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월간녤옹

 

 

 

 

 

착각에 오해를 더하면

러페

 

 

 

 

 

 

 

 

 

 

 

 

1.

 

힐끔, 힐끔

 

 

 

저 새끼는 왜 자꾸 돌아보는 거야.‘

 

 

 

다니엘의 미간이 구겨졌다. ''라는 의문사를 덧붙였지만 저 시선의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알지만 별로였다. 아니까 불쾌했다. 남자새끼가 노골적으로 보내오는 호감의 시선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로 성별을 가르는 건 고리타분한 사고라고 놀려대던 재환의 말이 떠올랐다. 요즘은 그저 알파와 오메가, 베타로만 나뉘어 사랑을 하는 시대니까. 허나 다니엘은 남자는 별로였다.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비난한다거나 더럽다고 생각한다거나 그런 쪽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취향이 여자였을 뿐. 네 취향이 존중받아야 하듯 내 취향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거 아니냐는 그냥 그정도의 생각. 굳이 왜? 다니엘은 여자가 많아서 다 못 만나는 거지 없어서 못 만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굴곡지고, 포근하고, 귀엽고, 쪼매나고, 좋은 향도 나는 오메가 여자가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왜?

 

 

 

성우의 끈덕진 시선에 짜증이 밀려 올 때면 쳐다보지 말라고 욕이라도 해줄까? 고민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치만 다니엘은 참아냈다. 1g의 관심도 주고 싶지 않아서가 그 이유였다. 말도 섞기 싫어서. 지도 사람인데 계속 무시하면 알아서 접겠지.

 

 

그건 다니엘이 옹성우를 잘 몰라서 하는 착각이었다.

 

 

 

 

 

 

 

 

 

 

2.

 

, 쟤 너 또 쳐다본다?”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한창 축구를 하던 중이었는데 재환이 다가와 다니엘의 어깨를 툭 쳤다. 가리킨 손가락 끝이 3층 교실 한 곳을 향했다. 다니엘은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다. 뻔하니까. 김재환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이 누굴 향해있는지 안 봐도, 안 물어도 뻔하고 뻔했다. 지겨운 새끼.

 

 

 

 

축구나 해.”

 

 

 

 

다니엘이 무시하고 다시 운동장을 달리려는데 재환이 이번엔 다니엘의 팔을 붙잡아 흔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야야. 쟤 이제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안 피한다니까. 옹성우, 쟤도 안 그러더니 점점 뻔뻔해지네.”

 

 

 

저 새끼는 처음부터 뻔뻔했어. 재환의 호들갑에 다니엘이 한숨을 내쉬고는 허리에 팔을 올리고 땀이 흐르는 머리카락을 한 번 탁, 털어낸 후에 3층 교실을 올려다봤다. 순식간에 까만 밤톨 하나가 아래로 쑥- 사라진다. 사라지는 밤톨을 보자 다니엘은 헛웃음이 나왔다. 새끼, 진짜...

 

옹성우는 언제나 그랬다. 시선으로 언제나 다니엘의 꽁무니를 쫓으면서도 마주치면 도망갔다. 남자 새끼가 아주 얼굴 가득 수줍음을 드러내며 제 몸을 숨기는 꼴이 다니엘은 퍽 우스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니엘에게 옹성우가 우스운 새끼는 아니었다. 입학식 날 1학년 대표로 단상에 올라와 인사말을 읊던 옹성우는 꽤나 흥미로운 인간이었다. 1학년 대표라는 건 입학 성적이 1등이라는 얘기였고 그 성적에 저 얼굴은 좀 반칙이었다. 바짝 자른 짧은 머리카락은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았다. 밤톨같이 맨질 맨질해 보이는 머리카락 아래로 눈, , 입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생긴 것이 없었다. 장인이 온 정성을 쏟아 만든 조각상처럼 참 반듯하게 생겼다. 얼굴도 얼굴인데, 자세는 또 얼마나 꼿꼿하시던지 '기품'이 흐른다는 표현은 저런 애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한 게 참 듣기 좋았다. 끝을 살짝 뭉개며 발음하는 것도 의외로 어울렸다. 10분 정도의 인사말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다니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었다. 강당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딴짓, 딴소리를 하지 않고 옹성우에게 집중했다. 사람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옹성우에게 있었다.

 

 

다니엘도 그저 다른 이들처럼 그런 성우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강당 구석구석에 시선을 고르게 나눠 보내며 말을 이어나가던 성우의 시선이 찰나에 다니엘과 부딪쳤다. 마지막 인사말을 하던 성우가 순간 움찔하더니 말을 멈췄다. 10초간의 정적이 이어지는 동안 성우는 얼어붙은 것처럼 다니엘과 마주한 시선을 피하지 못 했다. 뭘 봐? 내 얼굴에 뭐 묻었나? 다니엘이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살피려는 듯 볼을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내렸다를 몇 차례 반복하자 성우가 다른 곳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아무일 없었다는 듯 멘트를 마무리 했다.

 

 

 

 

 

 

 

 

 

 

 

 

3.

 

1학년 1, 다니엘과 성우는 같은 반이었다. 담임은 당연하다는 듯이 성우를 반장으로 지명했고 이의있는 사람은 없었다. 반장이 누구든 저와 상관없는 일인 다니엘은 담임이 교실을 나가자 앞자리 재환과 이런저런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내가 봤는데 1학년에 누구가 예쁘더라, 아니다 2학년 선배가 더 예쁘더라. 3학년 중에는 누구 없나? 다니엘과 재환, 17살의 남자애들은 한창 그런 거에만 관심 있을 나이였다.

 

 

 

 

사람들의 형질은 대부분 사춘기를 기점으로 발현되었다. 시기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고등학생쯤 되면 다들 제 형질을 알고 있었다. 다니엘은 알파였다. 그리고 옹성우는... 옹성우는...

