊을 거 같은데. 어제 오빠 완전 행복한 표정이었어요."

 

성우의 옆에 앉은 여자 후배가 다니엘의 휴대폰을 건네 받아 케이스를 돌려 보면서 그랬다. 성우는 그게 옆에 앉은 사람의 손에 돌아가서야 봤다. 케찹이 크게 그려진 주변에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좀 요란했다. 솔직하게 성우가 보기에 케이스는 평소에 다니엘이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근데 너무 케찹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토스트도 무슨, 나는 식빵 케찹 조림인 줄."

"그게 황금비율이라니까. 니 솔직히 맛있었제."

"맛은 인정하는데..."

 

성우의 손에서 핸드폰이 밑으로 빠져 테이블 위의 유리를 둔탁하게 쳤다. 주변에 앉은 사람이 다 놀라 성우의 핸드폰을 내려다 보는 동안,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옆에 앉은 후배에게, 너 얘가 해준 토스트 먹어봤어? 그렇게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동방 안의 모든 사람이 성우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야 핸드폰 안 깨졌어?"

 

멀리서 손이 뻗쳐와 성우의 핸드폰을 뒤집었다.

 

"야 야, 얘 지가 떨어뜨려놓고 지가 놀랬어."

"안 깨졌어 성우야. 울지 마."

 

표정이 잘 안 보이는 반대쪽 끝에서부터 웃음이 터졌다. 느끼기에도 표정 관리가 안 돼서 성우가 후드를 뒤집어썼다. "야 옹성우 진짜 놀랬나봐." 왼쪽 모서리에 앉은 형이 성우가 쓴 후드 위를 쓰다듬었다. 눈 앞이 젖었다. 성우가 코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방 문을 열고 나와서야 핸드폰을 안 챙겼다는 게 떠올랐다. 그대로 나가는 건 어차피 오바라서, 발발 떨리는 손부터 씻을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타일을 밟자마자 동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면대에 서서 물 먼저 틀었다. 뒤이어 들어온 다니엘이 자켓 자락이 날리게 큰 걸음으로 칸 사이를 헤집고 문을 다 열어본다. 텅텅 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컸다. 떨어지는 물 밑으로 성우가 손바닥을 끼워넣었다. 손이 아직 떨리는 중이었다.

 

"왜요."

"왜요?"

 

칸을 다 확인한 다니엘이 칸 앞에 삐딱하게 서있었다.

 

"그런 표정 해놓고 할 말 없다 할 거 아니죠."

"그럼 끝나고 남아."

"한달 기다렸는데 뭘 또 기다리라 하는데."

"무슨 욕 먹을 걸 그렇게 기다려?"

 

더운지 티셔츠 밑단을 펄럭이는 다니엘이 고개를 젖혔다.

 

"욕이요?"

"내가 너, 밝히는 거는 알았는데..."

 

성우가 눈 밑을 떨었다. 다니엘이 짜증나서 인상을 썼다가, 멀리 떨어진 얼굴을 잘 보려고 다시 인상을 썼다.

 

"니가 토스트를 언제 하는지 내가 몰라?"

"."

"그걸 그렇게 막 자랑스럽게 말해? 상도덕이 없어?"

 

아 형 목소리가 너무 크다, , 다니엘이 입을 막으려고 다가왔다가 눈물이 나는 얼굴을 끌어안았다. 옆구리에 주먹을 꽂으니 다니엘이 팔까지 둘러 안았다. 성우가 몸을 쓸 수 없어 턱을 어깨에 박았다. 아야, , 다니엘이 숨을 고르면서 성우를 세면대 옆 벽에다 몰았다. "아 형 일단 진짜 조용히 해야돼요, 다 들린다 진짜로." 하라는대로 입은 다물고, 성우가 떨어지라는 의미로 다니엘의 자켓을 잡아 뜯었다. 여의치 않아서 티셔츠를 잡아당겼다. 뒷목이 찡긴다며 인상을 쓰고 오히려 배를 붙여오던 다니엘이, 목이 죽 늘어나는 티셔츠 대신 성우의 손목을 쓰다듬었다.

 

"아 형. 진짜. 나 좀 기분 나쁠라 한다."

"이거 진짜 개새끼네..."

"형 진짜 말 생각하고 해요. 내를 뭐 어떻게 보는건데. 엠티 때 왜 안 왔는데요. 내가 형 토스트 해줄라고 집에서 지퍼백에 설탕도 챙기갔다."

 

팽팽하게 당기던 뒷목이 느슨해진다. 성우가 입을 다시 다물었다.

 

"내가 새벽마다 막, 암꺼나 사제껴갖고, 이제 새 옷 살 돈도 없어요. 형 진짜..."

"..."

"어이가 없다. 형은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지? 내 진짜 화가 날라 해요."

 

수습할 자신이 없어서, 성우가 손가락을 꾸물거려 티셔츠 안을 더듬었다.

 

"형은 어떻게 내를 의심을 하는데."

 

성우가 이번엔 손가락을 바지 속으로 미끄러뜨렸다. 다니엘이 손목을 뽑아내면서 미쳤냐고 물었다.

 

"나 내일 토스트 먹을래."

", 미워가지고 가둬놓고 평생 토스트만 먹일란다."

 

성우가 다니엘의 새 자켓에 눈가를 문질러 닦았다. 코 푸는 시늉을 해도 다니엘이 어깨 한 번 뒤척이지 않았다. 삼 주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벌써 기억이 잘 안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