 

 

 

 

"! 옹성우! 너 왜그래???!!!"

 

 

 

 

우당탕, 책상들이 부딪쳐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성우가 바닥으로 쓰려져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고 다니엘과 재환 역시 대화를 멈추고 몸을 일으켜 바닥을 뒹구는 성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기품'이 흐르던 꼿꼿한 몸이 새우처럼 둥글게 말리며 퍼덕거렸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쟤 발현하나봐!!!"

 

 

 

 

순간 누군가가 던진 한 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알파인 몇몇 아이들이 자동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다니엘 역시 코를 막았다. 알파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옹성우 저거 알파네.

 

17, 성우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알파로 발현하는 중이었다.

 

 

부반장이자 베타인 민현이가 그런 성우를 서둘러 들쳐 업고 양호실로 달렸다. 성우는 사라졌지만 교실 한가득 성우의 향이 진동했다. 알파들이고 오메가들이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왕자왕 거리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성우의 향은 알파에게는 역했고, 오메가에게는 자극적이었다.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향이 이 정도라면 알파도 그냥 알파가 아니라 우성 알파인 게 확실했다. 다니엘 역시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고 베타인 친구들이 향을 중화시키는 스프레이를 교실 가득 뿌려대고 나서야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우는 그날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어서도 교실로 돌아오지 못 했다. - 발현, 그거 존나 힘들지. 나도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만 해도 짜증이 솟구치는데 우성이면 더 하겠네. 그저 같은 걸 겪어 본 자로써의 작은 공감. 다니엘은 비어있는 성우의 자리를 힐끔 쳐다보고 재환과 교실을 나섰다.

 

 

 

 

다음날, 그리고 다음날이 지나 3일째가 되어서야 등교를 한 성우는 그새 살이 빠진건지 조금 수척해보였다. 친구들은 저마다 안부 인사를 건냈고 성우는 그저 힘없이 웃었다.

 

 

 

 

 

힐끔

 

 

재환과 수다를 떨던 다니엘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 고개를 돌렸다. 다니엘의 시선 끝에 있는 건 성우였는데, 성우는 뒷자리의 민현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잘못 느꼈나? 생각하며 고개를 까닥, 한 번 움직이고는 다시 재환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4.

 

성우가 교실 안에서 발현 했다는 소문은 이미 1학년뿐 아니라 학교 전체를 뒤흔든 이슈거리였다. 교내에서 성우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잘생겼어 공부 잘해 들어보니 집도 잘 살아 게다가 우성 알파라니. 신이 작심하고 옹성우에게 모든 걸 몰빵하신 게 틀림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걸작 하나 만들어보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지 않고서야 옹성우는 여러 면에서 반칙이었다.

 

 

성우의 주가가 치솟던 말든, 입학식 날 성우를 향했던 다니엘의 호기심은 이미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다니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다니엘은 알파랑은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알파는 이러이러하다. 오메가는 이러이러하다. 베타는 이러이러하다. 혈액형 논리 같은 속설이 존재 하는 건 아니었지만 다니엘은 그저 알파는 별로였다. 동물적 본능이었다. 알파가 알파랑 친하게 지내서 뭐하게. 그래서 얻을 게 뭐라고, 형질에서 피라미드 상위권에 있는 알파들끼리 다 적이지 뭐. 다니엘은 알파라면 그게 여자여도 별로였으니 남자는 더 별로였다. 그러니 이제 옹성우도 다니엘에게 좀 별로인 게 당연했다.

 

 

 

 

 

별로라고 생각한 우성 알파 옹성우. 다니엘의 관심에서 멀어진 옹성우.

 

 

그런 성우가 자신을 쳐다본다. 몇 번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성우가 뒷자리에 앉은 민현과 대화를 하기 위해 돌아보다보니 어쩌다 자신을 향해 시선이 지나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여야만 했다. 재환이 자신에게 야. 옹성우가 너 자꾸 쳐다봐. 하고 말하기 전까지는 혼자 하는 착각이라 생각했다. 그게 확신으로 굳어진 건 다니엘이 작심하고 성우의 뒤통수를 쳐다본 날이었다. 저 밤톨같은 뒤통수를 뚫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한교시 내내 다니엘이 성우를 쳐다봤다. 얼마나 힐끔거릴지 한번 보자. 내 착각이면 혼자 마음속으로 사과할게. 하는 다짐을 하며 눈 깜빡거리는 순간마저 아끼면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힐끔, 힐끔

 

 

 

 

50분의 수업시간 동안 성우는 뒤를 돌아보다 다니엘과 시선이 부딪칠 때면 귀 끝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잠시 뒤 또 뒤를 돌아보고 또 귀 끝을 붉혔다. 나중에는 목 뒤도 붉어져서 쟤 저러다가 불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게 10번도 넘게 뒤를 돌아 저를 보며 얼굴을 붉히는 성우를 보고 다니엘은 착각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씨발저 새끼 미쳤네. 진짜냐... 대체 왜 나를?

 

 

 

 

반장인 탓에 다니엘에게 숙제 노트를 걷거나 담임의 말을 전하거나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성우는 손을 바르르 떨었다. 동공은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연신 번잡하게 움직였고 카랑-카랑- 발성 좋은 목소리는 어디가고 수줍어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다니엘은 남자에게 받는 이러한 애정이 담긴 호감이 처음은 아니었다. 알파로 발현한 뒤로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때마다 다니엘은 욕설 섞인 험한 말로 그들을 걷어찼다. 자존심을 아주 바닥까지 뭉개주면 그들은 혀를 내두르며 도망갔다. 딱히 미안하진 않았다. 어차피 마음 줄거 아니면 단칼에 상대 마음을 끊어주는게 더 매너있는거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옹성우한테는 통하지가 않았다.

 

 

일단은 고백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대를 걷어차는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었다. 성우는 누가봐도 다니엘을 좋아하는 티를 내면서도 고백을 하거나 직접적인 어떠한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그치만 그 마음이 숨겨지지 않는 것인지 성우의 맘속에서 자꾸만 넘쳐 흘러나와서 누가봐도 다니엘을 좋아하는 티가 났다. 이제는 학교 친구들 입에 빈번히 오르내릴 정도였다. 암묵적으로 강다니엘은 옹성우꺼라는 딱지가 붙어서 다니엘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대가 옹성우인데, 내가 어떻게 이겨. 이런 마인드인 걸까. 알파와 우성알파의 조합인데도 왜인지 제3자들은 아.. 쟤네 둘이면 그럴 수도 있어. 오케이, 응원할게!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씨발.. 내 취향은 아주 개똥으로 아는구나. 누구 마음대로 응원이야, 응원이.

 

 

 

 

다니엘은 성우처럼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몸을 잘 썼다. 춤이며 운동이며 몸으로 하는 건 다 자신있었다. 다니엘은 타고나길 팔과 다리가 키에 비해서 길었고, 춤과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얼굴의 조화가 누구나 한 번씩쯤은 쳐다볼 정도였다. 성우가 조각처럼 반듯하게 생긴 미남이라면 다니엘은 동글동글 귀염상의 미남이었다. 다부진 몸과는 대조적인 얼굴 모양새가 다니엘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고, 다니엘은 제 매력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잘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큰 덩치와는 맞지 않게 강아지마냥 수더분하게 웃으면 잔뜩 휘어진 눈매로 뿜어대는 눈웃음에 넘어오지 않은 상대가 없었다. 그런 제 매력이 알파와 우성알파의 조합마저 납득시킬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원래대로라면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환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야 하는 거였다. 오메가가 아닌 베타여도 상관없었다. 이 여자도 만나고 저 여자도 만나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다니면 받게 될 관심에 관해 상상도 했었다. 근데.. 옹성우 저 새끼 때문에 다 망했다. 처음 1달간은 옹성우의 주가가 너무 높아서 그랬다고 쳐도.. 그 뒤로도 아무도... 아무도... 주위에 오지 않았다. 강다니엘은 옹성우꺼. 그렇게 소문낸 새끼 진짜 잡히면 죽여버릴거야. 도대체 누구 맘대로?

 

 

다니엘은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무시하자. 무시가 답이다.

 

 

 

 

 

분명 무시가 답인데, 그리고 철저하게 무시를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옹성우의 시선은 지금처럼 여전히 다니엘을 따라다녔다. 다니엘이 입고 있던 체육복을 들어올려 얼굴에 맺힌 땀을 닦고는 자신의 팔을 잡은 재환의 몸을 밀어냈다.

 

 

 

 

"더워 새꺄-"

 

 

 

 

사라진 까만 밤톨머리가 마치 눈앞에서 일렁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씨발...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얼굴을 구긴 다니엘이 다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굴러가는 공을 향해 달렸다.

 

 

 

 

 

 

 

 

 

 

 

 

 

 

 

 

 

 

5.

 

그래도 그럭저럭 잘 버텼다. 버틴다는 표현이 좀 거슬리지만 이정도 참았으면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로 잘버텼다. 애초에 다니엘과 성우는 노는 무리가 달랐고, 같은 반이여도 엮이지 않으려고 마음먹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여전히 성우는 다니엘을 힐끔 힐끔, 몰래 쳐다봤지만 다니엘은 이제 그 시선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우습게도 확실히 그 시선이 예전만큼 불쾌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성우가 10번을 쳐다보면 그 시선이 싫어 10번다 마주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요즘은 10번 쳐다보면 3-4번 정도만 시선을 부딪치며 불쾌함을 드러낸다. 사람이 익숙해진다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다니엘은 가끔씩 그런 자신에게 짜증이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솔직히 옹성우가 오메가라면 그동안 제 삶에 없었던 예외를 만들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다. 그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가능하게 하는건 전부 저 얼굴 탓이었다. 다니엘이 아는 어떤 예쁜 여자 오메가를 가져다 붙여도 옹성우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었다. 그건 인정. 아름답다는 표현이 옹성우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옹성우는 잘생겼으면서 예뻤고 거기에 더해지는 특유의 묘한 기품있는 분위기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근데 알파잖아. 것도 저보다 잘난 우성 알파. 씨발, 알파끼리 뭐 어쩌자고!!! 침대에 누워 성우에 대해 생각하던 다니엘이 몸서리를 치며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최근들어 제대로 된 오메가 향도 맡아 보지 못한 다니엘은 쌓이는 청춘의 감정을 스스로 해결 해야했다. 미성년자인 알파와 오메가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약을 주기적으로 먹기 때문에 히트사이클이나 러트가 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또래 남자애들이 느끼는 성욕은 존재했다. 다니엘은 자주가는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링크되어 있는 동영상 몇 개를 생각없이 내려받았다. 그리고 생각없이 그 중 하나를 재생시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앞부분은 좀 지루한 거 같아 재생바를 조절에 절정부분을 찾아 이리저리 옮기다가 여배우의 쇄골부분이 클로즈업되어 있는 장면부터 다시 재생을 시작했다. 여배우의 쇄골부분에 새겨진 붉은 키스마크가 꽤나 자극적이었다. 하얀 피부에 새겨진 대조적인 붉은 색상이 강렬해서 다니엘의 감각이 날카롭게 살아나고 있었다. 조금 뒤 카메라의 시선이 쇄골에서 천천히 위로 훑으며 올라가 여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됬는데, 볼 옆에 어디서 본 것 같은 삼각형 모양의 점이 있었다. 어디서 봤지? 예쁘네. ... 어디서 봤는데...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다니엘은 그 삼각형 모양의 점을 어디서 본 건지 떠올리려 애썼다. 그리고 끝을 향해 달리던 바쁜 걸음이 피니쉬라인안에 거의 도착했을때쯤 점의 출처와 그 얼굴의 주인이 떠오른 다니엘은 순간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씨발... 다니엘은 결국 옹성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니쉬라인 안으로 들어섰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말도 안 돼. 거기서 그 새끼가 왜 떠올라!!!!!

 

 

다니엘은 침대로 뛰어들어 난리법석을 치기 시작했다. 꽉 쥔 주먹으로 침대 매트리스가 꺼져 내릴 듯이 두들겨 댔다. 말도 안 된다고!!! 나 옹성우 생각한거 아냐!!! 그냥, 그 점이... !!! 아 몰라 아니라고!!!!!!! 아니야!!!!!!! 소리 내지 못하는 비명이 다니엘의 입 안에서 사라졌다.

 

 

 

 

 

다니엘이 본 여배우 얼굴의 삼각형 모양의 점은 사실 오랫동안 닦지 않았던 컴퓨터 얼룩이 만들어 낸 착시현상이었다는 걸... 깨달은 건 정말 한참 뒤의 일이었다.

 

 

 

 

 

 

 

 

 

 

 

 

 

6.

 

다니엘은 거의 잠을 자지 못 했다. 결정적인 타이밍에 옹성우를 떠올린 자신 때문에 밤새 이불 킥을 하다가 간신히 선잠에 들었는데, 하필이면 꿈에 성우가 나왔다. 상의를 입지 않은 성우가 있었다. 동영상 속 여배우처럼 클로즈업된 성우의 쇄골 옆에는 붉은 자국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카메라 시선이 쇄골에서 목을 따라 올라가다가 곧 성우의 별자리점을 클로즈업했고 한 단계 더 올라가니 성우의 새까만 눈동자가 클로즈업됐다.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듯 한 눈동자가 다니엘을 집어삼킬 것처럼 반짝였다. 성우가 천천히 눈을 감으니 숱이 빽빽한 속눈썹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빽빽한 속눈썹 아래로 한 줄기의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다니엘을 강타한 결정타는 성우가 내뱉은 '다니엘...' 제 이름 세글자였다. 다니엘은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몸을 비틀며 침대에서 튀어 올랐다. 몽정. 결국 다니엘은 꿈에서마저 성우를 떠올리며 일을 치르고 말았다. 몰래 화장실 세면대에서 자신의 속옷을 벅벅 문지르며 다니엘은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왜!!!!! 난 남자 싫다고!!! 알파 싫다고!!!! 나는 오메가가 좋다고!!!!!!! 으악!!! 미쳤냐고!!!! 너무 크게 소리를 치는 바람에 주무시던 엄마가 정신 나간 놈이 달밤에 뭐하는거냐며 화장실 문을 여러 번 두드리시고 나서야 다니엘은 입을 다물었다.

 

 

 

다음날 다니엘은 등교하자마자 들려오는 재잘거리는 성우의 목소리에 시선이 움직였다. 헤살하게 웃으며 민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성우를 보자 불끈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그렇게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서 그래. 네가 그렇게 나 좋아하는 티를 내니까 그런거잖아!! 다 너때문이야.. 다다다다다!! 난 잘못 없어. 내 탓 아니라구.!!!

 

 

고작 17, 다니엘은 자신의 어젯밤과 오늘 새벽의 일이 전부 옹성우 탓이라고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17년간 살아 온 내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이니까. 알파는 싫다 외쳐대던 싸나이 강다니엘이 한 입으로 두 말할 순 없잖아. 그러니까.. 이건 내가 문제있는게 아니라 전부 다 옹성우 탓인게 틀림없었다.

 

 

 

하하호호 웃어대는 옹성우와 황민현을 서슬퍼렇게 노려보고는 제 책상 위로 가방을 집어 던졌다. 반겨주는 재환의 인사마저 무시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책상 위로 파묻었다. 아무래도 누군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안된다면 밖에서 만나면 되잖아.

 

 

 

 

".. 김재환."

 

"."

 

"소개팅하자."

 

"갑자기 웬 소개팅? 하자고 할 때는 그리 튕겨대더니. 진짜?"

 

". 가능한 빨리.. 오메가든 베타든 상관없어. 알파만 아니면 돼."

 

"으음... 일단 오케. 연락 돌려볼게."

 

 

 

 

알았며 재환이 핸드폰을 뒤적뒤적하는 동안 다니엘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여전히 민현과 싱글벙글 웃고 있는 성우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힐끔, 언제나 그렇듯 성우가 다니엘을 쳐다보고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혔다. 순간 처음으로 성우보다 먼저 다니엘이 시선을 회피했다.

 

 

다니엘이 먼저 시선을 회피하자 두 사람 모두 놀라고 말았다. 성우가 쳐다보면 다니엘은 어딘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우를 응시하곤 했다. 뭘 봐? 계속 볼 거야?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그러면 제 발 저린 성우가 먼저 시선을 돌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굴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먼저 시선을 피해버리는 다니엘이 낯설었다. 다니엘은 다니엘 나름대로 어이가 없었다. 내가 왜.. 내가 왜 먼저 도망쳐. 내가 왜!! 다니엘은 지금보다 더 철저히 옹성우를 무시하고 하루 빨리 소개팅이 성사돼 '여자'친구를 만들고 말겠다 다짐했다.

 

 

 

 

 

 

 

 

 

 

 

 

 

 

7.

 

신이시여, 제 발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성우를 철저히 무시 하겠다 굳게 먹은 다짐이 오히려 역효과였을까. 성우가 또 다니엘의 꿈에 나왔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밤, 다니엘의 꿈 속 성우는 더 자극적이었다. 누가 다니엘의 꿈속에 특수효과라도 마구 추가한 건지 상의를 입지 않은 성우의 주변이 뿌연 안개가 깔린 듯 촉촉해서 어제와 같은 장면이었지만 더 야하게 느껴졌다. 그 입에서 새어나오는 제 이름 석자마저 물기를 가득 머금어 꿈속인데도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

 

 

이건 악몽이야.

 

 

침대에서 일어난 다니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2단으로 맞춰 틀어놓은 선풍기가 무색하게 온 몸이 땀으로 축축했다. 이건 정말 악몽이다. 다니엘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다시금 제 속옷을 신경질적으로 문지르며 그리 생각했다. 어제처럼 소리를 쳤다간 엄마에게서 날아 올 욕이 걱정돼 오늘의 비명은 모조리 입 안으로 삼켜졌다. 대신 강하게 힘주어 물은 아랫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예요. ?!! 나 이정도면 착하게 살지 않았어요???!!! 왜왜!!!! ...

 

믿지도 않는 온갖 신들의 이름을 대며 다니엘은 빌었다. 제발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나한테 왜 이래요 진짜...

 

 

 

 

하지만 그 어떤 신들도 다니엘의 간절한 바람 따위는 이루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려 그 뒤로도 5일간이나 더 다니엘은 꿈속에서 성우를 만났다.

 

 

 

 

 

 

꼬박 일주일이다. 꿈에 성우가 나오는 게, 여전히 성우는 상의를 벗은 차림이었는데 하루하루 몸짓이 요염해져갔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 따위 알지 못 했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성우는 여전히 단정하고 기품 넘치는 범생이 같은 얼굴이거나 아니면 제 시선을 피해 후다닥 난리법석을 떠는 작은 소동물같은 얼굴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야시시한 옹성우 따위 난 모른다고...

 

그치만 실제로는 한 번도 보지 못 했을 야시시한 옹성우가 다니엘의 꿈속에 매일 나왔고, 다니엘은 마침내 그 야시시한 옹성우 에게 입을 맞춰 버렸다. 순간 놀란 탓에 어찌나 심하게 몸을 펄떡인 건지 다니엘은 침대 아래로 꼬구라져 버렸다.

 

... 이제 슬슬 미친 건 자신이 아닐까싶어졌다. 네가 변태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자인 우성 알파, 옹성우가 말이 되냐고!! , 그래...그래... 러트가 오는 건가봐, 나 그래서 이렇게 아무한테나 이러는거야? 사실 그게 아니란 답은 다니엘 스스로가 더 잘 알았다. 꼬박 꼬박 챙겨먹는 약 탓에 러트는 올리 없었고, 러트가 꿈속에서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형태로 올리도 없었다. 하물며 몽정의 대상 역시 아무나가 아니라 다니엘 생에 옹성우, 단 한 명뿐이었다.

 

 

씨발.. 그 야동은 괜히 봐가지고... 다 그 야동 탓이야..!!! 분노의 대상은 어느새 성우에서 다니엘, 다음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야동으로까지 넘어가 버렸다.

 

 

 

 

 

 

 

 

 

 

 

 

8.

 

첫 눈에 다니엘에게 반하고 나서부터 앞에서는 은근슬쩍, 뒤에서는 노골적으로 성우가 다니엘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강다니엘은 옹성우꺼. 소문의 근원지 역시 성우였다. 뒤로 모은 정보로 다니엘이 알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오메가도 여성형만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딱히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나는 여자도 아니고 오메가도 아니고 남자인 알파니까. 그냥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마음. 그게 다니엘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 본다고 닳는 건 아니잖아. 소문을 그렇게 낸다고 해서 네가 정말 내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 이기적인 마음이란 걸 알면서도 성우는 제 마음을 다스릴 수 없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아무리 단정해보여도 아무리 어른스러워보여도 성우 역시 고작 17살의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성우는 매일매일 다니엘을 쳐다봤으니까 그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건지 다크서클이 점점 길게 내려온다 싶더니 하얗고 말랑말랑해보이던 피부가 조금 푸석하게 느껴졌다. 눈의 흰자는 언제부터인가 점점 충혈된 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평소보다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웠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게다가 결정적으로 저를 보는 표정의 변화가 가장 이상했다. 저와 눈이 마주치면 어딘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보곤 했는데 그래서 그때마다 따끔, 가슴을 쑤시게 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다니엘의 눈동자에 불쾌하다는 말 이상의 것이 담겨있었다. 그걸 뭐라고 딱 정의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분명 불쾌함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쳐다보는 건 내가 먼저였는데, 요즘 들어 순간순간 다니엘이 먼저 날 쳐다본다. 그때 눈이 마주치면 당황스러워 하며 시선을 돌리는 다니엘이 있었다. 도대체 왜?

 

 

 

이상하다. 다니엘이 이상해. 정말 이상하다.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민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내 앞에 똑바로 마주하고 서서 노려보는 다니엘이 정말 이상하다.

 

 

 

 

 

 

 

 

 

 

 

 

9.

 

일주일쯤 되니 다니엘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옹성우랑 결판을 짓자. 그게 머릿속에서 나온 최선이었다. 어중간하게 옹성우가 제 주위를 맴도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거라고... 꿈속에서 성우에게 입을 맞춘 뒤, 잠을 더 심하게 설쳐 평소보다 짙어진 다크써클이 드리운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땅이 꺼져라 숨을 푹 내쉬었다.

 

 

 

 

학교로 향하는 다니엘의 발걸음은 비장미마저 느껴졌다. 그런 다니엘을 발견한 재환이 어깨동무를 하며 너 어디 전쟁 나가냐? 왤케 비장해? 하는 농담을 던졌지만 다니엘은 웃지 못했다. , 나 오늘 전쟁 나가. 내가 죽든 옹성우가 죽든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 재환이가 이해하지 못 할 소리를 던지며 다니엘은 가던 걸음에 더욱 힘을 주었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성우의 자리를 살피는데 보이지 않았다. 수업종이 치고 나서야 아슬아슬 교실에 들어 온 성우는 그날따라 쉬는 시간만 되면 바쁘게 움직였다. 다니엘은 제가 먹은 마음을 성우가 알고 피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자꾸만 어긋나니 아침보다 오히려 더 투지가 끌어 올랐다.

 

 

4교시를 끝내는 종이 울리고 성우와 민현이 나가는 걸 지켜보던 다니엘이 걸음을 바삐 움직여 교실을 빠져나가는 성우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 당기는 손길이 거칠고 갑작스러웠던 탓에 잠겨있던 성우의 교복 셔츠 단추 두 개가 뜯어져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떨어진 단추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다니엘이 미안하다며 잡은 손을 놓아주려는데 뜯어진 교복 셔츠 사이로 보이는 성우의 쇄골 부근에 빨간 자국이 있었다. 붙잡았던 어깨에서 손을 뗀 다니엘이 성우의 벌어진 교복 셔츠자락을 손에 감싸 쥐었다.

 

 

 

 

"너 이거 뭐야? 너 여기 왜 빨개?!!! 이 빨간 자국 뭐야!"

 

"???? 어디???"

 

 

 

 

성우는 갑작스러운 지금 이 상황에 조금 머리가 얼떨떨했다. 다니엘에게 붙잡혀 더욱 벌어진 자신의 셔츠 안을 쳐다보고는 다니엘이 말하는 빨간 자국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 이거 그냥 벌레 물린거야. 간지러워서 긁었더니 좀 빨개졌네..."

 

"......"

 

 

 

 

지켜보던 민현과 재환이 일단 손은 좀 놓자며 둘 사이를 갈라 떼어 놓았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벌어진 성우의 쇄골 옆 붉은 자국을 응시하던 다니엘은 순간, 발끝부터 타오르는 열기에 잠식된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다니엘 때문에 성우가 손을 뻗으려는데, 굳어있던 다니엘이 제게 다가오는 성우의 손을 쳐내며 순식간에 빨개진 얼굴을 큰 두 손으로 가린 채 뒤돌아 도망치고 말았다.

 

 

 

 

", 니엘아!!!"

 

 

 

 

성우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다니엘은 긴다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달려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다니엘을 지켜보던 재환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보이고는 느린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고, 민현은 멍하니 사라진 다니엘의 뒷모습을 쫓는 성우의 팔을 잡고,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며 급식실로 이끌었다. 민현에게 잡힌 팔 탓에 걸음은 앞으로 향했지만 성우의 시선은 자꾸 뒤를 향해 보이지도 않는 다니엘을 찾고 있었다.

 

 

 

 

 

다니엘 때문에 느리게 젓가락을 움직이던 성우는 결국 식판을 절반도 비우지 못했다.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이나 먹자는 민현이의 말에 두 사람은 매점에 들러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사들고는 교실로 향했다.

 

 

 

 

오늘은 정말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이상기후라며 아침 뉴스에서 연신 떠들어댈 정도로 온도가 높았다. 민현과 마주앉아 입에 스크류바를 문 성우는 그래도 더운지 단추 두개가 뜯어진 교복 셔츠의 세 번째 단추를 푸르고 조금 뒤로 젖힌 채 선풍기 바람을 맞고 있었다. 더위를 식히는 와중에도 성우는 다니엘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 전 사라진 다니엘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닐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애가 더위라도 먹은건가... 성우는 다니엘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써 다니엘에 대한 생각을 지워보려 민현과 말장난을 주고 받았다. 민현이는 성우의 말이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웃다가 삐져나온 성우의 뒷머리를 보고는 머리카락을 여러차례 쓰다듬으며 삐져나온 부분을 꾹꾹, 눌러주고 있었다. 그 손길에 머리카락을 맡기며 입에 물고 있는 빨간 스크류바 아이스크림를 또로록 굴려 녹여 먹던 성우가 뒷문으로 들어오는 다니엘과 눈이 딱, 마주쳤다. 성우는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마주한 다니엘의 눈빛이 또 이상하다. 처음 보는 눈빛, 화가 난것 같은데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 눈빛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읽으려 애쓰는 동안 어느새 다니엘이 성우의 앞에 서서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

 

 

 

 

오늘만 벌써 두 번째 다니엘이 성우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성우가 좋아하는 티를 역력히 내던 4개월의 시간동안 한 번도 응해주지 않던 강다니엘이, 먼저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조금 전과 지금, 둘 다 다정함을 풍기는 건 아니었지만 다니엘이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우의 마음이 콩닥콩닥 소리를 냈다.

 

 

 

 

다니엘의 시선이 자신의 벌어진 셔츠사이와 물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번갈아 훑어보는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아랫입술을 짓이겨 물고는 감싸 쥔 주먹을 부들, 떨었다.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성우가 먹고 있던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이 다니엘의 손에 빼앗겨 바닥으로 내리쳐졌다. 이상한 다니엘이 또 다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던 성우가 말 대신 재빨리 코를 막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다니엘! 너 페로몬!"

 

 

 

 

다니엘의 몸에서 갈무리되지 않은 페로몬이 정처없이 흐르고 있었다. 교내에서 페로몬을 뿜는 건 엄연히 교칙 위반이었다. 다행인건지 지금 교실 안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베타였다. 옆에 있던 민현이 성우와 다니엘을 번갈아 쳐다봤다. 얘네 아까부터 도대체 뭐하는거야. 하는 눈빛이 담겨 있었다.

 

 

 

 

"니엘아, 너 지금 페로몬 나온다구!"

 

 

 

 

성우가 다니엘의 양팔을 붙들고 흔들었지만 다니엘은 새어나오는 향을 막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성우의 콧속을 밀고 들어왔다. 성우가 입 안 가득 호흡을 들여 마쉬고는 숨을 멈추고 멍하니 서 있는 다니엘의 팔을 붙잡아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디로 가야하지... 복도에서 두리번거리다 어디선가 어?? 이게 무슨 냄새야? 하는 소리가 들리자 성우는 선택지 없이 그대로 옥상을 향해 다니엘을 잡아끌었다.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간 성우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다니엘은 여전히 조금 멍한 상태 그대로 여전히 향을 단속하지 못하고 있었다.

 

 

 

 

"니엘아,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 괜찮아?"

 

 

 

 

강하게 아랫입술을 물고 있는 다니엘의 얼굴을 향해 성우가 손을 뻗었다. 그렇게 세게 물으면 피나. 물려진 아랫입술을 빼내려던 손가락이 다니엘의 손에 강하게 붙잡혔다.

 

 

 

 

"... 옹성우. 너 나한테 왜 그래?..."

 

 

 

 

그 목소리가 어딘가 애달파서 성우는 붙잡힌 손을 뺄 생각은 하지 못하고 까만 눈동자를 연신 끔벅 거리기만 했다.

 

 

 

 

"...나한테 왜 그래.. ? ..."

 

 

 

 

앞뒤를 다 잘라먹어 뜻을 알수없는 말만을 내뱉던 다니엘이 성우의 손을 붙잡은 채 주르륵, 아래로 미끄러져 제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10.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다니엘은 정말 딱,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붙잡아 뜯어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성우의 쇄골 옆 붉은 자국에 제 발 저린 도둑처럼 화들짝 놀라버렸다. 벌레물린 자국일 뿐이라는 대도 꿈속의 성우와 겹쳐보여서 몸이 타들어갈 것처럼 뜨거워졌다. 제게 손을 뻗어오는 옹성우를 피해 후다닥, 도망을 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켜 교실로 돌아왔더니 아까전보다 더 셔츠를 벌려 젖히고는 선풍기 바람을 쐐는 옹성우가 보였다. 펄럭이는 셔츠 사이 드러나는 하얀 속살과 붉은 자국만으로도 충분히 몸서리가 쳐지는데 하... 씨발 너 지금 뭐 먹냐... 성우의 옅은 분홍빛 입술을 쌔빨갛게 만들어버린 범인을 입에서 빼내 바닥에 집어 던졌다. 씨발, 이딴 걸 왜 매점에서 팔고 지랄이야...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빨간 자국, 빨간 입술에 홀려버린 다니엘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떠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성우의 입에서 페로몬, 페로몬 하는 단어가 들렸던 것도 같지만 다니엘은 어떤 말도 제대로 귀에 박혀 들어오지 않았다. 뭐라 뭐라 떠들더니 제 손목을 부여잡고 달리는 성우의 뒤를 말없이 따라 나섰다. 옥상에 올라 탁 트인 곳에 서있으니 조금씩 흩어진 정신의 조각들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순간 자신이 힘주어 말아 문 입술을 떼어주려는 듯 가까이 다가온 옹성우의 손을 붙잡았다.

 

 

 

 

"... 옹성우. 너 나한테 왜 그래?..."

 

 

 

 

왜 날 좋아하고 그래. 왜 내 꿈에 나오고 그래. 왜 그때 셔츠 단추는 뜯어지고 그래. 왜 하필 쇄골 옆을 벌레한테 물리고 그래. 왜 하필 옷은 열어젖히고 선풍기 바람을 쐐고 그래. 왜 하필 그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래. 왜왜... 왜 그래 정말...

 

 

 

 

"...나한테 왜 그래.. ? ..."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한테 왜 그래.. 왜 그래...

 

그 시작이 어땠던지 간에 이제 다니엘은 스스로 인정을 해야 했다. 강다니엘과 옹성우와의 전쟁에서 자신이 패했다는 걸. 성우를 보는 자신의 마음이, 몸이 끓는다는 걸... 받아들어야 했다. 이게 사랑인걸까. 사랑이 이렇게도 시작되는 걸까. 그저 울렁거리는 몸의 감정만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만 받아들이기에는 아까 전 성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황민현을 보고 쏟아 오르던 화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게 질투인가.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느낄 수가 있는걸까. 그러면... 나는 정말 옹성우를 좋아하는 걸까.

 

 

 

 

한참을 곰곰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던 다니엘은 마른 손이 자신의 등짝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성우를 쳐다봤다. 주저앉은 자신과 시선의 높이를 맞춘 성우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얼굴을 지으며 연신을 등을 쓸어내려주고 있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다정한 성우의 목소리에 다니엘은 울컥, 목구멍을 통해 무언가가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안 아파. 괜찮아."

 

"안 아프면 페로몬 조절 할 수 있어?"

 

 

 

 

다니엘은 그제야 자신이 정처 없이 향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 향을 갈무리해 집어넣자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던 성우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 , 거봐. 알파끼리는 이래서 안 된다니까. 알파에게 알파의 향은 그저 공격적이고 불쾌할 뿐이었다. 새삼 제 향을 맡느라 얼굴이 구겨졌던 성우 때문에 다니엘은 마음 한 곳이 저릿했다. 그리고 저릿, 하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게 놀라며 한숨이 흘렸다.

 

 

 

 

"... 내 향... 독하냐?"

 

"?"

 

"너 지금 내 향때문에 인상 쓰고 있었잖아. 맡기 역하냐고."

 

"......"

 

", 씨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알파랑 우성알파의 조합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향도 서로 주고받지 못하는데... 사랑? 어떻게 사랑을 해? 다니엘이 차갑게 웃으며 숙인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한거냐, 강다니엘. 일순간의 감정일게 분명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일렁이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한순간이기를 빌어야했다. 사랑일리 없어야 했다. 이래서 알파가 싫었어... 지친 몸을 일으켜 성우를 지나쳐 가려는데 성우가 다니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니야!"

 

 

 

 

성우에게 허리를 붙잡힌 채 다니엘이 걸음을 멈췄다.

 

 

 

 

"...아니야.. 네 향이 맡기 역해서 인상쓴게 아니야..."

 

"그러면..."

 

"......"

 

"그러면 왜 인상 쓴건데."

 

“......”

 

설명을 해야 알아 듣지.”

 

"... 네 향이 나한테... 자극... 적이어서 그랬어... 알싸하고 시원한 향이 자극적여서... 몸이 떨려서... 그래서...이런 날 네가 변태같다고 할까봐... 알파가 알파 향기를 맡으면서 자극적인게 말이 안되잖아... 말이 안되는데... 말이 안되는데..."

 

 

 

 

마주보지 못한 시선 사이로 성우의 진심이 건네졌다. 그런 성우의 진심에 굳어있던 다니엘의 몸이 조금 풀어지더니 자신의 허리를 감싼 성우의 손을 붙잡았다. 제 손을 떼어내려나 싶어 성우가 붙잡은 손의 힘을 풀었는데 떼어내기는커녕 몸을 돌려 자신을 안아오는 다니엘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내 향, 안 역해? 진짜?"

 

"..., ... 진짜 안 역해..."

 

"그럼... 너도 풀어봐."

 

"?"

 

"네 향, 나도 맡아보게 풀어보라고."

 

"...역할거야... 싫어..."

 

"입학식 날, 너 발현할 때 살짝 맡았던 거 같은데 잘 기억 안나.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그러니까 풀어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망설이던 성우가 올곧게 뻗어오는 다니엘의 시선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처음 보는 표정,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 그 눈동자가 너무도 예뻐서 놀란 성우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니엘이 눈을 잔뜩 접어 구기며 웃었다.

 

 

 

 

"풀어봐, 성우야."

 

 

 

 

달콤하게 웃는 얼굴에 홀린 성우가 자신의 향을 아주 살짝, 정말 살짝 풀어냈다. 다니엘의 콧속으로 은은하게 가시 돋친 달콤한 향이 들어찬다.

 

 

 

 

"좀 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우가 조금 더 제 향을 풀어냈다. 다니엘의 반듯한 미간 사이가 구겨지지 않기를 바라며.

 

 

 

 

"..."

 

 

 

 

감긴 눈을 서서히 뜨던 다니엘이 푸흡, 하더니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성우가 잔뜩 긴장한 채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 여기 변태 한 명 추가다. 네 향 안 역해. 자극적여. 달아."

 

"...정말?"

 

". 오히려 기분 좋은데?"

 

"......"

 

"내가 기분 좋다고 말해서 별로야?"

 

"아니..."

 

 

 

 

다니엘이 성우와 몸을 떨어트리고는 여직 잠기지 않은 채 펄럭이던 성우의 교복셔츠 중 세 번째 단추를 단단히 여몄다.

 

 

 

 

"덥다고 이렇게 훌러덩 옷 젖히고 다니지 마."

 

"..."

 

"스크류바 먹지마."

 

"..."

 

"황민현이 머리카락에 손대게 하지마."

 

"..."

 

"강다니엘이 옹성우꺼라고 소문낸거, 너지?"

 

"... ????"

 

 

 

 

성우가 놀란 다람쥐마냥 땡그란 눈을 하며 움찔거리자 다니엘이 이번엔 하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그렇게 좋냐?"

 

"..."

 

"나도."

 

"...?"

 

"나도 너 좋아하는거 같아, 좋아해. 좋아하는게 맞는거 같아."

 

"......?"

 

 

 

 

이 상황에 나올 말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레 동전을 뒤집은 것처럼 돌변한 다니엘을 보니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빛을 보내니 다니엘이 성우의 이마를 톡톡, 두들기며 입가 가득 크게 미소를 지었다.

 

 

 

 

"설명하면 길어, 그건 나중에."

 

"알겠어."

 

 

 

 

성우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유가 뭐든 다니엘이 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것보다 성우에게 중요한 일은 없었다.

 

제 가슴팍에 안겨오는 성우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다니엘은 과연 내가 그걸 네가 납득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근데... 납득 못하면... , 어때?

 

 

 

 

"옹성우..."

 

"?"

 

 

 

 

가슴팍에 안겨 있는 성우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기자 두 사람의 몸이 짝, 하고 달라붙었다. 비슷한 키를 가진 두 사람의 시선이 비슷한 높이에서 부딪쳤다. 다니엘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는 성우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하고서는 그 상태로 입술을 달싹였다.

 

 

 

 

"... 키스... 해도 돼?"

 

 

 

 

긴장하여 머리가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성우가 다니엘의 말뜻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그런 성우를 재촉이라도 하듯 다니엘이 허리를 감싼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성우의 입술사이로 푸스스, 웃음이 새어나왔다.

 

 

 

 

"...... 해도 돼."

 

 

 

 

 

 

 

무던히도 더운 때 이른 여름날, 두 사람은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빛에도 굴복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서로를 품에 안았다.

 

 

태양보다 더 눈부신 웃음을 서로를 향해 던지면서...